108화
슈아아악!
날아간 포들이 차례대로 벽을 강타했다.
콰콰쾅! 쾅!
실로 엄청난 굉음이 내부를 뒤흔들었다.
동시에 일어난 먼지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순간적으로 시야가 완전히 사라졌다.
‘성공인가?’
앞이 보이지 않는 태정은 최대한 귀를 기울이며 혹시 있을지 모를 붕괴를 걱정했다.
다행히 폭발음이 있고 난 후 이렇다 할 조짐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숨을 죽이며 연기가 빠지고 먼지가 가라앉길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됐어.”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건너편의 방이 보인 것이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자 격실의 번호와 낡은 내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문을 열어 복도를 보니 몬스터는 없는 상황.
그가 후방을 보며 소리쳤다.
“놈들이 보이면 바로 알리세요.”
소란을 듣고 기어 들어올지도 모를 일이기에 그는 다시 한번 주의를 준 뒤, 두 번째 벽을 바라봤다.
모든 일은 처음이 어렵다고 했던가.
그의 손이 망설임 없이 발사 버튼을 눌렀다.
슈아아악!
콰콰쾅! 쾅!
폭발과 함께 두 번째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어 세 번째 벽까지.
마지막으로 그의 로켓포가 네 번째 벽을 두드렸다.
쾅-!
와르르.
벽이 무너져 내리고 드러난 내부는 방이 아닌 통로였다.
지도에 나온 것과 똑같은 구조.
먼저 전후방을 살폈다.
다행히 몬스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태정은 사람들을 향해 손짓했다.
“따라들 오세요.”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방을 건너 태정의 뒤에 따라 붙었다.
각자가 가진 led와 마법구를 켜고 환해진 복도를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어딘가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잠시만요.”
확인을 하기 위해 태정이 먼저 빛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를 대비해 양손에 무기를 장전한 그가 슬며시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보이는 강렬한 빛을 내고 있는 거대한 기둥.
처음 연구소에서 봤던 그 의문의 기둥이었다.
“이게 핵인가 보네.”
주위를 둘러봐도 달리 특정할 것이 이것 외엔 없었다.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둘 내부로 들어섰다.
“와. 이런 게 있었어, 여기에?”
“이 빛은…….”
“대장님, 이게 뭔가요?”
한 헌터의 질문에 태정이 대답했다.
“이게 우리를 이곳에 끌고 온 원흉입니다.”
“그럼…….”
“네. 이걸 부수면 아마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태정의 설명에 헌터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런 그들을 엄폐물이 있는 안전한 곳에 위치시킨 태정은 곧장 로켓포를 조준했다.
“시간 끌 거 없이 단번에 가자.”
바로 발사 버튼을 눌렀다.
콰콰쾅! 쾅!
굉음이 일며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바로 그때.
일어난 먼지가 기둥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내부가 정화됐다.
그리고 드러난 기둥의 모습은.
너무나도 멀쩡한 상태였다.
“뭐야? 아무렇지도 않잖아? 너무 사렸나?”
다시 재조준에 들어갔다.
벽을 파괴시킬 때 4개면 충분했기 때문에, 조금 전에도 4개만 쏘아 보냈던 태정이었다.
이번엔 3배였다.
“발사.”
슈아아악!
12발에 이른 로켓포가 차례대로 기둥을 강타했다.
콰콰쾅! 쾅!
쾅-! 콰콰쾅!
대지를 뒤흔드는 굉장한 폭음이 발생됐다.
그 충격이 얼마나 대단한지 천장에 있던 내부 마감재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릴 정도였다.
‘무너지겠는데.’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이곳이 무너지면 제아무리 그라 해도 빠져나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해서 최소한의 화력으로만 처리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12발은 오버 페이스였다.
하지만 그가 다시 멀쩡한 기둥을 보았을 때, 태정은 자신이 너무 과소평가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발에도 기둥은 티끌만 한 상처 없이 우뚝 솟아 있었다.
“이거 문제가 좀 있는데.”
단 1도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건 더 이상의 타격이 무의미하다는 뜻이었다.
로켓포는 고정 파괴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거리에 따라 고저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리 큰 차이도 아닐뿐더러 이 정도 근접 거리에서 쏜 것이라면 최대 데미지가 나오고도 남았을 터.
열 발, 백 발을 쏟아 붓는다 한들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것보다 강한 무기를 사용해야 된다는 것인데.
순항 미사일이나 b6-1은 화력 때문에 사용을 할 수가 없고, 집속탄 역시 이곳에서 썼다간 바로 건물이 붕괴해 버릴 것이다.
확실한 화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막힌 공간에선 쓸 수가 없다는 게 이들 무기의 단점이었다.
그럼 남은 건 하나였다.
로켓포보다 강하면서 주변에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
바로 이레이저 건이다.
단 한 번이지만 최대출력으로 쏜다면 로켓포의 몇 배나 되는 화력을 한 점에 모을 수가 있었다.
‘보스용으로 남겨 둔 건데. 여기서 쓰게 될 줄은…….’
생각을 마친 태정은 기체를 접고 태극 1호로 갈아탔다.
동시에 이레이저 건을 장착한 그가 기둥을 조준했다.
“제라드, 최대출력으로 유지 가능한 시간이 얼마였지?”
-약 10초입니다.
“10초라. 통해야 할 텐데.”
호흡을 가다듬은 그가 이레이저 건의 레버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출력이 올라가며 전방으로 엄청난 에너지 빛이 한 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최대출력입니다.
제라드의 말이 들림과 동시에 태정이 잡고 있던 레버를 놓았다.
그러자 압축이 될 대로 된 빛의 광선이 기둥을 향해 쏘아졌다.
지이잉-!
무언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리고 순식간에 빛이 기둥을 뚫고 너머의 벽을 강타했다.
동시에 태정의 표정이 밝아졌다.
‘됐다.’
기둥을 뚫어 버린 그는 곧장 팔을 들어 기둥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균열이 생기며 거미줄 같은 선들이 여기저기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투툭. 툭. 투두툭.
곳곳에서 떨어져 내리는 잔해들.
기둥이 파괴가 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10초간 제 할 일을 마친 광선이 사라지고.
태정은 곧장 mk4롤 들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타타탕! 타타탕! 타탕!
우르르! 콰콰! 쾅!
빛의 탄환이 기둥을 강타하자,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기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 모습에 됐다 싶기도 잠시.
곧 대지가 진동을 하며 엄청난 지진이 발생됐다.
“서, 설마… 안 돼, 아직.”
붕괴가 시작되고 있었다.
천장이 내려앉고 사방 격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태정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무, 무너진다.”
“아…….”
“안 돼.”
“대장님…….”
그들이 탄식을 내뱉으며 태정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
벽이 터져 나가며 산과도 같은 거대한 더미가 사람들을 덮쳐들었다.
물론 거기엔 태정도 함께 있었다.
* * *
솨아아아-!
장대 같은 비가 땅을 뚫을 기세로 쏟아지고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그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사람들.
그 수가 자그마치 이백은 되어 보였다.
“이게 대체…….”
몬스터들과 피터지게 싸우고 있던 총대장 이한역은 갑작스러운 지진에 별다른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잔해에 휩쓸렸다.
꼼짝없이 죽었구나 하던 그때.
갑자기 몸이 축축해지며 시원한 바람이 몰려왔다.
눈을 떠 보니 통로는 온데간데없고 처음 수색을 나왔던 연구소의 바깥이었다.
분명 수십 톤에 달하는 돌무더기들이 사방에서 덮친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헤어졌던 팀들이 모두 한자리에 있었다.
“참모장님!”
“오. 총대장, 자네 오랜만이구만.”
“저자는 3공대장이 아닙니까? 원정 팀을 만나신 겁니까?”
“다는 아니고 일부만 만났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꼼짝없이 매장을 당하는 줄 알았는데.”
“글쎄요. 저도 눈 떠 보니 이곳인지라. 저기 특공대장과 2공대장도 와 있군요.”
그들이 영문을 모른 채 해후를 나누고 있을 때, 태정의 팀도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뭐야?”
“우리 살았어?”
“도, 돌아왔어. 저기 봐! 대장님들이야! 참모장님도 계시고!”
“진짜야… 이건 진짜라고.”
“흑. 드디어 돌아갈 수 있어, 드디어.”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들.
그와 조금 떨어진 곳엔 태정이 서 있었다.
“하아. 간발의 차였다. 이번엔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사방이 어둠으로 뒤바뀔 때 그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있던 곳은 지하 3층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방.
기적이 있지 않는 한 살아남을 확률이 제로 퍼센트였다.
하지만 그 기적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순식간에 뒤바뀌어 버린 배경과 곳곳에 보이는 무수히 많은 사람.
코어를 파괴하면 돌아갈 수 있단 프리지아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대장님! 감사합니다!”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도나도 울먹이며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인 태정은 간부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오. 지역대장, 살아 있었구만.”
“다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원. 자네 혼자 있었나?”
“원정 팀을 만났습니다. 주아 씨도 있었구요.”
“서주아가? 그들은 어떻게 됐나?”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모두 무사합니다. 저쪽에…….”
“잘했네. 정말 잘했어. 참. 이럴 게 아니라 인원 파악부터 해야겠군. 좀 도와주게. 얼른 이 기분 나쁜 곳에서 나가야겠어.”
“예.”
간부들이 서둘러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태정 역시 빠진 사람이 없나 허공에 떠 확인을 했고, 그렇게 모인 인원은 총 278명이었다.
구조 팀은 전원 생존.
원정 팀은 6명이 사망을 한 상태였다.
“면목 없습니다. 기습을 받아 후방에 있던 조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제가 갔을 땐 이미…….”
원정 팀을 이끌었던 3공대장이 그들의 소지품을 전달하며 뱉은 말이었다.
그 말에 참모장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닐세. 분명 그들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솔직히 이만큼이나 케어를 했다는 것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야. 이곳은 제로 그라운드가 아닌가. 자넨 할 만큼 했어. 너무 자책 말게. 불가항력의 일이었으니까.”
“이들의 장례는 길드 장으로 치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 말게. 길드장과 얘기해서 최고 예우로 대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모든 파악이 끝나고 총대장의 주도하에 팀을 재편성했다.
“1팀이 부상자들을 케어하고, 나머지 네 팀이 사방위를 경계하며 이동한다.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야 돼.”
“알겠습니다!”
정비를 마친 그들이 막 출발을 하려 할 때였다.
둥. 둥둥. 둥.
“이거 무슨 소리야?”
어디선가 북소리 같은 것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크게 들려왔고, 이내 하늘이 새카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대, 대장님!”
누군가 총대장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대답은 들을 수가 없었는데, 이미 어두워진 그의 표정에서 뭔가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거 위험한데.”
보고 있는 모든 이의 같은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