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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05화 (105/182)

105화

쉭! 서걱-!

[에노타우르스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2천만을 획득합니다.]

[에노타우르스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2천만을 획득합니다.]

굉장한 경험치였다.

일반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거대 토종 쥐에 거의 맞먹는 수준.

그럼에도 잡는 것은 훨씬 수월했는데, 생각보다 광선검의 위력이 대단했다.

닿는 족족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무적 초살의 빛의 검.

강철도 무 썰 듯 베어 버린다는 기사 계열의 오러와 비슷한, 아니 그 이상이었다.

‘실화냐 이거. 장검은 처음 잡아 보는데. 웬만한 검사 저리 가라네.’

클래스 특성상 검 따위를 잡아 볼 기회조차 없었다.

기껏해야 포터 시절 잡아 본 발골용 사시미가 전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래전부터 잡아 본 기분이었다.

그 기분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검의 파괴력.

대충 휘둘러도 조각이 나 버리니, 체감상 그는 이미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부스터와 외골격 다리의 활용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스텝이나 보법에 비해 세밀함은 떨어지지만 압도적인 속도와 점프력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거의 발생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블라스터는 아직 사용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앞으로의 발전이 무궁무진하다는 뜻.

그렇게 몬스터들을 토막 내며 나아가기도 잠시.

드디어 지하로 향하는 연구소의 동편 끝에 다다랐다.

‘됐어. 일단 바로 아래 칸을 먼저 수색하고…….’

태정은 곧장 계단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바글거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위에서 본 건 맛보기였나?”

너무 빡빡하게 들어차 있어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수십 개의 머리 뒤로 수십 개의 머리가 있고 그 뒤로 또 수십 개의 머리가 보인다.

이걸 육탄전으로 뚫어 낼 수가 있을까?

아무리 원 킬을 낼 수 있다지만 행동반경이 좁아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기체를 사용할 만한 여건도 아니었다.

지상 층보다 복도의 폭이 좁아 소환까지는 가능하겠지만, 뒤를 돌아볼 여유 공간이 없다.

“쉽지 않겠는데.”

인간 형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놈들에게 통할 만한 건 이레이저 건 정도.

나머지는 사용을 해 봐야 의미가 없는 수준이거나, 안전상 쓸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이런 곳에서 집속탄을 사용하게 될 경우 연구소 자체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전에 태정 역시도 목숨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3가지 정도였다.

들고 있는 플라즈마 광선검과 이레이저 건.

그리고 지금 막 손에 든 생화학 수류탄이었다.

‘통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예전 스킬이라…….’

효과는 좋았지만 스킬의 레벨이 문제였다.

과연 이게 놈들에게도 통할 것인가.

그의 손에 들린 수류탄이 복도 중앙에서 폭발했다.

쉬이이-!

순식간에 번져 나가는 진녹색의 안개.

그것에 반응을 한 몬스터들이 앞으로 밀려나왔고, 곧이어 비틀거리더니 하나둘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성공인가?’

싶기도 잠시.

으레 있어야 할 경험치 알림음이 들리지 않았다.

죽지는 않았다는 뜻.

몬스터의 레벨이 레벨이다 보니, 기절 정도만 한 것으로 보였다.

이것만 해도 그에겐 재수 땡큐였다.

곧장 복도로 모습을 드러낸 태정은 오른쪽을 향해 부스터를 발동했다.

서걱-! 석! 서걱!

피잉-! 핑! 핑!

태정은 쓰러진 놈들이라 해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차피 일어나게 되면 또다시 상대해야 될 놈들.

광선검을 필두로 그의 이레이저 건에서 빛의 파장이 여기저기로 쏘아졌다.

그에 따라 수많은 알림음이 들려오며 레벨 업이 착착 진행됐다.

그렇게 도달한 곳은 지하 2층으로 향하는 게이트의 입구였다.

지도에 나온 대로라면 바로 이 밑에 코어로 향하는 문이 있었다.

프리지아가 말했던 환상이공을 구축하고 있는 메인 코어.

그것을 없애면 모두가 탈출을 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일단은 그것부터 해 볼 생각이다.

내려가는 곳에도 몬스터는 곳곳에 존재했다.

이놈 저놈 썰며 아래로 내려가던 태정은 2층 메인 룸에 도달했다.

그리고 보이는 더 많은 수의 몬스터.

위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규모였다.

게다가 처음 보는 놈들도 다수인 상황.

일단 수류탄을 정중앙으로 투척했다.

쉬이익-!

작은 폭발과 함께 연기가 퍼지며 일대 몬스터들이 안개가 잠식됐다.

마찬가지로 픽픽 쓰러지는 몬스터들.

하지만 버티는 놈들도 있었는데, 이미 예상을 했던 처음 보는 종들이었다.

같은 소 대가리의 이족 보행 몬스터.

몸에 금색의 갑옷을 두르고 있는 것이 이전 놈들과 차이가 있었다.

놈들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지 태정을 향해 곧장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런 놈들을 향해 태정의 이레이저 건이 빛을 뿜어냈다.

피잉-! 핑! 핑!

타탁. 타탁. 타탁.

갑옷에 직격된 레이저가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고 있었다.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하는 상황.

곧이어 지근거리까지 들어온 놈을 향해 태정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치이잉-! 서걱!

마찰음과 함께 힘겹게 놈의 몸통이 베어졌다.

[강화된 에노타우르스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2,500만을 획득합니다.]

“좀 빡빡한데?”

원 샷이긴 했지만 이전처럼 두부 썰 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 말은 뒤에서 밀리면 밀릴수록 그의 무기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었다.

결국 뒤로 물러나 다시 계단으로 올라선 그가 거리를 두며 올라오는 놈들을 하나씩 조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대가리는 갑옷이 없어 그런지 싹둑싹둑 잘 잘려 나가고 있었다.

레이저도 구멍을 송송 뚫으며 하나하나 골로 보내고 있는 상황.

문제는 이런 식으론 언제 끝이 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몬스터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꺼내야 되나?’

수많은 놈을 도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전진이 되지 않자, 그는 결국 기체를 꺼내 들었다.

건물이 너무 낡아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별수가 없었다.

이곳을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그만큼 어디엔가 있을 사람들이 위험해진다.

최대한 빠르게 돌파해 코어를 부수고 나가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최선의 방법이자 현명한 선택이었다.

결단을 내린 태정은 바로 프로텍터를 소환했다.

그러자 계단의 좌우 폭을 가득 채운 위풍당당한 기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화염 방사포와 슈퍼 발칸포를 장전한 그가 냅다 전방을 향해 갈기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악-!

두두두두! 두두두두!

전방을 가득 채운 화력이 밀고 들어오는 놈들을 떼로 쓸어버린다.

죽이는 족족 빈자리를 채우던 아까와는 전혀 다른 양상.

놈들은 입구에서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줄곧 자리를 지키던 태정이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훨씬 나아진 상황에서도 그는 방심을 하지 않았다.

이미 그의 발칸포가 입구를 걸레로 만들어 버린 상태.

건물이 상하면 좋을 것이 없었다.

최대한 신중을 기해 놈들을 밀어붙이던 태정은 어느덧 메인 룸에 들어와 있었다.

“이런… 이게 말이 되냐.”

많아도 너무 많았다.

메인 룸은 한눈에 보기에도 길드의 대전투 훈련장을 씹어 먹는 규모였다.

그 거대한 공간 안에 몬스터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는데, 이건 수백 마리 따위로 표현을 할 수 있는 그저 그런 물량이 아니었다.

최소 천 마리 이상.

그 어마어마한 물량에 굉장한 범위를 가지고 있는 화염 방사포도 그저 일개 장난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곳을 뚫지 못하면 더 이상의 미래도 없었다.

“어디 내가 먼저 나가떨어지나, 네놈들이 먼저 뒈지나 한번 해 보자.”

선 수류탄을 깐 태정은 다시 양팔의 무기를 사방으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태정이 메인 룸에서 분투를 하고 있을 때, c-7번 격실에 있던 헌터들이 바깥의 소란을 감지했다.

“이 소리는?”

“전투 소리 아닙니까?”

“대장님이 오셨나?”

“구조대입니다. 분명 구조대예요!”

다 죽어 가던 사람들의 얼굴에 약간의 혈색이 돌아왔다.

누구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그 동요는 순식간에 퍼져 사방이 시끌거렸다.

그런 그들을 향해 서주아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잠깐만 조용히들 해 보세요. 이 소리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요.”

상당히 먼 곳에서 들리는 희미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소리였다.

‘마법은 아니야. 검이 내는 마찰음도 아니고. 뭘까. 이 연속적인 파공음은? 분명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 설마?’

생각을 하던 그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몇 달 전 초승달 대지에서의 사냥.

그때 그녀는 분명 이와 비슷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총소리야. 맞아 이건 분명 총소리야. 그럼 설마? 저곳에 있는 사람이…….’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문이 있는 입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서주아에게 집중됐다.

“어쩌시려는 겁니까.”

“확인을 해 봐야겠어요.”

“밖을 나가겠다고요? 위험해요. 그냥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

“그러다 그냥 가 버리면요? 어쩌면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요. 여기에 있는 걸 알려야 해요.”

“하지만 밖엔 놈들이…….”

“알아요. 최대한 조심히 접근해 볼게요.”

사람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한 도박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가 그냥 가 버린다면 그땐 정말 끝장이기 때문이다.

벌어진 틈 사이로 밖을 내다본 서주아는 복도를 메우고 있던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자 슬며시 문을 열었다.

‘역시.’

복도는 아까 전과 다르게 몬스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놈이 바글거리고 있었던 상황.

분명 소란 때문에 이동을 한 것이었다.

그녀는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며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

그렇게 다다른 첫 번째 코너.

사각지대에 선 그녀가 최대한 숨을 죽이며 들고 있던 작은 거울을 내밀었다.

그러자 저 멀리 어딘가에 막혀 뒤뚱거리고 있는 몬스터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고개를 내밀어 재차 확인했다.

거리상으로 약 100여 미터.

어떻게 할지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는 그녀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밀집되어 있던 몬스터 무리가 순간 썰물 빠지듯 좌측으로 ‘쑤욱’ 들어가며 사라졌기 때문이다.

‘됐어. 일단 저곳까지만.’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기에, 그녀의 마음도 급해지고 있었다.

벽에 몸을 밀착해 조심스레 앞을 나아갔다.

왠지 저 코너만 돌면 바로 전장이 눈에 들어올 것만 같은 느낌.

희망과 함께 그녀의 걸음이 조금 더 과감해졌다.

그렇게 절반쯤이나 왔을까.

‘저건?’

첫 번째 코너에선 볼 수 없던 문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복도 좌측 자신이 기대고 있는 벽에 달린 문이었다.

거리는 대략 20여 미터.

예상치 못한 상황에 걸음을 멈추기도 잠시.

곧이어 보란 듯이 몬스터 두 마리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하필 그 방향은 서주아가 서 있는 곳이었다.

정면으로 눈을 마주친 그녀와 거대한 핼버드를 든 에노타우르스.

“아…….”

그녀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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