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화아아악-!
슝슝-! 슈슈슝! 슝!
뿜어지는 거대한 화염과 그 화염을 뚫고 쏘아지는 수백 발의 빛의 연사.
그 앞에서 650레벨이라는 수치는 의미가 없었다.
접근조차 못 하고 녹아 버리는 괴수들.
셀 수도 없이 많은 경험치는 덤이었다.
[바울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1,000만을 획득합니다.]
[경험치 1,000만을 획득합니다.]
[경험치 1,000만을…….]
마리당 천 만.
8명임에도 불구하고 실로 엄청난 경험치가 들어오고 있었다.
12급 보스 실라리온의 솔플 경험치가 1,200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경험치.
“이게 말로만 듣던…….”
“죽는 속도 좀 봐. 완전 양학인데?”
“바울이 이렇게 약한 놈이었나?”
“대장님이 강한 거겠지. 저 시뻘건 화염을 좀 봐라. 지옥불이야, 지옥불.”
처음으로 지역대장의 전투를 보게 된 대원들은 절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650레벨의 몬스터를 단신으로 때려잡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수백에 달하는 놈들을 발 한번 떼지 않고 떼 몰살을 시키고 있었다.
이는 결코 흔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보통 이 정도 물량이면 동 레벨대 헌터 수십 명이 파티를 맺어야 승리를 점칠 수 있는 상황.
그것을 혼자서 해내고 있는 태정의 모습은 헌터들로 하여금 동경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런 그들이 감탄에 젖어 있을 때.
전투는 벌써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마지막 무더기를 끝으로 상황이 종료됐다.
레벨 업까지 아주 베스트였다.
기체를 접은 태정을 향해 대원들이 다가왔다.
“이 많은 바울을 이리도 쉽게 정리를 하시다니.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장님.”
그들의 감탄에 태정이 다소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겨우 이 정도에 이런 반응이라니.
솔직히 의외였다.
이 정도는 밥 먹듯 늘 해 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별말씀을요. 마저 수색을 이어 가죠. 아무래도 오래 있을 곳은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예!”
다시 이동이 시작되고 그들은 연구소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수색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지막 방까지 수색을 마친 그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사람은커녕 흔적이라 할 수 있는 단서조차 발견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아닌 것 같네요.”
“그럼 대체 어딜까요? 분명 이곳에서 교신이 끊어졌다고…….”
태정도 그 점이 의문이었다.
리더인 3대장이 직접 연구소와 탑을 언급했을 정도면, 적어도 흔적은 남아 있어야 했다.
만일 자신이 리더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구조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 근처를 벗어나지 않는 게 상식이야. 그 많은 인원이 은신을 하려면 구조물이 필요할 테고. 그럴 만한 장소는 이곳을 포함해 몇 되지 않아. 설마 그때까지도 위협에 쫓기고 있었던 건가.’
b6-1로 정찰을 해 본 결과, 이 근방에서 은신을 할 수 있을 만한 건물은 대여섯 개였다.
태정이 들어온 방향은 이 연구소가 유일하고, 나머지는 지금쯤 다른 팀들이 수색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만일 그곳에도 없다면 지역을 이동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표식 하나 없다니?
일단은 다른 팀의 상황을 모르니, 밖을 좀 더 수색해 보기로 했다.
“일단은 나가서 더 찾아보는 걸로 하죠.”
그렇게 그들이 막 걸음을 옮기려 할 때.
조용하던 제라드의 음성이 들려왔다.
-주인님.
“왜?”
-중앙 좌표 37.142 전투가 벌어진 것 같습니다.
“전투라니? 병력은?”
-구조 팀 1개조인 것 같습니다. 지금 막 1개 조가 더 합류를 했고, 몬스터의 숫자는… 오백이 넘습니다.
“뭐라고? 오백?”
태정이 제라드의 보고를 받고 있을 때, 통신기를 가지고 있던 대원으로부터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지역대장님!”
“말씀하세요.”
“1-3조에서 연락이 왔는데,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몰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확한 좌표는.”
“다들 전력을 다해 이곳을 빠져나갑니다.”
그의 말을 끊은 그가 먼저 움직였고, 이동기를 전개한 그들이 전력을 다해 태정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연구소의 북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곧장 지원을 가려 방향을 틀었지만, 이내 바닥을 뚫고 올라온 수백 마리의 몬스터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조금 전 봤던 바울이라는 놈이었다.
“모두 탑이 있는 방향으로…….”
뚫고 내려가겠단 생각으로 지시를 내리던 태정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혼자서 어그로를 끌기가 불가능해 보인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곳에서 기체를 소환해 슈퍼 발칸포를 쏴 댔다간 대원들까지 위험해질 수가 있었다.
결국 그는 이레이저 건을 소환했다.
동시에 미니 벌컨과 블라스터를 착용한 그가 대원들을 향해 지시했다.
“제가 공중에서 엄호사격을 할 테니, 최대한 잡으면서 내려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듣자마자 태정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동시에 대원들이 스킬을 장전하며 뛰었고, 하늘에선 미니 벌컨에 의한 에너지 탄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타타탕! 타탕!
미니 벌컨은 화력이 없는 만큼 사용을 함에 있어 큰 부담이 없었다.
설사 대원들이 적중된다 해도 이 정도 화력으론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을 것이다.
그런 물 공격이 어그로나 제대로 끌 수 있겠냐마는, 다행히도 적중을 당한 놈들이 대원들에게 멀어지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숫자가 많은 데다 사방에서 쏟아지니, 그들에게 끌리는 어그로 또한 만만치 않게 많았다.
그런 놈들을 향해 태정의 이레이저가 단발로 빛을 뿜어 댔다.
슝! 슈슝! 슝!
풀썩! 퍽!
[바울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1,000만을 획득합니다.]
[바울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1,000만을 획득합니다.]
원 샷 원 킬.
확실히 최신 무기인 만큼 공격력이 제법이었다.
대원들의 활약도 무시할 순 없었다.
그들은 특전대원답게 가로막는 놈들을 걸리는 족족 걸레로 만들고 있었다.
서로의 스킬 쿨을 계산해 가며 물 흐르듯 공수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 정말이지 극한까지 훈련이 된 배태랑들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뚫고 내려가면서도 태정은 제라드를 통해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다른 쪽은? 다른 쪽은 이상 없어?”
-현재 보이는 조는 14개조인 것 같습니다. 남동 방향의 전투가 벌어진 곳을 제외하면 아직까진 특별한 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막 8개조가 남동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원을 가는 것 같습니다.
“좋아. 특이 사항 있으면 계속 보고해 주고. 혹시 저놈들 몰아서 잡아 죽일 만한 곳이 있나 근처를 한번 물색해 봐. 이걸 데리고 합류를 할 순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다수의 조가 합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모두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선은 다행인 상황.
그렇다면 일단, 자신의 조가 잡고 있는 이놈들을 처리해야 했다.
마지막 보고로부터 약 5분 정도가 흘렀을까.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 하긴. 건물 몇 개가 전부인 이곳에 뭐가 있겠냐.”
대충 예상을 했다는 듯 다시 대원들을 백업하던 태정은 채널을 바꾼 뒤, 통신기를 통해 아래에 있는 대원들에게 물었다.
“저희가 처음 넘었던 타운 입구의 둑을 기억하십니까?”
“예.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도움 없이 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어… 확실하진 않지만 10초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백업을 할 테니, 빠져나와 둑을 넘으세요.”
“지원을 가는 게 아니었습니까?”
“이놈들 생각보다 숫자가 많습니다. 이걸 그대로 데려갔다간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저희 선에서 처리를 하고 가야 합니다.”
“명령이니 따르겠습니다만 그럼 둑을 넘은 다음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저한테 맡겨 주시고 최대한 멀리 벗어나 주세요.”
“혹 광역기를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예. 될 수 있으면 직업 실드도 운용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놈들과 거리를 한번 벌려 보겠습니다.”
교신을 마친 태정은 대원들이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릴 수 있게 좀 더 집중해 타깃을 골라잡았다.
이전까지는 모여드는 외곽 위주로 타격했다면, 지금은 반경 20미터 내의 근접거리에 있는 놈들을 사살하고 있었다.
이것도 멀다면 굉장히 먼 반경이었지만.
이는 사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움직이는 물체를, 그것도 지상이 아닌 하늘에서 이동을 하며 타격을 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명사수가 아니고선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잘못 삐끗했다간 몬스터가 아니라 초상을 치를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반동이 전혀 없는 레이저 건이라 이 정도지.
mk4 같은 놈을 들었다면 반경 20미터의 공간은 공간이라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작은 반경이었다.
어찌 됐든 태정의 백업과 대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인해, 띠처럼 둘러쳐 따라오던 놈들의 포위망에 구멍이 형성 됐다.
이때부터 대원들은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끝에 드디어 그들 앞에 방벽처럼 우뚝 솟은 수직으로 된 둑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깥에선 10여 미터에 불과한 높이지만, 안쪽에선 거의 3배에 이르는 굉장한 높이.
플라이 스킬이나 부양 버프가 없다면 맨몸으로 오르긴 상당히 부담스러운 규모였다.
하지만 어디 그들이 보통 헌터들인가.
레벨도 레벨이지만 이런 장애물 정도는 수도 없이 넘어 본 배태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각자가 넘기 유용한 스킬들을 장착해 벽에 붙었고, 한 번에 3미터가량을 높이 뛰어올랐다.
그렇게 날아오른 신형은 자석처럼 둑에 달라붙었고, 그런 식으로 순식간에 10여 번을 반복한 그들은 결국 둑을 넘어갔다.
그 뒤를 바울 십여 마리가 서로를 밟으며 따라 넘었지만 나머지는 벽만 박박 긁으며 혼란이 온 상태였다.
태정은 벽에 붙은 놈들 위주로 처리하며 둑을 넘어간 대원들이 최대한 멀리 달아날 수 있게 시간을 벌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졌다 생각을 한 그는 곧장 천무를 소환했다.
[H타입 천무] [집속 유도탄]
봉인된 속도 [530km/h]
로켓탄: 다연발 집속 유도탄
사정거리: [200m]
범위: 150m
파괴력 - 자탄 10,000
1회 최대 발사 수 8발.
쿨타임 1시간.
소비 마나 모탄 15,000
태정의 블라스터 양옆으로 다연발 집속 유도탄이 장착된 소형 포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모탄 하나에 자탄 10,000개가 들어 있는, 인간 형태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중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단독으로 사용이 가능한 b6-1을 제외한다면 메가급 범위를 가진 초대살상 광역 무기.
이미 제주도에서의 시험으로 파괴력은 검증이 된 상태였다.
“좌표는 놈들의 꼬리에 둘, 허리에 둘 그리고 둑에 둘.”
-설정 완료했습니다.
“우리 대원들이 피해를 입을 확률은?”
-제로입니다. 범위를 벗어났습니다.
“좋아. 파티다. 발사.”
말을 끝으로 포신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