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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97화 (97/182)

97화

태정이 금사자 길드에 다녀온 지 보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제 급한 건은 대부분 정리가 된 상태.

슬슬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메카닉의 길.]

잠금.

오픈 레벨 550

레벨 미달성 시 진행 불가.

“550레벨이라. 일단 이건 접어 두고.”

다음 퀘스트는 조건 충족이 되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일단 550레벨은 찍고 봐야 한다는 뜻.

우선은 레벨 업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럼 어디를 가야 할까?”

12급까지 다녀왔으니, 원래는 다음 등급인 13으로 넘어가는 것이 맞았다.

하나, 그렇게 해선 빠른 성장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500레벨 이후 경험치가 대폭 증가를 한 상태인데, 다가올 국가 전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좀 더 성장해 활약을 할 수 있을 테고, 클럽에도 입성을 할 수가 있는 기회가 있을 테니까.

“13급은 안 가도 비디오야. 14급도 유의미한 차이는 없을 테고. 지금 내 수준이면 15급도 충분히 가능해.”

너무 위험해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그는 15급이 가장 적당하단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무기도 생겼겠다, 이 정도면 아마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냥이 되지 않을까.

박세아를 통해 바로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손에 들어온 던전은 총 3곳.

거암산과 핀의 골짜기 사야의 해변.

모두 블루 15급의 상위 던전이었다.

태정은 그중에서도 사야의 해변이 마음에 들었다.

산이나 골짜기의 경우 몰이사냥에 특화 된 직업의 특성상 해변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

갈수만 있다면 무조건 뻥 뚫린 평지가 그에게는 최고의 사냥터였다.

“핵미사일을 테스트하기도 딱 좋은 것 같고. 이번 주 일만 대강 끝내 놓고 바로 가자.”

그렇게 바쁜 한 주가 지나갈 무렵.

오전 간부 회의에 참석한 태정은 평소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직감했다.

하나같이 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

조심스레 자리에 앉은 그가 바로 옆 사업부의 본부장을 향해 물었다.

“분위기가 좀 그렇네요? 무슨 일이라도…….”

“호주로 떠났던 원정 팀이 사할린에 좌초가 됐어.”

“좌초요? 어쩌다가 그런…….”

“우리도 잘 모르겠어. 마지막 연락이 오늘 새벽에 당도했는데, 지금은 통신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태야.”

“그럼 얼른 배를 띄워야겠네요.”

“지금 수배 중인 상태야. 문제는 그곳이 제로 그라운드의 영역이라는 거야.”

“제로 그라운드라면… 금역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로 그라운드.

통상 금역으로 불리며 필드 최고 수준의 레벨을 뜻한다.

보통 필드는 레드를 최고 난이도로 치지만, 그것은 던전으로서 이용이 가능한 레벨에서의 수준이고 접근 불가 영역이라 하여 따로 존재하는 등급이 바로 제로 그라운드였다.

이 제로 그라운드는 A레벨부터 트리플S까지 세부적인 등급이 있지만, 가장 낮은 곳만 해도 레드 게이트의 중급 던전과 난이도가 맞먹기 때문에, 어지간한 초대형 길드가 아니고선 들어가려 하는 이도, 또 굳이 들어가 사냥을 하려는 이들도 없었다.

국내로 따지면 톱 20 정도나 가능한 수준.

제닉스의 초정예도 아니고 중간 레벨로 이루어진 원정 팀이라면 당연히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맞아. 하필이면 좌초가 그곳에서…….”

“그곳은 레벨 등급이 어떻게 됩니까?”

“추정 A레벨이야.”

“그나마 가장 낮은 단계군요.”

“하지만 원정 팀에겐 의미가 없지. 3공대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미들 레벨의 헌터들이니까.”

“러시아에 구조 요청을 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아니면 가까운 일본이라도.”

“이미 그곳은 러시아의 영토가 아니야. 부속만 되어 있을 뿐 버려진 곳이지. 게다가 안 해 봤겠나. 이미 요청을 했지만 저들도 부담이 큰 모양이야.”

“큰일이군요. 참. 그 원정 팀에 서주아 씨도 있지 않습니까?”

“맞아. 그래서 더 큰일이야. 클럽과 제닉스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길드장 양태식이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몇몇 간부는 이미 연락을 받아 알고 있을 거야. 한시가 급한 관계로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짓겠네. 누가 갈 텐가?”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총대장 이한역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제가 1공 특전대를 이끌고 다녀오겠습니다.”

“1공 특전대만으로 되겠나?”

“길드에서 모든 병력을 뺄 순 없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특전대 정도가 아니면 간다 해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그 숫자로는…….”

“저도 가겠습니다.”

구석 자리에 있던 사내였다.

예비 야전 사령 직속의 특공대장 조성현.

무력으로만 따지면 제닉스에선 여덟 번째에 드는 사나이였다.

그런 그를 향해 양태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자네가 가 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 또 자원할 사람 없나? 당연한 얘기지만 본인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어야 해. 짐이 되면 안 될 테니까.”

양태식의 말에 좌중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실상 이곳에서 총대장과 특공대장을 제외하면 갈 수 있는 이들은 정해져 있었다.

기껏해야 참모장이나 2공대장 정도.

이들은 이미 길드장을 대신해 가기로 되어 있는 상태였다.

“내가 괜한 걸 물은 것 같군. 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하고 지금 바로 떠나는 걸로…….”

막 결정이 내려지려 할 때였다.

“저. 길드장님, 저도 가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테이블의 가장 구석자리로 향했다.

그 주인공은 태정이었다.

그런 그를 유심히 바라보던 양태식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는 안 돼. 그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나?”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겠다고? 이번 일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야. 이건 자네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자네를 아끼기 때문에 그러는 거야. 허락해 줄 수 없네.”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저는 서진 님의 추천을 받아 이곳에 왔습니다.”

“한데?”

“그분의 동생이 곤경에 처해 있는데 제가 어찌 이곳에 가만히 앉아만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그녀는 제 생명의 은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곳에 오게 된 것도 그녀 덕분이니, 이 일은 모른 척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으음. 정말 가야겠나? 그곳은 나도 아직 가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섬이네.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을 할 수가 없단 말이야.”

“보내 주십시오. 반드시 모두 데리고 무사 귀환 하겠습니다.”

태정의 완강한 의지에 결국 양태식이 승낙을 했다.

그는 제닉스의 일원이기도 했지만 클럽과의 인연도 무시를 할 수 없는 위치의 인물.

더군다나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니, 더 이상 막을 명분도 없었다.

“그럼 지역대장까지 해서 지금 당장 고성으로 떠나게. 배는 준비가 되었을 거야.”

간부들이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마지막까지 있던 본부장이 그를 붙잡으며 물었다.

“자네, 정말 괜찮겠나?”

“걱정 마십시오.”

“그럼… 내 염치없지만 부탁을 좀 하겠네.”

“예?”

“내 딸아이도 거기에 있어.”

“본부장님의 따님 말입니까? 그런데 왜 같이 가시지 않고…….”

“마음 같아선 백 번 천 번이고 그러고 싶네. 하지만 클래스 특성상 난 기동에 적합하지가 않아. 가 봐야 팀원들의 발목만 잡을 게 뻔하지. 내 욕심으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순 없네. 게다가 나도 인간인데, 그곳에 가면 지시를 제대로 따를 수나 있겠나. 당장 눈앞에 딸이 생사를 다투고 있는데. 분명 눈이 돌아가고야 말거야.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팀이 떠안겠지.”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하고 있는 본부장을 보며 태정은 새삼 그가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어떻게 이렇게 침착할 수가 있는 것일까.

물론. 그의 눈빛은 한없이 애가 닳고 있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자식이다.

그것을 그는 애써 참아 내고 있는 것이었다.

길드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 간부라는 위치에서.

“따님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서연이네, 하서연.”

“장담을 할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네.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두 손을 꼭 잡으며 부탁을 하는 본부장의 모습은 이전에 봤던 그 당당한 모습의 사내가 아니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모습에서 부성애가 물씬 느껴졌기에, 태정은 반드시 그의 딸을 데려다주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 이미 소집된 병력과 차량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다들 무사히 다녀오게.”

“좋은 소식 가지고 오겠습니다.”

여러 간부의 배웅을 받으며 병력을 실은 차가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길드를 나선 차는 목적지인 고성으로 향했다.

‘이번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이 될 거야.’

태정이 이번 일에 자원을 한 것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에서였다.

그 첫 번째는 당연히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클럽과의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호기심이었다.

그의 레벨에선 절대 갈 수 없는 미지의 던전.

이런 경험은 결코 흔하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한 번은 도전을 해 볼 법한 일.

이것은 그에게 양질의 데이터가 될 것이고,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이후 있을 무수한 전투에 있어 실전적 경험이 될 것이었다.

물론, 그만큼의 위험은 따르겠지만 말이다.

차가 출발한 지 2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목적지인 고성항에 도달했다.

빠르게 하차를 한 그들은 미리 수배해 놓은 배에 올라탔고, 이내 배가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항을 보며 서 있던 병력들이 갑판 아래로 내려가고, 이번 일의 지휘를 맡은 총대장이 간부급들을 모아 작전 사항을 일렀다.

“다행히 고속선이라 12시간 안으로 끊을 수 있다는군. 도착을 하게 되면 병력 편제를 하게 될 텐데. 하나의 부대를 운용하되, 유사시를 대비해 4개 팀으로 나눌 생각이네. 그 팀장은 각각 3공대장과 특공대장 그리고 참모장님이 맡게 되실 거고, 지역대장은 나와 함께 움직이게 될 거야. 사할린에 대해선 정보가 거의 없으니,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건 옛 지도와 감각밖에 없어. 또 중요한 건 절대 따로 지시가 있기 전까지 단독 행동은 금물이라는 거야. 한 사람만 개인 행동을 해도 팀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 간부들은 이점 각별히 주의를 일러야 될 거야.”

“마지막 통신이 왔던 지점이 어딥니까?”

지도를 보고 있던 특공대장의 물음이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독립 100주기 기념탑과 거대한 연구소를 봤다고 하니. 아마 유즈노 사할린스크. 여기 어디쯤인 것 같아.”

“좌초가 됐다면 해안가일 텐데. 어떻게 이곳까지 들어갔단 말입니까.”

“원정 팀 리더인 3공대장이 말하길 습격을 받았다고 하더군. 들은 건 여기까지야.”

“그럼 얼마나 생존을 해 있는지도 모르는 것입니까.”

“지금으로선 그렇네.”

“큰일이군요. 가장 가까운 해변에서 유즈노까지의 거리가 대략 50km인데. 그 정도를 피해 들어갔을 정도면…….”

“자자. 미리부터 나쁜 생각은 갖지 말자고. 다들 교대하면서 눈 좀 붙여 놔. 병력들에게도 그리 이르고. 도착을 하게 되면 수색에만 며칠을 지새울 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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