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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79화 (79/182)

79화

기분 좋게 선물을 하고 숙소로 돌아온 태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좁을 거 같았는데, 소파 빼 버리니까 공간이 많이 남네. 보기도 좋고.”

침대는 대만족이었다.

동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딱 알맞게 들어갔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커피 한 잔을 타서 방으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이제 다음은 뭘 해야 하나.”

[메카닉의 길 1-3]

아라곤의 미로.

흑룡 아라곤은 먼 고대 천계의 전사들을 피해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미로를 만들어 자신을 봉인하였습니다.

출구를 찾아 아라곤의 봉인을 해제하십시오.

목표

아라곤의 봉인 해제.

보상 - 태극 1호, R타입 이레이저 건

“아라곤의 미로라. 보상을 보니 또 뭔가 대단한 걸 주려는 모양인데.”

퀘스트 창을 열어 보던 태정이 커피를 들이켜며 뱉은 말이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기에, 그가 제라드를 호출했다.

“태극 1호에 대해 설명을 해 봐.”

-태극 1호는 3세대 군용 슈트로 우주 연합군에서 사용을 하던 다목적 슈트입니다. 당시 인류는 지구에서 눈을 돌려 태양계 내 여러 행성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법의 경계가 모호했던 우주는 열강들의 분쟁으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 질서를 바로잡고 식민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우주 군용 슈트입니다. 그중에서도 태극 1호는 3세대 슈트 중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첨단 슈트입니다.

“오. 우주? 역사 시간에 배운 적이 있어. 과거엔 우주에도 사람이 살고 그랬다지, 아마.”

수업을 관심 있게 들은 것이 아니라 기억은 희미했지만 분명 배운 적이 있었다.

2차 몬스터 아웃 브레이크와 더불어 타임 워프가 일어나기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타임 워프로 인한 문명 회귀가 있기 바로 전엔 저 먼 우주에도 인류가 거주를 하고 있었다.

단순한 거주가 아닌 행성 하나하나가 지구에 버금갈 정도로 찬란한 문명을 자랑했다.

백여 개가 넘는 행성이 하나의 루프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고 하니,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수단조차 없는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제라드의 설명은 계속됐다.

-태극 1호는 외계 소행성이 남긴 아낙시스란 광물을 슈퍼 플라즈마로 가공, 수피둠과 융합해 만들어 낸 신물질로 만들어진 최신형 슈트입니다. 강도와 경도는 텅스턴 합금의 100배 이상. 무게는 헤지스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헤지스면 그… 내가 입고 있는 아머 슈트를 만든 물질? 그거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그 정도면 엄청 가벼운 거 아냐? 거치적거리지도 않겠네.”

-내피용 슈트와는 부피 자체가 달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활동을 하는 데 딱히 제약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 수치로 따지면 방어력은 어느 정도나 돼?”

-물리 방어력은 5천. 마법 방어력은 4천 정도입니다. 여기서 전격계 마법과 화염계 마법은 종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3만까지 커버가 가능합니다.

“그렇게나 높아?”

예상을 훨씬 웃도는 높은 방어력에 태정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리 방어력 5천만 해도 엄청난 것인데, 마법 방어력이 4천. 거기다 특정 마법은 3만까지 커버가 된다고 하니, 이 정도면 미친 성능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이건 무조건 얻어야겠는데? 지금 나한테 진짜로 필요한 거잖아. 내 최대 방어력이라 해 봐야 내 외피 다 합쳐서 2천이 좀 넘는데. 물론. 기체를 포함하면 좀 더 올라가긴 하겠지만. 그래도 대박인데? 그럼 여기 보상으로 나오는 이레이저 건은 뭐야?”

-플라즈마 이전 세대의 레이저 무기로 지속성 딜을 넣기 좋은 무기입니다. 시간이 문제긴 하지만 이론상 최대 출력에 도달할 경우 5만 이상의 파괴력을 낼 수 있습니다.

“5만이면 지금 내가 가진 무기 중에 제일 높잖아? 그걸 기체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최대출력일 때의 얘기고 단발로 사용시 평균적으로 1만 안팎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1만이라 해도 대단한 건 대단한 거야. 슈퍼 발칸포보다 강력하단 소리니까. 뭐 그럼 이 2개만 획득해도 기체를 탈 필요가 없겠네. 딱히 꿀리는 게 없잖아. 기동력 같은 경우는 압도적이고.”

-장단점이 있습니다.

제라드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도 알고는 있었다.

긴 사거리를 바탕으로 공중 요격을 할 수 있는 아이언 스피어나, 분당 36발을 꽂을 수 있는 천룡 그리고 속성 몬스터를 제압할 수 있는 화염방사포는 기체만이 가진 장점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성능에 비해 기체는 덩치가 커도 너무 컸다.

이번 제주도에서도만 해도 기동을 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

그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슈트와 이레이저 건이었다.

이 2가지만 있으면 일반 헌터들이 지나갈 수 있는 곳은 대부분 기동이 가능해질 테니까.

“좋아. 이거부터 처리해야겠어. 이 미로에 대한 정보는?”

-아라곤의 미로는 제 권한 밖의 던전입니다.

“오케이. 이건 내가 알아보지, 뭐.”

태정은 곧바로 사무실에 나가 있는 박세아에게 연락했다.

-네. 박세아입니다.

“어. 난데. 아라곤의 미로에 대해 자료 좀 싹 긁어 와 줘.”

-지금이요?

“아니, 그리 급한 건 아니니까. 일 보고 이따 퇴근할 때 챙겨 와.”

-알겠습니다.

그녀에게 부탁을 하고 전화를 끊은 태정은 바로 스킬 창을 오픈했다.

제주도 여정에서 얻은 바로 그 스킬을 사용해 보기 위해서였다.

[하이데어 클로킹]

형태: 생체반응형

지속 시간: 30분

쿨타임: 10분

소비 마나: 2만

*해제 시 쿨타임 카운트.

“이게 바로 투명화 스킬이란 말이지.”

* * *

저녁 6시.

철컥.

“응?”

퇴근을 하고 숙소로 들어온 박세아는 바뀐 거실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좁디좁은 작은 소파가 사라지고, 널찍한 침대가 자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태정의 방에 노크를 한 그녀는 인기척이 없자 슬며시 문을 열어 봤다.

적막이 맴도는 방안.

“어디 가셨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기를 든 그녀가 막 전화를 걸려는 그때.

갑자기 어깨 위로 무언가가 불쑥 내려앉았다.

“엄마얏!”

깜짝 놀라 주저앉을 뻔한 그녀는 순간 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몇 번이고 구석구석을 확인한 그녀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피곤해서 그런가.”

착각으로 결론을 내린 그녀가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번호를 누르려는데.

등 뒤로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엄마!”

이번엔 많이 놀랐는지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그녀.

뒤를 슬쩍 돌아본 박세아가 금세 울상이 됐다.

“누, 누구세요.”

누군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조금 전의 그 느낌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딜 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겁에 질려 있는데 또 한 번 그 소름 끼치는 감촉이 전해졌다.

“엄마얏!”

다시 한번 비명이 터지고, 이제 그녀는 이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설마 귀, 귀신?’

평소 미신 따위는 믿지 않는 박세아였지만 상황이 그러했다.

두 번까진 착각이라 쳐도 세 번은 착각이 될 수가 없었다.

무언가 영적인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든 상황.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극한의 공포에서 오는 두려움.

그런 그녀의 귀로 선명한 음성이 들려왔다.

“해제.”

그 소리에 고개를 든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졌다.

“악!”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클로킹을 해제한 태정이 덩달아 소리를 지를 뻔했다.

“깜짝 놀랐네. 야, 심장 떨어진 줄 알았다.”

태정의 그 말에 눈을 감고 있던 박세아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눈앞의 그를 확인한 그녀.

순식간에 그녀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동시에 울음을 터뜨린 그녀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태정이 박세아를 급히 말렸다.

“야. 갑자기 왜 울어. 이거 그냥 새로운 스킬 테스트 좀 해 본 건데. 나인 줄 몰랐어?”

나름 달랜다고 한 말이었지만.

“흐어엉. 엉엉.”

역효과였다.

“아. 이거 참.”

서럽게 우는 그녀를 보니 미안한 감정이 드는 태정이었다.

그는 사실 박세아가 이렇게까지 반응을 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평소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 본다면 더더욱 그랬다.

어쨌든 수습은 해야 했기에, 그가 책상위에 있던 휴지를 뽑아 박세아에게 건넸다.

“이걸로 좀 닦고. 이제 그만 울어. 내가 장난이 좀 심했다. 이렇게까지 놀랄 줄은 진짜 몰랐다.”

태정의 말에 그녀가 조금 진정이 된 듯 휴지를 받아들고 흐른 눈물을 닦아 냈다.

“죄송해요. 너무 무서워서. 없는데 자꾸 있는 것 같으니까, 흑.”

“죄송하긴. 내가 미안하지. 내 잘못이야. 나이값도 못 하고. 근데 너도 무서운 게 있었어? 좀 의외인데. 넌 귀신도 안 믿잖아.”

“저도 사람인걸요.”

“그래. 아무튼. 다음부턴 장난 같은 거 안 할게.”

“그런데 방금 그건 뭐였어요?”

“아, 그거? 이번에 제주도 가서 얻은 거야. 테스트를 해 보고 싶은데, 마땅히 할 곳이 있어야지. 그래도 최측근인 너한테 처음 개시한 거야. 어땠어? 전혀 안 보였지?”

“네. 귀신인 줄 알았어요.”

“그래? 그럼 일단 성능은 확실하단 말인데. 나중에 기밀 서고 들어가서 알람 마법에 대응되나 그거나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참. 너 거실에 그거 봤어? 침대.”

태정의 물음에 그녀가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거실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 맞아. 저 침대는 뭐예요?”

“생각해 보니까. 내가 그래도 한 부처의 장이 됐는데. 내 사람들한테 기념 선물도 못 했더라고. 너나 기사님이나 나한텐 측근이나 다름없는데. 그래서 시간도 있겠다. 오늘 해치워 버렸지. 네 선물이야.”

선물이라는 말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소파 솔직히 불편하잖아. 좀 더 일찍 사 줬어야 하는데, 사실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어. 혹시 선물이 부담스러우면 복지라고 생각해. 뭐 다들 이 정도는… 응? 뭐야 그 눈빛은.”

“감사해서요. 제가 한 게 뭐 있다구. 이런 걸 다…….”

“야. 그건 내가 확실히 정정해 줄게. 너 하는 일 되게 많아, 지금. 내 건강 책임져 주지. 내가 자리에 없을 때 대신 일 봐 주지. 필요한 거 그때그때 만들어 오지. 이것만 해도 벌써 한 트럭이야. 그리고 넌 더 잘할 거잖아. 안 그래?”

태정의 말에 그녀가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보스.”

“그래그래. 이제 좀 낫네. 아까 펑펑 울 때는 식겁했다 진짜. 넌 웃을 때가 제일 예뻐.”

“네?”

“그냥 웃으라고 하는 말이야.”

“아. 네!”

“그래. 밥이나 먹자.”

박세아가 방에서 나간 뒤 태정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예쁘긴 예쁘지. 예쁜 건 예쁜 거니까.”

-누구한테 말씀하시는 겁니까.

“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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