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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78화 (78/182)

78화

천무 역시 음성 명령이 가능했다.

“발사 준비.”

그의 지시에 블라스터 옆으로 장착된 천무가 좌우로 길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흡사 갈매기의 날개와 비슷했다.

“좌표는 배의 중앙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오케이. 2발만 가 보자. 슛.”

태정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양옆 발사관에서 2개의 탄두가 바람을 가르며 출격했다.

슈아악!

비행운을 만들며 날아가던 탄두가 허공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동시에 숨겨져 있던 200개의 자탄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배를 강타했다.

콰콰쾅! 콰콰콰콰쾃!

엄청난 폭음과 함께 도미노처럼 폭운이 일며 배의 잔해들이 순간적으로 솟구쳤다.

실로 굉장한 파괴력이었다.

이후 순식간에 연기 속으로 사라진 배는 그 거대한 풍채를 감추었다.

“역시 굉장해. 지뢰 수백 개가 한꺼번에 터진 것 같아.”

놀라운 것은 지금부터였다.

연기와 분진이 걷힌 후 드러난 참혹한 현장.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위풍당당하게 떠 있던 배가 하부 갑판의 뼈대만 남긴 채 완전히 초토화되어 있었다.

무려 절반 이상이 그대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에 태정은 감탄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햐. 고작 2발에 이 큰 배가 작살이 났네.”

정확하진 않지만 배의 길이는 최소 100여 미터가 훌쩍 넘어 보였다.

그런 거대 구조물이 반파될 정도면, 사냥에서의 위력은 보지 않아도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이것이 대단한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기체를 타지 않고도 사용을 할 수가 있다는 점.

블라스터라는 희대의 이속 장비와 겸해서 쓸 수 있다는 점.

이 두 가지만 해도 엄청난 스킬임은 분명했다.

“쿨타임이 한 시간이라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대충 테스트를 해 본 태정은 클로킹까지 시험을 해 보려다 이내 고개를 젓고 네비게이터를 소환했다.

이곳에서 사용을 해 봐야 테스트를 봐 줄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비게이터에 안착한 태정이 잠수를 하며 내륙으로 좌표를 찍었다.

“최대 속도로 가자.”

-마나 괜찮으시겠습니까.

“돈도 많은데, 아낄 필요 뭐 있냐? 난 이제 부자라고.”

그가 먹은 마정석만 해도 일본 놈들에게 뺏은 것을 합치면 거의 160개에 달하는 양이었다.

미니 마석이라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마석은 마석이었다.

개당 5억씩만 쳐도 800억.

기분 좋게 풀 액셀을 때린 태정의 네비게이터가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 후.

항구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무리가 있었다.

하나같이 얼굴에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헌터들.

그들은 백록담 지하 던전을 빠져나온 이쿠죠의 팀이었다.

“제길. 완전 거지가 돼서 돌아가는군. 그 한국인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었어.”

“그래도 마석만 가져간 게 어디야. 난 혹시 죽이지는 않을까 간이 콩알만해져 있었는데.”

“야, 마사지마. 그게 지금 불사무적 이쿠죠 팀의 일원으로서 할 말이냐.”

“너도 쫄았잖아. 눈에 두려움이 그득그득하더만.”

“그럼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두려운 게 당연하지. 그 한국 놈 오늘의 치욕은 반드시 되갚아 줄 테다. 난 그래도 차비 정도는 남겨 줄 줄 알았는데, 독종 같은 새끼. 그 자식 얼굴부터가 독종 같았어. 친구한테 밥 한번 안 살 관상이었다고.”

“그건 됐고. 대금 갚으려면 이제 사비 털어야 하는데, 너랑 내가 반 갚고 나머지 애들이 반 갚는 거로 하자. 돈이야 일던 돌아서 벌면 되니까.”

“그 얘긴 나중에 해.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니까.”

투덜거리며 항구에 접근하기도 잠시.

풀이 죽어 멍하게 걷고 있던 헌터 하나가 무언가를 보고 충격에 빠진 듯 경악했다.

“저, 저기!”

단 한마디였지만 파장은 매우 컸다.

“뭐야!?”

“우리 배 어디 갔어?”

“설마. 저 뼈다구만 남은 게 우리가 타고 온 배는 아니겠지?”

항구에 있어야 할 자신들의 배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있긴 있는데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부 뼈대만 남은 괴이한 형태의 배.

그것이 자신들의 배라는 것은 굳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왜 내 배가 이 꼴로…….”

리더인 이쿠죠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배는 자신의 이름으로 구매를 한 배였다.

아직 할부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신형.

“이게 얼마짜리인데… 아, 이게…….”

그는 눈물만 흘리지 않았을 뿐 얼굴은 이미 울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조금 달랐다.

그들에겐 지금 배의 할부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크, 큰일이다. 돌아갈 수단이 없어졌어.”

마사지마의 말에 이쿠죠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너 이 자식, 지금 그게 문제냐? 나는 파산을 하게 생겼는데!”

울부짖듯 말을 뱉는 이쿠죠를 보며 마사지마가 한심하다는 듯 양손으로 그를 밀쳤다.

“이 멍청한 새끼야, 지금 뭐가 우선순위인지 모르겠냐? 우리 여기 고립된 거라고!”

“이 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배가 얼마짜린데…….”

“우리 못 돌아간다니까? 식량도 배에 다 실어 놨는데, 이제 어떡할 거야? 몬스터 고기를 처먹어야 될지도 모른다고 이 자식아. 정신 좀 차리라고.”

“으아아악! 내 배! 어떤 개자식이야!”

그의 절규가 제주 바다에 사무쳤다.

한편 거의 내륙에 도착을 한 태정은 귀를 후비며 중얼거렸다.

“누가 내 욕하나? 제라드, 거의 다 왔지?”

-곧 완도에 도착합니다.

제라드가 그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도의 한 해변에 도착한 태정은 네비게이터를 접고 비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날아 길드에 도착한 태정은 곧장 집으로 들어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으음. 이 냄새. 역시 집이 최고라니까.”

생각보다 일이 순조롭게 풀려 아직도 휴가가 하루하고도 반이 남아 있었다.

사무실에 나가 볼까도 생각을 해 봤지만, 쪽잠을 자서인지 졸음이 밀려들었다.

‘아. 피곤하다. 조금만 잘까.’

눈을 감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두운 방안에서 잠이 깬 태정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그러자 소파 위에서 자고 있는 박세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얼마를 잔 거냐.”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12시가 되어 있었다.

네비게이터 안에서 꽤 잤음에도 불구하고 10시간을 내리 자 버린 것이다.

그만큼 집은 그에게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이었다.

“이불이나 덥고 자지.”

내려가 있는 이불을 박세아에게 덮어 주던 태정은 쪼그려 자고 있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소파가 너무 작나. 하긴 애초에 잠자는 용도는 아니었으니…….’

별 신경을 쓰지 않아 몰랐는데, 그녀는 매우 불편한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매일 이렇게 잤던 것일까.

왠지 모르게 짠함이 느껴지는 태정이었다.

‘그래, 까짓거 기분이다. 내일 나가서 매트리스나 하나 놔 줘야겠어. 돈도 많이 벌었으니까.’

다음 날 아침.

“좋은 아침.”

태정의 인사에 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박세아가 인사를 하며 그를 맞이했다.

“일어나셨어요?”

“벌써 나가? 시간이 좀 이른 것 같은데.”

“아침 회의가 있어서요. 일은 잘 보고 오신 거예요? 사흘 휴가셨잖아요.”

“어. 운이 좋아서 일찍 마무리 짓고 왔어. 그 회의 나 대신 들어가는 건가?”

“아뇨. 직원 회의예요. 아침은 저기 차려 뒀거든요? 그냥 국만 데워서 드시면 될 거예요.”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출근이나 해.”

박세아가 현관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도 숙소를 나왔다.

차를 타고 향한 곳은 길드 내에 있는 중앙 마켓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지역대장님.”

“네. 다른 게 아니라 이것 좀 처분할까 하는데.”

태정이 인벤토리에 있던 상자를 꺼내 오픈했다.

그러자 영롱한 빛을 띠고 있는 170여 개의 마정석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본 점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건…….”

“좀 많죠? 다 매입하기 힘들면 일부라도 처분해 주세요.”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손까지 덜덜 떨며 상자를 가져간 점장이 잠시 후 돌아와 다시 상자를 건넸다.

상자의 내용물은 절반 정도가 줄은 상태였다.

“우선 80개 정도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워낙 덩어리가 커서 한 번에 매입 하기는… 저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자금이 부족해서요. 말일이기도 하고요.”

송구스럽다는 그의 말에 태정이 괜찮다는 듯 말을 물었다.

“가격은 얼마나 됩니까.”

“미니 마정석은 현재 마켓 정가로 개당 8억에 매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640억… 인가요?”

“맞습니다. 혹시 급하시면 상부에 보고를 드리고 추가 자금을 댈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해 드릴까요?”

“됐습니다, 뭐 번거롭게. 일단 80개만 처분해 주세요. 나중에 또 팔러 오죠, 뭐.”

“아. 알겠습니다.”

[640억이 입금되었습니다.]

[현재 잔액은 652…….]

“입금되셨을 겁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메시지 들어왔네요. 고맙습니다. 수고하시고 다음에 또 올게요.”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밖으로 나온 태정은 다시 한번 휴대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당당하게 찍힌 열한 자리의 숫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 잔액이었다.

“햐. 이게 말이 되냐. 살 떨리는 거 봐라.”

생애 처음으로 만져 보는 엄청난 단위의 돈에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잠시.

다시 차에 올라탄 태정은 길드 백화점으로 향했다.

“어디 보자. 가구점이… 오. 3층이구나.”

매트리스를 보러 가구 매장으로 올라간 그는 직원 추천을 통해 저상형 침대 하나를 구매했다.

“제일 빠른 배송이 언제입니까.”

“오후 2시 이후에 가능합니다. 예약 잡아 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예약을 잡고 나온 그는 이번엔 잡화점으로 향했다.

소영과 김형식에게도 기념 선물을 하기 위해서였다.

“소영이는 핀이 좋겠지? 우리 기사님은 넥타이… 아니, 벨트가 더 낫겠다.”

명품점에서 핀 하나와 벨트 하나까지 구매해서 나온 태정은 소영의 집에 들러 선물을 전해 줬다.

“오빠, 너무 예쁘다. 나 안 그래도 핀 하나 사려고 했었는데.”

“그거 명품이다.”

“진짜? 그럼 비싼 거 아냐?”

“괜찮아. 오빠 이제 돈 잘 벌잖아.”

“그래도 나중을 위해서 너무 펑펑 쓰진 마. 결혼도 해야 되고. 나중에 애도 낳으면…….”

“또또. 엄마 같은 소리 한다. 오빠 걱정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인마. 알았어?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필요한 게 뭐 있어, 여기 다 있는데.”

“혹시 생기면 말이야. 간다.”

그렇게 다시 숙소로 돌아온 태정은 내리기 전 김형식에게 쇼핑백을 건냈다.

“이거 받으세요.”

“이게 무엇입니까?”

“지역대장이 된 기념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진즉에 드리려고 했는데, 너무 바빠서 이제야 드리네요.”

“아이고. 제가 드리면 드렸지, 이건 아닙니다.”

“그냥 받아 주세요. 겨우 벨트 하나인데요. 진짜 별거 아니에요.”

“아유. 저까짓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그런 말씀 마세요. 기사님 없으면 돌아다니지도 못하는데. 아무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챙겨 주신 만큼 더 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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