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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76화 (76/182)

76화

압도.

힘에 눌리거나 기세를 제압당함을 뜻한다.

태정이 현재 느끼는 감정이 딱 이것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비현실적인 물체.

아니, 그것은 생물이었다.

쥐.

족히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일 법한 거대한 쥐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데이터에 없는 종입니다.

“말이 되냐고.”

수많은 몬스터와 전투를 벌여 온 그였지만 눈앞의 거대 쥐는 그의 눈을 의심케 할 만큼 괴리감이 컸다.

이 정도면 대왕 옥토퍼스도 한 수 접어 줄 만한 덩치.

문제는 시야가 제한된 곳에서 본 옥토퍼스와 완전히 개방이 된 곳에서 보는 이 쥐의 체감적 덩치는 후자가 씹어 먹어 버릴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평소 같았음 당장 공격을 해야 하지만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후방에 있는 일본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저게 뭐야?’

‘몰라. 처음 보는 놈이야.’

‘저 정도면 3급 대형종인데. 엘리사도 도망간 걸 보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어! 숨소리도 내지 마. 오는 거 보고 공격한다.’

‘튀어야지. 뭔…….’

‘닥치고 좀 있어 봐.’

그들은 거의 전음 수준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눈빛이 곧 말이 되는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죽음이란 두려움 앞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었다.

그렇게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주변을 맴돌았다.

바로 그때.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툭.

모두의 고개가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갔다.

진원지는 일본 팀 그룹에서도 최후방이었다.

팀의 막내이자 유일한 여성 헌터인 히나타.

전투 중 달랑거리던 브로치가 바닥에 떨어진 것이었다.

이쿠죠가 소리쳤다.

“피해!”

그 소리가 채 울려 퍼지기도 전 거대 쥐가 괴성을 뿌리며 돌진했다.

그 모습에 미리 준비하고 있던 태정이 최대출력으로 기체를 선회했다.

헌터들 역시 재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졌고, 이내 준비한 스킬들을 뿌리기 시작했다.

파팟! 팡!

파파팟! 파팟, 팡!

5대 원소 마법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놈의 동체를 강타했다.

하지만 워낙 덩치가 커 범위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매우 초라해 보인다.

통하지 않는 것은 덤이었다.

“하나도 안 통하잖아?”

“예상 못 했냐. 계속 공격해!”

일본인 헌터들이 놈의 전면을 두드리고 있을 때, 태정은 좌측에서 화염방사포를 70각도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자 고개를 쳐든 포신에서 엄청난 화염이 뿜어지며 거대 쥐의 신형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놈의 거대한 동체가 삽시간에 불타오르자, 이쿠죠를 비롯한 몇몇 헌터의 얼굴이 동시에 밝아졌다.

“해치웠나?”

존재 자체를 가려 버린 이글거리는 화염.

확실히 피니쉬가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이내 괴성과 함께 화염을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린 쥐가 그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아니, x발. 공격은 저기서 했는데 왜 우리한테……!”

거대 쥐가 일본 헌터들을 쫓고 있을 때, 태정은 후방에서 발칸포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타타탕! 타탕! 타타타타-!

분당 천여 발에 달하는 엄청난 속사가 놈의 등판을 가격했다.

당장이라도 몸을 뚫어 버릴 듯 매서운 기세로 쏘아지는 빛의 초고속 연타.

하지만 놈에겐 그저 안마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티도 안 난다고?’

거대 쥐의 방어력은 그야말로 미친 수준이었다.

발칸포의 초연사는 물론이고, 그 대단했던 화염방사포가 털끝 하나를 태우지 못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태정은 결국 아끼던 패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천룡으로 간다.”

태정은 즉시 거리를 벌리며 다연장 로켓포를 소환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로 위풍당당하고 거대한 36개의 포신이 그 자태를 드러냈다.

“일반탄 풀 장전.”

-장전 완료했습니다.

“발사.”

그의 명령과 함께 상단 24개의 포신에서 로켓이 줄지어 쏘아지기 시작했다.

노린 곳은 놈의 옆구리.

슈아아악!

무서운 속도로 날아간 초탄이 놈의 측면을 가격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쾅!

동굴이 뒤흔들릴 정도의 파괴력.

이어 2탄과 3탄이 줄줄이 들어가 연이은 폭발을 일으켰고, 순식간에 24개의 로켓이 놈의 동체를 가격했다.

그 충격이 얼마나 대단한지 일본 팀을 노리고 있던 거대 쥐가 휘청거리며 옆으로 밀려났고, 이내 솟아난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직관한 이쿠죠 등은 깜짝 놀라면서도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해치웠나?”

대형 3급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의 몬스터가 힘에서 밀릴 정도의 굉장한 파괴력이었다.

이 정도면 가격 당한 곳은 이미 다 터져 걸레가 됐으리라.

하지만 이 역시 희망 사항이었다.

연기를 뚫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거대 쥐의 모습은 그야말로 깔끔 그 자체였다.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

“미친. 그 폭발에서 살아남았다고?”

“이건, 이길 수 없어…….”

일본 팀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절망하고 있을 때, 태정은 침착하게 2차 공격을 시도했다.

“유도탄 장전.”

-장전되었습니다.

“좌표는 놈의 머리.”

-좌표 설정되었습니다.

“발사.”

하단부 포신에서 12개의 로켓이 차례대로 출격했다.

맹렬한 기세로 쏘아진 로켓은 정확히 놈의 대가리에 직격됐다.

콰콰쾅!

다시 한번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 역시도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쿨 되는 대로 다시 장전해.”

-알겠습니다.

머리도 안 된다면 이제 남은 곳은 하나밖에 없었다.

내부에서 터뜨리는 것.

-장전 완료했습니다.

“좌표는 놈의 입속이다. 내가 신호하면 바로 때려.”

-알겠습니다.

발칸포를 연사하며 놈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태정은 어그로가 끌리자마자 제라드를 향해 명령했다.

“지금.”

슈아아악!

입을 크게 벌리며 다가오는 놈을 향해 로켓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날아간 미사일은 정확하게 놈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머리가 들릴 정도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콰쾅! 쾅! 콰쾅!

피어오른 연기가 다시 한번 대지를 뒤덮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쿠죠와 마사지마가 주먹을 쥐며 소리쳤다.

“해치웠다!”

자신 있게 소리친 그들과 다르게 정작 공격을 성공시킨 태정의 표정은 좋지가 못했다.

사망 알림음이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놈이 아직 살아 있다는 방증이었다.

예상한 대로 멀쩡한 상태의 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것도 안 돼? 무슨 내부가 강철로 되어 있나.”

대부분의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 통하지 않았다.

놈은 대가리도 모자라 입속까지도 상상을 초월하는 방어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레벨 차이인 것일까.

이런 일을 처음 당해 보는 태정으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번도 실패를 해 보지 않은 무기들이 연이어 패배를 맛보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거라곤 아이언 스피어밖에 없는데.

이 역시 통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컸다.

천룡과 비교해 딜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온 건가. 좀 더 성장을 하고 올…….”

말을 중얼거리던 태정의 눈앞으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날아왔다.

즉시 우측으로 기체를 틀었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쾅!

그대로 날아가 벽으로 처박히는 그의 기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놈의 꼬리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있었다.

“깜빡했다. 꼬리도 있었지. 제라드 기체 상태는?”

-72%입니다. 다만 우측 핸드가 손상되어 앞으로 3분간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괜찮아. 어차피 런처는 쓰지 않을 거니까. 그건 그렇고… 못 봐주겠구만 아주.”

태정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놈의 x구멍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꼬리에 가려져 있던 것이 지금에서야 보이게 된 것이다.

“닫어, 이 새끼야. 어디 감히 그 더러운 x구멍을 들이미는 거냐.”

놈의 x구멍을 향해 수많은 에너지 탄이 틀어박혔다.

단순히 보기 싫어 휘갈긴 공격이었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크아앙-! 크앙!

발작을 하며 자지러지는 놈의 모습.

그 반응에 태정의 발칸포가 다시 한번 빛을 뿜어냈다.

타타탕! 타타타타-!

크아아앙-! 크앙! 크카캉!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리 발작을 피우던 놈이 엉덩이에서 피를 철철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태정의 표정이 삽시간에 밝아졌다.

“이 자식, x구멍이 약점이었나.”

이때부터 태정은 오직 놈의 엉덩이만을 공략했다.

그리고 일본 팀 역시 그 사실을 파악한 상태였다.

“엉덩이! 놈의 엉덩이가 약점이다! 다들 최대한 어그로를 끌어! 저 한국인이 공략할 수 있게. 꼬리, 꼬리를 공략해.”

그렇게 일본 팀과 태정의 합동 공격이 시작됐다.

거대 쥐는 꼬리를 이용해 엉덩이를 보호하려 했지만, 죽자고 달려드는 일본 팀 헌터들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타격을 입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은 본능이었다.

그렇게 놈이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엉덩이가 노출되며 태정의 에너지 탄이 수도 없이 x구멍에 때려 박혔다.

그렇게 몇 번의 공격을 더 성공시킨 그는 거대 쥐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지자 끝을 내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쿨 돌아왔냐.”

-예. 장전 중입니다.

“좌표는 놈의 x구멍이다.”

-설정 완료했습니다.

“이걸로 라스트 샷이다.”

포신에서 날아간 로켓이 너덜너덜해진 놈의 엉덩이 속으로 쑤욱 하며 들어갔다.

쾅!

굉음과 함께 한차례 들썩이던 놈의 신형이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삼백 년 묵은 토종 쥐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200만을 획득합니다.]

“드디어…….”

해치웠다는 기쁨도 잠시.

갑자기 늘어진 놈의 신형을 찢고 무언가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저건…….’

처음에 갈색으로 보이던 그것은 일렁임과 함께 서서히 모습이 사라졌고, 그걸 본 태정이 본능적으로 아이언 스피어를 소환했다.

“이봐, 혹시 방금 그거 레이더에 잡히냐.”

-레이더에 잡히지… 탐지되었습니다.

“쏴.”

명령과 동시에 미사일이 허공으로 쏘아졌다.

하염없이 솟구치던 미사일은 특정 지점에 도달하자 굉음을 일으키며 폭발했고, 곧이어 그렇게도 기다리던 반가운 알림 음이 들려왔다.

[변이 사생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합니다.]

[하이데어 소자를 획득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생체 클로킹 스킬이 오픈됩니다.]

[H타입 천무 다연발 집속 유도탄 스킬이 오픈됩니다.]

[새로운 퀘스트를 확인하십시오.]

“하. 깼다.”

한숨을 내뱉는 그의 몸이 비스듬히 늘어졌다.

괴물을 처치했다는 안도감과 목적을 달성했다는 뿌듯함.

여러 감정이 찾아들며 한순간에 긴장이 풀려 버렸다.

헌터가 된 이래로 이 정도로 힘든 전투가 있었을까.

한설아와 갔던 레드 홀 이후 처음이었다.

이렇게도 무력감을 느껴 본 것이.

특히 마지막 사생충은 거의 운에 가까울 정도로 기가 막힌 판단이었다.

거의 본능에 의존했다고나 할까.

사실 이게 그에겐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애초에 바다 건너 넘어온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으니까.

“까딱했으면 놓칠 뻔했어. 그 짧은 순간에 그걸 잡을 판단을 하다니… 역시 이래서 전투는 계속 해 봐야 해. 뭔가 늘어도 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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