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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65화 (65/182)

65화

숙소로 돌아온 태정은 샤워를 마친 뒤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였다.

꼬박 12시간을 쉬지 않고 싸웠으니 몸이 피로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누워서 한동안 천장만 바라보고 있던 그는 곧 어떤 생각이 난 것인지 벌떡 일어나 중얼거렸다.

“퀘스트 오픈.”

[메카닉의 길 1-2]

실론 하이데어의 역작.

첨단 과학의 아버지 실론 하이데어는 죽기 전 미래 역사에 획을 긋는 3가지 발명품을 만들었습니다.

그중 그의 마지막 유작인 생체반응 하이데어 소자를 찾으십시오.

하이데어 소자는 제주 백록담 깊은 곳에 묻혀 있습니다.

목표

생체반응 하이데어 소자 획득.

보상 - H타입 천무 집속 유도탄.

“아무리 봐도 너무 멀단 말이야, 제주도라니.”

제주도.

지금은 던전화된 하나의 거대한 몬스터 섬이었다.

인간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옛 도시.

대한민국은 2차 몬스터 아웃브레이크 이후, 아직도 수복하지 못한 땅들이 차고 넘쳤다.

전북과 경북 일부 지역 아래로는 거의 방치가 되어 있는 상태였고, 바다 건너 제주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육지는 뚫어 놓은 물류 길이 있어 조금씩 발전을 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제주도만큼은 완전히 달랐다.

그 이유는 수십 년째 지속되는 바다 폭풍 때문이었다.

태풍과도 같이 강력한 바람에 수십 미터에 걸쳐 일어나는 괴물 같은 파도.

남해 전 해상에 걸쳐 만들어진 이 거대한 폭풍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 갔다.

지금까지 제주도를 점령하기 위해 바다를 건넜던 길드만 무려 이백여 곳.

하지만 섬에 도달한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문제는 무사히 도착을 한 이들조차도 섬은 차지할 수가 없었다.

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기지를 설치하기 위해선 수많은 인적 자원과 여러 자재가 필요했다.

더불어 그들이 생활을 하려면 주기적인 보급 또한 필수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번 가는 것만 해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데, 두 번 세 번 그 이상의 항해는 어떤 길드라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 번만 침몰이 되어도 굉장한 타격을 입을 테니까.

때문에 결국 이곳은 누구의 손도 타지 않는 버려진 섬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건너는 간 큰 헌터들은 있었다.

이들은 특정 아이템을 노리고 섬에 들어가는 개인 자격의 헌터들이었는데, 사람들은 이런 이들을 보고 마석 사냥꾼이라 불렀다.

“그런데 생체반응 하이데어 소자라는 게 뭐지? 과학의 아버지라 칭해질 정도면 뭔가 엄청날 거 같긴 한데 말이야. 제라드, 너는 혹시 아냐?”

-생체반응형 하이데어 소자는 6차 산업혁명 말기에 나온 완성형 인체 클로킹 기술입니다.

“인체 클로킹? 그게 뭔데?”

-어쌔신들의 인비저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비스의 하이드도 여기에 해당이 되겠죠. 쉽게 말해서 남이 볼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그럼 투명인간이 된다는 거야?”

-고전학으로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명인간 같은 경우 자신도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클로킹이 훨씬 고차원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야, 그럼? 말도 안 되게 좋은 거잖아? 이건 무조건 얻어야겠는데?”

생각 없이 던진 질문에 대박이 걸린 격이었다.

투명화라니.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암살 계열의 헌터들이 그런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그런 사기 스킬이 다 있어?’ 하는 신기함이었지만, 그걸 자신이 직접 사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태정이었다.

“좋아. 제주도라고 했지. 검토 한번 해 보자.”

태정이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 때, 박세아가 노크를 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왜?”

“행정 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간부 연회장으로 오시라고.”

“아 그래? 알았어. 옷 입고 나갈게.”

태정은 그렇게 말하며 옷장을 열어 입고 나갈 만한 옷이 있나 살펴봤다.

하지만 죄다 낡은 티에 헤진 바지들뿐이었다.

그나마 포터 면접을 볼 때 급하게 샀던 10만 원짜리 정장이 입을 만해 보였다.

대충 걸쳐 입고 타이까지 맨 그는 방을 나섰다.

그러자 대기를 하고 있던 박세아가 신발을 신으려는 그를 붙잡았다.

“잠시만요.”

“왜?”

“타이를 누가 이렇게 매요. 잠시만요. 다시 매 드릴게요.”

“아니, 난 별로 그럴 필요까진…….”

거절을 하려던 그는 바로 코앞까지 불쑥 들어온 그녀의 모습에 별수 없이 목을 내밀었다.

그 모습이 굉장히 어색해 보였지만, 그녀는 별로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타이를 깔끔하게 맨 박세아가 다 됐다는 듯 고갤 들어 그를 바라봤다.

“다 됐어요.”

그 순간 그녀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 태정은.

“뭐… 내가 한 거랑 별 차이도 없구만.”

“이게 좀 더 낫지 않나요?”

“그런가. 아무튼. 고마워.”

빤히 쳐다보는 박세아의 시선을 애써 피한 태정은 그녀가 미리 닦아 놓은 구두를 신고 현관을 나섰다.

그렇게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길.

그가 앞을 보고 있는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아까 그건 뭐였지? 갑자기 왜 가슴이…….’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태정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두근대는 심장과 뜨거워진 얼굴.

언젠가 느껴 봤던 감정이었다.

너무 희미해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바로 셀렘이었다.

-주인님, 어디 편찮으십니까? 심박수가 170ppm을 넘어섰습니다.

“뭐라고?”

무의식적으로 뱉은 그의 말에 박세아가 살짝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

“네?”

“뭐?”

“방금 무슨 말씀을…….”

“아. 혼잣말이야, 혼잣말.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해서.”

“그럼 이따 다녀와서 제가 마사지 좀 해 드릴까요?”

“그럴 필욘 없고. 내리자, 다 왔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태정은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벗어났다.

그리곤 제라드를 향해 꾸짖었다.

“뭐 잘못 먹었냐.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사람 곤란하게 만들어.”

-릴렉스 하십시오. 지금도 매우 높습니다.

“알았다고, 인마.”

뒤늦게 나온 그녀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탄 태정은 박세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넌 왜 가?”

“가 보시면 알아요.”

“……?”

차가 출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부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연회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양옆엔 대연회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주변부터 시작해 수많은 헌터가 줄을 잇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 영지전에 참가한 이들인 듯 보였다.

박세아와 함께 차에서 내린 태정은 그들을 지나쳐 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고급스러운 샹들리에가 주렁주렁 달린 2층 규모의 연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함에 눈을 굴리기도 잠시.

박세아가 팔짱을 끼며 슬며시 태정의 옆에 붙었다.

“뭐야? 왜이래?”

“안 보여요?”

“뭐가?”

“다들 같이 왔잖아요.”

그녀의 말에 태정은 그제야 사람들이 모두 짝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다 비서들이야?”

“아뇨.”

“그럼?”

“부인이나 여자 친구죠.”

“근데 난 왜?”

“보스는 애인이 없잖아요.”

“뭐?”

어이없는 그녀의 말에 그가 반박을 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변명을 하면 더 우스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어? 난 원래 독고다이야. 사랑보단 일이지.”

“연회는 짝과 함께 오는 게 국룰이라구요.”

“어차피 사람들은 네가 비서인 거 다 알 텐데.”

“없는 거보단 낫죠.”

연회가 처음인 태정은 그러려니 하며 샴페인 잔 하나를 들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다른 이들도 다 하나씩 들고 있으니까.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색한 모습으로 서 있는데, 저 멀리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길드장 양태식이었다.

“오. 저기 오는구만.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어.”

“안녕하세요, 길드장님.”

태정이 인사를 하자 양태식이 그를 무리의 중앙으로 세웠다.

“자자. 다들 주목하게. 바로 이 사람이 이번 본성 공습 때, 스미스 연합 1만의 병력을 단신으로 쓸어버린 유태정이란 청년이야. 우리 길드엔 보배와도 같은 인물이지.”

양태식의 소개에 좌중이 술렁이더니 너도나도 그에게 인사를 건냈다.

“자네가 그 메카닉이란 직업을 가진 헌터구만. 1공대장이자 제닉스 총대장을 맡고 있는 이한역이라고 하네. 반갑네 그려.”

“인사참모 김용호야. 이태호 과장에게 들었어. 나중에 나에게도 한번 보여 주겠나? 듣긴 들었는데 도저히 감조차 잡히지 않아서 말이야. 어떻게 단신으로 그런 엄청난 일을 해낼 수가 있는지. 정말 놀라운 일이야.”

“나 전략참모 이부영이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큰 낭패를 볼 뻔했어. 통신으로 연락을 받았는데, 난 그 순간에 넘어간 줄 알았거든. 그런데 얼마 뒤 다시 통신이 오더니, 막아 냈다고 하더군. 분명 함락 직전이라 했는데 말이야. 참모진을 대표해 고맙단 인사를 하고 싶군. 내가 큰 오판을 했어.”

모여 있는 간부들은 제닉스의 고위급 간부들이었다.

그것도 최상위층에 놓인 핵심 인사들.

그런 이들에게 연신 칭찬을 받고 있는 태정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것도 보통 일은 아니구나. 끝이 없냐, 끝이.’

그렇게 수십 명이 돌아가며 인사를 마치고, 양태식이 좌중을 둘러보며 얘기했다.

“이런 엄청난 인재를 일반 길드원으로 놔둔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 다들 안 그런가?”

“맞습니다. 단신으로 1만 병력을 꺾었는데, 평 길드원이라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해서 지금 대장 자리가 공석인 지역대를 맡기고 싶은데,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지낸 기간을 보자면 훈련대장으로 가는 게 정석이겠지만, 이 능력에 훈련대장은 너무하지 않은가.”

“훈련대장이라뇨. 이런 인재를 훈련대장으로 썩힌다는 건 길드에 재앙입니다, 재앙. 저는 길드장님의 말에 찬성입니다. 다들 이의 있는가?”

“있을 리가.”

“좋아. 다들 찬성하는 것 같으니, 인사참모가 이번 주 안으로 처리해서 마무리 지어 주게.”

“알겠습니다.”

순식간에 의결된 인사 처리에 태정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말 몇 마디에 바로 간부로 승격을 해 버리다니.

지역대장이 얼마나 높은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말단에 놓인 훈련대장보단 훨씬 높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런 태정에게 양태식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지역대는 길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이야. 외부 던전 관리와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 그곳에 있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길드 시스템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 거네. 비록 급수로 따지면 5급에 불과하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으론 제격인 곳이야.”

“아. 그렇습니까.”

“혹 실망했나.”

“아닙니다. 간부로 승격인데 실망이라뇨. 저는 다만.”

“다만?”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무래도 제 레벨이 있다 보니 아직까진 성장이 필요한 시기라.”

“난 또 뭐라고. 그건 걱정 말게. 개인 시간은 충분히 있을 테니까.”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니야, 이 사람아. 오히려 내가 고맙지. 자, 그럼 우리 새로 부임한 지역대장을 위해 건배나 할까? 오늘 한번 원 없이 마셔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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