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메카닉 플레이어-64화 (64/182)

64화

[아이언 스피어] [요격 미사일]

봉인된 속도 [900km/h]

탄두: 160mm 지대공 미사일

최대 요격 고도: [10km]

추진 사거리 [3km]

탐지 능력: 200

기본 파괴력 23,000-31,000

소비 마나 1만

분당 최대 24발

쓸데가 없어 묵혀 두고 있던 스킬이었다.

“이걸로 어떻게 되지 않을까.”

그의 물음에 제라드가 곧장 답변을 내놓았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요격 확률은 100% 저지 확률은 50%입니다.

“50%라. 그것밖에 안 되나, 이것도 거의 3만짜리인데.”

-마법력은 상쇄시킬 수 있지만, 질량이 문제입니다. 그나마 50%인 것도 속도가 그리 빠를 것으로 예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온 결론입니다.

“어쨌든 마법력이라도 상쇄시킬 수 있다면 해 보는 것이… 잠깐, 그냥 저놈들 직접 타격하면 되는 거 아냐? 사거리 충분히 나올 것 같은데.”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군요. 하지만 이미 시작이 된 것 같은데요?

제라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적들의 주변으로 거대한 화염구들이 소환됐다.

그때 분주하게 명령을 내리던 이태호가 다급한 얼굴로 그를 불렀다.

“태정 님 지금 가야 합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말을 내뱉던 그의 음성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소환된 십여 개의 화염구가 마법진을 떠나,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느, 늦었어.”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예?”

당황하는 그를 뒤로한 채 태정은 즉각 아이언 스피어를 소환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로 있던 다연장 로켓포가 사라지고 좀 더 거대한 형태의 24구 미사일 발사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그가 음성으로 명령을 내렸다.

“추적.”

-타깃 총 10. 유도 설정 완료. 주 미사일 10. 예비 4. 요격하시겠습니까?

“때려.”

간단한 명령과 함께 발사대에서 미사일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슈아악! 슈악!

약 75도 각도로 발사된 미사일은 맹렬한 속도로 치솟다 어느 한 지점에서 각도를 꺾어 화염구를 향해 돌진했다.

모두가 입을 벌리고 지켜보는 가운데.

미사일과 구체가 부딪히며 하늘에서 엄청난 섬광이 피어올랐다.

번쩍!

콰콰콰쾅!

눈부신 빛과 함께 지금까지는 들어 볼 수 없던 무지막지한 굉음이 천지를 박살 낼 듯 일대를 뒤흔들었다.

뒤이어 후속으로 날아간 미사일 역시 차례대로 구체와 충돌을 일으켰고, 찰나의 순간 십여 번의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마치 물감이라도 푼 듯 거대한 폭발운이 하늘에 때려 박히고, 숨죽여 결과를 지켜보던 이태호와 헌터들이 이내 환호를 내질렀다.

마법력이 상쇄된 바위가 속도를 잃어 바닥으로 처박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태정은 그제야 긴장 된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휘유. 괜히 걱정했네.”

안도의 한숨을 쉰 그는 곧장 반대편 하늘에 떠 있는 헌터들을 바라봤다.

“저놈들까지 사거리 나오지?”

-그렇습니다.

“몇 발 남았냐.”

-쿨이 돌기 전까지 10발입니다.

“좋아. 다 때려 박는다.”

-추적 탐지가 시작됩니다. 고정형 타깃 유도 설정 완료.

“죽여.”

명령과 함께 다시 미사일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한편, 백 프로 성을 박살 낼 것이라 생각했던 조한철과 이하 아홉 명의 헌터들은 자신들의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풀 드레인에 자그마치 마법력만 5만에 육박하는 공격이었다.

거기에 가속까지 더해졌으니, 같은 수준의 마법이 뜬다 해도 완전히 상쇄시킬 수는 없는 상황.

한데, 적들의 마법은 훨씬 늦게 출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마법력을 모두 날려 버렸다.

그 말은 상대 진영에서도 그들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 가는 레벨의 헌터가 상주해 있다는 뜻이었다.

더군다나 조금 전 본 그 마법은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조한철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뭐야? 용병을 데려왔나? 아니지. 저 정도 수준의 헌터가 왜 용병 따윌 하겠어? 자네들 생각은 어때?”

“저희도… 대, 대장님! 저, 저기!”

대답을 하던 헌터 하나가 화들짝 놀라며 전방을 가리켰다.

동시에 생각을 하고 있던 조한철의 고개가 들렸고, 그제야 그는 자신 앞에 다가온 정체불명의 물체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게…….’

쾅!

* * *

태정의 활약으로 제닉스는 두 번의 침공을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냥 막아 낸 것도 아니고, 1만에 가까운 적의 병력을 궤멸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는 적의 손발을 잘라 버린 것과도 마찬가지였으며, 더 이상의 침공은 없을 거란 뜻과도 같은 말이었다.

그 덕에 제닉스 본성은 지금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대단합니다. 진짜 대단하십니다.”

“제가 직급을 몰라서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될진 모르겠지만 최고였습니다, 간부님.”

“정말 하이 레벨의 헌터들은 1인 군단이라고도 불린다던데, 그걸 직접 눈으로 보게 될 줄은… 정말 멋지십니다! 제 인생에서 오늘 일은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우리 길드에 이런 분이 계셨다니. 왜 모르고 있었지?”

“이걸 진짜로 막아 내다니. 저분 대체 뭐야?”

줄을 잇는 칭찬과 관심에 태정은 멋쩍게 웃으며 별일이 아니라 말을 했지만, 그래도 속으론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의 칭찬이나 감탄도 감탄이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오늘 한 일이 무척이나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짜 이 직업은 아무리 봐도 사기인 거 같아. 지금도 이 정도인데, 여기서 더 올라가면 뭐가 나올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태정이었다.

더 좋은 스킬과 더 강력한 무기.

솔직히 뭐가 나올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의욕이 솟는 것인지도 몰랐다.

알고 얻는 것보단 모르고 얻는 게 더 큰 감흥을 불러다 주니까.

압도적인 승리에 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그들에게 당도했다.

바로 동쪽 연합을 치러 갔던 제닉스의 본대가 적의 본성을 점령했다는 것이었다.

이걸로 제닉스는 순식간에 랭킹이 뛰어 48위에 랭크가 됐고, 월드 워 자격은 물론이고 모두가 염원하는 스페셜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영지전이 시작되고 정확히 12시간 후.

[영지전이 종료되었습니다.]

[제닉스 길드가 스페셜리스트에 등극하셨습니다.]

[랭크 보상으로 50% 공방 버프가 활성화됩니다.]

[랭크 보상으로 길드 포인트 10만을 획득합니다.]

[랭크 보상으로…….]

각종 보상과 함께 길드로 자동 귀환 된 헌터들은 환호를 내지르며 서로를 축하했다.

“축하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고생들 했네.”

여기저기서 자축이 이어지고 무리에 끼어 있던 태정 역시 환하게 웃으며 이태호와 축하를 나누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고, 각 부대장의 통솔로 모두가 광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소속된 부대가 없던 태정은 이태호와 함께 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을 향해 양태식이 다가왔다.

“얘기 들었네. 자네 정말 큰일을 해 주었어.”

양태식의 말에 태정이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냥 길드원으로서 한 팔 거든 건데요, 뭐.”

“이 사람,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겸손인가. 우리 길드가 오늘 스페셜리스트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다 자네 덕이야. 본성을 빼앗겼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지. 안 그런가? 이태호 과장.”

양태식의 물음에 이태호가 천 번 만 번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길드장님. 태정 님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이 성과는 절대 나올 수가 없었을 겁니다. 길드장님께서도 그 모습을 보셨어야 하는데. 두 눈을 뜨고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입이 간지러워서 어찌나 자랑을 하고 싶던지.”

“나도 많이 아쉬워. 얘기는 들었지만 보질 못했으니. 아무튼 길드를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정말 고맙네. 이제 우리도 월드 워 국가전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됐어. 모든 길드가 갈망하는 그 월드 워에 말이야.”

그들의 칭찬은 입이 마르도록 계속됐다.

워낙 업적이 대단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광장에 모여 있던 헌터들이 대부분 자리를 뜨자, 양태식 역시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

“이따 연회에 꼭 참석하게. 꼭 와야 하네.”

“예.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양태식이 광장을 빠져나가고 이태호와 남아 있던 태정은 저 멀리 익숙한 모습의 차량 한 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자신의 수행기사인 김형식의 차량이었다.

그리고 조수석에서 내리는 한 여인.

그의 개인 비서인 박세아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태정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야? 여긴 또 왜 온 거야?”

“보스 마중 나왔죠.”

“어련히 갈까. 내가 없으면 좀 편히 쉬고 그러라니까. 넌 나 있으면 한 번도 안 쉬잖아.”

“평소에도 배려해 주시잖아요. 그리고 충분히 쉬었어요.”

“뭐 아무튼, 과장님 같이 타고 가시죠.”

태정의 권유에 이태호가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직원이 오고 있어서, 괜찮으니까 먼저 가세요. 이따 연락드리겠습니다.”

몇 번의 권유에도 괜찮다는 그를 뒤로 하고 태정이 차에 올라탔다.

숙소로 향하는 길.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그냥, 안 갔으면 후회했을 정도? 제법 괜찮았어. 느낀 것도, 배운 것도 많고.”

“죽지는 않았고요?”

“한 번도.”

“역시. 보스는 대단해요. 보통 처음 가면 이유도 모르고 죽는 일이 허다하다고 하던데.”

“뭐, 최대한 조심히 다녔으니까. 너도 나중에 헌터가 되면 꼭 가 봐.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이후 박세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태정은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잘한 일이긴 한데. 이걸로 만족하면 안 돼.’

오늘 그의 업적은 분명 제닉스에선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아니, 어지간한 길드에서도 이런 일은 거의 드물었다.

수백 수천도 아니고 무려 1만.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1만의 병력을 단신으로 격파했다.

이는 상대가 몬스터라 할지라도 어마어마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그는 100% 만족을 할 수가 없었다.

본성에 도달하기 전 메인 격전지에서 봤던 헌터들.

그들의 능력은 가히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

마지막에 겨우 막아 냈던 메테오 스트라이크 같은 규모의 마법을 우습게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근접 계열의 헌터들도 자신이 알고 있는 레벨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칼질 한 번에 수십 명의 사람이 증발하는가 하면, 그 견고해 보이던 성문이 단번에 박살이 났다.

어디 그뿐인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수 전환과 실시간으로 변환되는 연수 합격은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굉장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의 전쟁에 비하면 자신이 겪은 전쟁은 마치 소꿉놀이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제너럴끼리의 전쟁과 스페셜끼리의 전쟁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존재하니까.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스페셜리스트에 오른 이상, 언제 그들과 한판을 벌일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 생각했다.

‘자격을 얻으려면 적어도 그들 정도는 상대할 수 있어야 해. 설아 누님은 그보다 훨씬 대단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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