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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60화 (60/182)

60화

제닉스 본성.

본대가 모두 빠져나간 이곳엔 작전과장 이태호가 천여 명의 헌터들과 함께 남아 있었다.

뜻하지 않게 얻게 된 성 때문에 비교적 많은 인원이 남아 성을 방어하게 된 그들 대부분이 들떠 있었는데, 이번 승급 전으로 인해 참가하게 될 월드 워 서바이벌 때문이었다.

각 나라의 랭킹 50위권 스페셜리스트만 참가 가능한 대규모 국가 공성전.

참가만으로도 무한한 영광과 많은 보상이 따르는 이 월드 워 서바이벌은 모든 헌터에게 있어 꿈이자 로망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번에 진짜 갈 수 있는 걸까.”

“당연하지. 길드 최강의 고수들이 모두 집결했는데, 그깟 50위 못 하겠냐.”

“내가 길드 하나는 잘 들었지, 우리도 이제 스페셜이 되다니. 믿어지지가 않아. 지금쯤 도착들 하셨겠지? 싸우고 계실까?”

“두 시간 정도 흘렀으니, 아마 들어갔을걸?”

“제발 성공해야 할 텐데. 나도 이번엔 국가전 꼭 참가하고 싶어.”

“거, 걱정하지 말래도 그러네. 윗분들이 다 계산해 가지…….”

자신 있게 말을 하던 덩치 큰 사내의 말소리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런 그를 향해 조금 전까지 대화를 하고 있던 금발의 사내가 등을 툭 치며 물었다.

“뭐야? 갑자기 고장 났냐?”

“야.”

“왜?”

“저기… 저거.”

사내의 손짓에 금발의 시선이 자연스레 성 밖을 향했다.

“왜. 말을 해야 뭘 알…….”

역시나 같은 표정이 되어 말을 잃은 남자.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흙먼지를 휘날리며 다가오고 있는 엄청난 수의 병력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동시에 먼저 본 사내가 입을 열었다.

“야. 빨리, 빨리 과장님께 알려!”

“적이지? 적 맞지?”

“보면 몰라? 빨리 내려가, 인마.”

“아, 알았어.”

다급해진 그들이 무언가 액션을 취하려는 그때.

그들보다 먼저 비상 나팔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적을 인지한 모든 간부가 이태호를 필두로 성벽 위에 올라섰다.

“궁수 1대 공격 대기.”

“대기!”

“지금이다. 쏴라!”

이태호의 명령에 아처로 구성된 제1궁수대가 앞으로 나와 활을 쏘아 올렸다.

그러자 수십 개에 달하는 은빛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명중된 적들이 앞에서부터 차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긴장을 하고 있던 이태호의 표정이 약간은 밝아졌다.

‘레벨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

궁수대에 편성된 아처들의 레벨은 500언저리였다.

그런 이들의 공격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적들의 레벨이 그와 비슷하거나 한 수 아래라는 뜻.

문제는 병력의 규모였다.

족히 이천은 되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물량의 헌터들.

고작 백여 명에 이르는 아처 부대로는 장기간 막아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계속 공격해! 한 놈도 성 위로 올라오게 해선 안 된다. 무조건 공격해!”

이태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을 무렵.

성 아래서 간부 하나가 뛰어 올라왔다.

“마법 부대 준비되었습니다.”

“1차 스킬로 간다. 그 이상은 따로 지시하기 전까지 최대한 아껴.”

“알겠습니다. 모두 자리로 위치해라!”

법사 계열의 헌터들이 궁수들 사이로 배치됐다.

동시에 그들의 양손에 각양각색의 마법들이 장전됐다.

푸르스름한 아이스 계열의 마법에서 원소계 최강이라 불리는 화염, 뇌격 마법까지.

그런 그들을 향해 지휘관의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쏴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장전하고 있던 마법들이 일제히 적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파팟!

펑!

쿠앙!

대지에 떨어진 마법들이 폭죽처럼 터지며 그 여파에 휩쓸린 적의 병력들이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진다.

그 모습에 대기 중인 근접 계열의 헌터들이 환호를 질렀고, 잔뜩 긴장되어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환기됐다.

물량만 많지 병력의 질은 너무나도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명.

이태호만큼은 그렇지가 않았다.

긴장은 조금 풀린 모습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표정은 처음보다 굳어져 있었다.

‘이상해. 이곳이 우리 성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고작 저따위 병력으로 공격을 해 온다고?’

이 근방에서 이곳이 제닉스의 본성이라는 걸 모르는 길드는 적어도 그가 아는 한 존재하지 않았다.

한데, 저런 무모한 공격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말이 좋아 공격이지, 이건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이봐, 네가 보기엔 저것들 어디 소속인거 같나.”

이태호의 물음에 부관이 즉각 대답했다.

“3개 연합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미련한 자를 봤나. 연합 중 하나가 1차 공격에 저렇게 맥을 못 춰? 넌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전 원래 군수대 소속이라. 오늘 갑자기 여기로 편성돼서…….”

“됐고, 너 지금 내려가서 정찰대장에게 연락해 저쪽 상황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봐. 여기 상황은 알리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정신 차리고, 실제 상황이니까.”

“아, 알겠습니다.”

부관이 헐레벌떡 뛰어 내려가고 그 모습이 영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차던 그는 다시 전방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그 즈음.

궁수대와 마법 부대에 쿨타임이 걸리기 시작했다.

“쿨이 걸렸는데, 어떻게 할까요? 2차 날립니까.”

“기다려.”

“너무 가까이 붙습니다.”

“그래도 기다려. 뭐가 더 나올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2차까지 소비하면 막을 수단이 없잖아. 공대 애들 어떻게 됐어?”

“대기 중입니다.”

“2차 수성 대열로 배치해. 성문 쪽엔 지금 누가 있지?”

“한민호 부대장님이 계십니다.”

“좋아. 일단 여기까지. 상황을 좀 지켜보자.”

단도리를 치고 막 다시 상황을 살피려는데.

누군가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과장님! 저기 좀 보십시오!”

“오늘은 과장이 아니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기 좀 보십시오.”

다급하게 올려진 손을 따라 이태호의 시선이 올라갔다.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그의 얼굴.

수하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엔 언제 나타났는지 물경 2백에 달하는 헌터들이 공중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보이는 형형색색의 빛들.

“대체 언제… 다들! 폭격에 대비하고 2차 준비해!”

명령이 떨어지자 팔라딘 계열의 헌터들이 주변에 실드를 전개했다.

동시에 나머지 헌터들이 일사분란하게 옆으로 가서 붙었고, 그렇게 장막이 형성된 채로 법사들이 2차 스킬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도 있었다.

“고, 골렘이다!”

누군가 외친 음성에 이태호의 시선이 다시 전방을 향했다.

그러자 저 멀리 거대한 무언가가 줄을 지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공성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골렘이었다.

시뻘겋게 온몸이 불타오르고 있는 괴물.

하필이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파이어 골렘이었다.

놈의 입이 쩍 벌어지며 겉으로 거대한 화염 구슬이 형성됐다.

공격이 임박했다는 뜻.

그 모습에 부대의 지휘관들이 다급히 이태호를 향해 물었다.

“어떻게 합니까? 2차는 한 번뿐입니다. 과장님, 과장님!”

“곧 떨어집니다!”

다급한 그들의 말에도 이태호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어느 한 곳도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격은 한 번뿐이었다.

한 곳은 포기를 해야 한다는 뜻.

둘 중 하나를 놓고 갈등을 하던 그가 이윽고 결단을 내렸다.

“하늘을 포기한다.”

“예!? 지속적으로 떨어질 겁니다.”

“골렘이 성에 붙으면 끝장이야. 다음 쿨이 돌 때까지 실드로 최대한 막고 골렘부터 처리한다. 지금 당장 공격해.”

“아, 알겠습니다.”

* * *

여기저기 박살이 나 흩어진 내성.

일단의 무리들이 2그룹으로 갈라져 대치를 하고 있었다.

성을 공격해 입성을 한 한라산의 병력과 수성을 해내지 못한 오릭스 연합의 병력들.

한눈에 봐도 압도적으로 수가 적은 연합의 리더 김병태가 노기를 띤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대체 우리한테 이러는 이유가 뭔가?”

그의 말에 이번 공성의 책임자로 박탈 된 제2공대장 이혁이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몰라서 묻나?”

“우린 그곳에서 일어난 일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걸 어떻게 믿지?”

“확인은 했고?”

“그렇지 않아도 곧 있으면 우리 애들이 연락을 해 올 거야.”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렇게 핍박하는 건 전혀 한라산답지 않은 행동이야. 그동안 이곳에서 얻은 명성을 깡그리 날려 버릴 셈인가.”

“명성이 밥을 먹여 주는 건 아니니까.”

“그럼 그동안 밖에서 받아 처먹은 마정석은? 그것도 모른 척할 셈인가.”

“그래서 지금까지 잘 지내 온 거잖아. 그리고 이 정도 잘 지냈으면 이제 갈 때도 된 거지.”

이혁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김병태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래도 나름 상납을 하며 인맥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보니 개도둑놈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좋아. 네놈들 생각은 잘 알았다. 근데, 우리도 그냥 죽어 줄 순 없지.”

“이 미련한 작자야, 너흰 그냥 한 줌 재일 뿐이야. 반항해 봐야 바람 앞에 촛불이란 걸 왜 모르나.”

“여기선 그렇겠지. 그런데 밖에선 어떨까?”

“그 말은 우리와 전쟁이라도 벌이겠다, 그 말인가.”

“우리를 너희와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면 곤란하지. 다만 이 시간부로 우린 너희 사업소에 들어가는 모든 자원을 끊겠다. 명도 호텔과 용산 마켓 그리고 하남 정제소, 그 외 너희의 수많은 계열사. 지금부터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야.”

“일방적인 계약 해지군. 그렇게 하시지. 우리와 거래를 끊겠다면 네놈들만 손해지. 자. 그럼 이제 그만 죽어 주실까. 시간이 너무 지체된 것 같은데.”

마지막 보루까지 통하지 않자, 오릭스 연합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바로 그때.

통신을 하고 있던 한라산 헌터 하나가 이혁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저. 대장님.”

“뭐야?”

“명도 산맥 정찰 기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성을 점령한 길드가 제닉스 길드라고 합니다.”

“뭐? 제닉스?”

“예. 저희가 뭔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음.”

전혀 뜻밖의 사실에 의아해하기도 잠시.

갑자기 그의 신형이 번개처럼 튀어나갔다.

동시에 검을 휘두르자 수십 개의 잔상이 허공을 맴돌았고, 오릭스 연합의 간부들이 그 자리에서 즉시 사라졌다.

“건방진 새끼, 하청 따위가 주제넘게 협박은. 뭣들 하나. 이놈들 치워 버려.”

그렇게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된 가운데, 최초 보고를 올렸던 간부가 그에게 다가가 의문을 표했다.

“길드장님께서 만약 오해가 풀리게 된다면 원만히 풀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범인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는데, 왜…….”

“넌 그럼 내가 모양 빠지게 ‘아이고, 잘못 알았네. 미안하게 됐으이.’ 하고 물러났어야 한다고 생각하냐.”

“그건 아니지만… 저들이 진짜 모든 자원을 끊어 버리면 어떡합니까. 저쪽에서 받는 물량이 상당할 텐데요.”

“거기 아니면 없겠냐. 정 안 되면 뺏어 버리면 되는 거고. 그건 그렇고 제닉스는 남동 지구 촌구석에 박혀 있는 길드 아냐?”

“맞습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그곳에서 터를 잡은 지 오래됐을 겁니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넘어와?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들인가.”

한라산이 명도 산맥의 주범을 알아챘을 때.

또 다른 곳에서는…….

[중부 지구 112,90 제닉스 길드 소유의 중형 성을 무적이 차지하셨습니다.]

[중부 지구 112,101 제닉스 길드 소유의 중형 성을 금사자가 차지하셨습니다.]

“이게 뭐야? 제닉스? 웬 제닉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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