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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52화 (52/182)

52화

“설마 했는데, 내용 자체가 답이었을 줄은.”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힌트가 아니라 벽화의 내용이 통째로 답이었을 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잠시.

그는 상태창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400이네. 이제 초보티는 벗은 건가.”

초보와 중수를 나누는 경계 레벨인 400.

기준이 되는 이유는 이 레벨에 특수한 스킬이 오픈되기 때문이다.

딜러는 이전과는 다른 강력한 공격 스킬을, 버퍼는 한층 더 확장된 보조 스킬을.

그렇다면 메카닉인 태정은 어떨까.

그 역시 스킬이 하나 들어온 상태였다.

[아이언 스피어] [요격 미사일]

봉인된 속도 [900km/h]

탄두: 160mm 지대공 미사일

최대 요격 고도: [10km]

추진 사거리 [3km]

탐지 능력: 200

기본 파괴력 23,000-31,000

소비 마나 1만

분당 최대 24발

“뭐냐 이건…….”

스킬의 정보를 훑던 태정은 갑자기 커진 스케일에 한동안 뚫어지게 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최고 공격 무기인 천룡을 아득히 초월한 성능.

속도는 물론이고 사거리가 3배에 파괴력 역시 엄청난 수치를 자랑했다.

“이봐, 제라드.”

-예, 주인님.

“이 무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 좀 해 봐.”

태정의 주문에 제라드가 스킬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언 스피어는 저고도 요격 미사일입니다. 한 번에 탐지 가능한 물체는 200이며, 분당 최대 24발까지 운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최대 요격 고도에서 탐지될 경우, 이론적으로 백여 개의 물체를 한 번에 디펜스 할 수 있으며 과거엔 로켓이나 장사정포를 막는 데 사용된 무기입니다.

“로켓? 장사정포?”

-그렇습니다.

“그럼 지금은 쓸모가 없다는 말 아냐? 그런 건 나만 가지고 있는 건데.”

-주인님께서 가지고 계신 아이언 스피어는 시리우스에 의해 개조가 되어, 미상의 물체를 포함 마나를 품은 모든 공격이 그 범주 안에 들어갑니다.

“그래? 대충 예를 든다면?”

-공중에서 날아드는 마법들이 있겠습니다. 또한 공중에서 침투하는 적을 요격할 수도 있습니다.

“뭐야? 그럼 완전 사기잖아?”

제라드의 설명대로라면 이 스킬은 말도 안 될 정도의 사기 스킬이었다.

최대 요격 고도가 10km에 사거리가 3km.

이 말은 3km 밖의 적을 미리 해치울 수 있다는 뜻이고, 위로는 무려 10km까지 격추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공중 몬스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무기.

‘이건 전쟁에서 써도 엄청나겠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잠시.

그의 머릿속에 의문이 하나 떠올랐다.

“그런데 로켓하고 미사일하고 무슨 차이가 있지? 저번에 역사관에서 본 생김새는 다 비슷비슷하던데.”

-유도 기능이 있냐, 없냐의 차이입니다.

“그럼 천룡은? 천룡도 유도탄이잖아, 로켓인데.”

-천룡의 131미리 유도탄은 제한적 유도 기능이라 온전한 미사일이라 보기엔 어렵습니다. 미사일의 경우 타깃을 쫓을 수 있지만, 유도탄의 경우 고정된 좌표 설정만 가능해 타깃이 움직이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오호. 그런 비밀이 있었군. 어쨌든 한층 진보된 무기인 건 틀림없다는 거네. 참. 그러고 보니 하나가 더 있었지. 퀘스트 보상 말이야.”

[인공지능 대인지뢰] [대파종형]

살상 범위 [10m]

범위 내 파괴력 – 2,500

소비 마나 1발당 300

*회당 최대 50발

“지뢰 스킬이네? 음. 1차원 지뢰 스킬에 비하면 좋아지긴 했는데. 이걸 사냥에 쓸 일이 있을까.”

원래 있던 지뢰 스킬에 비해 좋아진 것은 분명했다.

살상 범위, 파괴력, 소비 마나, 심을 수 있는 개수까지.

문제는 현재 가지고 있는 mk4의 공격력이랑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알 한 발에 지뢰 한 발.

이게 과연 쓸모가 있을까 싶은 태정이었다.

“일단 들어온 거니까 그래도 나중에 한번 써 보기로 하고… 어디 보자, 이제 슬슬 돌아가 볼까.”

히드라가 쓰러진 직후 다시 지상으로 향하는 입구가 열렸기 때문에, 던전을 빠져나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밖을 나오자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오래도 했네. 배도 고프고 빨리 가서 밥이나 먹어야겠다.”

길드로 복귀한 태정은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뒤, 오늘 획득한 아이템이 얼마나 있는지 인벤토리를 열어 봤다.

[호세의 정기×21]

[밀림의 낯선 모래×11]

[알 수 없는 돌×19]

[큰 왕눈이…….]

먹은 아이템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전을 목표로 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던전이 던전이다 보니, 하나하나의 가격은 괜찮은 편이었다.

“다 하면 2억 정도 되려나?”

금액을 예상하며 인벤토리를 닫으려는 그때.

창의 가장 하단 부분에 보지 못했던 아이템이 하나 보였다.

손을 가져다 대자.

[티이란의 보물]

“뭐야? 이게 따로 있었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가 작은 함을 꺼내 들었다.

그 안엔 양피지로 말린 종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걸 펴자 궁서체로 쓰인 생소한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12차원, 지켜보는 눈, 파라만 제도, 72좌, 대리자들, 시리우스.]

“12차원… 뭐야 이것들은.”

하나같이 다 생소한 것들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적힌 단어만 빼고.

“시리우스가 여기도 나오네. 그럼 이건 그와 관련된 건가?”

자신에게 각성의 힘을 전해 준 주인공.

힘만 주고 사라진 그였기에, 어떤 존재인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는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이 세상이 변하게 된 이유를 말이다.

하지만 지금 있는 것들로는 도무지 뭐가 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태정이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돌연 양피지에서 빛이 솟더니,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뭐야 갑자기? 빛이… 아니다. 이럴 게 아니라 일단 적어 놓자.”

태정은 혹시 까먹을세라 조금 전에 본 단어들을 노트에 필기했다.

그리곤 제라드를 불러내 물었다.

“너 다 봤지?”

-그렇습니다.

“시리우스 말고 혹시 아는 거 있냐?”

-그것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그 말은 알고 있는데 말을 못한다는 거야, 아니면 몰라서 말을 못한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제게는 권한이 없습니다.

“대체 넌 무슨 권한이 맨날… 아니다, 됐다. 그냥 넘어가자. 닦달해 봐야 알려 줄 것도 아닌 일 같고 내일 자료실 가서 조사나 해 보지, 뭐.”

다음 날 아침.

태정은 일찌감치 나와 마켓으로 향했다.

어제 획득한 재료들을 모두 처분하고 그가 향한 곳은 길드의 대형 자료실.

박세아에게 부탁을 해 볼까도 싶었지만, 왠지 제라드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비밀로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메인 컴퓨터에 접속한 그는 단어 하나하나를 두드려 보기 시작했다.

[대리운전의 역사는…….]

[시리우스는 지구에서 약 8.6광년…….]

[우리의 차원은 3차원으로…….]

“역시. 아무것도 없어.”

검색해 본 대부분의 정보는 죄다 쓸데없는 내용들이었다.

몇 번을 더 둘러보던 그는 자료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잠깐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는데.

문득 거리에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신기하리만큼 조용한 날이었다.

뭔가 행사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게 한적한 주변을 돌아보던 그는 이내 집으로 복귀했다.

“처분은 잘하셨어요?”

“그런대로요. 근데 오늘 길드에 사람들이 너무 없던데, 무슨 날인가요?”

태정의 물음에 박세아가 대답했다.

“아. 그거 최종 훈련 때문일걸요?”

“최종 훈련?”

“내일 모레 영지전 있잖아요.”

“영지전이라면 그 길드끼리 성 따먹는 그거요?”

태정도 영지전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만 듣기만 했지, 정확히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본 바가 없었다.

길드에 들어온 지도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데다, 사냥에만 관심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 따먹기라. 그것도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네요.”

“그런데 왜 나한테 말을 안 해 줬어요? 혹시 입장 레벨이 따로 있는 건가?”

“아뇨. 입장 레벨은 따로 없어요. 다만. 영지전은 미리 훈련된 인원들끼리 참가하는 거라, 보스께서는 해당 사항이 안되세요. 왜냐면 영지전 훈련은 세 달 전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렇게나 오래요?”

“네. 특히 이번 영지전은 월드 워에 참가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라 더 철저하게 준비를 했을 거예요. 듣기론 이번에 스페셜 리스트에 도전을 한다는 것 같더라구요.”

“스페셜 리스트라…….”

스페셜 리스트.

대한민국 상위 50위권에 들어가는 국내 최강의 단체를 뜻한다.

제닉스는 이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제너럴 리스트.

스페셜 리스트에 든 길드는 국가적인 혜택이 많았다.

각종 부동산 기업, 사업 확장에 던전의 경매 입찰까지.

제너럴일 때와는 다르게 손을 댈 수 있는 곳이 많아지는데, 이 랭킹은 영지전의 순위로 결정이 나고 모든 길드는 이에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무엇보다 스페셜 리스트가 되면, 월드 워, 즉 국가전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여기서 성과를 올릴 경우 엄청난 보상이 쏟아지기 때문에 모든 길드는 이 스페셜 리스트란 타이틀에 목을 매고 있었다.

태정이 속한 제닉스 역시 그중 하나였다.

“우리 길드의 랭킹이 80위대로 알고 있는데, 한 번에 30계단을 올라갈 수가 있나.”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스페셜과 다르게 제너럴 쪽은 그 격차가 그리 크게 나지 않거든요. 물론 50위대에 있는 길드는 조금 다르겠지만, 그래도 영지전이란 게 무력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서, 머리만 잘 쓰고 전략만 잘 짜면 가능성이 있어요.”

척척박사처럼 설명을 하는 그녀의 말에 태정이 신기한 듯 물었다.

“근데 박세아 씨는 헌터도 아닌데 이런 세세한 것까지 알아요?”

“교육에서 배운 것도 있고, 제 스스로 알아본 것도 있구요. 그래야 저도 나중에 잘하지 않겠어요?”

박세아의 말에 태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헌터가 되기 위해 비서 일을 택했다.

그러니 미래에 자신을 위해서도 어찌 보면 이런 것들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충분히 납득한 그가 다시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근데 얼핏 듣기로 영지전 같은 건 가상 전투라고 하던데, 진짜 안 죽어요?”

“네. 만약 그랬다면 아마 지금 전 세계에 있는 헌터들은 10분의 1도 남지 않았을걸요?”

“죽여도 죽지 않는 전장이라. 그럼 싸우는 데 별 부담은 없겠네요.”

“개개인은 그렇죠.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랭킹과 보상 그리고 월드 워에 참가하기 위해선 한 명도 헛되이 죽어선 안 돼요.”

“얼핏 듣기로 부활이란 게 있다고 들은 거 같은데.”

“맞아요. 그걸 리스폰이라 불러요. 문제는 이거예요. 리스폰의 장소는 옮길 수 없다는 거. 예를 들어 부산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치고 올라갔는데, 거기서 죽어 봐요. 다시 부산에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 전에 이미 전쟁은 끝이 나 있겠죠. 이건 수많은 상황 중 하나일 뿐이고 이런 점들 때문에 전략이 중요한 거예요.”

박세아의 설명에 태정은 이 영지전이란 것이 단순한 성 따먹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도면 거의 실제 전쟁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지 않은가.

점점 더 얘기에 빠져드는 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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