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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51화 (51/182)

51화

기척을 느끼자마자 왼쪽 스틱을 좌측으로 밀어 풀 액셀을 밟았다.

그러자 기체가 좌로 선회하며 순식간에 옆을 튀어나갔다.

동시에 후방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며 물보라가 일어났고, 고개를 돌리자 족히 5미터는 되어 보이는 머리 3개 달린 거대한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냐.”

히드라를 확인한 태정은 바로 거리를 벌리며 화염 방사포를 조준했다.

‘발사.’

화아아악-!

격발 버튼과 함께 전방을 뒤덮는 거대한 화염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놈의 신형을 뒤덮었다.

그 출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기체가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효과가 있나 싶기도 잠시.

키이이익!

화염을 뚫고 나온 놈의 대가리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어딜.”

충분히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그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발칸포를 있는 대로 때려 박았다.

타타탓! 타타타타!

초당 백여 발에 달하는 빛의 속사가 순식간에 놈의 신형을 덮쳤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놈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야 하는 것이 정상.

하지만 놈은 던전의 끝판왕답게 그 무지막지한 화력을 뚫고 계속 그를 향해 돌진했다.

티끌만큼의 상처도 입지 않은 모습.

너무나도 멀쩡한 놈의 모습에 태정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이건 문제가 좀 있는데? 내성 수준이 아니라 아예 안 먹히잖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방어력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잠시.

여기까지도 예상 범주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는 즉시 다음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부스터 출력을 최대로 높여 거리를 있는 대로 벌린 태정은 바로 다연장 로켓포인 천룡을 소환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로 기체만 한 포신이 형성되며, 동체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유도.”

-설정 완료했습니다.

“발사.”

제라드의 도움을 받아 타깃을 인식한 131 유도 로켓(미사일)이 다가오는 히드라를 향해 차례대로 발사됐다.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쾅! 콰쾅! 콰콰쾅!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전방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동시에 강풍이 휘몰아치며 기체가 요동쳤고, 순간 컨트롤이 마비됐다.

“아니, 왼쪽, 왼쪽. 그래. 그렇지.”

엔진의 추력을 조절해 겨우 기체를 안정화시킨 태정은 이미 자욱한 연기로 뒤덮인 전방을 주시했다.

죽었을까?

기대완 다르게 그의 표정이 영 신통치 않아 보였다.

알림음이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키아아아-!

괴성과 함께 놈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멀쩡한 상태.

황당한 그의 입에서 허탈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게 말이 돼?”

다시 모습을 드러낸 히드라는 정말이지 1도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무려 12발.

파괴력으로 환산하면 15만에 이르는 엄청난 공격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산개해서 맞은 것도 아닌, 전부 정타로 때려 넣은 공격이다.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상처 정도는 입어야 하는 것이 정상.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건 더 있어 봐야 의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나가기엔 아쉬웠다.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물 속성에 화염 속성을 때려도 이 정도까지 딜이 안 들어가진 않아. 대체 뭘까. 어떻게 해야 타격을 줄 수 있는 거지?’

태정은 후진을 거듭하며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그렇게 거리를 두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쫓아오던 놈의 아가리가 벌어지며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슈아악!

마치 불이 뿜어지듯 날아드는 정체 모를 브레스.

앞서 한번 식겁한 그였기에 바로 기체를 우측으로 돌렸다.

하지만 속도가 워낙 빨라 좌측 상단에 튀어나온 천룡이 브레스의 범위에 들어갔고 , 동시에 녹아내린 포신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천룡이 파괴되었습니다.]

[재소환까지 3분 남았습니다.]

‘제대로 맞으면 골로 가겠구나.’

기체만 한 거대 포신이 공격 한 방에 무력화되자, 태정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외부 공격에 손상을 입어 장비가 비활성화 상태로 돌아간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체만큼이나 단단한 천룡이었다.

바꿔 말해 그 역시도 한 방에 녹아내릴 수 있단 뜻이었다.

‘이대로는 영…….’

의욕이 살짝 꺾이려는 그때.

돌연 잊고 있던 한 장면이 태정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잘린 히드라의 가운데 머리.

이곳에 들어오기 직전에 봤던 벽화였다.

“한번 해 보자.”

혹시 힌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다시 발칸포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타깃은 오직 하나.

가운데 머리였다.

수백 수천 발의 에너지 탄이 놈의 두 번째 대가리에 사정없이 틀어박혔다.

타타탕! 타탕! 탕!

크아아-!

한 점에 모인 집중사격이 괴로운지 놈이 처음으로 이리저리 머리를 비틀었다.

효과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괴성을 뿌리며 놈이 아가리를 쩌억 벌렸다.

그 모습을 보던 태정의 눈이 순간 번쩍였다.

‘잠깐. 혹시 이건가.’

무슨 생각이 난 건지 그는 곧장 로켓 런처를 소환했다.

그러자 그의 우측 핸드 프레임에 단발짜리 포신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속도를 낮추며 일부러 거리를 줄이자, 놈이 기다렸다는 듯 독을 쏘기 위해 아가리를 ‘쩌억’ 하고 벌렸다.

바로 그때.

발사대에 올리고 있던 그의 손이 사정없이 버튼을 내리쳤다.

쉬이익!

포신을 벗어난 로켓이 맹렬한 속도로 놈을 향해 날아갔다.

목표는 두 번째 머리의 아가리.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간 로켓이 놈의 입안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콰쾅!

섬광이 일며 순간적으로 놈의 대가리가 빛에 휩싸였다.

“성공인가?”

속도를 낮춘 태정이 간절한 마음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시커먼 연기를 뚫고 나온 멀쩡한 히드라가 태정을 노려봤다.

이제는 놀라움을 넘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내부에서 터졌는데 어떻게 저리도 멀쩡하냐. 제라드.”

-예, 주인님.

“혹시 방법 있겠냐.”

-지금으로선 없는 것 같습니다.

“좋아. 오늘은 이만 철수하자.”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 본 태정이었다.

화력을 좀 더 키워 다시 오기로 마음먹은 태정은 철수에 들어갔다.

최대 출력으로 늪을 빠져나온 그가 석실에 도달했다.

그러자 아직까지도 쇠사슬에 묶여 있는 석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과 별개로 그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들어왔던 입구가 보이질 않았다.

“뭐야? 문이…….”

중얼거리던 그가 아까 전 들려왔던 알림음 하나를 잽싸게 기억해 냈다.

[지상으로 가는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그게 그럼 이걸 말하는 거였어?”

-후방 조심하십시오.

제라드의 경고에 그가 본능적으로 기체를 선회시켰다.

그러자 언제 따라붙었는지 히드라의 대가리가 채찍처럼 허공을 때렸다.

그 모습에 짜증이 난 태정이 발칸포와 방사포를 동시에 쏟아부었다.

화아아아-!

타타탕! 타탕!

캬아악!

“좀 뒈져라, 징글징글한 새끼야.”

여전히 먹히지 않는 공격과 끈질기게 따라붙는 놈의 아가리.

나갈 구멍조차 없자, 그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순간 기체를 풀고 공중으로 피해 볼까도 생각을 한 그였지만, 그러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기체도 한 방에 녹을 지경인데, 재수 없게 스치기라도 하면 외골격 갑옷 따위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신체도 함께 말이다.

그렇게 쫓고 쫓기기를 반복하던 태정은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곳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있었던 석상.

공략법에도 나와 있지 않던 것이었다.

대체 저 석상의 의미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혹시 봉인 뭐 이런 건가?’

이제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태정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주 이상한 생각도 아니었다.

주렁주렁 달고 있는 쇠사슬은 물론이고, 마치 살아 있는 인간에게 입혀 놓은 듯한 실제 장비들.

저 사슬만 끊어 준다면 당장이라도 눈에서 빛을 뿜으며 살아 움직이지 않을까?

거의 망상에 가까운 생각이었지만, 밑져 봐야 본전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그는 곧장 실행에 들어갔다.

허공에 슈퍼 발칸포를 조준한 태정이 사슬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타타탕! 타탕! 타탕!

빛의 에너지 탄이 사슬을 끊자 매달려 있던 거대 석상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쿵!

결과는 안습이었다.

충격으로 인해 석상의 목이 달아나 버렸기 때문이다.

다리 하나도 박살이 나 떨어져 나간 상태.

그의 망상도 함께 박살이 나 버린 순간이었다.

“이게 아닌가? 근데 왜 있냐고 이게. 부활해, 빨리. 벽화처럼 일어나서 저놈 모가지 끊으라고.”

혹시 몰라 기다려 보지만 석상은 그냥 석상일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히드라의 집착은 더욱더 심해졌다.

그에 맞춰 태정의 마나 또한 빠르게 소비가 되고 있었다.

아무리 숨결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한정 된 용량이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간다면 또 하나를 빨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그렇게 모든 포션을 소비하고 나면 뒤는 볼 것도 없이 끝장이었다.

‘뭘까. 이것도 저것도 다 해 봤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놈… 잠깐, 설마…….’

극심한 스트레스에 짜증이 치미려는 그때.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신박한 수가 하나 떠올랐다.

“맞아. 하나 더 있잖아, 쓸 수 있는 무기가.”

마치 대단한 걸 발견한 것처럼 그가 천룡을 재소환했다.

동시에 히드라를 향해 유도탄을 쏘아 보낸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체를 근접형으로 변환시켰다.

그러자 달려 있는 대형 무기들이 모두 사라지며 순식간에 로봇 형태의 기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는 어딘가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땅을 울리며 도착한 곳은 석상의 잔해가 널브러진 석실의 중앙이었다.

‘벽화가 이걸 말하는 거였는지 몰라. 나보고 직접 하라는 거지.’

그의 시선은 몸통만 남은 석상의 허리춤에 가 있었다.

그곳엔 거대한 검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지체 없이 그가 석상의 몸통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굉음이 울리며 조금씩 부서지는 석상의 몸통.

그러다 어느 순간 허리춤에 있던 검이 떨어져 나왔고 그가 검을 집어 들었다.

동시에 검에서 빛이 일렁이더니, 알림음 하나가 들려왔다.

[티이란의 용신검을 획득합니다.]

[용신검의 지속 시간은 30초입니다.]

[29… 28… 27…….]

‘됐다. 이거다. 이거였어. 이런 멍청한 새끼, 이걸 왜 이제…….’

본능적으로 느낌이 온 태정이 바로 히드라를 향해 달려갔다.

놈 역시 충격에서 벗어났는지 그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돌진하고 있었다.

그렇게 둘의 신형이 부딪칠 듯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서걱-!

섬찟한 소리와 함께 히드라의 머리통이 차례대로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들고 있던 검이 흙처럼 부서졌고, 그리도 기다리던 알림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히드라를 해치웠습니다.]

[메카닉 전용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대파종형 지뢰 매설 스킬을 획득합니다.]

[티이란의 보물을 획득합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새로운 스킬 아이언 스피어가 오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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