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메카닉 플레이어-38화 (38/182)

38화

“오. 이런 식으로 되는 거구나.”

1등을 차지해 받은 보상은 생각 이상이었다.

전투력 30%에 경험치 획득 20%.

이 수치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순수 장비로 이만큼의 효율을 올리려면 수십억은 기본으로 들어갈 테니까.

이는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심했는데, 하이 레벨의 경우 수백억 이상의 가치가 있을 만큼 엄청난 버프였다.

게다가 적용되는 기간도 무려 한 달.

그러니 오늘 그가 달성한 업적은 대단하다 못해 위대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계산해도 길드 전체 전투력의 30%가 올라가 버린 것이니까.

“그보다. 이제 슬슬 돌아갈까, 배고프네.”

귀환 포털을 바라보고 있던 태정은 모든 스킬을 해제하고 바로 포털에 진입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배경이 뒤바뀌며 익숙한 광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보이는 수백에 달하는 헌터들.

그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신기할 정도로 주제는 동일했다.

“뭐야? 명예 버프?”

“누가 순위에 든 거야?”

“왕좌라고 되어 있던데? 1등 아냐?”

“야. 우리 길드에 그만한 사람이 있었나?”

“말이 되나. 우리나라만 해도 위로 엄청 빡빡한데.”

“근데 받은 건 맞잖아.”

“뭐지?”

사람들은 생애 처음으로 받아 보는 길드 버프에 다들 흥분을 한 상태였다.

톱 티어 길드의 전유물이던 것을 뜬금없게 받아 버렸으니, 어찌 그러지 않을 수가 있으랴.

그런 그들을 지나쳐 기숙사로 돌아온 태정은 박세아를 향해 물었다.

“무슨 일 없었어요?”

“무슨 일이요?”

“혹시 주아 씨가 찾아왔다거나…….”

“아뇨. 그런데 어딜 다녀오신 거예요? 전투장에 가니 안 계시던데.”

“그냥, 여기저기 바람 좀 쐬고 왔습니다. 근데 혹시 집에 밥 있습니까.”

“금방 차릴게요.”

* * *

아레나 길드 마스터의 서재.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왕좌의 명예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지?”

마스터의 물음에 방금 호출돼 불려 온 훈련대장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전부 실패한 것 같습니다.”

“이런, 그렇게 준비를 했건만 어떻게 한 명도… 잠깐 그럼 현상태도 실패했나?”

“예. 3등에 그쳤다고 합니다.”

“2등도 아니고 3등? 지원해 준 장비가 얼마인데 고작 3등에 그쳐? 부지런히 안 한 거 아냐?”

“30단계 올 클리어입니다.”

“뭐야? 그럼 시간에서 밀렸다는 소린데. 1, 2위가 누구야. 한산도 놈들인가.”

“아닙니다. 1위는 비공개라 알 수가 없었고, 2위는 알아본 바 중소 길드의 헌터였습니다.”

“뭐? 그럼 듣도 보도 못한 놈들에게 밀렸단 말이야? 이거 길드 체면 다 구기는군.”

아레나 길드의 마스터 한영은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비교적 약체인 3-400구간에 쏟은 돈만 약 600억 원.

해당 레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중 최고만 사들여 전폭적인 지원을 한 그였다.

그러니 이 구간에서만큼은 1등을 가져와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한데, 최상위 티어의 길드도 아니고 중소 듣보잡들에게 밀리다니.

그로서는 어이가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의 눈치를 보고 있던 훈련대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말해 봐.”

“1등과 2등의 스테이지 단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합니다.”

“비정상? 그게 무슨 소리야?”

“예. 원래 3-400구간의 도달 가능한 단계는 30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근데?”

“2등이 34단계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34단계? 이봐,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건 불가능해. 서바이벌이 있은 이래로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그게 가능했다면 우리가 길을 찾지 못했을 리 없지. 누구 입에서 나온 말이지?”

“참가한 대부분의 인원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1등의 스테이지 단계는 무려 127이었단 겁니다.”

“뭐라고?”

이번엔 반응이 꽤 격했다.

단위부터가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 날 놀리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어찌 길드장님을…….”

“그럼 생각을 한번 해 봐,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 127은 날고 긴다는 하이 레벨에서도 나올 수가 없는 수치야. 대기시간이 폼으로 있는 줄 알아?”

“하지만 이미 길드에 이야기가 쫙 퍼져 있습니다. 모두가 약속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한 목소리가 나올 수 없지 않겠습니까.”

“다른 길드, 다른 길드는 알아봤나. 한산도는 이번에 몇 위에 랭크됐지?”

“5위입니다.”

“5위라. 그쪽에 연락해서 한번 알아봐. 놈들이라면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을 수도 있겠지.”

“알겠습니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한산도 제1작전 본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늘 잠겨 있는 소회의장에 수많은 간부가 몰려들고 있었다.

약간은 어수선한 분위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어디 분쟁이라도 터진 거야?”

“자네 모르고 있었나? 뭐별네 때문이잖나.”

“뭐별네? 그게 뭔가.”

“쯧쯧. 이렇게 정보가 늦어서야. 뭐야별게다있네. 이번 3-400 서바이벌에서 1위 한 사람의 닉네임이네.”

“1위? 그러고 보니… 저번 1위가 어디였지? 아레나였나? 아무튼. 근데 1위가 바뀐 것이 뭐가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다들 모이라고 한 거지? 그 구간은 어차피 포기한 거 아닌가.”

“그게 글쎄… 아. 마침 시작하려는군. 그냥 저걸 듣게.”

자리가 모두 들어차자 준비를 하고 있던 정보과장이 대형 디스플레이 창을 가리켰다.

“다들 소집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상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여기 보시는 이게 바로 저희 팀에서 미러 이미지로 따온 순위 창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1위와 2위의 최종 산정 스테이지 단계가 매우 비정상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단 눈치였다.

길드 내부에 소문이 쫙 퍼져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일.

하지만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몇몇은 전혀 금시초문인 일이었고, 그중 휴가를 마치고 막 복귀한 공대장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말을 물었다.

“저게 말이 되나? 저 구간은 쭉 30으로 고정이었는데, 어떻게 저런 수치가 나올 수 있지?”

“그래서 각 부처 핵심 간부님들을 이곳에 모신 겁니다. 혹시 이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있는 분 계십니까.”

정보과장의 질문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것이 가능했다면 진즉에 시도를 해 봤을 테니까.

물론 그도 딱히 답을 기대하진 않은 눈치였다.

“서바이벌의 진행 시간은 총 7시간입니다. 하지만 127까지 올라가려면 대기시간만 약 21시간이 걸리죠. 대기 시간이 없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7시간 안에 127까지 도달하려면 스테이지 하나당 3.5분이란 시간이 나와야 하는데, 이는 현재까지 나온 모든 클래스의 데이터를 대입해 봐도 실현 불가능한 일입니다.”

“상황이 주어져도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새로운 클래스가 등장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도 지금까지의 직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클래스가 말입니다.”

“음.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야. 해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찾아야 합니다, 이 127의 헌터.”

“비공개로 참가했다면서, 단서는 있고?”

“그래서 여기 있는 이 2등이 중요한 겁니다. 1등과의 차이는 있지만 이자 또한 마의 구간인 30단계를 넘어섰으니까요. 이자라면 1등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좋아. 그럼 우리가 뭘 도와주면 되지?”

“각 부처의 정보기관을 모두 동원해 주십시오. 지금은 작은 것 하나라도 놓쳐선 안 됩니다.”

“음. 그렇게 하지. 내 여기 모인 간부들과 따로 상의해 통보하겠네.”

“감사합니다, 대장님.”

한편, 길드 창립 이래 처음으로 서바이벌 버프를 얻게 된 버터플라이 길드는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난 자네가 이렇게 큰일을 해낼 줄 진즉부터 알고 있었어. 정말 자랑스럽네. 자네는 정말 우리 길드의 보배 같은 존재야.”

길드 마스터에게 1시간째 똑같은 말을 듣고 있는 도민아는 이제 좀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자신 또한 정리해야 할 생각들이 많은데, 눈치 없는 양반이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며 놔주질 않고 있는 것이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운은 무슨. 서바이벌 2위가 어떻게 운이라 할 수 있나. 그건 다 평소 자네의 피땀 흘린 노력이 당연한 결과물로 이어진 거야. 대단해, 정말 대단해.”

“과찬이세요. 저 근데 저도 이제 좀 숙소로 돌아가서…….”

“어허. 그 무슨 섭섭한 소리. 길드의 영웅을 이렇게 보내면 쓰나. 내 연회를 준비하라 일렀으니, 조금 이따 나랑 같이 가서 한잔 딱. 응? 알지?”

씨익 웃는 그를 보며 도민아는 속으로 이마를 짚었다.

‘싫다고 이 아저씨야. 좀 보내 줘라, 응?’

길드 역사에 획을 그을 정도로 역대급 성과를 낸 도민아였지만, 현재 그녀의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벽을 뚫고 나타났던 괴물.

그녀가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덕분이었다.

놈이 뚫어 놨던 벽 때문에 다음 스테이지를 바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대체 그건 뭐였을까? 몬스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녀가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왔다.

“오. 이 부장, 무슨 일이야?”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이 먼 곳까지 올 손님이 있나?”

“한산도에서 나왔답니다.”

“뭐라고? 하, 한산도?”

느긋이 대화를 하던 마스터가 벌떡 일어나 되물었다.

그러자 이 부장이라 불린 사내가 도민아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민아를 서울로 좀 데려가야겠답니다.”

“도민아를? 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데, 좀 급한 일 같아 보였습니다.”

“한산도라… 일단 나가세. 내 그분들을 직접 맞이해야겠어.”

“그게… 그냥 민아만 데리고 나오랍니다.”

“뭐?”

“당장 내보내지 않으면 큰일 날지도 모른다고…….”

“뭐라고? 아니, 아무리 한산도라 해도 그렇지. 이곳은 엄연히 나의 영역인데. 그리고 여기 있는 민아는 내 자식 같은 아이야. 한데, 뭐가 어쩌고 어째? 이거 완전 경우가 없는 사람들이구만. 가세. 내 그자들의 얼굴을 직접 봐야겠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버터플라이 빌딩 주차장.

부우웅.

한 대의 차가 빠르게 주차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이 부장과 얼굴이 많이 상해 버린 길드장.

눈치를 보고 있던 이 부장이 슬며시 말을 건냈다.

“괘… 괜찮으십니까?”

“크흠. 한산도는 일개 비서도 강력하구만.”

“그런데 민아를 저리 보내도 괜찮을지.”

이 부장의 걱정에 마스터가 코피를 닦아 내다 그를 노려봤다.

“그렇게 걱정되면 말려 보지 그랬나?”

“죄, 죄송합니다.”

“얼른 들어가지. 코뼈가 나간 것 같아. 아우, 아파. 그건 그렇고 저년 저거 대체 무슨 사고를 쳤기에. 쯧쯧.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년이란 말이야.”

“…….”

“뭐야, 그 표정은?”

“아, 아닙니다.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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