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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22화 (22/182)

22화

제라드의 경고에 태정은 최대한 거리를 벌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바로 코앞까지 따라붙은 자르바가 그것을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슉!

뒤통수를 스치고 지나가는 아슬아슬한 놈의 검.

다시 한번 열심히 발을 굴러 보지만, 비등한 스피드에 거리는 전혀 벌어지지가 않았다.

‘이대론 안 돼, 너무 빨라.’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은 태정은 결국 아껴 뒀던 비장의 무기를 소환했다.

‘미니건 슈퍼 발칸.’

그가 스킬을 활성화시키자 오른팔에 있던 작은 발칸이 사라지며, 한층 더 두꺼워진 발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열도 4개나 추가돼, 기존 8개에서 12개로 늘어난 상황.

그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전방을 향해 발칸을 난사했다.

타타탕! 타타탕! 탕!

그 공격에 바싹 붙어 있던 자르바가 좌측으로 빠지며 태정의 머리를 노렸다.

하지만 이미 그 방향엔 그의 오른팔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타타탕! 탕! 타탕!

m60을 초월하는 엄청난 연사력에 자르바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특별히 타격을 주진 못했지만 제동은 건 상태.

그 틈을 타 최대한 거리를 벌린 태정은 파지하고 있던 RPG-7을 놈에게 조준했다.

‘격발.’

빵! 슈아악!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탄두가 정확히 자르바를 강타했다.

쾅!

굉음과 함께 거대한 분진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번 역시도 알림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맞은 거 아냐?”

-피한 것 같습니다.

“그걸 피해? 맞은 것 같았는데.”

제라드의 말에 그는 내심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가격 직전까지도 분명 놈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했다는 건, 폭발하는 찰나에 움직였다는 것.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반응속도였다.

하지만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

그는 남아 있는 마지막 스킬을 떠올렸다.

핸드 로켓 런처.

가지고 있는 스킬 중 살상 범위가 가장 넓은 무기였다.

태정은 사방을 주시하며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하지만.

[노말 상태에서의 사용은 불가능합니다.]

[프로텍터 타입 2가 필요합니다.]

“프로텍터? 이게 무슨 소리지?”

-핸드 로켓 런처는 기체 장착 전용 무기입니다. 맨몸으론 소환이 불가합니다.

“그게 뭔데? 장비야?”

-스킬입니다.

“뭐라고?”

제라드의 설명에 태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선행 스킬이 오픈되지도 않았는데, 무기를 먼저 주다니.

그의 상식으론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쓰지도 못할 걸 미리 줘?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나마 있던 비밀 무기마저 쓸모없게 되자, 그는 양어깨에 걸려 있는 포신을 바라봤다.

RPG-7에는 못 미치지만 한 방의 파괴력이 있는 무기.

하지만 속도에서 밀리는 이 무기로 놈을 맞출 수가 있을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먼지 사이로 사라졌던 놈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서운 속도로 접근하는 놈을 향해 태정이 오른팔을 들어 발칸을 조준했다.

동시에 12개의 총열이 빙그르르 돌며 수십 발의 에너지 탄이 속사포처럼 튀어 나갔다.

그것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놈은 다시 한번 멈칫했고, 그사이 최대한 멀리 도망을 간 그가 제라드를 향해 명령했다.

“좌표.”

-15.211입니다.

“쏴.”

명령과 함께 2개의 탄두가 각기 다른 선을 그리며 자르바를 향해 날아들었다.

쾅! 콰쾅!

이펙트는 건물도 씹어 먹을 듯했지만, 이번 역시 놈은 여유롭게 피하며 재차 태정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오기가 생긴 태정은 다시 한번 발칸을 난사했고, 이후 같은 패턴의 공략이 여러 번 시도됐다.

-남은 포션이 12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나도 알아. 근데 너무 빨라서 맞출 수가 없잖아.”

제라드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는 포션의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딱히 별다른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RPG-7도, 직사포도, 곡사포도 놈의 말도 안 되는 반응속도엔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슈퍼 발칸이라도 먹힌다는 것이었다.

이렇다 할 타격은 줄 수 없지만, 충격파로 인해 저지는 할 수 있는 상황.

이마저도 안 됐다면 그는 진즉에 목을 내어 줘야 했을지도 몰랐다.

‘어떻게 하지? 고폭탄으로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해. 결국은 약점인 목을 노려야 된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였다.

갑주로 보호되지 않는 목을 정밀 타격하는 것.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놈이 검만 사용해도 대응을 하기가 벅찬데, 손과 발까지 사용하는 것을 알았으니 근접전에서 목을 타격하기란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즉 동귀어진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원딜 클래스인 헌터가 근접형 몬스터와 동귀어진이라니.

하지만 태정은 이미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포션이 떨어지면 어차피 죽어. 그전에 도박을 해야 돼.’

결단을 내린 그가 왼손엔 일반 발칸을, 오른손엔 슈퍼 발칸을 소환했다.

반응속도가 떨어지는 소총류는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양손에 발칸을 장착한 그가 달려드는 놈을 향해 마주 달리기 시작했다.

태정은 자르바가 사정권에 들어오자마자 왼팔의 발칸을 난사했다.

그 공격을 기다렸다는 듯 놈이 우측으로 빠졌고, 역시 기다렸다는 듯 태정의 오른팔이 슈퍼 발칸을 난사했다.

그 공격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자르바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나자빠졌다.

그 순간, 초근접 거리까지 들어간 그가 놈의 목과 얼굴을 향해 양팔을 들이밀었다.

타타탕! 탕!

핑핑! 핑! 핑-!

엄청난 광량이 일며 촘촘한 빛의 에너지 탄이 셀 수도 내리꽂힌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

이 정도면 생사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삭제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광경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놈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있었다.

양팔로 얼굴을 감싼 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자르바의 모습.

놈 역시도 목을 내어 주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렇게 무한 연사를 하던 태정은 포션이 7개까지 내려가자, 화력을 절반으로 줄였다.

바로 그때.

슉!

“헉.”

연사를 뚫고 나오는 자르바의 검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뻔한 태정이었지만, 꿰뚫린 느낌이 없자 정신을 차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어?”

재차 공격을 감행하려던 태정의 신형이 휘청거리며 허공을 바라봤다.

급하게 내빼느라 발이 꼬여 버린 것이다.

그런 그의 시야에 코앞까지 다가온 자르바의 모습이 눈에 잡혔다.

반응을 하기엔 늦은 시간.

“이런.”

바로 그때.

코앞까지 들어온 자르바의 신형이 솟아난 빛과 함께 그대로 날아가 벽으로 처박혔다.

그리고 보이는 한 사내의 모습.

그는 조용석이었다.

“괜찮습니까.”

“덕분에… 그런데 여긴 왜?”

“만만치 않은 놈 같은데, 두고 볼 수만 있어야죠. 저희도 돕겠습니다.”

어느새 그의 일행들도 합류한 상태였다.

조용석의 일격을 맞고 나가떨어진 자르바가 먼지를 털어 내며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본 조용석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제가 가진 스킬 중 가장 강한 스킬은 먹히지 않는 것 같네요.”

“목을 노려야 합니다.”

“목이요?”

“갑주와 투구 사이에 틈이 있어요. 거기다 꽂아야 승산이 있습니다.”

“난이도가 좀 있겠는데요.”

“그것 말곤 당장 방법이…….”

“그럼 저희가 한번 시선을 끌어 보겠습니다.”

조용석은 그리 말하며 일행들을 향해 명령했다.

“서주아, 이성호. 놈한테 한번 대 줘야 해. 석화랑 실드로 한 번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수지는 포박 준비해 주고. 무조건 풀 마나로 때려. 다른 마법은 필요없다. 무슨 말인지 알지? 마나도 없으니 기회는 딱 한 번이다. 빗나가면 끝이야.”

그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인 그들이 각자 위치로 넓게 퍼졌다.

그사이 자르바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조용석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동시에 좌측과 우측에서 이성호와 서주아가 지원에 나섰고, 신지수의 스태프가 빛을 내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태정 역시도 바로 조용석을 뒤따랐다.

가장 먼저 자르바와 마주한 조용석은 곧장 석화를 전개했다.

마나를 이용해 시전자의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스킬.

나이트의 이지스 그리고 위자드의 실드와 같은 1단계 방어 마법이었다.

정면 승부는 의미가 없으니, 방어력을 한껏 끌어올려 잡아 두는 작전으로 가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생각은 단 1합 만에 깨졌다.

놈의 공격이 강해도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억!”

자르바의 앞발에 정통으로 가격당한 조용석의 신형이 허공에 떠서 수 미터를 날아갔다.

동시에 좌‧우측에서 이성호와 서주아가 공격을 퍼부었고, 다시 어그로가 끌린 자르바의 검이 이성호의 검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팽그르.

생각보다 강한 충격에 손에서 검을 놓친 이성호는 다시 날아드는 놈의 공격에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하지만.

어느새 들어온 서주아가 이지스(방패)를 소환하며 있는 힘껏 놈의 검을 쳐 냈다.

탕.

“앗.”

한차례 신음과 함께 그녀의 신형이 도리어 밀려났다.

휘청거리는 그녀의 모습과 다시금 날아드는 자르바의 공격.

바로 그때.

놈의 등 뒤로 수십 발에 달하는 빛의 에너지 탄이 때려 박혔다.

“여기다, 이놈아.”

위기에서 그들을 구한 태정은 다시 각을 재며 따라붙는 자르바를 정조준 했다.

그리고 격발을 하려는데, 어느새 회복한 조용석이 우측에서 튀어나오며 무방비상태인 자르바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

그대로 나동그라지는 놈의 모습.

태정은 이때다 싶어 전력을 다해 들어갔지만, 이미 일어나 사라진 놈은 다시 이성호 등을 타깃으로 삼고 있었다.

그렇게 피 말리는 난전에 난전이 거듭됐다.

하지만 이 또한 그리 오래갈 상황은 아니었다.

태정을 제외한 세 명은 이미 마나의 절반 이상을 사용한 상태.

고갈이 되는 순간 다시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태정은 최대한 빈틈을 노려보려 애를 썼다.

‘5초만. 아니, 3초만 줘도 각이 나올 거 같은데.’

길게도 필요 없었다.

딱 3초면 놈의 목을 벌집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고작 그 3초가 어려웠다.

조용석 등이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보려 하고 있지만, 반응속도가 워낙 빨라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다.

허공에서 등장한 새하얀 격자무늬의 그물망.

신수지의 포박 마법이었다.

그것을 발견한 조용석이 태정을 향해 부탁했다.

“신호 드리면 화력 한 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용석의 말에 태정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난전을 벌이던 그가 어느 순간 일행들을 향해 신호를 날렸다.

“지금입니다!”

조용석의 신호와 동시에 자르바와 난전을 벌이고 있던 둘이 좌우로 넓게 퍼지며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태정의 슈퍼 발칸이 빛을 뿜어냈다.

타타타탕! 타탕! 타탕!

에너지 탄을 뒤집어쓴 자르바의 신형이 넘어가자, 순간을 노리고 있던 신수지의 포박 마법이 놈에게 날아들었다.

치이익-!

“얼마 못 버텨요!”

다급한 그녀의 외침에 태정은 곧장 뛰어 놈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이미 양손에 든 발칸이 채 3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놈을 목을 겨누고 있었다.

“이제 그만 끝내자.”

뻗어 나간 무지막지한 화력이 놈의 얼굴을 뒤덮었다.

동시에 목이 꿰뚫린 자르바의 신형이 축 늘어지며 반가운 알림음이 들려왔다.

[자르바를 처치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외골격 타입 2 부스터 스킬을 획득합니다.]

[경험치 디버프로 인해…….]

[라스트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리콜이 해제됩니다.]

[자동 귀환까지 남은 시간 1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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