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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20화 (20/182)

20화

쾅! 콰쾅!

투두두두두! 피잉! 쾅!

천지가 개벽을 하듯 엄청난 굉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사방 천지로 떨어지는 포격과 줄줄이 나가떨어지고 있는 몬스터들.

그것을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있는 조용석은 꿈이라도 꾸고 있는 표정이었다.

죽음의 위기 속 극적으로 나타난 사내.

처음 그의 뒷모습을 볼 때만 해도 그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굳이 이곳까지 들어올 필요가 있었을까.

솔직히 말해 누가 들어온다 한들 죽을 자리였다.

제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이 많은 수의 몬스터들을 절대 잡을 수 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그의 오판이었다.

사내가 들고 있던 이상한 형태의 무기.

그 무기에서 날아간 무언가가 전방을 때렸을 때, 그는 자신이 가졌던 생각을 씻은 듯이 날려 버렸다.

시야 가득 들어차 있던 쿠라마 무리들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또 다른 형태의 무기를 꺼내 든 사내의 전투력은 가히 경악스러웠다.

초당 수십 발에 달하는 마법 포격.

보는 것만으로도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사내의 전투력은, 그 단단함을 자랑하던 쿠라마의 가죽을 젖은 휴지 조각처럼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반경 20미터 근처로는 감히 발도 붙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침까지 흘리며 보고 있던 이성호가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대체… 이 사람 뭐야?”

그의 중얼거림에 옆에 붙어 있던 신지수가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 사람이 그 사람이야?”

소환된 다섯 명 중 남은 한 사람을 말한 것이었다.

그 말에 조용석이 눈을 연신 비벼 대며 입을 열었다.

“근데 너희들. 저런 거 본 적 있어?”

“아니? 저런 건 들어 보지도 못했다. 아무리 봐도 0등급 같지가 않은데.”

“0이라고? 장난하냐, 지금? 레벨로 따지면 200도 넘겠구만.”

“직업이 대체 뭘까. 나 저런 무기 처음 봐.”

그들이 판단하기에 눈앞의 사내는 절대 자신들과 동급인 레벨이 아니었다.

최소한 3등급 이상.

그것도 솔플을 감안한다면 1개 팀 이상의 전력이었다.

“그런데 혹시 저거 총 아니야?”

유심히 사내를 지켜보고 있던 서주아의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그들의 시선이 모두 사내가 든 무기로 집중됐다.

“그러고 보니 총 같기도 하네.”

“총? 그거 없어졌다고 그러지 않았나.”

“없어진 게 아니고, 만들어 내질 못하는 거야.”

“어쨌든. 근데 저게 왜 저 사람 손에 있는 거야?”

“나야 모르지. 근데 저 어깨 위에 있는 거 저건 대포 같은데…….”

그들이 나름대로 추측을 하고 있을 때, 태정은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곡사포 쿨 타임 돌아왔습니다.

“좌표랑 각도 줘.”

-21.242 현재 위치에서 60도입니다.

제라드의 계산과 함께 석실 우측 내각에 초록색 영역이 표시됐다.

동시에 좌측 포신이 허공을 가리켰고, 고각이라는 명령과 함께 고폭탄이 발사됐다.

쾅!

정확히 좌표에 떨어진 탄은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고, 십여 마리에 달하던 쿠라마 무리가 피떡이 되어 흩어졌다.

[쿠라마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34,000을 획득합니다.]

[쿠라마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34,000을 획득합니다.]

“좋아. 말 안 해도 쿨 돌면 바로바로 찍어 줘.”

-알겠습니다.

전투에 있어 제라드의 활약은 실로 놀라웠다.

감으로만 때려야 했던 포격류 무기가, 찍어 주는 좌표로 인해 100% 정확도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태정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제라드 덕이었다.

현장에 막 도착했을 때만 해도, 그는 워낙 몬스터가 많아 어떻게 뚫고 들어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입구부터 뚫고 들어가자니 시간이 부족하고, 난사를 하자니 사람들의 피해가 걱정됐다.

그때 제라드의 능력이 빛을 발휘했다.

-5,199와 24,199에 차례로 고폭탄을 터뜨리면 약 30미터 반경에 폭 3미터의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외골격 다리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낸다면 다시 길이 막히기 전에 인간들에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믿은 태정은 직사포와 곡사포를 이용해 해당 좌표에 폭탄을 그대로 때려 박았다.

그 결과 벽을 탄 좌측 한편에 길이 생성됐고, 동시에 뛰어든 그는 제때 사람들 앞을 가로막을 수가 있었다.

단 몇 초만 딜레이가 됐더라도 생사를 장담을 할 수가 없었던 절체절명의 상황.

그야말로 기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타이밍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드디어 눈에 보이는 놈들이 셀 수 있을 만큼으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몇 초가 더 흐르자 클리어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8단계 웨이브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9단계 웨이브 시작까지 10분 남으셨습니다.]

“후우.”

스테이지를 완료한 태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해낸 결과물들을 바라봤다.

형체조차 알 수 없이 뭉개져 널브러진 수많은 고깃덩어리.

그 수가 물경 천에 육박했다.

그중 태정이 죽인 놈들은 정확히 789마리였다.

놈들을 잡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

그야말로 발군의 전투력을 보여 준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이 한 번의 전투로 무려 16업을 했다는 것이다.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경험치가 늘어난다는 걸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던전 하나를 통째로 턴 수준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전장에서 눈을 뗀 태정은 슬며시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넋을 잃은 얼굴의 남녀 넷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지간히도 놀랐는지 그들은 태정과 시선을 마주치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그가 머쓱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태정의 인사에 그제야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조용석이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아, 안녕하세요.”

“다들 괜찮으십니까.”

“아. 네. 덕분에… 그런데 누구신지…….”

가장 궁금한 질문이었다.

그 물음에 태정이 간단히 자신을 소개했다.

“같이 소환된 것 같은데, 제가 좀 늦었습니다. 리콜은 처음이라서.”

태정이 그리 말하자 조용석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 아뇨. 정말 제때 와 주셔서 살았습니다. 이번엔 진짜 죽는구나 싶었는데,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의 인사를 필두로 괴물 보듯 보고 있던 나머지 셋 역시 너도나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태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여긴 몇 단계까지 있나요?”

“글쎄요. 원래 여기서 끝이 나야 정상인데… 그보다 혹시 클래스가 어떻게 되시는지… 손에 든 그거 총 맞습니까?”

“아, 이거요? 맞아요, 총. 그런데 다 친구분들인가 보죠?”

태정은 수긍을 하는 듯하며 화제를 돌렸다.

무기야 오픈이 되었으니 별수 없어도, 굳이 정확한 클래스까지 밝힐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네. 같은 길드에 소속된 둘도 없는 친구들이죠.”

“어쩐지. 정류장에서 보니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닌 거 같아 보여서.”

“정류장이요?”

조용석이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묻자, 가만히 듣고 있던 신지수가 손가락으로 태정을 가리켰다.

“앗. 아까 그 택시. 택시 맞죠?”

“기억하시네요. 맞아요, 택시.”

“어머. 장비를 차고 있어서 몰랐어요. 헌터셨구나. 그런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죠? 언제 들어왔어요? 우리 소환되고 바로?”

“아마도요. 저도 그 택시를 못 탔으니까요.”

“아. 그럼 택시가 범인이었나?”

“예?”

신지수가 쓸데없는 농담을 하자 조용석이 그녀를 살짝 밀치며 끼어들었다.

“그런데 혹시 계획은 있으십니까?”

“계획이요? 어떤……?”

“아. 다름이 아니라 저희는 이미 포션이 떨어진 상태라, 큰 도움을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최선을 다하긴 하겠지만…….”

“아. 그런 거라면 상관없습니다. 저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으니까요.”

“혹시 미끼라도 필요하시면 저희가 상의를 해서…….”

“일단 다음 단계 해 보고 정 안 되면 그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태정은 굳이 전투력이 상실된 그들까지 전장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방해만 될 뿐이었다.

난사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그에겐 최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이득.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그들의 귀에 알림음 하나가 들려왔다.

[9단계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다들 벽에 붙으세요.”

사람들에게 한차례 지시를 내린 태정은 전방을 주시하며 m60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중앙 포탈을 타고 이내 수십 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가 가진 모든 화력이 한곳으로 집중됐다.

투두두두두!

쾅! 콰쾅!

파파팟! 쾅!

[진 쿠라마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53,000을 획득합니다.]

[진 쿠라마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53,000을 획득합니다.]

9단계의 몬스터는 이전 몬스터의 강화판이었다.

전투력이 얼마나 강한진 알 수 없지만, 나오는 족족 쓰러지고 있는 것이 그리 대단한 놈은 아니었다.

잠깐이나마 긴장을 했던 태정의 표정이 풀어졌다.

‘좋아. 이번 단계도 클리어다.’

전투의 양상은 압도적이었다.

오히려 전 단계보다도 나은 상황.

솔직히 말해 아까는 몬스터가 워낙 들어차 있어 사방이 위험투성이었다.

반면에 지금은 포탈 입구에서 단 한 놈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집중된 화력의 극대화.

메카닉 클래스가 가진 장점 중 하나였다.

그렇게 얼마나 퍼부어 댔을까.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미니건 슈퍼 발칸 스킬이 오픈됩니다.]

[핸드 로켓 런처 스킬이 오픈됩니다.]

120을 찍자마자 새로운 스킬이 연이어 오픈됐다.

태정은 당장 확인을 해 보고 싶었지만, 우선은 웨이브를 클리어 하는 것이 먼저였다.

남은 마릿수는 대략 이백여 마리.

몇 번의 포격과 난사를 반복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9단계마저 깔끔하게 클리어 했다.

[9단계 웨이브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10단계 웨이브까지 10분 남으셨습니다.]

“와. 진짜 대단해요.”

후방에서 넋이 나간 듯 구경을 하고 있던 신지수의 말이었다.

다른 이들 역시 그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태정은 그런 그들을 향해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lv122 필요 경험치: 15,549,000

‘점점 빡세지는구나.’

상위 몬스터를 잡고도 5업.

확실히 레벨이 레벨이다 보니 속도가 느려졌다.

전 단계에서 16업을 한 것과는 확실히 대비가 되는 부분.

하지만 그는 전혀 실망을 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만 벌써 40업을 넘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태창을 훑어보던 태정은 곧 스킬창을 오픈했다.

[미니건 슈퍼 발칸] lv1

봉인된 속도 [320km/h]

탄환: 5.56mm 강화 에너지 탄

사정거리: [30m]

기본 파괴력 - 420

[핸드 로켓 런쳐] lv1

봉인된 속도 [400km/h]

탄두: 105mm 로켓탄

사정거리: [120m]

살상 범위: 40m

기본 파괴력 - 1,200~1,600

소비 마나 2,000

*분당 최대 1발.

‘좋은데?’

대충 봐도 좋아 보이는 스킬이었다.

파괴력도 준수하고 처음 보는 형태의 탄두도 나왔다.

호기심이 인 태정은 바로 소환을 해 볼까 하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화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굳이 개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몇 단계나 남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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