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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8화 (18/182)

18화

빛이 사라진 뒤, 드러난 배경은 음침함이 느껴지는 오래된 석실이었다.

‘이게 뭐야?’

뜬금없이 어딘가로 소환된 태정은 심히 당황스러웠다.

택시를 타려다가 이게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

급히 주위를 둘러본 그는 허공에 떠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팔라딘 외 4명 리콜 완료.]

[팀원들의 등급을 측정합니다.]

[등급2 등급2 등급2 등급2 등급0]

[리콜 던전의 평균 등급이 측정되었습니다.]

[1단계 웨이브까지 남은 시간은 10분입니다.]

“아. 여기가 리콜이구나.”

리콜.

흔히 인던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우스갯소리로 헌터들 사이에선 납치 던전이라고도 부른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을 소환시켜 붙은 이름이었다.

태정 역시도 포터 일을 하며 이 던전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소환된 자들의 종합 능력을 측정해 난이도가 결정되고, 일반 던전에 비해 많은 숫자의 몬스터가 나오는 성장형 던전.

불시에 맞닥뜨리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하기도 했지만, 한번 들어가면 폭풍 성장을 할 수 있어 헌터들에게는 가히 로망과도 같은 던전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왜 안 보이지?”

소환된 사람은 태정을 포함해서 총 5명.

즉, 네 명이 더 있어야 했다.

하지만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은커녕, 벌레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게 두리번거리기도 잠시.

[1단계 웨이브까지 9분 남았습니다.]

알림음과 함께 상단에 창 하나가 떠올랐다.

그러자 그의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정이 이곳에 대해 아는 정보는 매우 단편적이었다.

주워 들은 수준이라고나 할까.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몬스터는 어디서 나오는지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예 모른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떠 있는 등급이 좀 이상했다.

현재 등급2가 4명에 등급0이 1명.

만일 자신이 등급0이라면?

이 던전의 난이도는 매우 위험할 것이 분명했다.

2등급에 맞춰져 있을 테니까.

사냥은커녕, 생존조차도 힘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사람부터 찾아야겠다.”

마음을 먹은 태정은 곧장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길은 하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석실의 통로는 매우 넓었다.

좌우에 걸린 횃불이 길을 밝혀 줘 시야도 괜찮은 편이었다.

[1단계 웨이브까지 3분 남았습니다.]

‘대체 얼마나 들어간 거야?’

상당히 걸어 들어온 태정이지만 아직까지도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에 따라 점점 조여 오는 긴장감과 두려움.

그렇게 얼마나 이동을 했을까.

[1단계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1단계 몬스터 카울.]

[클리어 0/200]

[처치한 수 0]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태정은 즉시 외골격 다리를 소환하고 m60을 집어 들었다.

동시에 그의 좌우 어깨로 각기 다른 형태의 포신이 형성됐다.

고민조차 없이 가장 강력한 무기들을 한 번에 오픈시킨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카울이라는 몬스터는 태정이 지나가면서도 들어 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무조건 상위 레벨의 괴물.

얼마나 강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디냐. 앞이냐? 뒤냐?’

긴장한 태정의 눈이 사방을 빠르게 훑어 나갔다.

확인되는 순간 바로 폭격을 가하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그렇게 있기도 잠시.

알림음과 함께 메시지창의 수치가 올라갔다.

[카울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11,000을 획득합니다.]

[클리어 1/200]

[처치한 수 1]

‘……?’

난데없는 경험치 알림음에, 태정의 고개가 바삐 움직였다.

너무 고요해 적막감마저 드는 석실의 통로.

그 와중에 다시 한번 알림음이 들려왔다.

[카울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11,000을 획득합니다.]

“뭐야? 하고 있는 거야?”

어디선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이 경험치를 먹을 리 없으니까.

근처가 아닐까 생각해 집중하며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이렇다 할 소음이나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계속해 경험치 알림음만이 울리는 상황.

[처치한 수 75]

벌써 200마리 중 75마리가 죽은 상황이었다.

이 기이한 현상에 얼떨떨해하기도 잠시.

다시금 그의 귓가로 알림음 하나가 들려왔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뭐야. 좋은데?”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순 없지만, 공짜로 경험치를 먹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개꿀이라는 뜻.

‘일단 더 들어가 보자.’

어찌 됐건 그는 계속해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현재로선 나가는 방법조차 모르니까.

그렇게 다시 이동이 시작됐다.

[크라우가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21,000을 획득합니다.]

[4단계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이동을 하면서도 경험치는 계속해서 들어왔다.

단계에 따라 그 수치도 증가해 이제는 마리당 거의 1% 수준.

즉 100마리면 레벨 업이라는 뜻이었다.

몇 단계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벌써 5업이나 한 상태였다.

이대로 간다면 90레벨, 아니 100레벨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의문은 계속됐다.

‘이만큼 왔는데도 없어?’

거의 한 시간을 내리 걸었는데도, 사람들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같은 시간에 소환을 당했다면, 먼저 출발을 했어도 진즉에 따라잡았어야 하는 것이 정상.

‘설마, 나만 이상한 곳에 갇힌 건 아니겠지?’

불안감이 슬며시 찾아오려는 그때.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대전차 로켓포 RPG-7이 지급됩니다.]

“오. 새 무기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그는 즉시 인벤토리를 오픈했다.

RPG-7 [휴대형 로켓포]

봉인된 속도 [350km/h]

탄두: 다용도 에너지 로켓탄

사정거리: [120m]

살상범위: [20m]

기본 파괴력 - 2,300

*분당 최대 1발

무기의 성능은 괜찮은 편이었다.

속도와 살상 범위는 조금 떨어지지만, 파괴력은 직사포를 능가한다.

그 말은, 곧 현재 그가 가진 장비와 스킬 중 가장 강력한 무기란 뜻이었다.

태정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것을 꺼내 들어봤다.

“오. 이게 말로만 듣던 로켓이란 건가.”

총구 부분이 덮여 있는 것으로 봐서 앞을 막고 있는 것이 탄두인 게 분명했다.

확실히 일반 총과는 다른 늠름한 외관.

태정은 당장이라도 테스트해 보고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괜히 이목을 끌 필욘 없지.’

지금까지의 무기들을 봤을 때, RPG-7역시 굉장한 소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그 소리에 숨어 있는 몬스터라도 달려온다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적어도 이곳의 사정을 알기 전까진 조심을 해야 한다는 뜻.

“일단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우선이야.”

* * *

휘릭! 서걱-!

파팟!

파파팟!

여기저기서 병장기 소리와 폭음이 난무하고 있었다.

줄줄이 쓰러지고 있는 수많은 몬스터들.

그 사이로 4명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오후 사냥을 나섰다가 불시에 리콜을 당한 조용석의 팀이었다.

서걱-!

눈앞의 몬스터를 베어 넘긴 리더 조용석은 더 벨 것이 없자, 근처에 있던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20대 중반의 잘 빠진 몸매를 가진 나이트 클래스의 헌터.

서주아였다.

“야. 뭔가 이상하지 않냐.”

조용석의 물음에 서주아가 전방의 몬스터를 베며 입을 열었다.

“뭐가?”

“우리 레벨에 이 단계, 이 숫자 말이야. 저번이랑 좀 다르지 않아?”

“매번 같을 순 없으니까. 그거 말하려고 온 거야? 수진이 백업이나 봐주지.”

“수진이는 성호가 알아서 봐.”

조용석은 그리 말하며 주변에 모인 세 마리의 카울을 차례대로 벴다.

그러자 그 모습을 힐끗 보던 서주아가 스킬을 장전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은 누굴까?”

“뭐? 그 0등급?”

그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아마 다른 곳에 떨어졌겠지?”

“그렇겠지. 우리가 왔을 때 없었으니까. 근데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너 0등급 본 적 있어? 아니, 들은 적은 있냐.”

“음… 아니?”

“아무리 레벨이 낮아도 등급 1은 나오는데, 0이면 민간인 아냐?”

“민간인이 여길 어떻게 와. 막 각성한 사람이겠지. 뒤에 봐줘.”

“오케이.”

서걱-!

휙!

슈아악!

서로의 등을 맞댄 그들의 검이 시원하게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피떡이 되어 쓰러지는 몬스터들.

그런 그들을 향해 두 명의 남녀가 합류했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하냐?”

중갑옷을 걸치고 대검을 들고 있는 사내.

조용석과 마찬가지로 팔라딘 클래스의 이성호였다.

그런 그를 향해 조용석이 되레 되물었다.

“그러는 너희는 뭐 하러 왔냐.”

“우리는 정리 끝냈으니까 도와주러 왔지. 그치 수진아?”

눈을 찡긋하는 그를 보며, 스태프를 든 여자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 제발 친한 척 좀 하지 말아 줄래?”

“뭐야!? 기껏 백업 봐줬더니, 그게 지금 생사를 함께해 온 전우로서 할 말이냐.”

“생사 좋아하시네. 됐고. 빨리 잡고 대기 시간에 뭐 좀 먹자. 점심도 안 먹었더니, 배고파.”

“그래서 내가 먹고 출발하자 했지? 말을 안 들어.”

“시끄러. 어서 잡기나 해.”

“성격하고는.”

그렇게 티격태격하기도 잠시.

다시 진지해진 그들은 합심해 남아 있는 몬스터들을 차례로 정리해 나갔다.

[7단계 웨이브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8단계 웨이브까지 10분 남았습니다.]

클리어 메시지가 뜨자마자, 이성호가 일행들을 재촉했다.

“야야. 빨리 깔아. 시간 없어.”

그의 채근에 가지고 온 보따리가 순식간에 한 상으로 차려졌다.

그래 봐야 김밥과 과자 따위였지만, 주린 배를 달래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야. 그런데 너희는 이상한 거 못 느꼈냐? 쩝쩝. 애들이 좀 단단해진 거 같지 않아?”

김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던 조용석의 말이었다.

그의 말에 이수진이 놀란 얼굴을 하며 맞장구를 쳤다.

“어? 맞아. 잘 안 죽어.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구나.”

“그렇지? 안 죽지? 내 말 맞다니까. 검이 들어가는 느낌이 달라, 느낌이.”

옆에서 핫바를 먹고 있던 이성호 역시 이에 동의했다.

“맞아. 뭔진 모르겠는데, 평소보다 훨씬 힘이 들어갔던 건 분명해.”

그들의 의견에 오직 서주아만이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나는 잘 모르겠던데?”

“그건 아마 네가 장비가 좋아서 그런 거일걸? 너 이번에 무기 새로 바꿨잖아.”

“그런가.”

“그건 그렇고 넌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냐. 너 정도 배경이면 가만 있어도 인생 하이패스일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단 말이야.”

의미심장한 이성호의 말에 서주아가 정색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 얘긴 하지 말랬지.”

“아아. 실수. 그냥 부러워서 말해 본 거야. 별 뜻은 없었어.”

그렇게 순식간에 간식 타임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선 그들은 다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2분.

“그런데 그 사람은 괜찮을까?”

웨이브 포탈을 주시하고 있던 서주아의 말이었다.

그 말에 이성호가 뭘 그런 걸 다 걱정 하냐는 듯 말을 내뱉었다.

“야야. 어차피 여기로 올 텐데 무슨 걱정이야. 그리고 지금쯤 아마 좋다고 입이 귀에 걸렸을걸? ‘개꿀이네’ 하면서 춤이라도 추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지막은 남겨 두고 데리러 갔다 오자. 겁먹었을 수도 있잖아. 더군다나 등급이 0이면…….”

“쯧쯧. 하여간 오지랖은. 하기야 진짜 막 각성한 사람이면 쫄아서 굳었을 수도 있겠다. 그럼 막판 남기고 데리러 간다에 다들 동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즈음 웨이브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자! 그럼 가…….”

스킬을 장전하며 자신 있게 선봉을 서려던 이성호는 순간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포탈에서 기어 나오고 있는 놈들이 눈에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 저거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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