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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2화 (12/182)

12화

집으로 돌아온 태정은 내심 뿌듯함을 느끼며, 헌터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졸업을 했으니 이젠 좀 더 상위 던전으로 가야 할 때.

새로운 스킬과 무기를 얻은 그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보자. 어디가 좋을까.”

바위 산맥의 상위 던전은 같은 게이트에 한 곳, 필드에 세 곳이 존재했다.

화이트 레벨의 지하 동굴과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그라운드 블루.

하지만 태정은 이 모두를 건너뛸 생각이었다.

필드야 포터를 대동해야 하니 비용이 발생하고, 지하 동굴 같은 경우 벌이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화염방사기도 있으니까. 블루 1급까진 해볼 만할 거야.”

태정이 생각한 곳은 블루 게이트 최하위 등급에 속한 아실리우스의 대평원이었다.

현재로서 그나마 비벼 볼 수 있을 만한 곳.

[아실리우스의 대평원.]

[공격력이 강한 대신 방어력이 약함.]

[조합만 잘 갖춰진다면 E등급(60이상)헌터들도 공략 가능.]

[단. 평원의 대전사 아실리우스는 D등급(90이상) 이하는 주의 요망.]

[주로 나오는 아이템은…….]

던전의 정보를 훑어보던 태정은 머릿속으로 계산을 돌려봤다.

비록 레벨은 40으로 F등급에 속해 있지만, 혼자서 바위 산맥을 가지고 놀았을 정도니 전투력으로 따지면 자신은 E등급에 올라 있다 봐도 무방했다.

문제는 파티의 조합인데.

이미 그는 일개 파티 이상의 화력을 지니고 있었다.

버퍼와 힐러가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그런 것쯤이야 화력으로 조지면 그만.

한동안 후기들을 꼼꼼히 살펴보던 그는 내일의 사냥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태정은 어제 봐 둔 던전을 가기 위해 미아동으로 차를 몰았다.

미아동은 대한민국에 얼마 남지 않은 공개 사냥터가 있는 곳이었다.

공개 사냥터란 정부나 길드의 사유지가 아닌 곳을 뜻한다.

보통 블루 게이트는 주인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대평원 같은 경우 급이 애매해 굳이 가지려 드는 길드가 없었다.

해서 이곳은 소속이 없는 헌터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마지막 사냥터였다.

“차가 너무 밀리네.”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체가 시작된 도로.

단순 교통 혼잡이겠거니 했지만, 벌써 십 분 이상 차량이 묶인 상태였다.

아예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자, 그는 따분함에 라디오를 틀었다.

[현재 신림동 일대가 마비가 된 상황입니다. 도심에 이동 포탈이 열리게 된 것인데요. 이게 아마 용산역을 마지막으로 3년 만이죠? 현재 주변 길드에 의해 정리가 되어 가고 있지만 복구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습니다. 한산도는 이 사태를…….]

“뭐야? 설마 그게 다시 생긴 거야?”

현 지구엔 여러 종류의 포탈이 존재한다.

게이트라 불리는 던전형 포탈.

리콜이라 불리는 인던형 포탈.

월드워라 불리는 국가전 포탈.

길드워라 불리는 영지전 포탈.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것이 지금 라디오에 나오는 이동 포탈이다.

이동 포탈.

지역 곳곳에 랜덤으로 형성이 되는 방출형 포탈이었다.

이 포탈은 그 특성답게 몬스터를 외부로 방출시키는 특징이 있는데,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엔 이 이동 포탈이 활발히 성행을 했었다.

한 달에 네다섯 번꼴로 출몰해 민간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으니, 당시만 해도 이것은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그에 따라 수많은 길드와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대비도 했지만, 그 피해라는 것이 찰나의 순간 이뤄지기 때문에 방출의 진원지에 있는 사람들은 떼로 죽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도 영원하진 않았는지 3년 전 서울역 사태를 마지막으로 이동 포탈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한데 지금 그것이 또 나타난 것이다.

“난리 났겠네.”

3년 전 사건 때 태정도 그 근처에 있어서 피해 현장을 실제로 본적이 있었다.

수없이 널브러진 시체들과 부서진 건물, 박살이 나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던 잔해들.

당시 그 충격으로 그는 일주일간 밥도 먹지 못했다.

그만큼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이게 다시 시작되면 큰일인데.”

다른 모든 포탈이 각성자에게만 해당이 되는 것이라면, 이 이동 포탈은 헌터 민간인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언제 어디서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 능력이 없는 민간인들은 그저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

그 말은 곧 그의 동생 소영도 위험할 수 있단 뜻이었다.

학교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수도권에 존재하는 모든 학교는 정부의 보호를 받으니까.

주요 번화가나 빌딩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주택가였다.

이곳은 워낙 범위가 넓어 정부에서 일일이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지역 길드에서 손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

바로 대응이 되지 않으면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소영 역시도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었다.

“빨리 돈 벌어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겠다.”

그렇게 약 한 시간이 흐르고, 우회로가 점차 뚫리기 시작했다.

돌아가려면 한참이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차를 틀었다.

도로가 반파될 정도라면 오늘 안에 복구될 확률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굼벵이처럼 여기저기를 지나 겨우 신림동을 빠져나간 태정은, 목적지인 미아리고개에 도착했다.

저 멀리 보이는 영롱한 푸른빛의 게이트.

근처에 차를 대고 내린 그는 주변에 주차된 차들을 바라봤다.

승용차 한 대와 승합차 한 대.

헌터들의 차량인지 알 순 없지만, 맞다 치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던전의 규모를 생각해 볼 때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그럼 어디 한번 가 볼까.”

* * *

북한산 화이트 게이트.

막 바위 산맥에 진입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중무장을 하고 나타난 헌터들.

그들은 바로 대한민국 명도 한라산 길드 소속의 정찰대였다.

“어디쯤이라고 했지?”

책임자인 정찰대장 차민수의 말에 부관 박정민이 지도를 펼치며 한 곳을 가리켰다.

“입구부터 이 지점까지 쫙 깔려 있다고 하니, 천천히 올라가면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 최대한 넓게 퍼져서 올라가 보자고.”

팀원들과 함께 산맥의 초입을 오르고 있는 차민수는, 야간 사냥을 다녀온 길드원으로부터 우연히 한 얘기를 듣게 됐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던전에 깽판을 놓는다는 내용이었다.

저레벨의 던전이야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해 그냥 듣고 넘기려 했으나, 사정을 들어 보니 무언가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다.

‘머리통에 구멍이 난 사체가 천 마리도 넘게 있었습니다.’

‘오거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갔더군요.’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게 죽은 놈들도 굉장히 많이 있었습니다.’

사냥에 잔뼈가 굵은 차민수는 얘기를 듣자마자, 이 사건이 결코 흔치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레벨이 아무리 높은들 머리만 꿰뚫어 사냥을 할 수 있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관통 스킬은 여럿 존재하지만 오크 머리통의 크기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그 범위는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위자드의 매직미사일 정도가 있을까.

그 외 나머지 기술은 뚫는다기보단 날려 버린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마법의 규모가 오크의 머리통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인기 속성 마법인 매직미사일을 그 정도까지 찍는 바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있으나 마나 한 매직미사일을 오크 머리통 뚫자고 극한까지 찍는다면, 나머지 강력한 스킬들을 찍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무언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 짐작이 맞았으면 좋겠는데.’

출발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방을 수색하고 있던 팀원으로부터 외침이 들려왔다.

“팀장님! 여기 있습니다!”

그의 외침에 차민수가 급히 달려갔다.

그러자 보이는 처참한 광경.

족히 백여 마리에 달하는 오크들이 괴이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

“음.”

길드원들의 말대로 오크들의 사체는 하나같이 다 머리통이 뚫려 있었다.

그 모습에 함께 지켜보던 박정민이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정말 기이한데요? 머리통이 잘려 나간 건 많이 봤어도 이런 건 처음 보네요.”

“아무래도 우리가 예상했던 매직미사일은 아닌 것 같군.”

“그렇죠? 아무리 매직미사일이 작아도 이렇게 눈알만 파고들기는 불가능할 테니까요.”

사체의 상태는 들은 것보다 기이했다.

정확히 눈알만 파고 들어가 뒤통수가 뚫린 오크들.

아무리 매직미사일이 작다곤 해도 이 정도까지 작진 않았다.

게다가 다른 한편에 놓인 또 다른 사체는 확실히 매직미사일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었다.

온몸에 수백 개의 점을 새겨 놓고 죽은 오크들.

단발성 공격인 매직미사일로는 만들어 내기가 힘든 상처였다.

‘똑같은 관통상이야. 여기 있는 놈들만 해도 최소한 공격이 수백 번 이상은 들어갔어.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일반 적인 스킬로는 도저히… 혹시.’

생각을 하던 차민수가 박정민을 향해 물었다.

“자네 혹시 탄지신통이라고 들어 봤나?”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세계에 단 네 명밖에 없는 무인 클래스의 기술이 아닙니까. 설마 대장님께선 이게…….”

“나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이런 게 가능한 직업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기술이야.”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박정민이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럼 궁술사도 있지 않겠습니까? 영시를 사용한다면…….”

“궁술사? 오, 그러고 보니 궁술사의 영시 정도면 이런 작은 구멍을 뚫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그들이 나름 추측을 하고 있을 때, 통신구를 통해 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팀장님! 여기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북동 27.339입니다.

팀원의 보고에 다시 이동을 시작한 그들은 곧 뼈다귀만 남아 있는 오크와 트롤의 사체를 발견했다.

“이건. 음.”

침음을 뱉은 차민수가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부채꼴로 길게 퍼진 시커멓게 탄 바닥.

무언가 휩쓸고 간 자리인 게 분명했다.

“화염 마법이야. 그것도 상당한 레벨의…….”

“대체 이게 뭘까요? 이 정도 범위의 화염 마법이면 C등급, 아니 그 이상도 될 것 같은데요?”

“블래스트 계열의 마법 같기는 한데, 이해가 되지 않는군. 이 정도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자가 왜 이런 곳에…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무엇을 말입니까?”

“이 상황을 말이야.”

“음. 이 모든 게 한날 한시에 일어났다면, 최소한 두 명 이상이 함께 움직인 걸로 보입니다. 그중 하나는 최소 C등급 이상의 법사일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솔직히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말씀하셨던 무인이나 궁술사일 경우, 이건 엄청난 호재입니다. 그 둘은 아직 국내에는 없는 히든 클래스니까요.”

“맞아. 그리고 만약 영입만 된다면 우리 길드는 단번에 톱 티어로 치고 올라갈 수 있지.”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할까요?”

“일단 확실한 건 아니니 정찰대의 인원만 동원해 서울 전역에 있는 게이트를 모두 뒤져 봐야겠어. 아직 레벨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으니, 화이트와 블루 위주로 배치를 하면 될 거야. 어차피 레드야 가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자네가 맡아서 그렇게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돌아가면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내 생각이 맞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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