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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8화 (8/182)

8화

한 번의 실전 경험을 토대로, 다시 사냥에 나선 태정은 조금씩 최적의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탕! 탕탕!

[울프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했습니다.]

크릉!

“꺼져.”

탕!

쿠엑!

명중률도 상당히 올라가 이제는 쏘면 거의 백발백중이 따로 없었다.

두려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탓이었다.

그로 인해 총에 대한 신뢰가 다시 생겨났고, 그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과감한 전투를 할 수 있었다.

벌써 주변에 널린 사체만 20여 구.

거의 한 개 무리를 혼자서 잡은 셈이었다.

“몇 번 해 보니 별거 아니긴 한데, 그래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야.”

피해 없이 완벽하게 사냥에 성공한 그였지만, 위험한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방금 전에도 큰일 날 뻔한 상황이 세 번은 있었다.

살상반경에 대한 감각.

유효사거리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한 방 컷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난전에서 매우 취약한 부분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하나 남았나.”

미친 듯이 사냥을 한 결과, 태정은 마지막 레벨 업을 남겨 놓고 있었다.

이제 1업만 더 하면 20레벨로 다음 사냥터의 최소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남은 포션과 마나를 계산해 보던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가 도달한 곳은 비봉산의 입구.

“여긴 그 시커먼 놈들이 있겠지?”

태정은 얼마 전 이천에서 있었던 지옥의 순간을 떠올렸다.

포터들이 모두 죽고 혼자서 탈출해야 했던 그 절망적인 순간을 말이다.

그때 만난 놈이 바로 미믹이었다.

울프와 더불어 비봉산에 서식하는 주력 몬스터.

‘지금 생각하면 참… 그때 어떻게 빠져나왔지?’

총 한 자루가 달랑이었던 당시를 생각하니, 절로 소름이 끼치는 태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다리는 전진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자신감 넘치게.

그도 그럴 것이, 아무것도 모르던 레벨1에도 놈들을 잘만 잡고 탈출을 한 그였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총도 한 번에 2자루를 쓸 수 있는 데다, 울프의 기동력을 상회하는 외골격 다리까지 있다.

무엇보다 실전 경험이 있는 그에게 더 이상 미믹 따위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게 보무도 당당히 산을 타던 태정의 시야에, 시커먼 것들이 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지만 낯설지 않은 시꺼먼 놈들의 모습.

포터들의 몸을 종이 찢듯 찢어 버리던 미믹이었다.

‘역시, 그때랑은 느낌이 달라.’

숫자가 꽤 되었지만 울프들을 떼로 잡고 와서 그런지, 그의 얼굴엔 두려움의 첫 글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손이 근질거린다는 표정이다.

그렇게 놈들을 주시하고 있던 태정은 즉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동시에 그의 총구에서 무지막지한 화력이 빛을 뿜어냈다.

탕! 탕탕! 타탕!

총구에서 빛이 한 번씩 번쩍할 때마다, 시커먼 놈의 신형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난다.

픽픽거리며 쓰러지는 미믹의 동체.

하지만 놈들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았다.

울프들과 다르게 미믹은 촉수를 이용해 태정의 사지를 노리고 들어왔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난잡한 공격에 그의 발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어제만 해도 당황했겠지만, 로봇 다리에 익숙해져 버린 지금 미믹의 촉수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이윽고 마지막 놈의 대가리가 뻥 뚫리며 기분 좋은 알림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미믹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100을 획득합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새로운 스킬 미니건 발칸이 오픈됩니다.]

[새로운 장비 TRG-9가 지급됩니다.]

‘두 개씩이나?’

예상치 못한 선물에 태정은 당장이라도 확인을 하고 싶었지만, 사방이 숲이라 일단은 산을 빠져나오기로 했다.

빠르게 하산해 차가 세워진 곳까지 도달한 그는 우선 인벤토리를 열어 장비부터 확인했다.

TRG-9 [저격 소총]

봉인된 속도 [550km/h]

탄환: 7.62×51mm 강화 에너지 탄.

사정거리: [720m]

기본 파괴력 - 750

“어라? 이건 왜 이렇게 쎄?”

새로 들어온 장비의 능력치는 실로 엄청났다.

기존 ka-1소총에 비해 데미지가 무려 4배.

사거리는 무려 50배였다.

그러고 보니 총의 형태도 지금까지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크기부터가 압도적인 것이 딱 봐도 간지가 철철 흘러넘친다.

이러니 스킬 또한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벤토리를 닫은 태정은 바로 스킬 창을 오픈했다.

[저격용 에너지 탄] lv1 [저격 소총류]

마력을 이용한 강화된 탄알.

1탄: 750mp

*스탯에 따라 파괴력이 달라짐.

[발칸용 에너지 탄] lv1 [미니건류]

마력을 이용한 탄알.

1탄: 10mp

*스탯에 따라 파괴력이 달라짐.

[미니건 발칸] lv1

봉인된 속도 [200km/h]

탄환: 5mm 에너지 탄

사정거리: [15m]

기본 파괴력 - 180

“저격용 탄은 마나 소비가 750이나 되네. 그나마 발칸용은… 음? 뭐야? 스킬은 별거 없네?”

저격용 에너지 탄의 마나 소비가 큰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 정도 사거리와 파괴력이라면, 충분히 납득을 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새로 생긴 공격용 스킬은, 레벨에 비해 그 능력치가 너무 평범했다.

소총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한번 볼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무기를 소환시켜 봤다.

그러자 팔에서 빛이 샘솟더니, 이내 팔등 전체를 감싸는 신기한 형태의 기계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총열 8개가 원형으로 배치된 수상한 무기.

[목표 지정 후 활성화시키십시오.]

태정은 사용법에 따라 전방을 가리키며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갑자기 빛이 터지며 총열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탕!

“우왓!?”

엄청난 양의 마나와 함께 순식간에 수십 발에 달하는 탄이 쏘아지자, 그는 깜짝 놀라며 사격을 중지했다.

그리곤 자신의 팔에 걸린 미니건과 벌집이 되어 버린 전방의 나무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거… 미쳤는데?”

믿기지가 않는지 그는 재차 스킬을 활성화시켜 봤다.

타타타타타탕!

“말이 되냐, 이게?”

타타타타타탕!

“하. 나 참.”

타타타타타탕!

뭐가 그리 좋은지, 태정은 마나가 바닥이 나는 줄도 모르게 몇 번이고 스킬을 사용했다.

그렇게 마나를 모두 소비하고 나서야, 그는 그 짓(?)을 멈출 수가 있었다.

“뭐 이런 게 다 있냐.”

잠깐 써 본 것만으로도 그는 이 무기가 생각보다 굉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연사가 가능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옵션.

이 미니건 발칸이라는 건, 보조 무기 같은 것이었다.

양손의 총을 사용하면서도 언제든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3의 무기라고나 할까.

이건 사냥뿐만이 아니라, 안전에 있어서도 큰 이점을 가질 수가 있었다.

주 무기를 제외한 보조 무기를 몸에 달고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은 변수를 차단해 버릴 수 있다는 뜻이니까.

“잘만 쓰면 대박이겠다.”

스킬에 대한 테스트를 마친 태정은 차를 몰아, 자신이 처치해 나온 부산물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업한 가죽의 수는 50개.

처분한 금액은 1,200만 원이었다.

그는 그 돈으로 전부 마나 포션을 구매했다.

이후 장비 상점에 들른 태정은 대충 쓸 만한 것이 있나 살펴봤다.

[아이언 메일]

[근력 +10 마나 1,200]

[소비자가: 2억]

[에이리언 부츠]

[민첩 +10 근력 10]

[소비자가: 1억 5천]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는데, 뭐가 이렇게 비싸냐.”

억 단위가 훌쩍 넘어가는 가격에, 고개를 흔들고 나온 태정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리곤 씻지도 않은 채 바로 헌터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돈 벌어야 돼, 돈.”

그가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하루빨리 좋은 장비를 사서 좀 더 안전하게 사냥을 하고 싶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빨리 마나를 늘려 안정 된 사냥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돈은 알아서 벌릴 테니, 그 최소한의 기준을 그는 최대한 빨리 맞추고 싶었다.

“음. 내 레벨에 그라운드 블루는 오바인가.”

커뮤니티 글을 유심히 훑어보던 태정의 말이었다.

필드 사냥터는 크게 화이트, 블루, 레드 등급으로 나뉜다.

그중 블루는 적정 레벨이 최소 40이상으로, 현재 태정의 레벨에 무려 2배 이상이었다.

원래는 화이트 등급 중 더 높은 곳으로 가야 정석이나, 수익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그는 지금 등급 자체를 건너뛰고 블루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포터 없이 가기엔, 필드는 너무 비효율적이야.”

고개를 젓던 그는 바로 아래에 있는 던전 카테고리에 들어갔다.

던전은 헌터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냥터로, 게이트란 곳을 통해 진입을 한다.

보통 같은 등급 필드에 비해 난이도가 한 단계 높으며, 외부와의 통신이나 연락이 모두 차단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한 사냥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엔 그런 단점을 모조리 상쇄시킬 장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이템이 자동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던전은 필드보다 훨씬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제일 낮은 던전이 30레벨. 최소 8인 파티. 이게 미니멈인가.”

한눈에 봐도 스펙을 훌쩍 뛰어넘는 조건이지만, 태정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갔던 안성의 화이트 그라운드는 10~20, 최소 파티 인원은 12명이었다.

그런 곳을 레벨 2부터 혼자 사냥했으니, 이곳 역시 가 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 돈 뿌리면서까지 경험을 왜 쌓았냐. 이런 곳 가려고 한 거지.”

던전 역시 필드와 마찬가지로 총 3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화이트부터 레드까지.

그중 태정이 갈 수 있는 곳은 프리 등급의 화이트 홀로, 서울 도심만 해도 꽤 많은 수의 게이트가 형성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 홀조차도 레벨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같은 화이트 홀이라도 다 같은 화이트 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에겐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북한산 - 오거의 산맥]

[첫 번째 등산로에 진입하자마자 오른쪽에 위치해 있음.]

[주의: 무리 지어 다니는 몬스터가 많음.]

[오크, 고블린, 트롤, 울프.]

[*매우 드물게 오거가 보이기도 함. 약점은 머리.]

[오거의 뿔은 무기상에게 팔 경우 4,500~5,000까지 함.]

[적정 전투력 스킬 포함 300~1,000]

난이도: 그라운드 블루급 (lv1)

re: 이거 보니 옛날 생각나네요.

re: 2년 전에 자주 다녔던 곳… 저 때만 해도 대림동이랑 더불어 핫플이었죠.

re: 오거는 정신 안 차리면 팀 전멸임ㅋ 첫 사냥에 만나서 3명 죽고 잡지도 못하고 도망 나옴. 3년 됐나?

re: 그 레벨에 도망친 게 기적인 듯.

비교적 최근에 올라온 글엔 리플이 꽤 달려 있었다.

대부분이 추억팔이 글이긴 했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도 꽤 많았다.

우선 지겹게 사냥했던 울프와 고블린은 거의 동급이었다.

그보다 약간 상위에 있는 것이 오크고.

트롤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대신 이놈은 다른 것들과 다르게 보기가 드문 편이며, 단독 생활을 하기 때문에 화력을 집중시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끝판왕이라 불리는 오거.

이놈은 산신령 같은 존재라, 3대가 덕을 쌓지 않으면 볼 수 없을 정도로 희귀한 놈이었다.

“딱 봐도 빡세게 생겼네.”

누군가 찍어 올린 무시무시한 오거의 사진을 보고 있던 태정은 이내 결의에 찬 눈을 빛냈다.

현재 그의 평균 전투력은 250~300.

저격은 3배 이상이었다.

즉. 공격력만 따지면 충분히 사냥이 가능하다는 말.

게다가 파티는 포션과 연사력으로 커버하면 되니, 아주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좋아. 한번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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