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이런 것도 있나?”
외골격 로봇 소환술.
이름조차 생소한 명칭이었다.
스쳐 지나가면서도 들어 보지 못한.
그래서 더 호기심이 이는 태정이었다.
‘스킬 데이터.’
[외골격 로봇 소환술]
첨단 보병의 군사 기동 장비.
소환과 동시에 착장.
하체 근력 증가 [10]
이동속도 증가 [30]
한계 점프력 [3m]
지속 시간 [3분] 소비 마나 [500]
“오.”
스킬 정보를 훑던 태정의 입이 무의식적으로 달싹였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스킬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근력 증가에 이속 증가 거기에 점프력까지 있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는 바로 스킬을 활성화시켜 봤다.
그러자 발바닥으로부터 시작한 푸르스름한 빛이 홀로그램을 그리더니, 허리 아래로 다리 형태의 골격이 형성됐다.
순식간에 하체를 감싼 무언가가 생겨나자, 태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것을 만져 봤다.
“이게 뭐야? 기계야?”
재질은 거의 강철과 흡사했다.
구조도 뭔가 굉장히 복잡하면서 디테일이 살아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대충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일단 비주얼상으론 합격이었다.
기왕 소환한 거 성능을 테스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의자를 최대한 밀어 다리를 빼낸 태정은 차에서 내려 이리저리 걸음을 옮겨 봤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미친. 이건 너무 가볍잖아.”
상당한 무게를 자랑할 것으로 예상을 했던 강철의 구조물은 신기하게도 거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무언가 장착을 하고 있는 묵직한 느낌은 있는데, 깃털과도 같이 가벼운 이 이질감은 도저히 이 세상 물질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신기해하기도 잠시.
“뛰어 볼까.”
대충 적응을 마친 태정은 전방을 향해 힘껏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몸이 용수철 튀듯 튀어 오르며, 걸음 하나에 수 미터를 뛰어 나간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앞서가는 다리에 상반신이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착지의 안전성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좋았는데, 아무리 상체가 휘청거려도 하체는 땅에 박힌 듯 전혀 미동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착지를 잘못한 그는 허리가 나갈 뻔했지만, 그런 통증 따위는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만큼 스킬의 성능은 태정의 혼을 빼 놓을 만큼 매력이 넘쳐 흘렀다.
“이거다. 이거만 있으면 울프 따위는 쫓아오지도 못해.”
대충 뛰어 본 것만으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전력으로 뛴다면 울프가 아니라 울프의 신이 강림을 한다 해도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쫄보처럼 차를 타고 사냥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좋아. 숙달 좀 한 다음에 바로 써먹어 보자.’
사냥을 마친 태정은 곧장 작업한 가죽을 가지고 마켓으로 향했다.
이번엔 41개로 전보다 많은 양이었지만, 최고가가 20에 그쳐 벌이는 어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재료를 처분한 그는 돌아가지 않고, 건물 내부에 있는 포션 상점을 찾았다.
가지고 있는 스킬을 원활히 사용하려면, 이제 마나 포션은 필수.
하지만 예상치 못한 엄청난 가격에 태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마나 포션(소)]
[회복력 500]
[소매가: 50만 원]
‘겨우 500 회복인데 50만 원이라고?’
포터 일을 하며 포션이 비싸다는 소리는 그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한데, 이 정도로 터무니없이 비쌀 줄이야.
회복력 500이면 외골격 소환술을 고작 한 번밖에 쓰지 못하는 용량이었다.
그것도 지속 시간이 있기 때문에 매 3분마다 먹어 줘야 한다.
어디 그뿐이랴.
마나를 주력으로 먹는 총까지 감안을 한다면, 한 병에 50만 원이라는 값은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 바닥에서 포션은 매우 귀한 아이템이었다.
특수 물질인 마정석에서만 조달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원석의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 비싸다고만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저레벨의 헌터는 포션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벌이에 비해 비싸기만 하고 스킬 대비 효율이 엉망이니까.
그럼에도 그에겐 이 포션이 꼭 필요했다.
“저. 혹시 대량 구매 하면 할인 있나요?”
한참을 고민하던 태정의 물음이었다.
그러자 직원이 한발 앞으로 나와 친절히 대답했다.
“얼마나 구매를 하실 건지에 따라 다른데, 어느 정도나 구매하시려구요?”
“어. 한. 20개 정도……?”
“대용량이시죠?”
“아뇨. 아직 대용량은 딱히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제일 작은 걸로…….”
태정의 말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직원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죄송하지만 그 정도로는 할인을 드릴 수가 없어요. 남는 게 없거든요.”
“아. 그런가요?”
혹시나 해서 물은 말이었지만 역시나였다.
태정은 수긍을 하며 제일 작은 포션 20개를 과감히 구매했다.
‘어차피 돈 천이야 금방 버니까. 효율이 떨어진다 해도, 지금은 경험을 키우는 게 우선이야.’
다음 날 아침.
“또 가세요?”
“네. 아마도 오늘이 마지막일 거 같네요.”
3일째 태정을 보고 있는 경비대원 조씨는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여기에서 놀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솔플과 작업을 동시에 그것도 매번 작업량이 서른 마리 이상이라는 것은, 이미 본인의 레벨이 사냥터의 레벨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뜻이었다.
말은 질 좋은 가죽을 구하기 위해 왔다지만, 찾아보면 널린 게 상등품의 가죽.
설령 그것이 비싸다 할지라도 본인의 능력 대비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사냥터가 한 단계만 올라가도 수익이 몇 배나 늘어나니까.
즉. 정 필요하면 사냥을 하기보단 그냥 사는 게 이득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조씨의 의문도 딱 거기까지였다.
분명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본인이 하겠다는데 무슨 말을 더 하랴.
“고생하세요.”
초소를 지나쳐 다시 비봉산 일대에 도착한 태정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마을에서도 상당히 깊숙한 부분까지 들어갔다.
이전까지는 초입에서 깔짝댄 것이 전부지만, 오늘은 한번 제대로 해 볼 생각이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운 그는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지면에 내려섰다.
“읏챠.”
동시에 주변을 경계하며 이중 소환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한차례 빛이 일며, 그의 양손에 홀로그램이 형성됐다.
그것은 매우 빠르게 색과 형체를 갖추며 시커먼 권총으로 변했고, 자연스럽게 그의 두 손엔 베레토와 스팅이 자리하고 있었다.
“좋아. 이제부터가 진짜다.”
태정은 자신감을 끌어 올리며, 성큼성큼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그의 과제는 돈보다는 경험치.
되는 대까지 몰아붙여 무조건 20레벨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이동을 하던 그의 시야에 익숙한 울프의 모습이 포착됐다.
‘좌측에 세 놈, 전방에 두 놈 그리고 뒤는 당연히… 어? 저놈은 또 언제 나온 거야?’
지나온 방향의 한 마리를 포함, 도합 여섯 마리였다.
그가 한 번에 가장 많은 몬스터와 조우했던 숫자는 고작 세 마리.
무려 두 배에 달하는 개체였다.
게다가 지금은 몸을 지켜 줄 엄폐물 따위도 없는 상황.
‘막상 닥치니까, 살짝 떨리긴 하네.’
두려움이 전신을 엄습했지만 태정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도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외골격 소환술.’
스킬을 외우자마자, 태정의 하반신에 아직은 익숙지 못한 기계 다리가 생성됐다.
동시에 포션 하나를 섭취한 그가 전방을 향해 힘껏 뛰기 시작했다.
‘최대한 붙어서 쏴야 돼.’
사거리를 계산하며 뛰고 있는 그를 향해, 울프 여섯 마리가 동시에 움직였다.
그걸 인지한 태정은 뒤에 놈부터 처리를 하려다, 거리가 너무 멀자 생각을 고쳐 전방의 두 놈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우선 네놈들부터.’
약 10여 미터 사이, 그의 양손에 든 권총이 빛을 뿜어냈다.
탕! 탕!
‘어라.’
시원히 내뿜는 총성과 다르게, 태정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정확히 보고 쐈는데, 둘 모두 빗나가 버린 것이다.
딱히 흥분을 했다거나 긴장을 해서가 아니었다.
원래 이동 간 사격은 정적일 때보다 배 이상으로 힘든 법.
거기까지는 미쳐 계산을 넣지 못한 태정이었다.
총탄을 피한 울프 두 마리가 즉시 튀어 올라 태정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어딜.’
불쑥 들어온 울프의 대가리에, 그의 앞발이 땅을 박차며 뒤로 3미터가량을 물러났다.
동시에 머릿속에 드는 어처구니없는 생각 하나.
‘아니, 왜 피해? 쐈어야지.’
당황하다 보니 손보다 발이 먼저 움직인 것이었다.
그사이 좌측에서 달려오던 세 놈이 그를 포위했고, 다시 한번 앞의 두 놈이 태정의 목을 노리고 튀어 올랐다.
처음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전방에 총구를 가져다 대는 순간.
후방에서 섬찟한 기운이 그를 엄습했다.
‘한 놈 더 있었지.’
다시 한번 그의 발이 지면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동시에 오른손의 권총이 빛을 뿜었고, 곧장 왼팔을 펼쳐 뒤에서 들어오는 놈의 대가리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탕! 탕탕! 탕탕!
그 총성이 일자마자 지면에 있던 세 마리 역시 태정의 다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그러자 다시 한번 땅을 박차고 우측으로 길게 빠지는 그의 신형.
동시에 왼손의 총구가 허공에 체류 중인 다른 한 놈의 머리를 그대로 조준했다.
탕!
정통으로 대가리를 뚫어 버린 태정은 놈의 상세를 살필 새도 없이, 좌측으로 돌아 나머지 세 마리를 향해 미친 듯이 총탄을 퍼부었다.
그 와중에도 공격을 모두 피한 울프 한 마리가 아가리를 들이밀며 펄쩍 뛰어오른다.
“꺼져.”
한차례 욕설과 함께 그대로 튀어올라 발로 대가리를 까 버렸다.
퍽!
쿠에엑!?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진 울프를 향해 태정의 총이 빛을 뿜어냈다.
탕!
[울프를 처치하셨습니다.]
[울프를…….]
총 여섯 번의 알림음을 모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정은 결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쉼 없이 돌아가는 그의 눈과 고개.
하지만 그도 잠시.
더 이상의 몬스터가 보이지 않자, 그제야 그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이거 생각보다 빡세잖아?”
이미지 트레이닝을 돌리며, 여러 상황을 생각하고 있던 태정이었다.
나름 대비를 한다고 한 것인데, 막상 실전에 들어서니 그따위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못했다.
생각보다 살상반경이 좁은 데다,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으로 인해 손보다 발이 먼저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실전 경험의 부재였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
양손에 총을 들고 종횡무진 하며 놈들을 쓸어버릴 상상에 젖어 있던 그는 이번 전투로 인해 그 허황된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실제로 겪어 보니 빠른 기동력만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타이밍과 센스, 실력 등 모든 것이 갖춰져야 비로소 강한 전투력으로 발현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경험은 앞으로 그가 할 전투에 있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영양분이 될 것이다.
고작해야 한 번이고 매우 짧은 순간이었지만, 태정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조금씩 자신이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움직이자. 지금 이 감을 잊으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