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메카닉 플레이어-5화 (5/182)

5화

레벨 업과 함께, 마력이 회복되며 탄창이 재장전 됐다.

동시에 새로운 무기와 스킬까지.

[ka-1] [소총류]

봉인된 속도 [185km/h]

탄환: 5.56mm 에너지 탄

사정거리: [15m]

기본 파괴력 - 170

“이번엔 소총이야?”

장비 창에서 새로 들어온 아이템을 꺼내 든 태정의 혼잣말이었다.

“사정거리랑 속도가 약간 늘어났네.”

총의 정보를 훑어 내려가던 그는 이내 스킬 창을 오픈했다.

[에너지 탄] lv1 [소총류]

마력을 이용한 탄알.

1탄: 15mp

*스탯에 따라 파괴력이 달라진다.

[총기 소환]

자동으로 총기 소환이 가능.

시동어를 통해 지정.

“총기 소환은 인벤토리에 있는 걸 불러오는 것 같고… 총알은 똑같은 건가.”

대충 스킬을 파악한 태정은 곧장 주변을 경계했다.

아직 완전히 안전한 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 볼 겨를은 없었다.

곧장 다시 달리기 시작한 그는 빠르게 집결지를 벗어났다.

이후 산의 건너편 차도에 이른 태정은, 그제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후우. 됐어. 그래도 여기서부턴 가능성이… 어?”

도로를 끼고 도시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던 태정은, 이내 저 멀리 다수의 차량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도 익히 알고 있는 차들이었다.

* * *

에이전시 사무실.

“그러니까 다들 자리에서 이탈을 하셨다, 그 말씀이죠?”

에이전시 차량을 타고 무사히 사무실로 복귀한 태정은 관계자의 말에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게 아니라, 저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는데 갑자기 몬스터들이 습격을 해 왔다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이상하단 말입니다. 그 집결지는 화이트 그라운드 영역밖에 위치해 있었고, 최근 6개월간 전혀 문제가 없던 곳인데 말입니다.”

“그게 어떻게 영역 밖입니까. 코딱지만 한 산 하나 넘으면 바로 사냥터인데.”

“으음. 그래서 요점이 뭐예요. 뭐 보상금이에요? 일이 어찌 됐건 본인은 살았는데, 피해를 본 건 없잖아요.”

관계자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태정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에이전시의 갑질로 저승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자신한테, 고작 한다는 소리가 이따위 말이라니.

아무리 포터들이 대우를 못 받는다곤 하나,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었다.

“후우. 그래요. 좋습니다. 어차피 더 말해 봐야 듣지도 않을 것 같고. 오늘 일당이나 챙겨 주시죠.”

“그거야 당연하죠. 저희는 악덕 업체가 아니니까요.”

“참. 그리고 사망한 다른 분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보상은…….”

“그건 태정 씨가 관여할 일이 아니신 것 같네요. 회사 방침에 따라 해당 사항이라면 알아서 보상을 해 드릴 겁니다.”

관계자의 말에 태정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입만 닫아 봐라, 어디. 언론에 싹 뿌려 버릴 테니까.’

그렇게 다짐을 하던 태정은 오늘 나온 일급을 챙긴 뒤 사무실을 나서려 했다.

바로 그때.

관계자가 그를 불러 세웠다.

“태정 씨.”

“……?”

“입조심하세요.”

아주 더러운 기분으로 밖을 나온 태정은 건물을 바라보며 욕을 한 바가지 퍼부었다.

“입조심? 까딱하면 죽이겠네, 개자식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보통의 에이전시는 길드 한둘 끼는 게 예삿일이니까.

이미지에 타격이 올 것을 생각하면, 무슨 짓이라도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힘없으면 서러워서 살겠나.’

무력감에 터덜터덜 걷기도 잠시.

무언가 그의 뇌리를 번쩍하는 것이 있었다.

‘맞아. 나도 이제 헌터잖아?’

열을 올리다 보니, 잠깐 그것을 잊고 있었다.

그저 동료들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말할 겨를이 없었던 것.

어쩌면 그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태정은 인터넷을 열어 자신이 가진 클래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와 비슷한 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외국 사이트까지 모조리 뒤졌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

“없다. 직업 도감에 아예 등록조차 안 되어 있어. 설마 희귀종?”

그럴듯한 추리였다.

각성의 돌이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그렇게 생각하자 무언가 알 수 없는 희열이 가슴 저편으로부터 끌어 올랐다.

희귀종이라는 건 그만큼 수가 적다는 것이고 특별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생존에 초점을 맞춰서 당시에는 몰랐지만, 생각을 해 보면 레벨1 따위가 미믹을 잡고 다닌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게 사실이면 나는…….’

* * *

큰일을 겪고 난 뒤로 보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에이전시에선 사망자에게 보상을 해 줬고, 그걸 확인한 태정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각성을 한 것은 분명 기쁜 일이었지만, 같이 일하던 동료들의 죽음은 그것을 상쇄시킬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도 말로만 들었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본 건 처음이었으니까.

“이제 슬슬 추슬러야지. 이대로 계속 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테니까.”

다시 현실을 마주한 태정은 500이란 거금을 들여 헌터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사냥터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으려면 여러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는 것은 필수 중의 필수다.

그렇게 커뮤니티를 한참 훑어보던 그가 괜찮은 곳 하나를 발견했다.

[안성 비봉산 일대 - 화이트 그라운드(필드)]

[주 서식 몬스터: 미믹, 울프]

[추천 레벨 10~20]

[초급 헌터들의 성지.]

[현재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음.]

“미믹은 잡아 봤으니 문제없고. 울프는 더 낮은 놈이니까, 충분하려나?”

약간은 무모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곳이었다.

어쨌든 전투 경험이라고 해 봐야 한 번이 고작이니까.

하지만 이곳 외에는 딱히 눈에 띄는 곳이 없었다.

“그럼 행선지는 정해졌고. 차가 있어야겠네. 포터는… 없어도 되겠지?”

태정이 생각하기에 포터는 딱히 필요가 없을 듯 보였다.

미믹의 사체는 쓰는 곳이 없고, 가져간다면 울프의 가죽 정도인데.

그 정도는 혼자 해체해 차에 실으면 그만이었다.

그날 태정은 곧바로 중고차 매장에 들러, 화물차 한 대와 해체에 필요한 여러 장비를 구매했다.

상당한 돈이 나갔지만 들어올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침대에 누워 자신에게 되물었다.

‘잘하는 거겠지?’

원래는 포터 일이 끝나면 연구원 시험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일을 하게 된 것도 바로 이것 때문.

하지만 각성을 해 버렸는데, 공부를 한다는 것이 태정으로서는 자원 낭비라 생각했다.

아무리 연구원이 전망 좋은 직업이어도 헌터에 비할 바는 아니니까.

“에이, 모르겠다. 인생 뭐 있냐.”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깬 태정은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차를 몰아 안성으로 향했다.

안성은 용인과 더불어 도시의 기능을 상실한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다.

약 백여 년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상 이변과 함께 세계 각지에서 몬스터란 괴수가 등장했다.

그때만 해도 군대와 첨단 무기들이 모두 건재했기에, 피해는 있었지만 종말이나 멸종을 거론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상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문명이 회귀를 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무려 천 년 전으로.

동시에 현대 문명이 자랑하던 무기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로봇과 같은 기체에서 미사일 같은 거대한 무기, 개인화기인 총기류까지.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이를 해결하려고 밤낮으로 연구를 이어 갔지만, 끝내 원인조차 밝혀 내지 못했다.

그사이 세계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대한민국 역시 국토의 90% 이상이 초토화됐다.

그렇게 세상은 종말을 맞이하는 듯했다.

바로 그때.

인류에 한 줄기 빛이 솟아났다.

각성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헌터라 불리는 이들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몬스터들에 대항했다.

지금까지도 이 배경에 대해선 밝혀진 게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로 인해 인류는 종말을 피해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의 멀쩡했던 국가로 돌아갈 순 없었다.

입은 피해가 워낙 크고 방대했기 때문이다.

대신 인류는 마정석이란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획득했다.

그 자원을 바탕으로 문명은 각성자를 위주로 빠르게 재구성됐다.

저기 보이는 저 거대한 방벽도 그중 하나였다.

방벽 앞 초소에서 차를 세운 태정은, 그곳을 지키고 있던 경비대에게 신분증을 내밀었다.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데, 헌터십니까?”

“네. 아직 소속이 없어서요. 비봉산에 갑니다.”

“비봉산? 아직도 거길 가는 사람이 있군요.”

“누가 질 좋은 울프의 가죽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울프의 가죽이라. 뭐 아무쪼록 무사 귀환 하십시오. 통과.”

방벽의 문이 오픈 되고 태정의 차가 천천히 진입을 하기 시작했다.

화이트 그라운드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통과가 된다.

소속이 없어도 위험도가 낮기 때문에, 별다른 절차 없이 그냥 보내 주는 것이다.

[300미터 앞 우회전입니다.]

[목적지 옥산리까지 800미터 직진입니다.]

[비봉산이 위치한 옥산리는 화이트 그라운드 지역으로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는 미믹과 울프…….]

마켓에서 산 헌터 전용 네비게이션을 따라 옥산리에 도착한 태정은, 최대한 도로가 넓은 곳에 차를 정차했다.

“어차피 총은 하나밖에 소환을 하지 못하니까. 좀 더 사거리가 있는 ka-1이 낫겠지.”

[총기소환 - ka-1]

[300/300]

소환 스킬을 이용해 ka-1을 잡은 태정은 뻥 뚫린 개활지를 보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는 숙달이 될 때까지 차를 이용해 사냥을 할 생각이었다.

“한 발에 15. 총 20발이니까. 레벨 업을 감안하면 아마 반나절 정도는 사냥할 수 있을 거야.”

만반의 준비를 갖춘 그는, 다시 차를 몰아 사방이 뻥 뚫린 개활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을 했을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드디어 울프들이 그의 시야에 포착됐다.

말라비틀어진 논 위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두 마리의 괴수.

차 소리를 들었는지, 놈들은 이내 그를 향해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태정이 곧장 소총을 견착했다.

군대는 진즉에 사라져 다녀온 적이 없었지만, 인터넷을 뒤지며 자세 등을 익힌 그였기에 제법 그럴싸한 폼이 느껴졌다.

‘천천히. 그래, 그대로만 와라.’

사거리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태정은 최대한 놈들이 가까이 오길 기다렸다.

어차피 차라는 물체가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기 때문에, 전보다 큰 긴장감은 없었다.

그렇게 숨마저 죽인 채 놈들을 겨누고 있을 무렵.

탕!

드디어 그의 총구에서 첫 번째 빛이 뿜어졌다.

새하얀 광채를 뿌리며 날아간 탄이, 선두에서 오던 울프 한 마리의 머리통을 그대로 뚫어 버렸다.

쿠엑!?

[울프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합니다.]

‘좋아.’

깔끔하게 한 마리를 해치운 태정은 곧장 다른 놈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탕!

자신감 있게 두 번째 격발을 시도한 그였지만, 아쉽게도 탄은 놈의 허리를 지나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이성을 잃은 놈이 순식간에 차량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그의 검지가 방아쇠를 연달아 잡아당겼다.

탕탕! 탕!

‘x발.’

그르렁. 그릉.

격발과 동시에 조수석으로 몸을 내뺀 태정은, 운전석 창문에 대가리를 걸치고 있는 울프를 바라봤다.

조금만 늦었어도 놈의 아가리에 머리가 들어갈 뻔했다.

생각보다 민첩한 몸놀림에 식은땀을 닦기도 잠시.

헐떡이던 놈의 고개가 스르륵하며 뒤로 넘어갔다.

[울프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합니다.]

“햐. 엄청 빠르네. 몇 미터를 점프한 거야?”

감탄을 하기도 잠시.

다시 주변을 철저하게 살피던 태정은 다른 놈들이 더 보이지 않자, 준비한 나이프를 들고 조심스레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곧장 해체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역시, 안 되겠어.”

몇 번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던 그가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

도저히 경계 없이는 작업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태정은 무식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읏차! 으… 아! 더럽게 무겁네.”

대가리와 내장이 제거된 두 마리의 사체가 그의 적재함에 실렸다.

이후.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차량이 다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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