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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50화 (150/150)

〈 150화 〉 이게 되네?

* * *

일라이어스의 말에 그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인식하게 된 교황.

이에 그는 잠시 동안 고민에 빠진 채, 그녀의 말대로 냉정하게 손익을 계산해 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저 여자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우리 엘프 교국의 국력은 이제 정말로 한계에 직면해 있어.’

지금까지는 수인국의 도움을 받으며 어찌어찌 끌고 오긴 했지만, 새롭게 점령한 영토의 뒷처리를 비롯한 문제들을 고려하면 이제는 정말로 위험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자칫 하다간 말 그대로 국가가 소화불량에 걸려 쓰러지는 상황이 닥쳐올 수 있었으며, 저 팔콘 제국이 대대적으로 반격을 해올 경우 오히려 큰 손해를 볼 위험이 있었다.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저 팔콘제국의 국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금은 양측에서 공격을 한다는 이점 덕분에 잘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지만, 절대 이대로 호락호락 무너질 녀석들이 아니야.’

거기다 일라이어스의 말대로. 지금 엘프 교국이 마왕국의 뜻에 따라 이쯤에서 전쟁을 종결하겠다는 선언을 한다면 엘프 교국이 지게 될 외교적 리스크 역시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교국이 마왕국의 속국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만큼, 저들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

물론 이 경우 욕을 먹는 것은 마왕국이 되겠지만 애초에 교국을 제외한 타국과는 여전히 적대 관계인 그들 입장에선 이를 신경 쓸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게 계산을 끝낸 뒤.

“…알았네. 확실히 속국으로서 마왕 폐하의 의중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 그 뜻에 따라 엘프 교국은 이 시간 부로 전쟁을 중단하도록 하겠네.”

교황은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마족 군단장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일라이어스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

“… 이게 되네?”

카산드라의 손에 들려있는 한 장의 서신.

그 안에 담겨 있는, 엘프 교국의 전쟁 탈주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카산드라는 내심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그 엘프 교국이 전쟁에서 빠지다니… 아무리 속국이 되었다 하지만 그 콧대 높은 엘프들이 이런 식으로 움직여줄 줄은 정말로 몰았어.’

엘프 교국의 내부 사정이 썩 좋지 않다 정도만 짐작할 수 있었던 카산드라의 입장에서 그들의 전면적인 공격 중단은 여러모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심정이 어떻든 엘프 교국은 실제로 이 이상 진군을 하지 않은 채 방어를 굳히고 있는 중이었으며.

이에 따라서 수인국 또한 무모한 진격은 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단 하나뿐.’

뒤통수에 겨누어진 비수와 같이 느껴졌던 엘프 교국과 수인국.

그들이 전쟁을 중단한 지금, 이제부터 팔콘 제국은 온전히 눈 앞에 있는 가장 큰 적과의 싸움에…

마도국과의 전쟁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두고 봐라 이 더러운 마도국 녀석들… 네놈들에게 동족을 배신의 대가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깨닫게 해줄 것이야.’

*

“으적 으적.”

“까득까드득.”

“…”

“오 이것도 맛있네, 역시 팔콘 제국의 음식은 훌륭한 게 많다니까.”

“멍!멍!”

눈 앞에서 약간 개걸스러운 느낌으로 식사를 이어 나가고 있는 아멜다와 테라.

단순히 군에서 배급되는 식량이 아닌, 사비를 털어 들여온 사식을 잔뜩 차려놓고 먹는 그들의 모습에선 진한 행복이라는 감정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들의 맞은 편에 말 없이 앉아 있는 인물.

리치 에일린에게 있어서.

자신의 눈앞에서 보여지고 있는 이 행복한 식사 장면은 너무나도 끔직하기 그지 없는 고문과 같은 장면으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먹고 싶어… 허기가 져… 괴로워…’

제국 국민으로 살아오면서 하나같이 무슨 맛인지 잘 알고 있는 음식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에이린은 저것들을 보면서도 이를 먹을 수 없게 되어버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짙은 괴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아… 하다못해 저 파이 한 조각이라도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로 참다 참다 못해서 식탁 위에 있는 파이를 입안에 넣고 씹은 에일린 이었으나, 그 결과는 너무나도 허망하기 그지 없었다.

느껴지는 것은 턱뼈로 무언가를 자르는 둔탁한 감각.

맛 따위는 일절 느껴지지 않았으며, 이어서 그렇게 잘려나간 파이의 파편은 그대로 텅 비어 있는 턱뼈를 통해 바닥에 떨어질 뿐이었다.

그렇게, 자신은 이제 식사라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몸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깨닫게 된 에일린.

말 그대로 생물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이 상황에 대해서 에일린은 너무나도 끔찍한 허탈함과 괴로움을 느끼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그런데…

“어딜 가 에일린? 용사님 말씀 잊었어? 그분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이 막사 안에서 대기하라고 했잖아. 설마 명령을 어길 생각은 아니겠지?”

“크르르르릉….”

“…죄송.합니다.”

아멜다의 말에 결국 도로 자리에 앉으면서, 에일린은 애써 시선을 돌린 채 어떻게 해서든 눈앞에 보이고 있는 이 잔혹하기 그지 없는 장면을 외면하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정말로…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이렇게 비참한 꼴이 되어 버린 걸까?...’

*

마케도니아에 속속들이 집결하기 시작한 팔콘 제국군.

못해도 3만에 달하는 대군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내심 제국의 국력이 여러모로 대단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 정도 군세라니… 과연 제국 최강의 국가는 다르다 이건가?’

적일때는 정말로 골치 아프지만 아군이 되니까 제법 든든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 팔콘 제국.

한편, 그렇게 성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제국군과 별개로, 나의 시선은 저 너머에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마도국 병사들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그 군세는 대략 2만 전후.

일반적으로 공격측 보다 수비 측이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황 자체는 저들이 불리하다 할 수 있겠지만, 내막을 뜯어보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보병이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는 팔콘 제국군과는 달리, 마도국의 병사들 중에는 고급 인력인 마녀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막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수적 유세를 활용해 밀어 붙이는 전술을 주로 사용하는 제국군과는 달리. 마도국의 경우 병사 하나하나를 정예화 시켜 적은 수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는 전투를 선호하였다.

그런 점에서, 두 군세의 규모는 제법 차이가 있을지언정, 실제 전력상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는 상황.

그런 점에서, 그 균형의 추를 뒤집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사실을 난 인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자리에 온 우리 마왕국의 병력 규모는 한줌도 안 된다. 하지만… 각자가 일반 병사들 따위는 학살할 수 있는 강자인 만큼, 잘만 활용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겠지.’

비록 짝퉁 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마왕의 이름을 걸고 나온 몸인 만큼, 확실하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줘야 할 터.

마왕국의 위용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아울러 내가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는 다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전쟁에선 확실하게 눈에 띄는 공적을 세워야만 했다.

그렇게,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마왕 폐하.”

“응?”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난 그대로 뒤쪽을 돌아보았다.

*

“이렇게 자리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나를 향해 정중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인물.

제국 최강의 장수이자, 현재 이곳 마케도니아의 제국군을 총괄하고 있는 존재인 헬레네는 특유의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를 담아 보이기 시작했다.

“감사할 것 없네, 비록 내가 일국을 다스리는 입장이라지만, 이곳의 지휘관은 총사령관인 만큼 거기에 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팔자에도 없었던 마왕의 대역이었지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는 기분을 느끼면서,

난 묘하게 긴장하고 잇는 듯한 헬레네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총사령관께서 나를 부르신 이유는 무엇이지?”

“네, 사실 전투에 앞서 폐하께 한가지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부탁이라. 이 전쟁터에서 총사령관의 지시라면 일단 따라야겠지. 그게 무엇인가?”

당연히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 생각하면서, 난 그대로 그녀의 부탁을 수락하였다.

그런데…

“네, 허면 그것이 말입니다…”

“?”

다음 순간 어쩐지 우물쭈물한 기색을 보이며 잠시 뜸을 들이기 시작하는 헬레네.

이에 대해서, 난 그녀가 대체 얼마나 어려운 임무를 내리려 하는지에 대해 의문과 더불어 약간의 우려가 들기 시작했다.

‘너무 심한 요구를 하면 당연히 거절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총사령관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썩 좋지는 않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자동적으로 살짝 인상이 찌푸려지기 시작한 그때.

헬레네는 무언가 중대한 각오를 한 듯 진한 기백이 담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폐하! 혹 괜찮으시다면, 저와 대련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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