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모든 게 다 토라레 그 놈 탓이야!
* * *
자신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고 있는 수인.
이 순간, 마치 한 마리의 개와 같은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대신관 에일린은 다크엘프가 된 아멜다와 대면한 것 이상의 충격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테… 테…라? 네가… 네가 여긴 어떻게…”
과거 그녀와 동료들의 합의의 결과 카산드라에게 팔아 넘겨진 뒤 전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존재.
용사파티의 수인 여전사 테라.
이 순간,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 뜯으려는 기세를 내보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에일린으로 하여금 마치 과거의 망령이 복수를 위해 되살아 난 것 같은 섬뜩함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 이건 말도 안돼… 어떻게… 아멜다 너도 그렇고… 테라 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다들 이렇게 살아있는 거냐고?”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경악의 감정을 내보이는 에일린.
그러나, 다음 순간.
“고작 이 정도로 놀라면 안되지.”
“!!....”
눈 앞에 앉아 있던 검은 갑주 차림의 마족의 말에,
이미 충분히 막대한 충격과 두려움에 사로 잡혀 있던 에일린의 얼굴은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그 목소리는… 서…설…마?”
그녀를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검은 갑주 차림의 전사.
비록 투구를 착용하고 있는 탓에 소리가 울리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서 나온 목소리는.
그녀의 귓가에 너무나도 익숙하게 들리는 그 소리는, 마치 날아오는 화살과 같이 에일린의 마음 속에 깊이 박히게 되었다.
“아…아니…야… 그… 그럴… 그럴 리가 없어. 그런 일이…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 리가 없잖아…”
눈앞에 다가오게 될 너무나도 충격적인 상황을 최대한 부정해보는 에일린.
그러나, 그녀의 이런 시도와 별개로 에일린의 본능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눈 앞에서 벌어진 이 사태.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귓가를 후벼 파는 이 익숙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
이 모든 것이 가리키고 있는 결론은.
단 한가지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공포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을 입증해 주려는 듯.
그것은.
그 남자는.
그녀의 눈 앞에서 그대로 천천히 투구를 벗고 자신의 맨 얼굴을 드러내었다.
이어서 에일린의 두 눈에 너무나도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 그 사람의 모습.
그와 동시에 에일란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묵직한 충격을 느끼며, 심각 할 정도로 경직된 목소리로 눈 앞에 있는 그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에…엘…런?”
“오랜만이야. 이 더러운 걸레년.”
마왕을 연상시키는 검은 갑주를 입은 채, 자신을 보면서 일말의 따스함도 담겨 있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엘런.
그를 본 순간.
에일린은 정신이 멍해지는 감각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꿈…이야.”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이 상황을 부정하면서.
에일린의 입에선 그대로 넋이 나간 웃음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하하… 아하하하하하! 그…그래. 이건…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잖아? 아멜다도 그렇고… 테라도 그렇고… 거…거기다가 엘런까지. 이 녀석들이 이렇게 다들 멀쩡하게 살아 있을 리가 없잖아! 지금 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죽어버린 녀석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꿈을 꾸고 있는…”
그때.
퍽!
“커허어어억!!!”
다음 순간, 그대로 에일린의 복부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엘런의 주먹.
검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건틀릿을 착용하고 있어 사실상 흉기와 다를 바가 없는 주먹으로 이루어진 그 일격에,
에일린은 정신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충격을 받은 채 그대로 비참하게 바닥에 고꾸라졌다.
“커허…허…어…어…”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충격 속에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는 에일린.
이어서 복부의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엘런은 그대로 에일린의 목을 붙잡은 뒤 그녀의 몸을 천천히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꿈이라고?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지금까지 네 년이 저질러 온 짓거리들을 맨 정신으로 바라보긴 힘들 테니까 말이지.”
“! 커…허…어어…”
금방이라도 목이 부러져 버릴 것 같은 끔찍하기 그지 없는 고통.
그 속에서 에일린은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으나, 그녀의 움직임은 거석에 부딪히는 바람과 같이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마치 벌레와 같이 발버둥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용사 엘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말이지. 유감스럽게도 이건 꿈이 아니야.”
“!!”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에일린의 몸을 가볍게 집어 던지는 엘런.
이에 에일린의 몸은 바닥에 처박힘과 동시에 그대로 어마어마한 고통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커허어억!”
지금까지 혼란에 빠져 현실마저 부정하고 있던 그녀의 정신을 바짝 일깨우는 고통.
그 속에서, 에일린은 자신이 이렇게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위… 위험…해. 이 녀석이 정말로 엘런이라면… 그리고 이 녀석들이 정말로 그 년들이라면 분명 험한 꼴을 당하고 말 거야!’
지금까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에일린.
그런 만큼, 그녀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지하면서,
그대로 온 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고통을 참은 채 다급하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쿵!
“…”
다음 순간, 그대로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채 신속하게 절을 하는 에일린.
이어서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엘런을 향해 온 힘을 다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미… 미안해 엘런! 그리고 모두들… 내…내가… 내가 잘못했어!”
“…”
상황을 파악한 뒤 이어진 다급한 사죄의 말.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험을 느끼게 된 이 순간, 에일린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폭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어리석었어… 내가 바보같이 그 짐꾼 놈의… 토라레의 꿰임에 넘어가서 그만… 하… 하지만 난 절대로 너희들이 싫어서 그랬던 건 아니야. 그저 녀석의 감언이설에 홀딱 넘어가 버려서 그런 짓을 했을 뿐이지. 그건 절대로 내 뜻이…”
“닥치지 못해!”
다음 순간, 진한 분노가 담겨 있는 목소리로 소리치는 다크엘프 아멜다.
이어서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여자를 바라보며 진심 어린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토라레에게 넘어가서 그런 짓을 했다고? 웃기지 마! 처음부터 그 남자에게 꼬리를 친 건 바로 너였잖아! 엘런을 배신하자고 꼬드긴 것도! 테라를 팔아 치우자는 의견에 가장 먼저 찬성한 것도 다 네 녀석이었어! 그런데 이제 와서 뭐가 어째? 성직자라는 년이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아멜다.”
“!...큭…”
타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치던 아멜다를 단호하게 제지하는 엘런.
이에 아멜다는 무언가 더 말을 하려던 상황에서 일단 표정을 굳힌 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어서, 엘런은 자신의 앞에 엎드려 있는 에일린은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이 모든 일은 결국 토라레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런 뜻이지?”
“그… 그래 맞아! 모든 게 다 토라레 그 놈 탓이야! 녀석만 없었어도 마지막 전투에서 우리가 널 그렇게 만드는 일은… 내가 널 배신하는 일 따위는 절대로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그렇구나. 결국 모든 건 다 토라레 때문이라는 말이구나.”
에일린의 말에 수긍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엘런.
이에 대해서,
에일린은 이 정망적인 상황에서도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그래서, 그럼 문제의 그 토라레놈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그… 그건 나도 잘 몰라. 하…하지만 분명 마도국 어딘가 라고 생각하고 있어. 지금 그 남자를 데리고 있는 것은 슈드 이니까.”
“…그렇군.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에일린.”
“아…”
그 말과 함께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하는 엘런.
이에 대해서,
에일린은 이것으로 엘런의 화가 풀렸다는 생각과 동시에, 마음 속으로 짙은 안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용서해 준 거구나. 하긴… 이 녀석은 원래부터 사과에 약했으니까. 거기다 난 한때 녀석하고 미래를 약속했던 소꿉친구… 그렇게 헤어지긴 했지만 분명 이 남자는 그 동안 나를 그리워 했던 게 분명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에일린은 자신의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엘런을 바라보며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고…고마워 엘런. 이렇게 날 용서해 줘서. 저기… 그래서 말인데. 혹시 괜찮으면 우리 이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 그 동안 줄곧 엘런을 그리워하고 있었어. 비록 한때는 토라레의 뀀에 빠져 그런 짓을 했지만 이제라도…”
팍!
“….어?”
그 순간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감각과 함께 그대로 말을 멈춰 버린 에일린.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뇌를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이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잠시 동안 텅 비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이 느껴지기 시작한 소름 끼치는 감각.
그것은 바로…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악!!!!”
다음 순간, 그대로 고통에 찬 비명을 쏟아내며, 에일린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바라보았다.
그것은…
줄곧 그녀의 자랑이자, 여자로서의 자부심을 상징해 왔던 물건.
태생적으로 남들보다 뛰어나다 여겨 왔던 한 쌍의 가슴…
이 순간, 그 거대한 반 구형의 지방 덩어리들은.
너무나도 깔끔하게 잘려나간 채 마치 쓰레기와 같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 사실에 너무나도 끔찍한 고통과 충격을 느끼며 다급하게 회복 마법을 사용하려는 에일린.
그때…
카드득!
“!!! 끄아아아아악!!!”
무언가 씹혀져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런 그녀의 손목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격통.
이에 에일린은 회복 마법을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그대로 피를 쏟아내며 바닥에 쓰러졌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엘런을 비롯한 전 용사파티의 세 사람은.
그대로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어디 사이 좋게 한입씩 즐겨 보도록 할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