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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33화 (133/150)

〈 133화 〉 아문깨서 빛으로 속삭이셨다...

* * *

짙은 어둠이 깔려 있는 방.

그곳에서, 그 남자는 천천히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둥그런 구체 위에 한 마리의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상.

이를 향해서,

그 남자는 천천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저희들의 위대한 신이시여… 이 어리석고 무지몽매한 자들에게 참된 길을 알려 주시옵소서.”

진심을 담아 간절하게 애원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그 직후,

이에 응하듯 그 신상에선 그대로 황금 빛의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 남성은 자심의 온 몸을 휘감는 청명하기 그지 없는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신이시여… 이 세상의 진정한 구세주이신 아문 이시여. 부디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 주시옵소서.”

그의 말에 응하듯 한층 더 환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신상.

이어서 그 것에선, 오직 그 남자의…

아킬레스만의 귓가에 들려오는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나의 충실한 종이여. 나의 명령은 변치 않았다.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끌어라. 이 타락한 세상을 속박하고 있는 그것을 파괴하여 내가 이 세상에 강림할 수 있는 길을 열도록 하라.”­

거절할 수 없는 힘과 위엄이 느껴지는 그것의 음성.

그러나 이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진한 당혹감과 송구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자신의 신에게 물었다.

“하오나 아문이시여, 신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아문님의 명령을 수행하던 자들이 그만 어리석은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엘프 교국의 신도들은 몰락하고 말았고, 마도국의 녀석들은 여전히 제 멋대로 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미천한 종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지금의 답답한 현실을 여과 없이 전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아킬레스.

그리고 이에 대해서…

그의 귓가에는 변함 없는 신의 고귀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은 지금의 이 상황을 이루기 위한 포석이었을 뿐. 가라. 가서 나의 뜻을 행하라. 이 땅에 나의 강림을… 진정한 구원의 시작을 실행하도록 하라!”­

불안과 의문으로 인해 잠시 흔들렸던 그의 마음에 확신을 안겨주는 목소리.

이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그대로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나의 신이시여, 명을 받들겠나이다!”

*

“그래? 결국 아이아스가 패배했단 말이지?”

“네,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눈 앞에 있는 시종의 말에,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조용히 손톱을 다듬고 있는 카산드라.

이어서 그녀는 그대로 가볍게 손질이 끝난 손톱에 입김을 분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수고했어. 그만 돌아가 봐.”

“네, 주인님.”

그 말을 끝으로 카산드라의 앞에서 사라진 시종.

이어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이 순간,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인물은 그대로 여유가 느껴지는 태도로 천천히 찻잔을 들어 올리며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윤기 나는 금발머리에 여신과 같이 아름답기 그지 없는 미모를 지니고 있는 인물.

비록 카산드라도 아름다운 편이었지만, 그녀조차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미색을 지니고 있는 그 사람은,

지금의 이 상황이 흥미롭다는 듯한 태도를 내보이면서 눈 앞에 있는 카산드라에게 말했다.

“의외군요, 솔직히 전 카산드라 당신이 이 이야기를 듣게 되면 상당히 충격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충격이라. 그렇게 생각했어?”

“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당신은 부하들을 제법 아끼는 성격이었지 않습니까. 그런 자들이 몰살을 당했는데 놀랍지 않으신가요?”

“… 딱히? 굳이 지금 감정을 표현하자면, 올 것이 왔다… 정도 이려나? 어차피 아이아스의 성격상 일이 그렇게 될 것은 알고 있었으니까.”

“호오…”

카산드라의 말에 제법 의외라는 태도를 내보이기 시작하는 그녀.

이어서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카산드라는 차분한 미소와 함께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거기다 가장 중요한 내 직속 부하들에 대한 부분은 솔직히 딱히 걱정할 것도 없어. 그 녀석들이라면 내가 마지막에 남긴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을 테니까. 아마도 자기들이 알아서 사리면서 일이 터지자마자 적당히 퇴각을 했겠지.”

“흐응… 역시 철저하네. 과연 내가 인정한 책략가다운 태도야.”

그 말을 끝으로 반쯤 비운 찻잔을 도로 내려놓는 여성.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카산드라는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조용히 운을 때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슬슬 당신이 여기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들어봐도 될까? 설마 같은 제국 3기사로서 잡담이나 나누려고 온 것은 아닐것이고…”

“설마. 저도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리 충성심이 시덥지 않다는 이유로 아킬레스 놈에게 지위적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래 보여도 상당히 바쁜 몸이니까 말이지요.”

“그야 그렇겠지. 아무리 충성심이 부족하다 한들, 내가 황제라 해도 당신 같은 사람을 그대로 썩혀두고 있을 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야. 안 그래? 공식적 세계 최강의 전사 헬레네.”

비록 어디까지나 서류상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 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빈말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카산드라.

여기에 대해서, 헬레네는 오히려 은근히 기분 이 좋다는 듯 한 감정을 내보이면서. 동시에 진한 호기심을 담아 그녀에게 물었다.

“후훗… 세계 최강이라니, 너무 과찬이 심하군요. 전 단지 지금까지 한 번도 패배해 본 적이 없을 뿐. 딱히 최강이라 불릴 만한 존재는 아닙니다. 당장 그 엘런이라는 용사도 제법 강했다 하고, 그를 쓰러뜨린 마왕의 경우는 저라도 손을 대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와 마왕 녀석을 모두 상대해 본 입장에선 말입니다.”

“으음…”

그녀.

헬레네의 말에 대해서 일 순간 카산드라는 자동적으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과거 카산드라가 상대했던 헬레네는 분명 이길 수 없는 수준의 강적이었다. 이는 그녀조차 뛰어 넘는 무력을 지니고 있는 아킬레스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요전에 마주했던 마왕의 위용은 그런 헬레네조차 능가하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농담 안 보태고 헬레네가 세 명쯤은 있어야 승리가 가능한 정도가 아닐까 여겨지는 초월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던 존재.

비록 승부의 성격상 대련 때와는 달리 헬레네가 본심을 발휘한다면 격차는 좀 더 좁혀지긴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역시 그 마왕을 상대로는 헬레네조차 승리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 카산드라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카산드라는 보면서.

헬레네는 그대로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역시 그렇지요? 그만한 상대라 한다면 제가 패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네. 그때 내가 마주했던 마왕의 힘은 정말로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너조차도 어떻게 해볼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후훗…역시…”

카산드라의 말에 무언가 정상적이라 볼 수 없는 위화감이 뒤섞여 있는 ‘기대’라는 감정을 내보이기 시작하는 헬레네.

한편,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카산드라는 다시 한 번 그때 있었던 마왕과의 대결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전 용사파티의 수인전사까지 동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형편 없이 패배하고 말았던 카산드라.

만약, 거기서 마왕이 카산드라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지 않았다면 그녀의 삶을 그곳에서 끝장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마왕은 카산드라를 살려주었다.

적이 아니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밖에 없는 입장인 카산드라에게 있어서 그녀는 바야흐로 슬슬 그 때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중이었으며.

오늘 헬레네를 부른 것은 바로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고 보니 헬레네. 네 결심은 여전히 그때 그대로 인 거야? 그… 결혼에 대한 부분 말이야.”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안 그래도 마침 오늘도 나에게 청혼해 왔던 남자를 신나게 두들겨주고 온 참입니다. 애초에 그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도전을 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허약하기 그지 없었지만 말이지요.”

그 말과 함께 마저 찻잔을 쭉 비우는 헬레네.

이어서, 그녀는 그대로 두 눈을 날카롭게 빛냄과 동시에 천천히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모름지기 여자란 더 강한 자에게 끌리는 법. 저의 상대가 되기 위해선 당연히 저보다 강한 남자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대가 엘프이건 수인이건 마족이건 상관 없습니다. 저를 이기고 저를 쓰러뜨릴 정도의 사람이라면 기꺼이 그자의 품에 안길 의향이 있습니다. 제 아무리 못생기고 추악한 괴물이라 해도 말이지요… 후후훗.”

“…과연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아서 보기 참 좋네. 그런 점에서 말이지. 마침 나한테 제법 좋은 생각이 하나 있는데. 동참해 볼래?”

헬레네의 말에 진지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는 카산드라.

이에 대해서,

헬레네는 대화의 흐름상 무언가 그녀의 가장 큰 희망 사안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대로 천천히 그녀의 똑똑한 친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좋은 생각 이라… 그게 무엇 입니까?”

“후훗… 그건 말이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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