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여자는 죽이고 남자는 겁탈하라!
* * *
어둠을 헤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아스와 그의 병사들.
이 순간, 애용하는 무기인 거대한 창을 손에 들고 있는 그는,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마도국의 군복을 착용한 채 태연함을 가장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때.
“정지!”
“너희들은 누구냐!”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그들을 막아선 마도국의 병사들.
이에 대해서, 아이아스는 짐짓 태연함을 가장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마도왕 폐하의 명을 받고 온 토템 장군 휘하의 지원병력이다. 어서 가서 요크 장군께 우리들이 왔다는 사실을 고하라!”
“지원군? 아… 그렇군. 드… 드디어 온 것입니까? 허면 토템 장군께선 어디에..”
“장군께선 후방에서 천천히 오고 계신다. 우리보고 먼저 들어가라 명하셨으니 어서 문을 열어라.”
정보를 실토한 포로의 말을 인용하여 아이아스는 태연하게 구라를 깠다.
그리고 그의 이런 말에 대해서, 병사는 그대로 고개를 숙인 뒤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허면 지금 바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하여 그대로 진지 안으로 들어가는 병사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이아스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마도국 녀석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실한 놈들이로군, 확실히 전쟁 역량은 보통이 아니지만, 겨우 이 정도 수준으로 진지를 방어하고 있었다니.’
한눈에 봐도 여러모로 허술하다는 느낌이 드는 적진의 수비 상황.
비록 곳곳에 방어 마법 같은 것이 작동되고 있는 모습은 보였지만, 병사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으며, 심지어 그들조차도 한껏 해이해진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나마 방금 전 그를 상대했던 병사들은 바짝 긴장해 있는 상태였지만, 당장 눈 앞에 있는 몇 명은 거의 졸고 있는 상황.
그렇게, 적이긴 하지만 그 한심하기 그지 없는 모습에 살짝 혀를 차면서 아이아스는 조금 있으면 다 죽게 될 저 어리석은 놈들을 속으로 깔보기 시작했다.
그때.
“허가가 내려 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환영합니다. 먼 길 오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살짝 열어 두었던 진지의 문을 활짝 열어 젖히는 병사들.
이에 아이아스는 입꼬리가 살짝 살짝 올라가는 것을 억누르며 그대로 적진 안으로 병사들과 함께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한 느낌이 드는 마도국 병사들의 진지.
그 안에 들어선 직후,
아이아스는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인지하며, 그대로 검을 뽑아 들었다.
“전군 공격하라!”
“!!!”
“무…. 무슨?”
갑작스럽게 공격 명령을 내리는 아이아스,
그와 동시에, 그를 따르던 병사들은 곧바로 공격 태세를 갖추어 적진 안으로 물 밀듯이 쏟아져 들어갔다.
“저… 적이다!”
“제국 놈들이 쳐들어 왔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마도국의 병사들
그대로 꼴사납게 도주를 하기 시작하는 그들을 보면서 제국군은 이를 붙잡으려 하였으나 무슨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 워낙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그들을 보면서 아이아스는 일단 부하들 제지했다.
“그만 둬라, 지금 우리가 노려야 할 건 저런 잔챙이가 아닌 이곳에 있는 마도국의 병력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모조리 태워 버리고 닥치는 대로 살육을 하라!”
“네! 장군!”
그렇게 아이아스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거침 없이 진지 내로 흩어지는 제국군.
이어서 그들은 불을 지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면서 곧바로 튀어 나오게 될 마도국의 병사들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처치할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
“어?”
아무리 불을 지르고 소란을 피워도 전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마도국의 병사들.
그 사실에 대해서, 아이아스를 비롯한 병사들은 짙은 위화감을 느끼며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놈들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자… 장군!”
다음 순간, 다급하게 달려오는 한 무리의 병사들.
이에 아이아스는 갈수록 커져가는 의문 속에서 그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적들의 모습이 왜 보이지 않는 것이냐?”
“그… 그것이… 아무래도 저희가 속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뭐… 뭐라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입증해주는 부하의 말.
이에 아이아스의 얼굴은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으며,
이어서 그의 입에선 짙은 당혹감에 휩싸인 말이 튀어 나오게 되었다.
“함정이다… 우리가… 우리가 당하고 만 것이야.”
“자… 장군?”
“제길! 단장 전군에 알려라! 이건 적들의 함정이다! 퇴각하라. 지금 바로 성으로 돌아가야 한…!”
그때..
콰과광!!!
“!!!”
다른 순간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어마어마한 폭발음.
이에 아이아스의 시선은 그대로 사방에서 치솟기 시작한 불길을 향해 고정되기 시작했다.
“뭐… 뭐냐?”
“자… 장군! 적입니다! 적들의 기습입니다!”
다급하게 소리치는 부하의 말.
그러나, 굳이 그의 말이 아니라 하더라도 아이아스는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너무나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늘에서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한 마법.
말 그대로 작정하고 이곳으로 쏟아지는 마법의 포격에 그를 비롯한 제국군은 삽시간에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커허헉!”
하늘에서 떨어진 불벼락에 맞아 순식간에 불타 버리는 병사들.
얼음과 전격에 맞아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이들.
말 그대로 아비규환과 같은 상황 속에서 기세 등등하게 여기까지 들어 왔던 제국군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 적진을 파괴할 목적으로 지른 불들이 이제는 제국군을 덮치기 시작한 것은 덤이었다.
“이… 이럴… 이럴 수는 없다.
망연한 표정을 지은 채 죽어가는 병사들을 바라보는 아이아스.
이에 곁에 있던 병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장군!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이대로 있다가 다 죽습니다! 어서… 어서 벗어나야 합니다!”
“큭….!”
그 말에, 억지로 정신을 수습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방향을 잡는 아이아스.
그러나 이 순간, 여기까지 그와 함께 들어온 대부분의 병사들은 그와 함께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화염와 연기, 그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동료들의 비명 소리에 그들은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으며, 퇴각을 명하는 아이아스의 말에도 불구하고 일절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적들과 죽어가는 아군 속에서 공포와 혼란에 사로잡힌 채 천천히 쓰러져 가는 제국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아스는 피눈물을 쏟으며 절망하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이런…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내가… 이 아이아스 님이 이렇게… 이렇게 비참한 패배를 겪게 되다니…’
그렇게 진한 좌절 속에서 간신히 소수의 병사들만 이끌고 적진을 빠져 나온 아이아스.
그때…
“하하하! 아니 이게 누구신가! 제국의 유명한 장군, 작은 아이아스 님이 아니신가!”
“! 네… 네놈은… 요크!”
자신을 보면서 진한 비웃음을 날리는 4마희의 일원 요크.
동시에 그녀와 함께 나타난 수많은 병력들을 보면서 아이아스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대로 가시면 섭섭하지! 아직 이것 저것 해줄게 많은데 얌전히 잡히라고!”
“큭! 퇴각하라! 저 년을 상대해 줄 시간 따위 없다!”
요크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싹 무시한 채 그대로 도주를 계속하는 아이아스.
그 모습을 보면서, 요크는 그대로 검을 뽑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놈을 잡아라! 녀석을 잡아오는 자에겐 푸짐한 상금을 줄 것이다!”
요크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대로 아이아스를 향해 덤벼들기 시작하는 마도국의 병사들.
이에 아이아스의 병사들은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델포이 성까지 달아나기 시작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들의 이런 노력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서… 성문을 닫아라! 어서 성문을…!!!”
콰과광!!!
닫히려던 성문 사이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폭발.
이에 성문을 닫으려던 잠금 장치들이 모조리 파괴되었으며, 그렇게 불완전하게 닫힌 성문 사이로를 마도국의 병사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진격하라!"
"여자는 죽이고 남자는 겁탈하라!!!"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진격해 들어오는 마도국의 마녀들의 모습.
그 흉흉한 기세에 얼마 남지도 않았던 제국군은 삽시간에 완벽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자…. 장군…”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어... 어딜 가십니까 장군! 장군!"
결국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사태까지 도래해 버린 상황.
이에 아이아스는 정신을 반쯤 놓아버린 상태로 그대로 델포이 중심에 위치한 신전으로 도주하였다.
딱히 어떤 이유가 있거나 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군 병력은궤멸 당했으며 성문까지 망가져 적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 순간 그가 매달릴 수 있는 것은 신전 내부에 있는 신상을 보면서 절망적인 심정으로 기도를 올리는 것뿐이었다.
“시…. 신이시여… 무의 여신 미넬바 시여. 부디 이 끔찍한 위기에서 어리석은 소인을 구원해 주시옵소서!!”
공허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애원하는 아이아스.
그때,
그런 그의 뒤쪽에서는 갑작스럽게 차가운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여러모로 한심하기 그지 없는 녀석이군. 이런 상황에서 당당히 싸우긴커녕 여신님께 매달려 애원하는 꼴이라니.”
“!! 요… 요크…”
자신의 앞에 나타난 마도국의 장수 요크.
본래라면 그와 거의 비등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그녀였지만, 이 순간 아이아스는 신전에 들어오기 위해 완전히 무장을 해제한 상태였다.
반면 요크의 경우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서 아이아스는 혼란에 빠져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 자신에 대해 한층 더 짙은 후회를 느끼며 그대로 바닥을 기며 여신상 바로 앞까지 도주하였다.
“여… 여신님이시어… 저… 저를 굽어 살피소서!”
이어질 상황에 대한 끔직하기 그지 없는 두려움에 여인상에 매달리기 시작하는 아이아스.
그런 그를 보면서, 요크는 살짝 입술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
“하여튼, 그래도 무력만은 제법 쓸만한 놈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 참으로 볼 품 없는걸? 하지만 뭐, 그래도 상관은 없겠지.”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손을 뻗어 아이아스의 몸에 마법을 거는 요크.
이에 아이아스는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면서 그대로 여신상에 매달린 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직후.
요크는 그대로 천천히 입고 있던 갑주를 벗으며,
입가에 섬뜩하면서도 농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찌 되었든 사내놈은 거기 맛만 좋으면 그만 이니까. 그럼 어디 간만에 마력 보충도 할 겸 마음껏 즐겨보도록 할까?”
“으… 으아아아아악!!!”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