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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31화 (131/150)

〈 131화 〉 나는 그년 하고는 다르다!

* * *

황제의 칙서로 인해 꼼짝없이 황도로 귀환을 한 카산드라.

그 직후, 이곳 델포이의 새로운 총사령관으로 부임하게 된 아이아스는 들 뜬 기분 속에서 곧바로 전쟁을 이어나가기 위한 준비를 개시하였다.

“단단히 수비를 굳힐 준비를 하라, 어차피 우리들의 도착과 함께 아군과 적들의 전력은 비등해졌다. 섣부른 짓을 하지 않고 단단히 수비에 전념한다면 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예 장군.”

“알겠습니다.”

비록 카산드라를 몰아내고 살짝 억지로 총사령관이 된 그였지만, 그렇다 해서 그는 절대로 무능한 인물이 아니었다.

일신의 순수한 전투력만 따지면 오히려 하이브리드 같은 스타일의 카산드라보다 약간 위였으며, 아울러 그렇다 해서 무식하게 힘만 쌘 인물도 결코 아니었다.

나름대로 전략을 짤 줄 알며, 동시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무모한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인물.

때문에 그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설픈 공격은 오히려 독이 된다 판단하고 있었으며 여기선 일단 수비에 전념하며 적들의 빈틈을 노리기로 결정하였다.

‘카산드라 년처럼 이기지도 못할 싸움은 벌이지 않아. 언제나 철자하게 준비가 된 시점에서만 싸운다, 그게 바로 나의 승리의 공식이지.’

그렇게 자신은 그 무능한 년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아스 방어에 치중함과 동시에 성 밖에 몰려 있는 저 마도국 녀석들을 어떻게 처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

“그래? 적들의 사령관이 바뀌었다고?”

“네, 그렇습니다 요크님.”

부하의 보고를 들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요크.

그러나, 이 순간 언 듯 태연해 보이는 그녀는 내심…

‘후훗… 그것 참… 잘 되었군.’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 속으로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지지부진한 태도로 패배를 거듭하고 있는 듯 보였던 카산드라.

그러나, 원정대의 총사령관으로서 전체적인 전환을 살필 줄 아는 요크에게 있어서 카산드라는 그녀가 만난 그 어떤 적보다 성가신 상대라 할 수 있었다.

이쪽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그들의 발목을 잡아온 카산드라.

동시에 그 와중에도 카산드라와 그녀의 군세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이 마치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얄미운 모습을 보여왔었다.

사방에서 이쪽을 꾹꾹 찔러대면서 진군 속도를 최대한 늦춘다.

동시에 그 와중에 후퇴는 얄미울 정도로 잘해서 이들을 잡아내기도 힘들다.

상대하는 입장에선 매우 심각할 정도의 귀찮음과 짜증을 유발하는 존재가 바로 카산드라라는 장수였으며, 실제로 그 덕분에 요크는 얌전히 행군하면 이틀이면 될 이 곳 델포이까지 오는데 자그마치 열흘 이상의 시간을 소모해버리고 말았다.

군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하루하루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크나큰 손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일로 인해 요크와 마도국 군사들이 입은 손해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

그리고, 그랬던 그녀가 떠났다는 사실은. 이 순간 요크로 하여금 앓던 이가 빠져나간 듯한 시원함을 느끼게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카산드라 그년, 언 듯 보기엔 잘 싸울 줄도 모르는 나약한 녀석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어. 만약 그 년이 계속 이곳에 있었다면 아마 델포이를 뚫는데 족히 한 세월은 걸렸겠지…’

반면 이번에 온 아이아스라는 자에 대해선 일전에 종족 전쟁에서 함께 전투를 치른 탓에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의 전력도 제법 뛰어나며, 동시에 나름 신중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인물.

그러나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요크는 그자를 어떻게 상대하면 되는지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카산드라 같은 년보다는 오히려 대응하기가 훨씬 편하지, 그년하고는 달리 이쪽은 한번 눈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상당히 단순한 경향이 있으니까…’

*

수비에 전념한 채 성 밖에 몰려 있는 적들을 일절 상대해주지 않고 있는 아이아스.

난공불락이라 불리는 델포이 성에 진을 치고 있는 만큼, 지금 같은 상황에선 아무리 마도국의 병력이 강하다 해도 섣부른 공격은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 지원군이 온 만큼 양측 전력이 얼추 비등해진 지금은 더더욱 그러했고 말이다.

“저 놈들이 아무리 대단해 봤자 이곳을 뚫을 방법 따위는 없다 이 말이지. 괜히 카산드라처럼 쓸데 없이 힘을 빼는 것 보다는 이렇게 성 안에 눌러 앉아 버리는 게 정답이야. 그러다가 놈들에게 틈이 보인다면 곧바로 공격을…”

그렇게 델포이 성의 수비력에 온전히 의지하면서도 수시로 적들의 동태를 살피는 아이아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아이아스의 앞에 부하들이 한 명의 포로를 잡아왔다.

온 몸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상당히 심한 고문을 받은 듯 보이는 포로의 모습.

몸 곳곳에 있는 멍들과 상처들은

거기다 이미 한쪽 팔은 부러진 듯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으며, 얼굴은 퉁퉁 부어 그 모습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게 여러모로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 그자에 대해서, 아이아스는 의문과 더불어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지닌 채 부하에게 물었다.

“이자가 누구인가?”

“마도국의 첩자입니다. 수상한 자가 군 시설을 기웃거리고 있다 길래 붙잡아서 심문을 한 결과 알아낸 사실입니다. 실제로 주민 명부에도 이름이 없었고, 결정적으로 몸 한쪽에 마도국 출신을 알리는 문신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래? 이자의 입에서 무언가 쓸만한 이야기는 나왔는가?”

모진 고문으로 인해서 상당히 불쌍해 보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포로.

그 만큼 아이아스는 이자에게서 쓸만한 정보를 뽑아냈을 가능성이 높다 판단하였고 여기에 대해 그의 부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여기, 그것과 관련해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흐음…”

그 말과 함께 부하가 건넨 서류를 살피기 시작하는 아이아스.

그 직후, 그의 입가에는 그대로 진한 미소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 안에 담겨 있는 정보가 사실이겠지?”

“네 그렇습니다. 한사코 아무것도 모른다 잡아 때던 놈을 이 정도로 고문한 결과 알아낸 것인 만큼 분명 사실일 것입니다.”

“과연, 드디어 때가 온 것인가?

그렇게 이어진 부하의 확인에 대해 진한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아스.

이 순간,

그의 마음 속에는 그 동안 꾹꾹 참고 있던 전투와 공적에 대한 욕망이 환하게 타오르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도국에서 지원병력이 도착한 다라… 이걸 잘 이용하면 단번에 놈들을 끝장낼 수 있겠어.’

델포이 성을 앞에 둔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마도국의 병력들.

사실상 적국의 영토 한복판에서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놈들도 슬슬 군량을 비롯한 부분에서 압박을 느낄 것이 분명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 교착 상황을 종료하기 위해선, 힘으로 밀어 붙이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지원은 필수적일 터.

그리고 이러한 사실과 관련해서, 아이아스는 한가지 계획을 짜내기 시작했다.

‘마침 저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 종족인 만큼 위장을 하는 것쯤은 간단하다. 마도국의 복장을 꾸며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닌 만큼, 지원병인 척 접근해 기습을 가하는 것이야.’

마밥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특정상 저들의 근접 전투력은 제국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황.

그런 만큼, 지원군이 당도하기 전 저들에게 접근해 난전을 유도할 수만 있다면 재국군의 승리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터.

그렇게 판단을 내린 직후,

아이아스는 그대로 휘하 재장들을 불러 모아 이 작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으음…”

눈 앞에 보이는 마도국 병력의 동태를 살피는 부장들.

한 눈에 봐도 방비가 상당히 허술해 보이는 것이, 따로 습격에 대비하고 있는 지는 않는 듯 보였다.

‘지원병이 도달한다더니 그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닌 것도 같군. 하지만 역시 무언가가 영 찝찝하단 말이지.’

카산드라의 부장으로 있었던 그는 솔직히 이 작전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확실히 아이아스의 말대로 적들의 지원병이 도착하게 된다면 상황은 더욱 불리해질 것인 만큼, 한시라도 빨리 적들을 치는 것에 대해선 그도 동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런 식으로 성을 비우고 놈들에게 기습을 가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카산드라 장군님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식으로 작전을 짜지 않았겠지. 소수의 별동대만을 움직여 놈들의 허를 찌르거나, 뒤에서 오고 있다는 지원군을 기습 하는 전술을 택하셨을 것이야. 자칫 뒤가 없을 수 있는 이런 도박수는 결코 두지 않으셨겠지.’

그렇게 여러모로 위험하기 그지 없는 이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일단 부장은 명려엥 따라 정찰 임무를 끝낸 뒤 본진으로 되돌아 왔다.

“어떤가?”

“예… 장군님의 말씀대로 상당히 방비가 허술한 느낌입니다.”

“지원군이 온다는 소식에 그때까진 전투를 벌일 계획이 없는 것이 명확해 보입니다.”

“후후 그렇겠지. 그 동안 우리도 수비에만 전념하고 있었던 만큼 놈들도 마음을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야.”

그렇게 음침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흥분을 표출하는 아이아스.

이어서 그는 자신의 뒤쪽에 대기하고 있는.

말 그대로 마도국 병력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는 아군을 보면서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허면 곧바로 작전을 개시한다. 오늘 밤 저 마도국의 잡것들을 모조리 쳐죽일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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