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 여러모로 엄청난 사람들...
* * *
격정.
환희.
그리고 쾌락.
마치 소용돌이와 같은 그 격렬한 감정 속에서.
마왕은 눈 앞에 있는 그 남자의 몸을 강하게 끌어 안았다.
너무나도 뜨거우면서 거부할 수 없는 애정이 느껴지는 그의 감촉.
그것을 온 몸으로 만끽 하면서, 마왕은 미쳐버릴 것만 같은 행복을 마음껏 만끽하였다.
“마왕님… 저… 저 또다시…”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용사.
그때,
그런 그의 말을 들으면서, 마왕은 무아지경에 가까운 기쁨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나자렛…”
“ㄴ…네?”
“앞으로는...그 이름으로… 불러 다오… 마왕이 아니라… 나자렛 이라는 이름으로... 짐의… 본명으로.”
“!”
처음으로 알게 된 마왕의 본래 이름.
이에 대해서 용사는…
엘런은,
그대로 진한 환희를 느끼며 자신의 품 속에 안겨 있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자렛…”
“고… 고맙다… 엘런....하아...하앎! 하....”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서로의 입에 입을 맞추는 두 사람.
그 직후, 그들은 한층 더 강하게 상대방을 끌어 안으며 더욱 격정적이면서도 뜨거운 시간을 만끽해 나가기 시작했다.
세상을 뒤덮고 있던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찬란한 햇살이 떠오르기 시작한 그 때까지…
*
온몸을 누르는 듯한 묵직한 피로감.
그 속에서, 난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 직후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내 옆에 알몸의 상태로 잠이 들어 있는 마왕의 모습.
이 순간 얼굴 가득 행복이라는 감정을 내보이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난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진한 부끄러움과 흥분에 잠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길게 이어진 어제 밤.
솔직히 첫경험인 만큼 그녀나 나나 어색한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 여겨졌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작 부분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솔직히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하룻밤 사이에 대체 몇 번을 한 건지…’
대충 7번 이후 세는 것을 그만 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 다음부터는 서로가 완전 무아지경에 빠져 쉼 없이 서로를 탐닉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렇게, 다시 생각해도 어쩐지 부끄러운…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행복하기 그지 없는 기억을 떠올리면서.
난 그대로 조용히, 눈앞에서 아직도 잠에 빠져 있는 마왕의 몸을 어루만졌다.
그때…
“으응….”
다음 순간, 인기척을 느꼈는지 살짝 눈을 뜨기 시작하는 마왕의 모습.
이 순간,
언제나와 같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마왕님? 아니… 나자렛.”
“아… 용사… 아니… 엘런…”
나의 목소리를 들은 직후 그대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기 시작한 마왕.
그 정도로 격정적인 시간을 보낸 탓인지, 이 순간 평소와는 달리 나처럼 피로라는 감정이 담겨 있는 그녀를 보면서 난 다시 한번 어제 있었던 일이 꿈 같은 것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잠시 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묵직한 침묵을 유지하게 된 우리 두 사람.
이렇게 서로의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우리들의 머릿속엔 자동적으로 어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에 나와 마왕은 잠시 동안 얼굴을 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그때…
꼬르르륵…
“!…”
“…”
다음 순간, 뜬금 없이 들려오는 허기를 알리는 소리.
생각해 보면 그 정도로 열심히 일을 치른 이상 몸에서 영양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으며, 이에 나와 마왕은 부끄러운 기분을 느끼면서 일단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그럼 일단은 식사부터 할까요? 나자렛…”
“으..응.. 그게 좋을 것 같구나… 엘런.”
*
“!....”
“…”
마왕성의 깊은 곳에 위치한 마왕 나자렛의 침실.
그곳에서, 벨제뷰티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눈 앞에서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마왕을 보며 말했다.
“저… 정말로… 하셨습니까?”
“…응.”
“아… 아아…”
벨제뷰티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마왕.
이에 대해서, 벨제뷰티는 다시 한 번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으며 그대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럼… 하.. 한가지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으…응. 무었인가?”
“저 그… 어떠…셨나요? 섹ㅅ…. 아… 아니. 아기 만들기는…”
“…기분… 좋았어… 조금 아프긴 했지만… 엄청나게…”
꿀꺽..
마왕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는 벨제뷰티.
이어서 그런 그녀와 차마 눈을 마주치진 못한 채 마왕은 그대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무서웠어. 아기 만들기 라는 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런걸… 거의 글라디우스 만한걸 내 몸속에 집어넣을 줄이야.”
“…네? 글… 뭐라고요?”
“글라디우스… 대충 크기나 두께가 그 정도 되지 않은가. 남자의 그… 국부 라는 것은. 예술작품들은 어째서인지 훨씬 작게 묘사하긴 했지만.”
“…”
마왕의 말에 일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대 더 얻어 맞은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 벨제뷰티였다.
한편 그런 그녀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마왕은 계속해서 부끄러움과 더불어 약간의 자랑을 담아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것이 짐의 국부로 들어갈 때는 좀 많이 아프더구나. 애초에 처음이기도 했고…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익숙해지고 나니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이 세상에서… 이렇게 기분 좋은 행동이 있을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을 정도로.”
“으..음…”
“그래서 그…용사의 씨앗…이라고 할까. 그의 몸에서 나온 하얀 액체를 담는 것 말이다. 그대로 분위기에 사로 잡혀서 대충 열 번은 넘게 짜낸 것 같다.”
“!!!”
진심으로 기쁜 듯이 이야기를 하는 마왕.
그러나, 그녀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벨제뷰티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에 그저 진한 충격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미친… 글라디우스? 아…아니 뭐가 그렇게 큰데? 아무리 세계 최강인 용사라 하지만 그런 진짜 흉기를 바지 속에 넣고 다닌단 말이야? 거기다 그런 용사하고 무리 없이… 못해도 열 번 이상을 즐기셨다는 마왕님은 또 뭐냐고?’
비록 성교에 대한 경험은 일절 없는 벨제뷰티였으나, 그럼에도 그녀는 나름대로 지식만큼은 제법 지니고 있었다.
마왕국의 재상으로서, 각종 서적이나 주변 지인들의 조사를 통해 마왕에 비하면 좀 더 완성된 성적 지식들을 보유하고 있는 벨제뷰티.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이러한 기존 지식들로 인해서 자신의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마왕의 상황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여러모로 생생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론은, 용사도 그렇고 마왕도 그렇고. 단순히 첫경험 이라는 부분을 제외하면 정말 여러모로 엄청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
한편, 그런 벨제뷰티를 보면서 마왕은 행복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어찌 되었든 벨제뷰티,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짐은 확실하게 아기를… 용사의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맞겠지?”
“네… 뭐… 확실히 그게 목적이었으니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해주셨다면 말이지요…”
“아아…”
벨제뷰티의 말에 마치 어린 소녀와 같이 순수하게 기쁨을 표하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벨제뷰티는 차마 이 이상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좀…”
“아.. 그래, 다녀오거라.”
그렇게 여러모로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을 느끼며 간신히 마왕의 침실을 나온 벨제뷰티.
이어서 그녀는 그대로 굳게 닫힌 방문에 몸을 기댄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하아아아…..’
본인의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떨려서 미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 벨제뷰티.
이어서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이런 감정을 식히기 위해 그대로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 재상님!”
“으…응? 무… 무슨 일이지요? 미안하지만 지금은 제가 좀 바빠서…”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이걸 꼭 봐주셨으면 합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달려오는 병사.
이에 벨제뷰티는 부끄러움의 감정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 것을 느끼면서도, 일단 그가 전해준 한장의 서신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 직후…
“! 뭐…. 뭐야? 이..이게 정말 사실이라고?”
“네! 엘프 교국은 물론이고 타지에서도 보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기어이 교황이 일을 벌였다는 전갈입니다.”
긴장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병사의 말.
이에 대해서, 벨제뷰티는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소녀의 부끄러움 같은 감정을 집어 넣은 채.
다시금 마왕국의 재상으로서의 표정을 지으며 입가에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일이 이렇게 되어준다면 참으로 고마운걸.”
*
엘프교국의 심장부에 위치한 세계수 유피테르.
단순한 나무가 아닌 하나의 거대한 거주공간이라 할 수 있는 그곳에서,
교황은 자신의 앞에 있는 두 나라의 사신을 보며 말했다.
“허면 계획대로 진행을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마도왕 폐하께도 그리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수인국의 대족장께도 그리 알리겠다.”
“고맙소. 이것으로 우리들은 다시금 동맹이 되었고, 같은 적을 두게 되었소, 저 사악한 악의 세력인 팔콘제국이 멸망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보세나.”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하는 세 사람.
그리고,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세 나라는 동시에 팔콘 제국 측에 한 장의 서신을 보내었다.
악신을 섬긴 그들의 행태를 비난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서신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