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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23화 (123/150)

〈 123화 〉 순간적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격한 감정에 휩싸인 결과

* * *

눈앞에 보이는 용사,

그리고 그의 맞은 편에 앉아있는 정체불명의 여인.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엘리사는 이 순간 안 그래도 혼란스러웠던 정신이 더더욱 알 수 없게 흘러가 버린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물론, 그녀 또한 용사가 이 임마노엘 마스에 문제의 그 연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리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하필이면 이런 때.

냐단 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고백을 받고 있는 자신의 바로 옆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엘리사의 입장에선 정말 생각도 못했던 곳에서 비수가 날아온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에… 엘리사 괜찮으십니까?”

그런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용사의 목소리.

순간적인 충격으로 인해 잔을 떨어뜨리고만 그녀를 순수하게 걱정해 주고 있는 그의 모습에, 엘리사는 퍼뜩 정신이 드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에게 말했다.

“아… 으…음… 괘… 괜찮…아… 난… 괜찮…”

떨리는 목소리로 억지로 대꾸를 하는 엘리사.

그렇게 그녀는 잠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혼란에서 간신히 빠져 나온 뒤,

자동적으로 그녀의 시선을 용사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처음 보는 여자에게로…

지금까지 줄곧 그녀가 찾고 싶어 했던 바로 그자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 여자가… 바로 그 사람인가? 용사가 고백을 했고 연인이 되었다는 바로 그…’

사실상 거의 근 1년 만에 마주하게 된 문제의 그 사람.

금발머리에 투명한 피부를 지니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그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흉부를 지니고 있는 대단한 미녀.

그녀의 이런 외모를 살펴보면서, 엘리사는 자동적으로 자신이 위축되는 기분을 느끼며 일단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그런데 용사. 그쪽의 그 아가씨는 누구지? 이 시간에 용사와 함께 있다면 분명 보통 사이가 아닐 것 같은데.”

“아… 음… 그게.. 그러니까.”

엘리사의 물음에 살짝 주저하는 반응을 보이는 용사.

그때, 그런 그를 대신해서 문제의 그 여성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차분한 엘리사에게 말했다.

“처음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에스더. 여기 있는 엘런의 애인 되는 사람 입니다.”

“! 마ㅇ…음…음…”

그녀의 말에 상당한 당혹감을 내보이는 용사.

그러나, 그의 이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 에스더라는 여성은 차분함을 잃지 않은 채 그대로 눈 앞에 있는 엘리사를 보며 말했다.

“그쪽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엘런과 같이 마왕폐하를 섬기고 계신 친위대의 엘리사님 맞으시지요?”

“그… 그래, 내가 그 엘리사이긴 한데…”

“그렇군요, 이렇게 만나 뵈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사실 안 그래도 저희 엘런이 동료들에게 저를 소개해 주길 많이 꺼려해서 조금 답답했는데. 이렇게라도 뵐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기뻐요.”

“으…음…”

저희 엘런 같은 표현을 거침 없이 사용하면서 자신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에스더.

개인적으로 이 순간 눈 앞에 있는 그녀에 대해서 정말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은 엘리사였으나,

이런 감정과는 달리 엘리사는 거침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이 에스더 라는 여인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린 채 그대로 변변한 질문조차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아직 그녀는 이런 저런 정신적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하기 까지 한 상황.

그렇게 눈 앞에 있는 이 용사의 연인에게 마치 난타를 당하는 듯한 기분을 맛보면서.

엘리사는 그대로 현기증이 일어날 것 같은 감각과 함께 마음 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 임마노엘 마스에 쓸쓸하게 시간을 보내던 도중, 냐단의 권유에 따라 여기까지 나오게 된 엘리사.

그러나, 이곳에서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생각지도 못한 고백을 받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극심한 혼란과 타격에 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이 와중에 눈 앞에 있는 이 여자는 이곳에서…

아니, 지금까지 엘리사가 용사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으며 온갖 삽질이란 삽질은 다 하고 있었던 내내,

용사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면서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런 여자가 자신의 앞에서 희희낙락 용사와의 애정을 과시하면서 있는 이 모습은.

엘리사로 하여금 극심한 허탈함과 함께 오기라고도 부를 수 있는 진한 분노의 감정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지금까지 내가… 내가 얼마나 고생 했는데. 용사의 일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 했는데, 그 결말이 겨우… 겨우 이런 꼴이었단 말이야? 용사랑 알콩달콩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자 앞에서 겨우 이런…’

그렇게 너무나도 비참하게까지 느껴지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만 같은 이 상황에서.

엘리사는 일 순간 끓어 오르는 독기와 같은 감각을 느끼며 그대로 눈 앞에 보이는 이 재수 없는 여자를 향해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래, 나도 만나서 반가워. 사실은 이쪽도 애인하고 데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용사와 만나게 될 줄은 몰랐거든.”

“애… 애인… 이라니요?”

“으…응?”

엘리사의 말에, 한 순간 얼굴에 담겨 있던 여유를 잃어버린 그 에스더라는 여자와, 바로 옆에서 살짝 당황한 목소리를 흘리는 냐단.

그러나 이 순간 엘리사의 시선은 오직 처음으로 당혹감을 내보이고 있는 에스더 에게 로만 향하고 있었으며,

이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진한 희열과 같은 감정에 사로잡힌 채,

그대로 옆에 있던 냐단의 손을 잡은 뒤 거침 없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래, 이쪽에 있는 친위대의 냐단 하고 난 연인 관계라서 말이지. 왜? 요즘 같은 세상에 딱히 같은 성별끼리 사귀면 안 된다는 법도 없잖아 안 그래?”

“그… 그건… 그렇긴…하지만… 서… 설마 그럴 리가… 어떻게.. 어떻게 엘리사와 냐단 그대 들이…”

엘리사의 말에 진한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사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에스더의 표정.

이를 보면서, 엘리사는 마치 지금까지 꾹꾹 눌러 참아 왔던 불만과 질투의 감정에 휩싸인 채 그대로 입가에 오기로 가득 찬 진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웁!”

“!!”

그대로 단호하게 손을 뻗어 냐단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때려 넣는 엘리사.

그와 동시에, 에스더의 얼굴은 그대로 흙빛으로 물들어 버렸으며, 이내 그녀는 현기증이 일어난 듯 그대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에..에스더?”

이어서 그런 그녀의 몸을 부축해주며 우려를 표하는 용사의 모습.

그런 그를 보면서, 엘리사는 지금까지 이 남자 때문에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던 감정을…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기분을 담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이런… 아무래도 그쪽의 아가씨한테 이런 세계는 조금 일렀나 봐? 미안 용사. 본의 아니게 네 애인한테 충격을 준 것 같네.”

“으음… 시… 실례.. 했습니다.”

엘리사의 말에 그대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하는 용사.

비록 적의를 발산한 쪽은 엘리사였지만 그녀의 행동이 어디까지나 ‘냐단과의 애정 행각’ 이라는 것으로 포장되어 있는 지금, 용사 입장에선 그녀를 비난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쪽에 면역이 없던 그 에스더라는 여자를 부축한 채 그대로 완전히 박살 나버린 분위기 속에서 이곳을 떠나는 것뿐.

그렇게, 눈 앞에서 용사와 에스더가 사라져 버린 직후.

엘리사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은 채 갑작스럽게 밀려오기 시작하는 공허함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하…하하… 나… 대체 뭘 한거지?...’

순간적인 격정에 휩싸여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 없는 짓을 벌인 엘리사.

단순히 눈 앞에 있는 저 재수 없는 년의 얼굴이 일그러 지는 것을 보고 싶다는 감정에 휩싸여 벌인 짓은 그녀에게 있어서 진한 현타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중이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내 첫키스를 소모할 줄은 몰랐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애인에게 한방 먹이기 위한 용도로 쓰게 될 줄은…’

그렇게 충동에 사로잡혀 너무 황당한 짓을 벌였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엘리사는 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진한 후회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저… 저기… 엘리…사.”

“….응?”

다음 순간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냐단의 목소리에, 엘리사는 그대로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냐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달아올라 있는 상태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냐단의 모습.

그것을 지켜보면서, 엘리사는 한발 늦게 자신이 했던 그 행동이 불러온 또 다른 후폭풍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 말은… 받아줬다고 봐도… 되는 것이겠지? 내… 고백…”

“…아…음… 저…그… 그게… 그러니까…”

얼굴 가득 행복한 표정을 담은 채 그녀에게 물어보는 냐단.

이처럼 너무나도 기뻐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엘리사는 이 순간 차마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씨발… 대체 어쩌다가 그런… 이렇게 되면 여기서 사실을 이야기 해 봤자 내가 쌍년이라는 소리밖에 안 되는 건데.’

솔직히 그녀의 이 갑작스러운 ‘고백’이라는 것은 엘리사에게 있어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딱히 이런 쪽에 반대를 하는 입장은 아니었으며 이미 고문을 위해 몇 번 해본 적이 있는 만큼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 대상이 정말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냐단이라는 사실.

그러나 동시에, 생판 남도 아닌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사람인 그녀에게 엘리사는 차마 이런 식으로 상처를 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어차피 내 멋대로 입술까지 훔쳐 놓고 책임을 안 질수는 없잖아… 이렇게 된 이상…;

그렇게 사실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엘리사는 입가에 정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 그래… 마… 맞아…”

“아!”

그 말이 끝난 직후 그대로 눈물까지 고이며 기쁨을 표하는 냐단.

그 모습을 보면서, 엘리사는 진심 속으로 울고 싶은 기분을 느끼며 끝내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 이걸로… 내 사랑은… 완전히 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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