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13화 (113/150)

〈 113화 〉 막간­ 7계

* * *

암흑으로 뒤덮여 있는 검은 공간.

별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으며, 태양과 달이 호수의 물고기와 같이 유영하고 있는 그곳에서.

여성의 형상을 한 그것은 천천히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런 식으로 바쁜 사람을 불러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지.”

차가우면서도 오만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그녀.

이어서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눈 앞에 앉아 있는 여섯 명의 존재들에게로 향하였다.

허공에 띄워져 있으며 뱀 한 마리가 휘감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불타는 눈.

아름다운 여성의 몸에 뱀의 하반신을 지니고 있는 존재.

날개 달린 거대한 용.

푸른 피부를 지니고 있으며 여러 개의 손을 지니고 있는 남성.

창을 들고 있으며 노쇠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애꾸눈의 노인

그리고,

모두가 서 있는 가운데, 홀로 자리에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빛나는 갑주를 입고 있으며 어깨에 독수리를 앉힌 채 온 몸을 번개로 휘감고 있는 거구의 남성.

그들은, 이 순간 막 이쪽으로 돌아와 모습을 드러낸 그녀를 보면서 잠시 무거운 침묵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사살상 이 세계를 몸으로 휘감고 있는 거대한 용이었다.

­“참으로 바쁘기도 하겠군… 필연의 흐름이 깨지고 예상치 못하게 모든 것이 너의 바람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참으로 그러하겠어. 안 그런가 마리?”­

“응, 그래. 바로 맞췄어. 사실 그것 때문에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야.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코아 네가 패배에 배팅했던 나의 아이들이 지금은 이렇게 미친 듯이 떡상 해버려서?”

­“….씨발.”­

“부럽지?”

­“더럽게 부럽다 이 새끼야.”­

여성의 말에 일 순간 공간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몸을 떠는 거대한 날개달린 용.

그때, 그런 두 녀석의 모습을 보면서 자리에 앉아 있건 푸른 피부의 존재는 위안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해. 코아 전에도 말했지만 이미 마차가 떠난 뒤에 손 흔들어봤자 아무 소용 없는 짓이라고. 그나마 누구랑 달리 개같이 폭락하지 않고 현상유지만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

=”닥쳐라 이 시바놈.”=

푸른 피부의 말에 한 순간 심히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는 벼락을 두른 남성.

이에 푸른 피부와 거대한 용은 한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는 것을 느끼며 일단은 입을 다물었다.

그때.

“그렇게 너무 열 내지 마시지오 넬테리온님. 솔직히 그 동안 지상에 유피테르까지 박아놓으면서 실컷 꿀빤걸 생각하면 이제 슬슬 그 자리에서 내려오실 때도 되지 않으셨습니까?”

=”누와… 네 년이 드디어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보구나, 이 자리가 무슨 자리라고 그 가증스러운 혓바닥을 놀리는 것이지?”=

“죽고싶다니요… 저희 7계 사이엔 서로 위해를 가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 설마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그러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잊으시다니, 힘이 떨어지신 여파로 치매까지 오신 것입니까?”

=“너… 이 자식…”=

그 말에, 한 순간 앉아 있던 옥좌에 금이 갈 정도의 위협을 발산하는 벼락을 두른 남성.

동시에 이에 대항하여 뱀의 하반신을 가진 여성 또한 눈빛에 살의를 담은 채 자신의 앞에 있는 그자는 싸늘하게 응시하였다.

그때…

[“적당히 해라, 모두들.”]

=“!”=

“…칫.”

그렇게 흉흉하기 그지 없는 분위기 속에서 묵직한 소리를 흘리는 뱀이 휘감고 있는 불타는 눈.

이에 두 존재는 불만이 담긴 표정을 지은 채, 일단은 몸에서 발산하고 있는 기척을 죽이기 시작했다.

[“누와가 지적했듯이 7계들 간의 직접적인 싸움은 금지다, 싸움을 벌일 생각이라면 저 하계에 있는 자식들을 통해서 진행하도록”]

“하아… 네 네, 잘 알겠습니다. 롸.”

=정작 참가도 안하고 있는 깍두기 주제에 입만 살아선…”=

[“뭐라고 했지?]

=”아무것도 아니다 롸.”=

그렇게 잠시 격양되었던 분위기가 잠잠해진 직후.

불타오르는 눈동자는 그대로 자신의 앞에 있는 다른 7계들을 보며 은은하게 힘을 발하며 말했다.

[“애초에 우리는 이런 잡설이나 하려고 바쁜 시간을 내어서 모인 게 아니다. 내 그 동안 가만히 지켜 보았지만 지상의 흐름이 점점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뒤틀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일 터.”]

“으음…”

=“동감하는 바이다. 애초에 거기서 내 축복을 받은 용사 놈이 통수를 치고 마리에게 붙은 것만 해도…”=

­“아니 그건 네놈이 쓸데 없이 이상한 취향을 퍼뜨려서 그런 거 아닌가?”­

“자업자득이지, 우리 팔콘 제국의 아이들을 종교 같은걸 사용해서 지 멋대로 편입 시키려 든 죄야.”

“그러고서 일이 잘 안 풀리니까 한다는 짓이 내 목덜미에 칼을 꼽는 행위라니. 조만간 그 자리에서 끌려 내려오거든 각오하고 있으라고.”

=“큭….”=

입을 연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의 융단 폭격을 얻어맞는 벼락을 두른 남성.

그렇게 그가 입을 다문 직후, 불타는 눈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근본적인 원인은 그렇겠지.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대로 가다간 지상의 흐름이 완전히 뒤엉켜 버릴 것이다. 그리고 전부터 내가 주장해 온 것이지만, 이 일에는 분명 무언가 배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배후라…”

­“너무 과장된 생각 아닌가? 이 세계에 우리 7계를 제외하고 건섭을 실행할 수 있는 자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일반적으로라면 그렇지, 하지만 세상 일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 당장 너희들도 갑작스럽게 용사의 태도가 바뀐 이유에 대해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앞일을 예단하는 것은 우리로서도 쉽지 않다.”]

­“으음… 하긴, 거기서 그런 식으로 마리가 떡상을 하게 될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으니…”­

“그 말은 즉, 누군가 우리 세계에 간섭을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흐름이 뒤틀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봐도 되는 것인가?”

불타는 눈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뱀의 하반신을 지닌 여인.

그리고 그녀의 이런 말을 듣는 순간,

이 자리에 있던 이들의 표정은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세상의 룰을 뒤흔드는 불가능이라 할 수 있는 현상.

그것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지극히 성가신 일이 생기려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녀석이지…? 감히 우리 7계의 유희 자리에 끼어들어 간섭을 행하는 버러지놈은.”=

­“모르긴 몰라도 넬테리온 네놈하고는 달리 NTR을 극혐하는 취향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이는 군.”­

“그렇다면 의외로 나랑 잘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지. 나 역시 수혜를 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로 인해 게임판 자체가 엎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으니.”

“어떻게 할까? 이렇게 되면 결국은 그걸 쓰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

[“으음…”]

=“지상에 사냥개들을 풀어놓잔 말인가? 이런 상황에선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싶은데…”=

“곤란한 건 너 한 사람뿐이겠지. 우리들은 찬성이야.”

“오늘도 또 적잖은 생명들이 스러져 간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게 씁쓸함을 담아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하는 외눈의 노인의 말을 끝으로 동의를 표하는 그들.

그렇게 서로간의 협의가 끝난 직후.

불타오르는 눈동자의 앞에는 그대로 어둠이 걷히면서 밝은 지상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곳을 향해서 떨어지는 붉게 타오르는 빛 줄기들.

그것들은 대륙에 위치한 다섯개의 나라와 하나의 공백지에 각각 하나씩 떨어졌으며 그대로 하나의 들개와 같은 형상을 지닌 채 활동을 개시하였다.

자신들의 창조주의 의지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캐해애애액!!!”

“커허으으으응!!!”

­“어?”­

­=”무… 무슨?”=

[“…”]

다음 순간, 막 활동을 시작하려던 사냥개들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소멸해 버리고 말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치 소멸이 아닌 자의에 의해서 강제로 본래 있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마치 폭포수가 거꾸로 흘러가는 것만 같은 충격적인 장면을 바라보면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일곱명의 절대자들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조차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확연히 받으면서.

동시에 조만간, 그들의 손을 벗어난 거대한 태풍이 지상을 휩쓸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하면서.

*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고문을 끝내고 밖을 나온 엘리사.

이 순간, 방금 전까지 기세 등등하기 그지 없던 그녀의 얼굴에는 복잡하기 그지 없는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입에서 나온 생각지도 못한 말.

군단장인 엘리사 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에, 그녀는 짙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이 사실을 마왕 폐하께 알려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급하게 왕성으로 향하는 엘리사.

그때, 그녀의 눈에는 무언가 심란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그녀의 동료.

벨제뷰티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재상님.”

“아… 엘리사. 무슨 일이십니까?”

“그게 말이지… 아니 일단 자세한 건 마왕 폐하 앞에 가서 하자. 너도 동행할거지?”

“아… 네. 알겠습니다.”

평소보다 한결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일단 엘리사의 말을 수락하는 벨제뷰티.

그렇게 두 사람은 그대로 마왕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