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가슴이 떨리는 느낌
* * *
눈 앞에 보이는 적을 향해 마력을 끌어 올리는 엘리사.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은 마치 녹아 내리는 것처럼 그대로 검은 그림자에 동화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뭐.. 뭐지?”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림자까지 없어져 버리며, 안토니우스의 앞에서 깔끔하게 사라져버린 엘리사.
이에 안토니우스는 살짝 표정을 굳힌 채 일단은 주변에 대한 경계의 날을 바짝 세우기 시작했다.
‘정황상 녀석은 옥타비아를 지키기 위한 호위병, 그런 녀석이 여기서 보호대상을 놔둔 채 도망을 칠리는 없다. 그렇다면…놈은 아직 이 방안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뜻.’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딘가에서 자신을 공격해 올 것을 대비해 신경을 집중하는 안토니우스.
그 순간…
“거기냐!”
팍!
뒤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안토니우스는 그대로 가차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커…커허…허어억…”
“!”
이어진 순간, 안토니우스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의 검에 심장이 꿰뚫린 채 죽어가는 부하의 모습이었다.
“뭐… 뭐냐? 네가 왜 여기서…”
분명 이쪽이 아닌 옥타비아와 다크엘프를 공격하라는 명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를 뽑아 든 채 그에게 다가온 부하.
그의 이해할 수 벗는 행동에 안토니우스가 당혹감을 느끼고 있던 그때였다.
“으아아아아!!!”
“! 제길!”
이어서 그의 측면에서 또다시 검을 들고 덤벼드는 또 다른 부하의 모습.
이에 안토니우스는 그대로 부하를 발로 걷어차 쓰러뜨린 뒤 그대로 그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발로 짓밟았다.
그의 이런 행동에 의식을 잃어버린 듯 그대로 축 늘어진 부하.
그러나.
“으아아…”
“! 이 녀석… 분명 죽었을 텐데?”
방금 전 심장에 꿰뚫혀 죽었던 부하.
녀석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피를 철철 흘리는 몸으로 안토니우스를 덥쳤다.
팍!
그런 놈의 머리를 잘라버린 안토니우스
그러나, 머리가 떨어졌음에도 놈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안토니우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으며.
이에 안토니우스는 다급하게 녀석의 허리를 끊어 버려 행동 자체를 막아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
몸이 완전히 두 토막이 난 채 바둥거리다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부하의 시신.
이것을 보면서, 안토니우스는 비로소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를 인지하게 되었다.
‘제길… 조종당하고 있는 건가? 그 여자에 의해서?”
당혹감에 휩싸인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향해 공격을 가하던 부하들의 모습.
그리고 급소를 공격 당해 숨이 끊어졌음에도 그를 향해 덤벼들던 죽은 부하의 시체.
이를 보면서 안토니우스는 현재 그의 부하들이 그 마족 소녀의 마법에 걸려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무서운 마법이군… 아마도 나 정도 되는 실력자에게는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 같지만, 이런 식으로 동료들을 사용해 뒤통수를 친다면 난전의 상황에선 사실상 대처가 거의 불가능 하겠어.’
정황상 그림자는 조종해 사용하는 능력으로 보이는 마족 소녀의 마법.
그러나, 그것 이외에 대부분의 행동 원리는 불분명했으며, 이에 안토니우스는 일단 최대한 수비적으로 움직이며 상대의 능력을 분석해 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조종 가능한 대상은 한번에 두명… 아마도 저 둘 중 한 명의 그림자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거기다 도중에 직접적으로 그림자를 타격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 그렇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직후.
안토니우스의 입가에는 한 순간 옅은 미소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대로 온 몸에 신성력을 끌어 올린 채, 자신을 향해 덤벼들고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는 안토니우스.
그리고…
팟!
“!”
한 순간 안토니우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빛.
그것은 방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몸을 휘감음과 동시에 그대로 이곳에 있던 모든 그림자를 지워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채 바닥에 쓰러져 버리는 부하들의 모습.
이를 보면서 안토니우스는 그가 예상한 대로 이것으로 그 마족의 마법을 파훼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강렬한 빛 앞에선 어둠이 자리잡을 수 없지. 이걸로 놈의 마법은…’
그때…
“커허억!”
“역시, 위쪽은 방어가 허술했어.”
*
“아!”
갑작스럽게 천장에서 나타나 암살자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목덜미에 칼을 꽂아 넣는 엘리사.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옥타비아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과 더불어 약간의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대단해, 저만한 신성력을 발하는 자는 교국 내에서도 손으로 꼽을 정도인데, 그런자는 저렇게 간단하게…’
마족의 몸으로 상극의 힘인 신성력을 다루는 존재를 상처하나 없이 처치한 엘리사의 실력.
비록 그녀는 엄연히 옥타비아와는 적이라 할 수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엘리사의 이런 모습은… 그것도 다른 누군가가 아닌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보여준 그녀의 뛰어난 솜씨는 자연스럽게 옥타비아의 마음 속에 진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뭐야 이거..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지? 이런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인데…’
그렇게 한 순간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옥타비아.
그 직후, 그녀는 단검이 꽂힌 채 쓰러진 암살자 앞에서 가볍게 머리를 넘는 엘리사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한편, 그런 옥타비아의 상태는 인지하지 못한 채.
엘리사는 태연해 보이는 겉모습과 별개로 이 순간 자신이 개발한 신기술이 좋은 결과를 내었다는 사실에 내심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좋았어! 과연 처음에 힘들게 만들어 낼 때부터 분명 쓸모가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면 정말로 기대 이상이야!’
그렇게 자심의 성과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엘리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녀석의 목덜미에서 단검을 회수한 뒤 남은 잡졸들을 처리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 어?”
다음 순간, 단검을 뽑아냄과 동시에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한 엘리아의 얼굴.
일순간 느껴진 무언가 허전한 느낌,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정도로 피를 흘리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피 한 방울 묻어나지 않고 있는 단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지한 그 순간, 엘리사는 다급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역시 너의 마법의 근원은 그림자… 그게 네놈의 한계다.’
“커허어억!!!!”
다음 순간, 그대로 안토니우스의 검에 가슴팍을 크게 베이는 엘리사.
갑옷 차림도 아닌 방어력이 전무한 평상복을 입은 상태에서 이 일격은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에… 엘리사님!”
“주인님!”
“쿨럭! 커허억…”
비록 마지막 순간 아슬아슬하게 회피를 시도한 덕분에 즉사는 면했지만,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의 부상을 입게 된 엘리사.
그런 그녀를 향해 다가오면서,
안토니우스는 싸늘함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그림자를 제거하기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마법이 해제되면 네 년이 어떤 식으로든 공격을 해올 것이라는 사실을. 그에 맞춰서 나도 대비를 해두었지. 섬광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진 틈을 타서, 빛을 다루는 나의 능력을 사용해 환영을 만드는 것으로 말이야.”
“큭…제길….!”
“이 정도까지 날을 몰아붙인 것은 칭찬해 줄만했지만 여기까지다. 그럼 잘 가도록.”
그 말과 함께 그대로 검을 들어 엘리사를 내리치려 하는 안토니우스.
“아… 안돼!”
그 모습을 보면서, 옥타비아는 다급하게 달려나가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구하려 하였으나, 그녀의 이런 행동은 아멜다에 의해 가로막혔다.
“하아아았!”
“팍!”
기합 소리와 함께 그대로 휘둘러지는 안토니우스의 검.
그 직후에 튀기 시작하는 선명한 핏줄기.
그러나…
“…어?”.
갑작스럽게 경악의 감정이 깃들기 시작하는 안토니우스의 얼굴.
반면, 방금 전까지 절망의 감정이 드리워져 있던 엘리사의 얼굴에는 그대로 놀라움이라는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게…?”
이 순간, 안토니우스의 눈에 보이는 피 묻은 대검.
그리고 한발 늦게 그의 몸을 휘감기 시작하는 끔직한 통증.
이에 안토니우스는, 이 순간 그의 복부가 이 거대한 대검에 관통당했다는 것을 비로소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 참… 설마 이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 줄이야.”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한 남성의 목소리.
그것을 끝으로 안토니우스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 버렸으며.
동시에 엘리사는 진한 놀라움이 담긴 표정을 지은 채 눈 앞에 있는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요…용사? 네… 네가 여긴 어떻게?”
평소의 갑옷이 아닌 가벼운 로브 차림을 한 채 안토니우스를 쓰러뜨린 용사
이어서 그는 눈 앞에 있는 엘리사를 바라보며 품 속에서 무언가를 뒤적이며 말했다.
“지나가는 길에 무언가 소란스러워서 와봤습니다만, 오길 잘했군요.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엘리사 당신이 이런 위기에 처해있었을 줄은…”
“으…응… 조금 방심을 해서 그만…”
용사의 말에 이런 상황에서도 진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시선을 피하는 엘리사.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용사는 그대로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던 포션을 꺼낸 뒤 이를 엘리사의 몸에 부어주었다.
그 직후, 포션의 효과에 따라 그대로 천천히 회복되어 가는 엘리사의 몸.
비록 상처가 워낙 심한 탓에 이 정도는 단순한 응급처치에 불과했지만 추후에 의사를 찾아가기 전까진 별 문제 없을 것이었다.
“고… 고마워… 이렇게 구해주러 와줘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오히려 동료의 위기를 좀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 말과 함께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엘리사에게 손을 내미는 용사.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엘리사는 다시금 마음이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면서 그대로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이거… 생각보다 큰 소란이 있었던 것 같구나.”
“!”
그 순간, 그런 그녀의 귓가에 들리기 시작한 익숙한 목소리.
이에 엘리사는 물론이고,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아멜다 또한 그대로 눈 앞에 있는 존재를…
남아 있던 암살자들을 순식간에 모조리 정리한 존재를 바라보며 그대로 예를 갖추었다.
“마… 마왕폐하…”
“페하. 어떻게 여기까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