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사악한 마족들의 습격
* * *
팔콘 제국의 북부에 위치한 도시 테베.
인구 1만에 자체적인 크기는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는 규모였지만, 그럼에도 나름 제국의 요충지에 위치해 있어 유동 인구가 제법 많은 장소 중 하나.
그리고 지금.
짙은 어둠이 깔려 있는 이 도시의 외곽에는 한 무리의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나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도시의 경계는?”
“예상하셨던 대로 입니다. 현재 도시의 경계를 허술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무래도 슈드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대부분의 병력이 엘프들과의 전쟁에 동원되기 위해 빠져 나간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역시 모든 게 예상대로다.”
부하들의 말에 슈드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마도왕의 명령으로 진행하게 된 이번 계획.
마족으로 분장하여 팔콘 제국을 급습하는 계획의 주체자로서, 슈드는 다른 여러 도시들을 제외하고 바로 이곳 테베를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우선 제국의 북부에 위치해 있는 만큼 남동쪽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반응해 병력을 빼오기 수월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아울러 기본적인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평소에도 타 지역에 비해 방비가 허술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이유일 뿐.
진정으로 그녀가 이곳 테베를 공략 지점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현재 이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주택지.
그곳에는 현재 대신관 에일린과 그녀의 애인인 토라레가 거주하고 있는 집이 있었다.
대신관으로서 여러 지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몸인 만큼 에일린 입장에선 다른 장소가 아닌 바로 이곳 테베에 자리를 잡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옛 동료로서 이러한 사실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슈드는 임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사모하고 있는 그 남자를 납치하기 위해서 이곳을 목표 지점으로 설정하였다.
그렇게 마도구를 사용해서 마족으로 변장을 한 채, 본인을 포함한 100여명의 마녀들과 함께 습격을 개시할 준비를 완벽하게 끝마친 슈드.
이어서 그녀의 눈에는 다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오는 부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쪽 성벽에서도 준비가 끝났다 합니다.”
“이제 시작 하시지요.”
“좋다, 곧바로 돌입한다.”
“네!”
그렇게 마지막 점검을 끝낸 뒤 곧바로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한 슈드와 부하들.
달조차 떠있지 않은 짙은 어둠 속에서 그들은 마법을 사용해 가뿐하게 성벽을 뛰어 올랐다.
이어서 방음 마법으로 발소리를 완전히 죽인 채 재바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도국의 마녀들.
비록 그들의 눈에는 한껏 해이해진 채 태만하게 경비를 서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들은 굳이 이를 건드리지 않았다.
지금 그들의 목적은 괜히 소란만 일으킬 뿐인 경비들과의 싸움 따위가 아닌, 더 큰 것이었기 때문이다.
“후…”
“다행히 여기까진 들키지 않았군요.”
성벽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한 창고 구역에 도착한 마녀들.
그 직후 그들은 여기쯤 왔으면 일이 반쯤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점에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부하들의 모습을 한번 둘러본 직후,
슈드의 지시를 위임 받은 분대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곧바로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작한다.”
“네!”
그녀의 허가가 떨어짐과 동시에 곧바로 마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하는 마녀들.
이어서 그들은 곧바로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눈 앞에 보이는 창고 건물들을 향해 조준하였다.
그리고…
콰과과광!!!
100여명의 마녀들의 일제 기폭과 함께 발생한 어마어마한 폭발.
그 여파로 인해 발생한 소음은 그대로 도시 전체를 들쑤셔 놓았으며.
어둠 속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주민들은 그대로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이 소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피기 위해 집 밖으로 뛰어 나오기 시작했다.
*
“대…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저… 저기! 저기 좀 봐!”
“뭐야? 저… 저건 대체…?”
시민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충격적인 장면.
그것은 이 순간 새빨간 불길에 휩싸인 채 밤중에도 또렷하게 보이는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창고 구역의 모습이었다.
섬뜩할 정도로 밝은 화마에 집어삼켜 지고 있는 창고 구역.
그곳에 보관 되어 있는 자신들의 재산이 지금도 시시각각 잿더미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시민들은 어떻데 해서든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길! 서둘러라! 이대로 있다간 우리들의 재산이 한 줌 재로 변하고 말 것이야!”
“어서 불을 꺼라! 그게 안 된다면 건질 수 있는 거라도 건져 내야 해!”
그렇게 더러는 양동이를 더러는 짐수레를 끌고 다급하게 창고구역으로 달려간 주민들.
그러나 그 직후.
그들은 자신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예상 밖의 장면에 그대로 제자리에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달려온 그들을 막아서는 존재들..
그것은, 검은 날개와 뿔이 달려 있는 한 무리의 마족들이었다.
“이… 이게 무슨…”
“어떻게.. 어떻게 마족들이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존재들의 등장에 혼란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시작한 시민들.
그들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족들은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와 검을 바로잡은 뒤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헉!”
“위… 위험…!”
콰과과광!!!
무방비한 상태의 시민들을 향해 쏟아지는 마족들의 공격.
어둠 속에서 끔직한 빛을 발하고 있는 화염 덩어리는 그대로 순식간에 선두에 서 있던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으아아악!!!”
“도망쳐라! 마족들의 습격이다!”
“지옥의 악마들이 여기까지 쳐들어 왔다!”
오랜 세월 이어진 종족전쟁의 여파로 인해 일반인들 사이에서 마족이란 존재는 인간을 무조건적으로 적대하는 악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이런 상식대로 마족들은 평범한 민간인인 그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전투 의사는커녕 무장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을 끔찍하게 학살한 직후.
마족들은 달아나는 시민들을 더 이상 추적하지 않은 채 그대로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사태를 파악하고 뒤늦게 병사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에는 마족들도 그리고 다른 누군가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한가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마왕국의 병장기와 그들의 마족으로서의 신원을 나타내는 몇몇 증표들뿐이었으며,
이에 테베를 관리하는 영주와 장수들은 자연스럽게 이번 사건을 바다를 건너온 마족들이 자행한 복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이 일에 대한 진실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이 일을 진행한 자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부수적인 일이 벌어졌는지 조차도.
그들의 힘으로는 어떠한 것도 정확하게 달성하지 못했다.
*
‘조금 아슬아슬하다.’
어둠 속에서 홀로 은밀히 움직이는 슈드.
이 순간 그녀는 한 시라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최대한으로 마력을 방출하며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 적당한 핑계를 대고 부하들에게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현재 그녀에겐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곧 있으면 계획에 따라 창고 구역에서 소란을 피울 예정인 그녀의 부하들.
그렇게 되면, 분명 이 도시에 있는 시민들 중 상당수는 폭발의 원인을 알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와 움직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어쩌면 지금 그녀가 찾으러 가고 있는 그 남자… 토라레 또한 포함되어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 도시 내에서 토라레님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어버린다. 그전에 어떻게 해서든 도착을 해야…’
그렇게 조급함을 느끼면서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에일린의 집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슈드.
그러나 그때.
콰과광!!!
“! 큭…”
다음 순간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요란한 폭발음.
이에 슈드는 혹 여나 토라레가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지닌 채 그대로 에일린의 집을 향해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혹여나 저기서 토라레가 나온다면 그 이후로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지닌 채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집문이 열리는 듯한 기세는 보이지 않았으며, 이에 슈드는 자동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단 그곳에 도착하는데 성공하였다.
‘설마 벌써 잠이 들어 버려서 깨어나지 못하고 건가? 만약 그렇다면 내 입장에선 정말 잘된 일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조심스럽게 집을 향해 접근하는 슈드.
그러나 그 직후.
그녀의 눈에는 두꺼운 커튼 뒤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에 그녀는 자동적으로 의문을 느끼게 되었다.
‘뭐지? 불이 켜져 있다면 분명 아직도 깨어 있다는 뜻인데…’
생각하기에 따라선 단순이 토라레가 이번 일에 관여하길 꺼려 하면서 그냥 집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평소 위험에 대해 제법 민감하게 반응하는 토라레의 성격을 고려할 경우 충분히 이상하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설마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조심스럽게 마법으로 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슈드.
그 직후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어둠이 깔려 있는 복도와 그 끝에서 흐릿하게 빛이 세어나오고 있는 방의 모습이었다.
“토라레… 님?”
한 순간 느껴지는 묘한 불길함.
그것을 인지하면서 슈드는 그대로 조심스럽게 토라레의 이름을 부르면서 빛이 흘러나오는 곳에 도착하였다.
이어서 그 문을 천천히 여는 슈드.
그리고 그 직후.
그녀는 자신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장면에,
그대로 진하디 진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한 명은 그녀가 잘 알고 있는… 아니, 잘 알고 있다 생각해 왔던 토레라의 모습.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그녀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토라레와 관계를 가지고 있던 어떤 여성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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