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전 용사 파티의 훈훈한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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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것은 끝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이라는 생물체들의 욕망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종족보다 강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종족의 강력욕망은 엘프들과 같이 우월한 마력과 기나긴 생명력도,
수인족과 같이 우월한 힘과 신체 조건도 지니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다른 종족들에 뒤지지 않고 오히려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결과,
인간들이 이루어 낸 조직은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으며.
이는 현재 대륙에서 손꼽히는 강국인 두 나라.
팔콘 제국과, 앙그리머 마도국이라는 두 강국이 탄생하도록 만드는 배경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국가의 형성에 도움을 준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동시에 이들 두 세력 간의 화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예와 기술의 발전을 중시하는 팔콘 제국과 반면에 마력과 마법학의 연구를 중시하는 앙드리머 마도국.
비록 그들은 일단 같은 인간 종족의 국가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서로간의 차이와 이로 인한 불편함과 경쟁 의식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그 결과
같은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세력으로 합쳐지지는 못한 채 각자의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는두 나라..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너무나도 강하기 그지 없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팔콘 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넓은 영토와 인구를 지니고 있는 입장에서 마도국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마도국의 경우는 체급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법이라는 학문이 지니고 있는 강력함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들이 결코 팔콘 제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이웃나라이며 동족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늘 서먹서먹한 사이를 보여 왔던 제국과 마도국.
그래도 일단 동족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두 국가간의 전면전 까지는 아직 벌어진 것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의 사이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에서 벌어지게 된 팔콘 제국과 엘프 교국간의 치열한 전쟁은, 자연히 옆에서 이를 구경하는 입장이 된 마도국에게 여러모로 큰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 입장에선 딱히 별다른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상대인 제국이 알아서 적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국력을 갉아 먹고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대로 전쟁이 속전속결로 끝나버린다면 팔콘 제국의 힘은 더욱 강하겠지만. 이와 관련해서 마도국 측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초반의 승기를 바탕으로 기세 등등하게 전진한 것과는 별개로,
엘프 교국이라는 나라는 팔콘 제국이 그리 쉽게 집어먹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기본적으로 숲과 나무 그리고 산과 바위로 인해서 방어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갖추고 있는 엘프 교국.
그런 나라에 겁도 없이 쳐들어간 팔콘제국의 어리석음은 분명 뼈아픈 대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도국은 여기서 얌전히 잠자코 팔짱만 끼고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물론 서로간의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제국의 국력이 워낙 대단한 만큼 결국 전체적인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는, 가급적 전쟁을 오랫동안 팽팽하게 이끌어 나가면서 제국의 힘을 약화시키길 원하는 마도국의 입장에서 적절히 개입을 할 만한 요소가 충분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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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즉… 마족으로 변장해 제국을 급습하라 이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슈드. 그것이 마도왕 폐하의 뜻이자, 마도국의 뜻일세.”
“흐음…”
그녀에게 군주의 뜻을 전하는 상관 토템.
그러나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토템의 얼굴에는 진한 우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일에 대해서 난 자네가 아닌 다름 사람을 지목하길 원했네. 아무리 그래도 자네에게 있어서 팔콘 제국은 동료들의 나라가 아닌가. 하지만 지난 용사파티 일의 실패를 만회키시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폐하의 뜻이었네.”
용사파티의 일원으로서 팔콘 제국에 속해 있던 이들과 제법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슈드.
그런 만큼, 이번에 팔콘 제국을 은밀히 급습하라는 명령은 슈드에게 있어서 상당히 큰 부담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설령 지난날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라는 명목을 지니고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것 참… 감사한 일이군요. 설마 폐하께서 소녀에게 이렇게 빨리 치욕을 씻을 기회를 주시다니.”
“응?”
다음 순간,
슈드의 얼굴에 비추어지는 진한 기쁨의 미소.
그것은 거짓이나 억지로 지어 보이는 미소 따위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였으며, 이에 토템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아…아니… 자네 정말 괜찮은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이는 동료들을 공격하라는 명령과 진배가 없지 않은가.”
“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쁘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기회에 제가 원하던 것을 확실하게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말이지요.”
“원하던…것?”
토템의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슈드.
하지만 이런 사실과 별개로, 일단 토템은 눈 앞에 있는 그녀가 마도왕 폐하의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을 진심으로 기꺼이 따르려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다.
‘뭐… 어찌 되었든 본인이 좋은 거라면 그걸로 잘 된 일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걱정 하나는 덜었다는 사실에 살짝 마음을 놓는 토템.
한편, 그의 이런 생각과 별개로 슈드는 자신에게 다가온 이 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대해 진심으로 큰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잘 되었어… 안 그래도 그 동안 팔콘 제국에 갈 명분이 없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기회가 찾아올 줄이야!’
일런의 사건이 종료된 이후 뒤처리를 위해서라도 일단 마도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슈드.
그러나,
정작 빨리 일을 끝내고 다시금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인 토라레에게 돌아갈 계획을 짜고 있던 슈드의 생각과는 달리,
그 직후 벌어진 마왕국과 엘프 교국간의 전쟁을 그녀의 발을 마도국에 그대로 묶어두고 말았다.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마도국의 고위 마녀 중 한 사람인 그녀가 전쟁중인 국가에 방문하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
결국 슈드는 그 이후로 지난 수 개월 동안 사랑하는 토라레의 얼굴을 전혀 보지 못했으며, 이는 그녀로 하여금 이런 저런 불만과 욕구가 쌓이도록 만들기 충분하였다.
‘토라레님의 얼굴을 보지 못한 지 벌써 넉 달… 안 그래도 슬슬 한계였는데 이거 참 잘됐어.’
비록 그 동안 어떻게 해서든 이 끊어 오르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마력보충이라는 명목으로 이런 저런 남자들을 만나봤던 그녀였지만, 결국 그녀를 만족시켜주는 남자는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자유로운 성교는 지양하는 마도국의 특성상 제법 이런 쪽에 능숙한 자들은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라레의 그 절륜한 테크닉을 따라오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던 상황.
그렇게 토라레를 향한 슈드의 욕망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던 이때,
그녀에게는 드디어… 줄곧 고대하고 있던 기회가 오고야 말았다.
‘에일린… 그 걸레 같은 년이 언제까지 토라레님을 독점하게 둘 수는 없지. 잘 되었어. 이 기회에 그 년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토라레님을 확실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마는 그녀.
이제 드디어… 다른 귀찮은 잡것들을 모조리 털어내고 오직 그녀 한 사람만이 그 남자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녀로 하여금 진한 기쁨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앞으로 펼쳐질 황홀한 미래를 기대하면서 슈드의 입가에는 욕망으로 가득한 미소가 담기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토라레님. 내 반드시… 당신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말 테니까!’
*
대신관 에일린.
그녀는 요즘 하루하루 행복하기 그지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용사 파티의 실패로 인해 그녀의 입지는 과거보다 좁아졌으며, 고향을 떠날 때부터 줄곧 바라왔던 막대한 부귀영화를 손에 넣는 데엔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일린은 자신의 현재의 삶에 대해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용사파티에서 연을 맺은 이후 줄곧 관계를 맺어왔던 짐꾼 토라레.
이 순간, 그 남자를 오직 자신이 홀로 독점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에일린으로 하여금 기쁨과 더불어 진한 우월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이렇게 최후의 승자는 내가 되었단 말이지. 그 더러운 짐승 테라년도, 어디로 굴러갔는지도 모를 아멜다 년도. 그리고 강제적으로 마도국으로 사출된 슈드 년도 아닌. 바로 이 에일린 님이 말이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그녀에게 명확한 호감을 지니고 있던 것이 분명한 용사에 비하면 토라레의 사회적 능력은 여러모로 비교할 거리가 못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능력 있고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남자가 아닌,
잘생기고 배려심이 깊으며 동시에 테크닉 또한 절륜하기 그지 없는 토라레를 선택하였으며, 여기에 대해선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용사같이 매력 없는 남자보다는 토라레님과 사는 것이 천 배는 더 낫지. 그것도 지금처럼 다른 떨거지들을 모조리 털어낸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다시 한번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토라레의 배웅을 받으며 신전으로 출근하는 에일린.
한편…
그렇게 에일린이 집을 비운 직후.
토라레는 다시 한 번 그녀가 떠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그대로 천천히 에일린의 집 뒷문을 열었다.
이어서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한 여성.
수수한 복장을 하고는 있었지만 얼굴은 제법 아름다운 그녀를 보면서 토라레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왔어? 어서 들어와 우리 성녀님은 출근했으니까. 오늘도 어디 신나게 즐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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