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이 녀석 완전 괴물이잖아!
* * *
추적능력을 사용해 방향을 잡으며 습격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샤뮤엘.
그녀의 뒤를 따라 이동하면서, 난 대략적인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인간?”
“그렇다, 비록 경기가 진행되고 있고 거기다 놈들의 다른 일행이 있을지 몰라서 대놓고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아까 전에 내가 상대한 녀석은 인간이었던 것이다.”
“대체 인간이 아직까지 이곳에는 왜… 거기다 다른 장소도 아닌 이곳 제루살렘에 나타날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확히는 모른다. 곧바로 취조를 했다면 무언가 나왔겠지만 당시엔 나도 일단 시합에 집중해야만 했던 것이다.”
“으음…”
약간 기계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정확하게 자기가 할 말을 하는 샤뮤엘.
확실히, 만약 거기서 인간이 경기장 안에 침입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면 안전 문제와 관련해 대회의 진행에 큰 차질을 빚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장 경기장 안에 있는 마왕과 그 외 고위 마족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는 만큼 이는 어쩔 수 없는 수순.
이를 막기 위해서, 아울러 그녀도 일단은 곧바로 이어질 자신의 다음 시합을 중시하기로 결정한 결과 샤뮤엘을 인간에 대한 건은 일단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녀가 마왕의 경호를 직접적으로 맡는 친위대였다면 좀 더 신경을 썼겠지만 그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경호가 아닌 군을 지휘하는 군단장.
기본적인 업무의 성격부터가 다른 만큼, 이 점에 대해서 그녀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붙잡은 그를 취조하는 것은 엄연히 친위대를 비롯한 경호 인력의 일이었다.
이는 군인이 길가다 도둑을 잡아서 경찰서에 보냈으면 그걸로 할 일을 다한 것과 비슷한 이치라 할 수 있었다.
“뭐 어쨌든, 일이 이렇게 커져 버릴 줄은 나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인간 녀석 팔다리 하나 정도는 미리 부러뜨려 놓았어야 했던 것이다.”
“하하..”
아무렇지도 않게 살벌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샤뮤엘.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목표물들이 가까이 있는 듯 갑자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으며, 이에 난 그녀의 뒤를 좀 더 원활하기 따라가기 위해 약간 거리를 벌린 채 이동하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 마왕님이 뒤쪽에서 따라 왔던 것 같은데 갑자기 어디로 사라지신 것이지?’
워낙 정신이 없었던 터라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
어찌 되었든, 일단 지금에 와선 다시 마왕을 찾으러 갈 길도 없는 만큼 일단 난 눈 앞에 보이는 공터에 먼저 도착한 샤뮤엘의 뒤를 따라 그곳에 착지를 하였다.
*
눈 앞에 나타난 마족 군단장 샤뮤엘.
그리고, 방금 전 대결에서 친위대 중 한 명을 쓰러뜨렸던 실력자인 검은 용사.
두 명 강자가 자신들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사 파티원들은 전의를 잃지 않고 있었다.
‘4:2… 아까 보다는 상황이 악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아직 승산이 있어.’
‘저 검은 용사라는 자의 힘이 대단하긴 하지만, 헥토르가 군단장을 상대하고 우리 세 사람이 저 한 명을 상대한다면…’
방금 전 운이 없어서 패배하긴 했지만, 이미 헥토르와 샤뮤엘이 동급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상황.
그렇게 나름 해볼만한 싸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지팡이를 꺼내는 마녀 다곤과 클로를 장착하는 블레스.
그리고, 뒤쪽에서 활시위를 메기는 폼페이와 다시금 검을 뽑아드는 헥토르
그렇게 그들 네 사람은 재빠르게 진영을 갖춘 뒤 그대로 눈 앞에 보이는 두 강적과의 전투를 준비했고 이에 맞서서 샤뮤엘과 검은 용사는 마찬가지로 마력을 끌어 올리며 힘을 쓸 준비를 하였다.
“난 저 남자와 결착을 낸다. 세 명은 용사 네가 상대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역할 분담을 끝낸 직후, 그대로 눈 앞에 있는 상대방을 노려보는 그들.
한 순간 그들이 모여 있는 공터 안에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흉흉한 기척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팽팽하기 그지 없는 긴장감은 활시위를 메기고 있던 폼페이의 손에서 화살이 쏘아져 나감과 동시에 끊어졌다.
쉬이이익!!!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검은 용사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
평범한 강철화살이 아닌 내부에 상당한 마력이 담겨 있는 그 일격은 정통으로 맞을 경우 강철 갑옷조차 꿰뚫어 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화살 공격을 받으면서도 피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검은 용사의 모습.
이에 대해서, 폼페이는 속으로 저자가 갑주의 방어력만 믿고 있다 큰코다칠 모습을 떠올리며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팅!
“어?”
“큿!”
다음 순간, 그대로 검은 용사가 살짝 대검의 방향을 튼 것 만으로 가볍게 튕겨져 나가는 폼페이의 화살.
마력으로 인해 훨씬 증폭된 파괴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허망하게 날아가버린 일격에, 폼페이와 일행의 얼굴에는 한 순간 약간의 당혹감이 깃들었다.
“그 정도 마력이 담긴 화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튕겨내다니…”
“칫! 그렇다면 어디 이것도 받아 보십시오!”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지팡이에 마력을 끌어 모은 뒤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는 다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은 물과 같은 반투명한 액체로 구현되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고래와 같은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허공을 헤엄치는 것 같은 푸른색 액체로 이루어진 직경 4m짜리 고래.
그러나 다음 순간,
어떻게 보면 아름다우면서도 몽환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그것은.
그대로 그 육중한 몸을 하나의 포탄과 같이 날리며 그대로 검은 용사가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실제 고래보다는 작다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절대로 작지 않은 크기의 존재가 정면으로 날아드는 상황.
그러나…
평범한 담력이라면 순간적으로 공포심을 느끼기 충분한 이 상황에서.
검은 용사는 그대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검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헉!”
콰과광!!!
특별한 마법 없이 단순히 마력을 담아 검을 휘두를 뿐인 검은 용사.
그러나, 그렇게 그가 날린 일격은 그대로 다곤이 만들어낸 푸른 고래를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증발시켜 버렸으며,
그러고도 남은 충격파는 그대로 다곤을 비롯한 용사 파티 일행을 향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시… 실드!!!”
순간적으로 날아드는 무시무시한 일격에, 있는 대로 마력을 쏟아 부어 방어막을 생성하는 다곤.
그러나,
그녀가 전력을 다해 만들어낸 방어막에도 불구하고 검은 용사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힘의 파동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압도적인 힘에 밀려 그대로 쩍쩍 금이 가면서 금방이라도 깨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녀의 방어막.
매 순간 쥐어 짜내듯이 뽑아내고 있는 마력으로 복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어막이 복구되는 속도는 이것이 부숴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
‘이 녀석 완전 괴물이잖아! ’
‘어떻게 이런… 이 정도 힘은 그 군단장들 조차도 불가능할 텐데…’
그녀의 최강의 공격을 지워버리고 남은 여파만으로도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출력을 넘어선 위력을 보여주는 일격.
이에 다곤과 그녀의 동료들은 자신들이 상대를 아주 잘못 골랐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였으나..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파직!
“아!..”
결국 다곤이 있는 대로 마력을 쏟아 부었음에도 끝내 부숴지고 만 방어막.
그 결과, 세 사람은 그대로 그 검은 힘의 파동에 속절없이 집어 삼켜지고 말았다.
*
“이..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자신의 바로 옆에서 발생한 상상을 초월한 일격.
이에 헥토르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이 사태에 대한 경악과, 저만한 공격에 휩쓸리게 된 동료들에 대한 걱정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때…
“그쪽을 신경 쓸 틈 없는 것이다.”
“큭!”
쾅!
한 순간 정신이 팔려 있던 헥토르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샤뮤엘의 건틀릿.
단 한 대만 정통으로 맞아도 아까 전과 같이 최소 기절, 최악의 경우 머리가 터져나갈 수도 있는 공격을 간신히 회피하면서 헥토르는 피치 못하게 일단은 지금의 이 상황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직 녀석들의 기척이 약하게나마 느껴지는 걸로 봐선 죽거나 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설마 검은 용사라는 자가 저런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상상을 초월한 무지막지한 힘을 휘두르는 검은 용사.
솔직히 이름만 들었을 때 헥토르는 그자가 단순히 마족들 중에서 용사를 흉내 내려 드는 짝퉁 같은 녀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이런 생각이 완벽하게 틀렸다는 사실을 똑똑히 인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단순히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저 정도 힘이라면 말 그대로 용사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 어쩌면 역대 최강이라는 엘런님 하고도 맞먹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상황이 갈수록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어떻게 해서든 샤뮤엘을 쓰러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용사 헥토르.
그러나, 이 순간 전력을 다한 분투에도 불구하고 그는 좀처럼 그녀를 상대로 승기를 잡을 수 없었다.
이는 단순히 그의 눈에 보이고 있는 그녀의 외모가 지나칠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은 아니었다.
동료들의 안위에 대한 걱정, 그리고 저 답 없는 괴물의 존재가 앞으로 종족 연합에 가져다 줄 위험에 대한 생각까지.
여러모로 지금의 이 상황은 헥토르로 하여금 전투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으며, 이에 그는 냉정하게 말해서 샤뮤엘보다 한 발자국 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아!”
“잡았다.
팍!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