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페이크에 페이크를 더했으니 이제 안심해도 괜찮지 않을까?
* * *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붉은 갑주.
그러나, 그자에게서 나온 목소리와 말투를 듣는 순간.
난 그 사람이…
아니, 그녀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마… 마왕폐하?”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출현한 마왕
이에 대해서 내가 진한 당혹감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약간의 안도를 느끼고 있던 그때였다.
훅!
“응?”
다음 순간, 경기장 중심에 서있는 우리들의 옆을 지나쳐 곧바로 귀빈석으로 달려가는 한 사람.
군단장 샤뮤엘의 행동에 나와 마왕은 정식이 퍼뜩 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대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구나.”
“네, 동행하겠습니다.”
비록 마왕의 안위에는 위험이 없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누군가 이곳을 습격했다는 사실만은 변함 없는 사실.
그렇게 나와 마왕은 그대로 범인을 잡기 위해서 샤뮤엘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귀빈실에 도착한 우리 세 사람.
갑작스러운 폭발과 동시에 발생한 자욱한 연기로 인해 귀빈실 내부는 온통 난장판이 되어 있었으며, 곳곳에는 부상을 입은 마족들이 쓰러져 있었다.
“제길!….”
“괜찮은 것인가?”
“네, 다행이 약간의 부상을 제외하곤 큰 문제는 없습니다.”
샤뮤엘의 물음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벨제뷰티.
그녀의 뒤를 따라서, 바닥에 쓰러져 있던 다른 마족들은 뒤를 따르듯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경미한 부상을 입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까지 큰 타격을 입은 자는 없는 듯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이들 중에 보이는 한 사람.
베일을 착용한 채 마왕의 의복을 입고 있는 마족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다시금 군주로서의 위엄이 느껴지는 듯한 모습으로 자세를 바로 잡았다.
“폐하 괜찮은 것입니까?”
“짐은 괜찮다. 아무래도 이곳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단순히 작은 폭발뿐인 것 같구나.”
벨제뷰티의 물음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를 하는 마왕.
이에 나의 뒤쪽에 서 있던 진짜 마왕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나 역시 소란에 비해서 그다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일단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잠시만, 그럼 방금 전 그 소리는 무엇인가?”
“응?”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다음 순간 평소처럼 ●△● 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상당히 심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샤뮤엘.
이에 대해서, 그 자리에 있던 우리들은 자동적으로 의문을 표하였다.
그리고…
“방금 우리들이 들었던 이야기 말이다. 비명 을 지르면서 귀빈실에 침입자가 있다는 말. 그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러고 보니…”
“저도 그 말을 듣긴 했는데…”
샤뮤엘의 지적에 순간적으로 의문을 느끼면서 나와 벨제뷰티는 주변에 서 있는 마족들을 둘러 보았다.
그러나, 이 등 중 그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한 자는 없다 했으며, 단순히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 만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한 직후…
“…이런…”
“!?”
“샤.. 샤무엘?”
짧은 소리와 함께 그대로 재빠르게 창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한 샤뮤엘.
이에 난, 정확한 상황 파악은 되지 않았지만 일단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뒤를 따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그런 나의 뒤를 다라서, 붉은 갑주를 입고 있는 마왕 또한 함께 이동하기 시작했다.
“! 자… 잠시만 폐ㅎ… 큭…”
진짜 마왕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녀를 말리려 드는 벨제뷰티.
그러나, 지금처럼 대리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이를 섣부르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으며, 그렇게 생긴 찰나의 틈을 타 마왕은 그대로 용사의 뒤를 따라 귀빈실을 떠나버렸다.
*
“좋았어! 작전 성공!”
“해냈군요! 솔직히 전 마지막까지 조마조마 했습니다.”
건물 옥상을 내달리며 기쁨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블레스와 다곤.
그런 그들을 보면서, 그들보다 한 발자국 뒤에서 이동하고 있는 폼페이와 헥토르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조용히 하고 빨리 움직이기나 해. 이곳 제루살렘을 벗어날 때 까진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동감이다, 구해준 것은 고맙지만 일단 기뻐하는 것은 완전히 상황이 종료된 뒤로 하는 것이 놓을 것이다.”
“네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충고에 살짝 긴장의 날을 세우며 계속해서 이동을 하는 그들.
그러나 이런 사실과 별개로, 이 순간 이곳에 있는 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정말로 위험했던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의 감정이 깃들어 있는 중이었다.
인간의 신분으로 무려 마왕국의 수도인 제루살렘 한복판에 잠입했다 잡힌 꼴이 되어 버린 현직 용사 헥토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마왕을 암살하려 했다 같은 이유는 아직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긴 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직후인 이 시점에서 신분을 감춘 채 이곳에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언가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충분히 의심을 받을 만했다.
결국 어떤식으로든 취조를 받게 될 것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고문과 같은 험한 꼴을 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일단 임시로 가두어 둔 독방이 아닌 마왕성의 지하 감옥 같은 곳으로 끌려갈 경우 정말로 구해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질 수 있는 상황.
이에 남은 용사파티의 이들은 가능한 빨리 헥토르를 구하기 위한 방법을 짜내었고.
이를 위해서 본래 마왕을 습격할 때 사용하려던 방법을 적당히 응용하게 되었다.
본래라면 준결승 정도까지 올라간 헥토르가 시합장에 들어간 그 순간,
한쪽에서 다곤이 마법으로 소란을 피우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렇게 생긴 빈틈을 이용해서 경기장에 있던 헥토르, 그리고 근처에 숨어 있던 폼페이와 블레스가 합류해 그대로 마왕을 처단하기로 했던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비록 헥토르가 본선 1차전에서 광탈한 결과 이는 불가능한 계획이 되어 버렸지만, 그렇게 소란을 유발해 이목을 끄는 방법은 독방에 갇혀 있는 헥토를 구해내기 위한 틈을 만들어 낼 수는 있었다.
헥토르가 있는 독방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소란을 유발하는 것으로 한 번.
이어서 마왕이 있는 곳에도 미리 설치해둔 마법을 기폭시켜 폭발을 유발해 혼란을 일으킴과 동시에, 근처에 있던 블레스가 마왕이 습격을 당했다는 블러핑을 날려 2중으로 적들을 속여 혼란을 유도해낸 그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헥토르가 잡혀가면서 한층 강해진 적들의 경계를 최대한 허물기 위해서…
특히, 헥토르의 정체를 꿰뚫어보고 그는 쓰러뜨리기 까지 한 저 사뮤엘이라는 군단장의 이목을 흐리기 위함이 가장 컸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제 아무리 그 괴물 같은 년이라 해도 별 수 없겠지.’
‘마법으로 모습까지 감추고 있었는데 그것을 꿰뚫어본 녀석…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두 번 연속으로 페이크를 걸었는데 여기에 안 걸리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결과적으로 샤뮤엘의 눈을 피해 끝내 목적을 달성하고야 만 용사 파티.
비록 마왕의 목을 취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적진 한복판에서 살아 돌아간 것 만으로도 일단은 위안으로 삼자는 생각을 하며, 네 사람은 제루살렘의 외곽 지역까지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숲 속에 몸을 숨길 경우 그때부터는 일단 안심을 할 수 있을 터.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네 사람의 마음 속에 당겨져 있던 긴장의 활시위는 살짝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훅!
“!”
“위.. 위험…!”
쾅!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거대한 바위덩어리.
이에 그들 네 사람을 아슬아슬하게 이를 회피한 직후, 그대로 바로 앞쪽에 위치한 공터에 일단 착륙하는 수밖에 없었다.
“큭!”
“아니 어떻게 벌써 여기까지…”
“제길! 조금만 더 가면 됐는데.”
“…으음…”
목적지가 코앞인 상황에서 발이 묶여버린 그들.
그 직후,
그들의 눈 앞에는 건틀릿을 착용한 채 ●△● 얼굴을 내보이고 있는 군단장.
샤뮤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찾았다 인간. 그리고 그 동료들.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것이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위협적인 태도를 내보이는 샤뮤엘.
이 순간, 살벌함과 더불에 완벽한 조형미를 갖춘 이목구비로 인해 감출 수 없는 아름다움을 동시에 발산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네 사람은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압도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과 별개로 이들은 아직 전의를 잃거나 이 상황에 대해 절망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칫. 그래 봤자 여기에 있는 건 저 녀석 한 놈이잖아.”
“4:1 아울러 놈의 전투방식이 어떤지는 이미 파악이 끝난 상황. 저희가 패배할 이유 따윈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즉시 전투 태세를 갖추기 시작하는 블레스와 다곤.
확실히, 헥토르하고 거의 비등한 전투를 벌였던 상대인 만큼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쪽의 전력은 그녀 한 사람을 상대하기엔 충분하고도 남은 수준이었다.
물론 이는…
어디 까지나, 그녀 한 명이 상대라는 전재 하에서였지만 말이다.
“응?”
“! 뭐… 뭐야?”
그들이 막 전투 준비를 끝마친 그 순간 갑작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 또 다른 기척.
그 직후, 샤뮤엘은 자신의 뒤쪽에서 나타난 사람을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늦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애초에 그쪽이 먼저 출발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상황에서 뱡향을 잡는 것은 당신만이 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그 말과 함께 검은 대검을 바로 잡으며 전투 태세를 갖추는 존재.
그자가 누구인지 알아본 순간, 폼페이는 자동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검은 용사… 저 녀석이 여기까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