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안정적으로 용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 * *
데이트에 대한 질문을 하는 마왕.
이를 보면서, 벨제뷰티는 비록 실전경험은 전무하지만 일단 주인의 바람에 응해주기 위해 나름 진지한 태도로 임하기 시작했다.
“데이트라 하시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이전처럼 용사와 단둘이 식사를 하거나, 혹은 둘이서 산책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그런… 것을 뜻하는 것입니까? 그… 남자와 여자가 침실에서 단 둘이 몸을 섞는…”
그녀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 해가며 예시를 들어 보는 벨제뷰티.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동적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일단 주인의 말의 맥락을 잡기 위해 최대한 그런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해나갔다.
그러나, 그런 벨제뷰티의 말을 들은 마왕은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뭐…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과 비슷한 이야기라 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와는 조금 다르다.”
“네? 그러시면…”
생각보다 침착하기 그지 없는 그녀의 반응에 약간 의외라는 생각을 하는 벨제뷰티.
한편, 그 말을 끝으로 마왕은 그대로 천천히 창 밖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순간, 그녀의 눈에는 창 밖에서 승리를 축하하고 있는 그녀의 백성들, 그리고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들이자, 그녀가 지켜야만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는 자들.
그러나, 이 순간 그들은 마왕에게 있어서 지금의 이 고민을 유발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짐이 지금 고심하고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짐이 용사와 공개적으로 연애를 진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짐의 신분을 고려하면… 이 시점에선 아무래도 논란이 생기지 않겠느냐?”
“아…”
불안의 감정이 담겨있는 마왕의 말에, 벨제뷰티는 자신의 주인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명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마왕국의 군주이자, 최강의 마족인 마왕.
그러나, 아무리 그녀와 비등하거나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해도 용사는 엄연히 인간이었다.
비록 그가 마족들과 마왕국을 위해서 큰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든 것이 워낙 단시간에 이루어진 터라 세간에는 이 일이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왕과 용사가 공개적으로 관계를 공표하고 연애를 시작한다면 마왕국의 백성들이나 고위 마족들 사이에 논쟁과 분란을 유발할 위험이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전쟁이 막 끝난 직후 인간에 대한 마족들의 혐오도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럼 점에서 본다면, 적어도 한동안은 용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럴 수 없으니까 짐이 고민을 하는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짐이 용사를 멀리한다면 당연히 배신감이 들지 않겠는가?”
당장 조만간 있을 승전 기념 연회부터 시작해서 이후로 마왕은 여러모로 다양한 공식 행사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었다.
만약 그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용사를 피하거나 거리를 둔다면 분명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공적을 세운 용사는 단순한 서운함을 넘어 이전과 같은 배신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사전에 이와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무마를 시킬 수는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으며,
특히 그 대상이 여러모로 마음에 상처가 남아 있는 용사라면 더더욱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용사의 입장에선 전쟁을 승리했으니 이제 자신을 버리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같은 입장이었다면 짐이라도 분명 그리 여기겠지.”
“하아… 확실히, 그도 그렇겠군요...”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마왕의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수긍을 하는 벨제뷰티.
이어서 그녀는 보다 진지하게 이 일과 관련해서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지금 시점에서는 폐하께서 용사를 방치하는 것도 그렇다고 가까이 대하시는 것도 여러모로 쉽지 않을 일이지, 왕성 안에서만 만난다는 것도 이래저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고. 또 소문이란 어떤 식으로든 퍼져나가기 마련이니…’
그렇게 잠시 생각을 하면서 벨제뷰티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떠올리기 위해 진지하게 애쓰기 시작했다.
백성들을 동요시키지 않음과 동시에, 용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주변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마왕이 안정적으로 용사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시간을 쓸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잠시 후, 남들보다 우월하기 그지 없는 그녀의 두뇌는 이내 이와 관련하여 여러모로 나쁘지 않다 여겨지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저… 폐하. 그렇다면 말입니다.”
“!”
*
마왕성의 내부에 위치한 대연회장.
그곳에선, 지금까지의 간이식 축하 같은 것이 아닌.
정식으로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연회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드넓은 홀을 가득 채운 화려한 장식들과, 연주를 진행하고 있는 악공들.
그리고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져 있는 풍족하고 호화로운 음식들과, 연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마왕국의 고위 인사들.
그들 사이에서, 난 특별히 준비된 예복을 차려 입은 채 마왕국의 장수들 사이에 머물며 그들과 함께 잔을 들어 올렸다.
“마왕국의 영광을 위하여!”
“위하여!”
옥좌에서 일어나 잔을 들어 올리는 마왕의 선언과 함께 그대로 건배를 하는 마족들.
그들에 맞춰서 난 그대로 손에 있던 잔을 쭉 들이켰다.
그 직후 느껴지는 달콤하면서도 그윽한 포도주의 향기.
왕실 연회에서 나온 것인 만큼, 그 맛은 내가 지금까지 마셔본 그 어느 술보다 훌륭하기 그지 없었으며, 곧바로 이어진 식사 또한 여태까지 내가 먹어본 음식들 보다 한 단계 위의 맛과 풍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과연 왕실 연회… 그것도 승전 연회인 만큼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따지고 보면 이러한 연회 자리는 한 나라의 국력과 격조를 보여주는 장소라 할 수 있는 만큼 최고의 것을 내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도 여러 지도자들이 화려한 연회를 즐겼던 것은 단순히 놀기를 좋아해서가 아닌 이러한 정치적인 목적도 있었기 때문.
어찌되었든, 덕분에 이전의 삶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호사를 누리면서 나의 시선은 슬쩍 옥좌에 앉아 사람들의 접견을 받고 있는 마왕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공식 행사인 만큼, 베일을 착용해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왕의 모습.
그녀의 곁에서는 한 눈에 봐도 고귀한 신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수많은 이들이 접견을 진행하고 있었다.
“승전을 축하 드립니다 폐하. 이 모든 것이 폐하의 은덕이옵니다.”
“그대 역시 그 동안 고생이 많았소 시므온 공작. 바라옵건데 앞으로는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이 나라를 다시 부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길 바라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폐하. 소신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폐하. 신 잇사갈. 지금까지 그래왔든 앞으로도 폐하께 변함없는 충성을 바치겠사옵니다.”
“그대의 충심은 잊지 않겠소. 부디 앞으로도 쭉 잘 부탁 드리오.”
나이가 지긋한 노인부터 젊은 청년 마족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이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과 찬미의 말을 늘어 놓는 존재인 마왕
비록 나와 연인 관계를 맺은 인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난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와 그녀 사이에는 제법 큰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용사라지만… 역시 일반인인 나한테 마왕은 조금 과분한 상대일지도 모르겠어…’
물론, 그렇다 해서 기껏 맺은 연인의 관계를 포기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고생을 한 이유는 마왕의 사랑을 얻기 위함이었던 만큼. 이러한 부담 정도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런 각오와는 별개로.
이 순간 난 마왕이라는 존재가 지니고 있는 그 묵직한 무게감이 보다 확실히 와 닿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와 관련해서 솔직히 난 살짝 위축되는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저기…”
“…?”
다음 순간, 그런 나의 귓가에 들려오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
이에 대해서 난 일단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아 보았다.
그 직후, 나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한 여성의 모습.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난 자동적으로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지금껏 본적이 없는 외모를 지니고 있는 한 여성 마족 이었다.
푸른빛 눈동자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금발의 머리칼을 댕기머리로 땋은 헤어스타일을 지니고 있으며,
마왕과 비슷하게 완벽하다 여겨지는 몸을 지니고 있는 화사한 느낌이 드는 미녀.
이 순간 무언가가 부끄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히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비록 마찬가지로 미녀이긴 하지만, 근엄함과 차가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도도한 미인상인 마왕과는 정 반대의 느낌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러한 감상과 별개로.
이 순간 난, 일단 나에게 말을 건 이 처음 보는 마족 여성에게 약간의 경계심을 지닌 채 일단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실례지만 누구신지요?”
함께 피를 흘린 전우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고위 마족들이 가득한 이곳 어느 정도 긴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특히 마족들 중에선 여전히 인간인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이들이 있는 만큼 난 혹여 발생할지 모르는 성가신 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일단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면서 눈 앞에 있는 그녀는 한층 더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어쩐지 초조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무언가를 말하려 하였다.
그때…
“아. 여기 있었네.”
다음 순간 그런 그녀의 뒤쪽에서 나타남과 동시에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붙잡는 여성.
그 직후, 난 이제는 익숙해진 그녀를 보면서 일단 예의를 차리는 입장에서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벨제뷰티님.”
“오랜만입니다. 용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