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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31화 (31/150)

〈 31화 〉 사랑과 진실에 어둠을 뿌리는..

* * *

“흐응… 그렇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슈드님.”

자신의 앞에서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취조관.’

이번에 마도국에서 상태 파악을 위해 은밀히 정체를 숨긴 채 잠입시킨 인물이자,

본래 그녀의 수하였던 그자의 말을 통해서,

슈드는 전체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국면이 아주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다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번 용사파티의 실패를 그런 식으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확실히 황제의 욕망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뭐.. 그쪽은 우리 마도왕 폐하도 마찬가지 이시지만.’

지금까지 여러 번 마왕의 퇴치, 실질적으로 암살을 위해 파견되었고 그만큼의 실패를 이어온 용사파티들.

그럼에도 뱀의 머리를 친다는 기조 자체는 의미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 여태까지 큰 잡음이 생기거나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무수한 실패와 별개로.

이번에도 또다시 이루어진 용사파티의 패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거대한 태풍을 불러오려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단순히 군사적인 손실 때문이 아닌 정치판이라는 더러운 싸움과 연관된 거센 태풍.

그것은…

그 동안 줄곧 종족 연합 내부에 잠들어 있던

엘프 교국의 교황과

팔콘 제국 황제간의 권력 다툼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황제는 이번 일을 어디까지 진행할 생각으로 보이는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 말 그대로 끝을 볼 생각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당장 저희 마도왕 폐하께도 협력을 요청 드렸을 정도니까 말이지요.”

“하긴… 지금과 비슷한 일들은 몇 번 있었지만 엘프 교국과 팔콘 제국 간의 국력 격차가 이 정도로 벌어진 적은 처음이었다. 이런 때 찾아온 명분을 잡으려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그 말과 함께 슈드는 천천히 찻잔을 들이키며 지금의 이 정세를 다시금 고려하기 시작했다.

세계수와 신들의 선택을 받은 종족이라는 이름 아래 대륙의 종교를 주관해 온 엘프 교국.

비록 자체적인 국력은 워낙 적은 엘프들의 인구로 인해 한계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백 년 간 이어져온 엘프 교국의 종교적인 권위는 대륙 곳곳에 뻗어있었다.

엘프들이 세운 신전으로 대표되는 장소들은 대륙의 크고 작은 마을에 위치해 종교적 거점이 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탄탄한 종교적 민심과 이를 통해 거두어들이는 막대한 ‘헌금’은 최강국인 팔콘 제국 조차도 엘프 교국을 가볍게 볼 수 없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어 왔다.

이처럼 자체적인 인구는 적지만, 종교라는 울타리를 사용해서 대륙의 국가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엘프 교국.

그러나..

이렇듯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엘프 교국과 교황의 강력한 종교적 권위는.

자연스럽게 대륙 최강의 국력을 지니고 있는 나라이자 맹주로서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팔콘 제국에게 줄곧 눈의 가시와 같이 여겨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엘프 교국의 영향력을 무력화 시키고 유일하고 확고부동한 대륙의 지배자로 군림하길 원하고 있는 팔콘 제국.

이를 위해서 황제는 제국 자체적으로 아멜다와 같은 신관들을 육성하고 그들에게 종교적 서임을 맡기는 것으로 상황을 흔들어 보려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굳건한 엘프 교황의 권위를 흔들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용사파티 사건.

지금까지와는 달리,

무려 ‘교황의 신탁’이라는 거대한 후광과 함께 평소 이상의 큰 기대를 모으며 시작되었던 용사 파티의 처참한 패배.

이는 황제와 제국의 입장에선 그 동안 절대적인 위치에 있던 교황과 엘프 교국의 권위를 그 뿌리에서부터 흔들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되었으며, 이와 관련해서 이미 황제는 교황을 공식적으로 책잡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슈드를 비롯한 용사파티의 전사들을 따로따로 심문하고 있는 것 또한 이런 계획의 일환.

그리고..

이처럼 곧 다가오게 될 폭풍우와 관련해서,

슈드는 자신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좋을 지를 계산하며 입가에 슬쩍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교황과 황제의 대립이라.. 솔직히 우리들 입장에선 그리 나쁠 것도 없지. 어차피 저 마왕국을 끝장내고 나면 적이 될 녀석들일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슈드는 어느 쪽이 이기든 그녀와 마도국에게는 이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느긋한 심정을 느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수 분 전, 이 방안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내심 불안한 감정을 지니고 있던 슈드였다.

그러나, 눈 앞에 있는 수하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그리고 그 뒤에 정치적 역학이 배경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슈드는 마도국에서 이미 이쪽에 손을 뻗어 두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으며, 그 이후로 줄곧 휴가라도 온 기분 속에서 편안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슈드는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 다른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솔직히 딱 잘라 말하면 토라레를 위해서, 사전에 이야기 한 대로 입을 털어주긴 했다.

아울러 이는 황제와 협력하기로 했던 마도왕의 기존 플렌에도 부합하는 이야기인 만큼,

어떻게 보면 슈드는 사실상 마도왕과 황제가 원하던 대로 착실하게 움직여 주고 있다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우리들의 거짓말이 들통날 일은 없게 된다. 그리고 설령 어찌어찌 진실을 알아 차린다 해도 황제의 입장에선 오히려 그것을 거짓으로 규정하면서 묻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자신은 역시 여러모로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회에 확실하게 지워버렸으면 했던 아멜다를 완전히 보내버리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살짝 아쉬워하면서.

슈드의 입가에는 그대로 차가운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마도왕 폐하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겠지. 최종적으로 이 내가 토라레님과 단 둘이 달콤한 미래를 꾸리기 위해서라도…’

*

여전사들의 배신 때문에 용사가 패배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아멜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배신 그 자체는 용사의 패배하고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하기는 조금 힘들 수도 있었다.

진실을 말하자면, 이는 그냥 용사가 생각보다 약했고 마왕이 생각보다 강했기 때문.

교황의 신탁 어쩌고 하는 것은 사실상 그냥 개소리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거짓을 이야기하기로 작정하고 있던 그녀에게 있어서 이 정도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심지어 지금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득을 위해서 가 아닌, 국가와 동포들을 위해서라는 훌륭한 명분까지 있는 만큼 거짓을 토해내는 것에 대한 마음의 거리낌 역시 매우 적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진실에 뒤섞여 있는 거짓 된 이야기에 대해서,

브루투스의 얼굴에는 진한 경악의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더냐? 어떻게.. 어떻게 그런 말 도 안 되는 일이..”

한낱 짐꾼 따위에 마음을 빼앗긴 결과, 신이 주신 기회를 걷어차 버리고 수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배신해버린 용사파티의 여전사들.

이에 브루투스는 짙은 분노에 사로잡힌 채 몸을 떨기 시작했으며,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멜다는 머리를 조아린 채 눈물을 흘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조금만 똑바로 행동 했더라도… 그 짐꾼의 협박에 넘어가 용사를 배신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일은…!”

실제로는 그녀 역시 토라레에게 넘어가 일을 진행한 주동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국가 정세의 흐름에 따라 그녀를 버릴 가능성이 농후한 동료들을 버리고 '조국의 안위'를 선택한 시점에서 그런 일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법이었다.

마음 한켠에 죄악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러한 감정은 ‘어차피 저들도 자신을 버렸을 것이다.’라는 생을 통해 어느 정도 중화가 가능했다.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 위험한 것은 다른 이들이 아닌 자신인 만큼 더욱 그러했고 말이다.

‘어차피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조국과 동포를위해서 헌신을 하겠다는데 뭐가 나빠? 그래,이 모든 것은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거야. 그 과정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들을 취하는 건 그저 덤일 뿐이고.’

그렇게눈물을 흘리면서 자신 역시 피해자였다는 식으로 동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아멜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브루투스는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 듯 아멜다에게 말했다.

“그만 둬라, 지금은 사과를 할 시간도 없다. 어떻게든 이 진실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으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야.”

"동감입니다. 분명 저 사악한 용사 파티의 인간들은 황제의 꼬임에 넘어가 거침없이 거짓 된 증언을 할것입니다. 용사의 명예를 훼손 시키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유리할 테니까요."

방금 전까지 초초함에 사로잡혀 있던 때와는 달리, 다시금 평소와 같은 냉정은 되찾은 듯 한 스승의 모습.

이에 아멜다는 자신의 거짓을 스승이 확실하게 믿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속으로 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단은 다행이로군. 그 일을 주도한 자가 황제의 대신관인 에일린 이라는 자였다니...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이번 일을 이용하려는 황제의 명분도 타격을 받을 것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 사악한 여자… 아무리 황제가 임명한 가짜라 하지만 신을 섬기는 대신관이라는 직책에 있으면서 그런 짓을 하다니,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스승의 말에 거침없이 에일린을 까 내리는 아멜다.

이미 마음을 굳힌 이상 더 이상 뒤를 돌아볼 이유가 없는 만큼, 그녀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자기 방어를 위한 공세의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멜다의 태도를 보면서 브루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진중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허면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겠군, 황제가 이런 용사파티의 증언을 조작해 선포하기 전에 가능한 빨리 움직여야겠어.”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브루투스.

그 직후, 그는 취조관으로서 가지고 있던 열쇠를 사용해 아멜다의 손에 걸려 있던 마력 억제 수갑을 풀어 주었다.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황제가 낌새를 눈치채기 전에.. 자네는 본국으로 돌아가 진실을 전하도록 해야만 하네. 설령 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네! 알겠습니다 스승님. 반드시 더 저 더러운 용사파티 녀석들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고 정의를 실현하도록 하겠습니다!”

결연한 의지를 담아 이야기를 하는 브루투스의 말에, 아멜다는 단호한 어조로 대답을 하였다.

반드시…

그녀가 만들어낸 구라를 온 세상에 알리겠다는 각오를 지닌 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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