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30화 (30/150)

〈 30화 〉 용사파티의 딜레마

* * *

취조실에 들어간 직후 아멜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중년의 엘프 남성.

그의 얼굴을 알아봄과 동시에, 아멜다는 이곳에 들어오면서 느꼈던 불안감이 한층 짙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브…브루투스 주교님?”

“오랜만이군.. 아멜다.”

그녀의 스승이자, 성기사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던 아멜다가 용사파티로 들어갈 수 있도록 제국과 종족 연합 측에 줄을 대주었던 인물.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임무에 실패하고 돌아온 아멜다에게 있어선 가장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할 수 있는 인물.

이에 아멜다는 안 그래도 짙게 깔려 있던 실패에 대한 죄악감을 더욱 짙게 느끼면서 그대로 브루투스 주교의 앞에 앉았다.

“이야기는 대충 들었다. 결국 이번 용사 역시 마왕 토벌에 실패 했다고..”

“ㄴ..네..그.. 그렇..습니다.”

지극히 무거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주교.

그 모습을 보면서, 아멜다는 짙은 긴장에 사로잡힌 채 반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대답을 했다.

언제나 엄격하면서 원리 원칙을 중시해 왔던 그녀의 스승 브루투스 주교.

아멜다에게 있어서 그는 개인적인 존경심을 지니고는 있었지만, 동시에 그 엄격함으로 인한 두려움 또한 함께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스승의 앞에서 이제부터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멜다의 마음에 자동적으로 한층 더 짙은 부담감은 안겨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아멜다는 온 힘을 다해서 감정을 다잡으며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지.. 진정하자. 제 아무리 상대가 스승님이라 하지만 토라레님과 동료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야. 최대한 침착하게.. 준비한 대로 이야기를 하기만 하면..’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간신히 마음을 굳히는데 성공한 아멜다.

이어서 그녀는, 눈 앞에 있는 스승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거짓의 말을 입에 담으려 하였다.

그런데..

“아멜다..”

“ㄴ…네?”

입을 열려던 아멜다를 향해서 순간적으로 누그러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브루투스.

이어서 그의 얼굴에는 방금 전의 한기가 아닌, 간절함과 우려라는 감정이 짙게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주…주교..님?”

항상 엄격하기 그지 없던 스승의 이런 이례적인 태도에.. 그것도 실패하고 돌아온 그녀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아멜다는 예기치 못한 당혹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아멜다를 향해서 브루투스 주교는 간절함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부디 정확하게.. 정확하게 진실을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구나.”

“네? 아..ㄴ..네.. 무.. 물론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제가 어찌 스승님 앞에서 감히 거짓을 이야기 할..수 있겠습니까?”

물론 여전히 아멜다의 마음 속에는 용사를 팔아먹기 위한 이야기를 스승에게 꺼내 놓을 생각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지만, 일단 입으로는 그렇게 말을 해주었다.

그러나 그 직후..

그런 그녀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주교는 한층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꼭.. 꼭 그리 해줘야 한다! 너 만이라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 용사가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확실한 이유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우리 엘프 교국은 이대로 커다란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야!”

“ㄴ…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내는 브루투스.

이에 아멜다의 얼굴에는 한 순간 경악의 감정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그게 대체 무슨 뜻입니까 스승님? 에.. 엘프 교국이 위험에 빠지다니요?”

그녀의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기 그지 없는 이야기.

이에 브루투스는 지금껏 한 번도 제자 앞에서 내보인 적이 없었던 두려움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아멜다에게 지금의 이 상황을..

교황의 신탁을 받은 용사의 패배와 관련하여,

엘프 교국과 교황이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그런… 그런 일이..”

그 결과, 아멜다는 이 순간 비로소 자신이 너무나도 치명적이면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어서.. 어서 진실을 말 해주게! 교황 성하의 신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주신 넬토라온님의 뜻을 받드는 그분의 예언이 틀린 이유가 대체 무엇 때문인지!”

평소의 침착함을 완전히 잃어 버린 채, 거의 절규하듯 애원하는 브루투스.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멜다는 차마 그녀가 준비해 왔던 ‘거짓’을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만약 여기서 그녀가 준비해 왔던 이야기를 말 한다면 아마도 그녀의 신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브루투스의 이야기를 들은 지금,

아멜다는 자신이 그 이야기를 한 순간 그녀의 조국인 엘프 교국과 그녀의 동족들에게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한 쪽에는 동료들과 개인의 안위를..

다른 한 쪽에는 조국과 무수한 동족들의 안전을 올려놓은 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 된 아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아멜다는 무수한 고민 끝에 결국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사.. 사실은… 말 입니다..”

한 순간 느껴지는 진한 죄책감과 슬픔.

그러나..

그러한 감정을 억지로 마음 속에 묻어 둔 채.

아멜다는 자신의 앞에 있는 브루투스 주교를 보며 힘겹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모… 모든 것은.. 그 남자 때문이었습니다.. ㅌ..토라레 그 남자가 저희들을.. 용사파티의 여전사들를 유혹해서..용사를 배신 하도록..”

결국 동료가 아닌 조국과 동족을 선택한 아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조국에 대한 애국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부분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마음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마지막 순간, 그녀의 눈 앞에 아른거렸던 테라의 모습.

동료들의 생존을 위해 단호하게 팔아 넘겨졌던 그녀는 지금 아멜다가 처해 있는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자연히, 아멜다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결국 동료를 버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주었다.

‘그래... 이런 상황에서 토라레 님을 제외한 두 사람은 나를 버리고도 남을 녀석들이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

오랜만에 만난 후배에게 ‘취조’를 받고 있는 에일린.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상. 취조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대화는 어느 순간부터 마치 찻집에서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한 느낌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다니까! 그 용사.. 아니 엘런 녀석. 겉보기에만 그럴싸했지 실제로는 완전 허당 이었어. 신탁이니 어쩌니 하더니, 결국 마왕 앞에 서니까 그대로 그 기세에 쫄아서 검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당해버렸다니까!”

“그랬군요.. 패배에 대한 소문을 들었지만 설마 그 정도였을 줄이야..”

상황 설명을 들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라피엘.

그를 보면서 에일린은 불만이 단긴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제길.. 그 한심한 새끼가 조금만 버텨 줬다면 마왕의 졸개들을 쓸어버리고 우리들의 힘으로도 마왕의 목을 따버릴 수 있었을 텐데.. 제 아무리 강하면 뭐해? 결국 정신이 썩어서 중요할 때 아무것도 못했는걸.”

“그것 참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설마 용사의 그런 추태 때문에 전쟁을 끝낼 기회를 바로 앞에서 놓치다니..”

“누가 아니래! 그런 녀석 하고 같은 소꿉친구였던 내 인생이 다 부끄러울 지경이야. 그래도 마음 같아선 거기서도 어떻게든 끝을 보고 싶었는데.. 결국은 힘에 밀려서 이렇게 실패하고 말았어. 다행히 운 좋게 난입한 짐꾼이 탈출 스크롤을 써준 덕분에 간신히 살아올 수 있었지.”

실제로 마왕의 힘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에일린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진실과 별개로,

에일린은 사전에 파티원들과 이야기한 대로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과 토라레를 높이고 용사를 가차없이 까내리는 것으로 이번 일을 포장할 필요가 있는 만큼, 열씸히 허세와 구라를 곁들여 썰을 풀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용사에 대한 비난을 끝으로, 짐짓 불만에 찬 표정을 지은 채 의자에 몸을 기대는 에일린.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라파엘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듣고 정리한 내용들을 다시금 언급하기 시작했다.

“정리를 하자면, 마왕을 보고 겁에 질려버린 용사가 졸전을 펼치다 패배했고, 그 여파로 인해 용사파티의 전사들은 결국 짐꾼의 도움을 받아 아슬아슬하게 퇴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충 그런 것 이지요?”

“그래 맞아. 혹 부족하다 여겨지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불러서 대질해 봐도 좋아. 어차피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용사의 그 추한 마지막을 똑똑히 보았으니까.”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이 딱 저희들과 폐하께서 바라시던 상황이었으니까 말이지요.”

“뭐?“

의외의 이야기를 꺼내는 라파엘.

이에 대해서, 에일린의 얼굴에는 안 그래도 무언가 이상하다 여겨져 왔던 상황과 더불어 그대로 의문의 감정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일. 지금 같이 독방까지 써가며 세심하게 취조하는 방식부터 시작해서 여러모로 이상한 점들이 있었어. 그렇다는 건…’

그렇게 수상쩍기 그지 없는 지금의 상황에 의심을 품으면서,

에일린은 그대로 자신의 앞에 있는 라파엘에게 냉정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였다.

“역시… 무언가가 있구나? 이번 용사파티의 실패와 관련해서.”

“네,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선배에게 전하고 일을 실행 시키는 것이 이번에 제가 맡은 역할이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딱히 조작을 가할 필요 없이 그대로 진실을 말씀하시면 될 것 같군요.”

에일린의 말에 방금 전 취조를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함을 담아 대답하는 라파엘.

그리고 그 직후,

라파엘은 반사적으로 주변에 듣는 귀가 없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그대로 조심스럽게 에일린의 귓가에 한가지 사실을 말 해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 그게.. 정말이야?”

“네, 폐하께서 임명하신 대신관인 만큼 선배도 알고 계셨겠지요?.. 폐하께선 지금.. 이 기회에 ‘그 일’을 실행하실 생각 이십니다.”

“아…”

라파엘의 말에 한 순간 올 것이 왔다는 듯 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에일린.

그러나 그 직후, 에일린은 문득 떠오른 한가지 사실과 관련해서 다급하게 질문을 하였다.

“자… 잠시만, 그렇게 되면 잡혀온 다른 녀석은 어떻게 되는 건데? 슈드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멜다는?”

당혹감을 담아 질문을 하는 에일린.

이에 대해서, 라파엘은 씁쓸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엘프 성기사는… 아마도 살아남기 힘들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

라파엘의 말에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을 지어 보이는 에일린.

동료의 불행한 운명에 충격을 받은 듯 한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라파엘은 정말로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에일린에게 말했다.

“엘프들 역시 바보가 아닌 만큼, 어느 정도 대응을 하긴 했더군요. 저쪽 취조실에 있는 브루투스 주교가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그래 봤자 큰 소용은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그와 관련해서 이미 저희 측에서 손을 써둔 상황이니까요.”

“…”

라파엘이 말한 손을 써두었다는 것이 무엇인지 에일린은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었다.

아울러 그 결과, 아멜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들을 인지하면서,

에일린의 머릿속에는 자동적으로 하나의 문장이 출력되기 시작했다.

‘좋았어! 설마 이런 식으로 경쟁자가 또 한 명 줄어들 줄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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