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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22화 (22/150)

〈 22화 〉 오잉!? 히로인의 상태가...!

* * *

영혼의 용접과 분리를 반복하며 극도의 고통에 시달린 테라.

그러나 이 순간..

그녀는 갑작스럽게 닥쳐온 섬뜩하기 그지 없는 감각에 자동적으로 영혼이 울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끔직하기 그지 없었던 고통을 튀어 넘는 무언가.

그것이 벌어짐과 동시에, 이미 넝마가 되어 있던 테라의 정신은 마치 어딘가로 떠내려가는 듯 한 감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닻줄이 끊어지면서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는 배가 된 것 같은 감각.

그 속에서 테라는 절규에 사로잡힌 처절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으나.. 그녀의 귓가에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옳겠지만 말이다..

*

‘….아..’

지옥과 같은 정신의 혼돈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린 테라.

그 직후, 그녀는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지배의 족쇄가 사라졌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녀의 정식을 옥죄고 있던 구속은 없어졌으며, 그녀에게 고통을 주었던 감각 역시 사라져 있었다.

‘끝… 난 건가?.. 하지만.. 어째서..?’

자신을 풀어준 것으로 추정되는 용사의 행동.

이에 테라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여전히 그녀의 눈 앞에 보이는 용사를 보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분명 자신을 이용해 ‘그 일’을 하겠다 했으면서.. 왜 자신을 풀어준 것인지를 물어보려 하였다.

그러나…

‘…어?’

의문 속에서 몸을 움직이려던 그 순간..

테라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무언가 단단히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이건.. 이건 대체?..’

고개를 들고 용사를 똑바로 바라 보려 했던 테라.

그러나, 이 순간 그녀의 몸은 더 이상 그녀의 말을..

테라라는 하나의 인격이자 의식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 어째서? 부.. 분명 족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다.. 더 이상 날 속박하는 건 없단 말이다. 그.. 그런데.. 이건..’

이전과는 달리 무언가에 구속되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런 자유로운 감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더 이상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고개를 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는 비단 사지에 대한 부분 만이 아니었다.

입을 여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눈을 찡그리는 것도, 그녀는 그 무엇 하나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일방적으로 밖에서 들어오는 감각을 받아들이는 것뿐.

보고 듣고 피부로 감각을 느끼고.

그 모든 것을 인식할 수는 있었으나, 그녀는 여기에 대해 아무런 통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지하면서 테라의 정신이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고 있던 그때였다.

“정신이 들어?”

“끄잉?”

‘..!’

다음 순간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용사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테라의 육체는 이성이자 본래 의식인 그녀의 간섭을 일절 받지 않은 채 그대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 멍! 멍!”

마치 개의 울음 소리와 같은 소리를 입에서 흘리는 그녀의 육체.

의식과 이성이라는 이름의 끝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간 채.

오직 눈 앞에 있는 ‘주인’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개로서의 본능만이 남아 있는 그녀의 모습.

이에 대해서..

이제는 수인이 아닌, 말 그대로 짐승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테라의 이성은 그대로 짙고도 짙은 절망에 파묻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그녀는 이에 대해서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고통에 차 울부짖는 것도..

지금의 그녀에게는 무엇 하나 허용되지 않았다.

그녀라는 존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지켜보는 것 그리고 밖에서 들어오는 감각을 받아 들이는 것

오직 이 두가지 뿐이었기 때문이다.

*

“핵..핵..핵..”

내 눈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말 그대로 개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테라.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난 확실하게 내가 노렸던 것이..

3%의 확률로 발동된다는 ‘실패’가 성공적으로 발동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조금 심하게 오래 걸리긴 했지만.. 뭐 어쨌든 성공 했으니까 이걸로 된 것이겠지.’

지배의 족쇄.

대상의 이성을 잠시 동안 봉인해 명령에 복종하는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

원작에선 히로인을 4명을 모두 함락시키는데 실패한 토라레가 엔딩 조건을 만족 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변칙 수단이었으며,

이것을 사용하면 공략이 완료되지 않은 히로인 한 명을 강제로 굴복시켜 엔딩 분기를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게임의 흐름을 역전시켜 버릴 수 있는 이 강력한 아이템 안에는 그에 대한 일종의 패널티로서, 실패확률이 존재하고 있었다.

3% 확률로 발동되는 족쇄의 힘이 폭주했다는 문구.

그것이 뜨는 순간,

족쇄를 채워 넣은 히로인은 그대로 이성과 육체의 끈이 완전히 끊어졌다는 말과 함께 사람이 아닌 짐승 수준으로 지능 스텟이 퇴화 된다.

이렇게 되면 에일린과 아멜다의 경우는 전투력이 반토막이 나며, 마녀인 슈드의 경우 거의 쓰레기로 변하게 된다.

그나마 본래부터 힘케인 수인 테라의 특성상 전투력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중요한 것은 전투력의 변화가 아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된 히로인은 더 이상 정상적인 히로인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사육할 수 있는 ‘펫’으로 분류가 된다는 점.

이 변화는 신의 물약이라는 엘릭서를 사용해도 해체할 수 없는 영구적인 것이었으며,

게임오버가 뜨지는 않지만 사실상 엔딩을 볼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막히게 된 만큼 반 강제적 게임오버나 다름 없게 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실패’의 결과

말 그대로 애완동물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된 채 나의 앞에서 혀를 헐떡거리고 있는 테라.

그러나, 언 듯 말 그대로 정신이 날아가 버린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난 원작의 묘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다시는 밖으로 나올 수 없겠지만,

지금도 내 앞에 있는 저 동물의 안에는 여전히 테라의 ‘이성’이라는 것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예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나는 걸? 백인 의 육체에 흑인의 뇌를 이식하는 영화였었지 아마.. 거기서 원본이 되었던 백인의 상태가 딱 저런 느낌 이었고.. 아니. 반대였던가?’

그런 생각과 함께 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라다 보고 있는 테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고, 이에 대해서 테라는 기분 좋다는 듯 낑낑거리며 한 것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 그녀의 내면에 완벽하게 감금되어 있는 그녀의 이성이 절규를 내뱉고 있을 것과 별개로..

너무나 순수하기 그지 없는 기쁨을 주인인 나에게 표하면서.

*

“그렇군.. 용사가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마왕 폐하.”

집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마왕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엘리사는 감탄이 담긴 목소리로 이번 작전의 성과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군수 기지인 롭에서 출발했던 보급품 행렬을 차단한 것은 물론이고,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수개월 치 보급 품들까지 모조리 태워버렸으며,

거기다 덤으로 그곳의 수비를 맡고 있던 장군을 꺽고 본래 용사 파티에 있던 수인 여전사까지 사로잡아온 용사의 어마어마한 활약.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여과 없이 그대로 보고를 올리면서, 엘리사는 평소의 그녀 답지 않게 살짝 상기된 표정을 지은 채 들뜬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인간들을 베어 넘긴 것부터 시작해서, 계략을 써서 어리석은 인간들을 속이고 안으로 침입하지를 않나.. 거기다 위험에 빠진 소신을 구해주었던 그 늠름한 모습은.."

"엘리사 네가 그리 말할 정도라면, 더 이상 용사에 대한 의심을 지닐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느냐?"

살짝 감정이 과열되어 가는 듯 한 엘리사의 말을 끊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마왕.

이에 그녀는 자신이 조금 흥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감정을 가라앉힌 뒤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 음..음.. 네! 폐하의 말씀대로 용사의 저런 뛰어난 능력과 인간들을 향한 증오심 이라면 앞으로 믿고 임무를 맡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그리 생각한다면 다행이로구나.”

“…?

그녀의 말에 대해서 어쩐지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대답하는 마왕.

이에 엘리사는 방금 전까지 들떠 있던 기분을 뒤로 미룬 채, 약간의 의문과 우려가 담긴 목소리로 그녀의 주인에게 물었다.

“저.. 폐하? 혹 어딘가 불편하신 곳이라고 있으십니까?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그저조금 놀랐을 뿐이다. 용사가 짐을 위해.. 우리 마족을 위해 그 정도로 활약을 해주었다는 사실은.. 짐 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으니까.”

엘리사의 물음에 대해서 얼굴에 미소를 짓는 것으로 그녀를 안심시키는 마왕.

이어서 마왕은 다시금 표정을 바로잡은 뒤, 눈 앞에 있는 엘리사에게 차분하면서도 언제나 와 같이 군주의 위엄이 깔려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지금 용사는 어디에 있지?”

“네, 소신이 알기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수인 여전사와 함께 말이지요.”

“알았다.”

그 말을 끝낸 직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마왕.

이에 대해서 엘리사는 약간의 의문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주군에게 물었다.

“어디를 가시는 지요 폐하?”

“용사에게 갈 생각이다. 짐이 내린 명을 훌륭하게 수행했으니 마땅히 그에 대한 포상을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조용하면서도 약간 가라앉은 듯 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마왕.

이에 대해서 엘리사는 고개를 숙이며 주인을 배웅하였고,마왕은 그대로 집무실 밖으로 조용히 걸어 나갔다.

다른 이들에게는 쉽게 내색할 수 없는..

복잡하기 그지 없는 감정을 마음에 지닌 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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