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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7화 (17/150)

〈 17화 〉 지금까지 이걸 맞고 멀쩡한 녀석은 없었다!

* * *

“너… 넌…!”

생각지도 못하게 나타난 구원의 손길

이에 엘리사는 본능적인 안도와 놀라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마왕에게 하사 받은 검은 갑주와 대검을 들고 있는 용사는

살짝 들뜬 듯 한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엘리사에게 말했다.

“여긴 내가 맡겠다. 넌 그 틈에 도망치도록.”

“하.. 하지만..”

“부상을 입은 상태로는 방해만 될 뿐이다. 여기로 오면서 동쪽 길은 시원하게 뚫어 뒀으니 그쪽으로 가면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여기에 오는 길에 이미 탈출경로까지 확보해 두었다는 용사의 말.

이에 엘리사는 한 순간 아무런 대답도 꺼내지 못한 채 잠시 침묵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고.. 고맙… 으음…”

이어서, 무언가를 말 하려다가 도중에 이를 끊어버린 뒤 그대로 용사가 이야기한 방향으로 도주하는 엘리사.

그렇게, 보라빛 투구로 인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던 엘리사가 이곳을 완전히 벗어난 직후..

그는..

불과 수 주 전까지만 해도 인간들의 용사라 불렸던 그 남자는.

천천히,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그럼.. 나를 상대해줄 녀석은 누구지?”

*

카산드라 잉클리먼트.

팔콘 제국 굴지의 3장군 중 한 명인 그녀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과거 우연히 마족 간부 중 한 명과 혈전을 펼쳤을 때도 그녀는 전사로서의 희열을 느끼며 창과 방패를 휘둘렀을 뿐.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일절 지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카산드라는 장군의 칭호를 받고 검을 든 이래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저… 저건… 대체.. 뭐야?..”

눈 앞에 나타난 검은 대검을 든 칠흑의 전사.

심연에서 기어 나온 듯한 불길하면서도 끔직하기 그지 없는 기척을 발산하고 있는 존재.

마족간부를 처단하기 직전,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그것의 모습을 본 순간..

카산드라는 온 몸이 얼어 붙는 듯 한 감각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두 손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힘의 기척.

단순히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심장을 옥죄이는 듯 한 기분을 안겨주는 그것은..

카산드라의 본능으로 하여금 한가지 사실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

죽는다..

저것을 상대하려 들었다간..

반드시 죽는다.

이론상의 무언가가 아닌, 순수한 생존에 대한 본능이 알려주고 있는 사실.

그렇게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인 그녀로 하여금 이런 감각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는 저것을 보면서..

카산드리의 머릿속에는 자동적으로 한 존재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 설마 저게.. 저게 바로 그 마왕… 인가?’

듣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지만, 이 순간 카산드라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존재는 그것뿐이었다.

자신조차 압도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절대적인 강자.

마족들이 지니고 있는 최강의 전력이자, 반드시 이길 수 있으리라 여겨지고 있는 지금의 이 전쟁을 끝나지 않도록 유지시키고 있는 인물.

그 최강의 괴물이 지금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카산드라는 어떻게 해서든 정신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치..침착 하자.. 분명 눈 앞에 있는 것은 강적이야. 하지만.. 상대가 그 마왕이라면 어쩌면 이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적의 수장이자 최강의 전력이 바로 눈 앞에 있는 상황이었다.

비록 당장 느껴지고 있는 힘의 기척에서부터 일방적으로 짓눌리고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아주 운이 좋다면..

카산드라는 어쩌면 자신의 손으로 이 기나긴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나 혼자선 저 녀석을 상대로 승산이 없어. 하지만.. 저 수인 전사의 힘이 있다면 어쩌면 가능성이 보일지도 몰라.’

방금 전 순식간에 마족 습격자를 몰아 붙이던 모습을 통해서 그 힘을 보여주었던 수인 여전사.

물론 그녀는 주먹과 발톱을 사용하는 격투가였고, 자신은 검과 방패 그리고 빛의 힘을 사용하는 성기사인만큼 순수한 비교는 조금 무리였지만,

일단 종합적으로 봤을 때 수인 여전사와 자신이 얼추 동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카산드라는 판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마왕’의 힘은 무시무시할 정도였지만. 적의 수장을 잡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지금이라면 충분히 해 볼만한 도박이라고 카산드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전사로서..

그리고 제국의 장군으로서.

자신의 목숨을 건 일생 일대의 도박을 말이다.

‘좋아.. 그렇다면..’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내린 뒤 그대로 천천히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에 마력을 불어 넣는 카산드라.

이에 그녀의 반지에선 한 순간 초록색 빛이 환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마왕’을 보면서 주춤거리고 있던 수인전사의 목에 달려 있던 족쇄 또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수인 전사의 얼굴에 담겨 있던 긴장과 불안의 감정은 그대로 눈 앞에 있는 마왕에 대한 적의와 분노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상대가 용사를 죽이고 자신들을 패배시킨 그 마왕인 만큼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이 지배의 족쇄라면 그런 감정 따위는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다.’

노예에게 채워 넣어 그들의 이성을 지워버리고 오직 명령에 따라 적을 처치하는 광전사로 만드는 지배의 족쇄.

그녀의 손에 착용하고 있는 반지와 연동되어있는 그것은 카산드라 조차도 하나밖에 손에 넣지 못한 귀한 물건이었지만 그 성능만큼은 확실했다.

“너희들은 거리를 벌린 채 포위망을 유지하도록. 저 녀석은 나와 노예가 맡도록 하겠다.”

“네, 카산드라 장군님!”

어차피 저만한 강자라면 검을 휘두르는 것 만으로도 일반 병사들은 허망하게 날아가버릴 터.

그렇게 피해를 최소화 하는 선에서 ‘도박’을 벌일 준비를 끝낸 카산드라.

동시에 이에 응하듯 마왕 역시 보라빛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는 대검을 바로 잡은 채, 카산드라를 바라보며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그와 동시에 이 일대를 뒤덮기 시작하는 묵직한 적막감..

그 속에서.. 카산드라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전방을 향해 방패를 치켜들었다.

‘싸움은 오래 끌수록 불리하다. 거기다 지금 이 순간 저 녀석은 자신이 나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신경을 쓴다 해도 어느 정도는 방심을 할 수 밖에 없겠지. 내가 노릴 수 있는 승기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리고..

“하아아아아앗!!!!”

기합소리를 내지르며 그대로 방패를 앞세운 채 돌진해나가는 카산드라

이에 마왕은 그대로 대검을 쥔 채 그녀의 이런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 칠 준비를 하였다.

'신의 방패! 지금까지이걸 맞고 멀쩡한 녀석은없었어. 제 아무리 마왕이라 해도..!'

그리고..

­콰과과광!!!!!

한 순간 울려 퍼지는 어마어마한 폭발음

마치 대마법사의 공격마법이 사용된 것 같은 충격이 그 일대를 뒤흔들었고, 이에 포위방을 구성하고 있던 병사들은 한 순간 균형을 잃은 채 그대로 제자리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 이런..”

“단순히 충격파만으로 이렇게..”

“자… 장군님은? 카산드라 장군님은 어떻게..”

한 순간 일대를 휘감은 흙먼지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병사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 폭발을 일으킨 당사자인 카산드라는, 바닥을 구르고 있는 병사들 이상으로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큭!...”

그녀가 혼신의 힘을 다해 날린 궁극의 일격 신의 방패

신의 힘이 깃들어 있는 방패와 그녀의 신성력을 앞세운 공격은 지금까지 수 많은 마족들을 지옥으로 보내왔었으며, 일전에 그녀를 상대했던 마족 간부 역시 이걸 맞고 치명상을 입은 채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첫수부터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을 사용한 카산드라.

그러나...

현재 이 일격에 걸었던 그녀의 모든 기대와 자부심은, 그대로 절망과 경악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끼기기기기기이이익…

금속들이 부딪히면서 나는 끔직한 파열음과 함께

그녀의 눈앞에 보이고 있는 장면.

그것은… 온 힘을 다해 날린 그녀의 공격을, 오직 한 손에 들린 대검만으로 막아내고 있는 마왕의 모습이었다.

마치 어린 아이의 장난질을 제지하는 아버지와 같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끼게 만들어 주는 장면.

그러나, 이 순간 카산드라의 얼굴에 담겨 있는 절망의 감정은 비단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왕에게 최강의 일격을 날림과 동시에 카산드라가 준비한 또 다른 수.

“커허…허어억…”

그것은, 카산드라에게 마왕의 정신이 쏠려있는 틈을 타 양측에서 협공을 시도하려 하였으나...

오히려 지금 이 순간, 마왕의 손에 순식간에 목을 붙잡히면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수인전사의 모습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자신들의 기습이 허망하게 막힌 상황.

마왕이라는 존재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득한 강자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게 해주는 장면을 보면서 카산드라는 곧바로 무모한 도박을 벌인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마왕은 차분하면서도 섬뜩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잡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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