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3화 (3/150)

〈 3화 〉 적장을 해치웠...나?

* * *

나를 두고 후퇴하라는 말을 들은 직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해버린 용사파티의 전사.. 아니 짐꾼에게 넘어가 순진한 사람을 이용해 먹고 내버리려고 작전한 쌍년들

솔직한 심정으로는 녀석들이 이대로 마왕군 간부들에게 탈탈 털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램이 있었으나, 유감스럽게도 나의 이런 바램은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비록 마왕군 간부들의 전투력이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서 저 쌍년들을 이길 수준은 아니었다.

결국, 원작의 마지막에 가서 용사와 안 그래도 약간 열세의 전투를 벌이고 있던 마왕은 간부들을 쓰러뜨리고 가세한 다른 파티원들 에게 다굴을 맞고 패배하게 되는 상황.

그리고 이러한 전력의 격차는 나로 하여금 가능한 빨리 이 전투를 우리들의 ‘패배’로 확정 짓도록 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

괜히 질질 끌다가 마왕 간부들이 패배하면서 스노우 볼이 굴러갈 경우 그땐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 태니까.

그 결과, 난 채 몇 합을 겨루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러 마왕에게 한쪽 팔을 내주고 패배

곧바로 나의 패배에 대해서 짙은 당혹감에 사로잡힌 그년 들에게 도망칠 것을 종용하였고, 녀석들은 예상대로 마왕의 강함에 대해 오판하면서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르기도 전에 퇴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을 이용해먹다가 실패하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친 놈들에게 비웃음을 날려준 뒤, 난 그대로 상상 이상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채 그대로 정신을 잃어 버리게 되었다.

부디, 내가 건 이 최후의 도박이 성공하길 빌면서..

*

자신의 검에 팔 한쪽을 잃은 용사.

그러나,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마왕의 마음 속에는 승리의 기쁨은커녕 짙은 당혹감의 감정이 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 이 사내와 검을 맞댄 그 순간, 마왕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자의 힘은 자신이 상대해온 그 어떤 적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역대 최강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이자는.. 자신조차 이길 수 없는 강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마왕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의무에 따라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른 그 순간,

마왕의 눈앞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목숨을 건 혈투를 막 시작한 이 순간.

입가에 기쁜 듯 한 미소를 지으면서, 무방비 상태로 자신의 팔을 내주는 그 남자의..

용사의 모습이었다.

마왕의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

그러나, 이미 휘둘러진 마왕의 검은 그대로 용사의 팔을 베어버렸으며 이어서 용사는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 직후, 자신의 동료들에게 마왕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말을 내뱉으며 도주를 지시한 용사.

이에 마왕은 다시 한 번 큰 충격에 사로잡혔으며, 그렇게 용사파티의 전사들이 모조리 도주한 직후 마왕은 홀로 남아 자신의 앞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용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째서지?..”

“..하..하하….아….”

자신의 질문에 그저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뱉을 뿐인 용사.

이어서 그는 극심한 출혈과 고통으로 인해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으며,

그런 그를 보면서 마왕의 마음 속에는 한층 더 짙은 의문이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대체 왜?..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이놈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용사파티가 어마어마한 강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며,

때문에 마왕은 이 마왕성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을 대피시킨 채 오직 자신과 자신의 직속 부하들만을 이끌고 적들을 정면에서 상대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최후의 각오를 마친 그들의 앞에 마침내 적들이 나타난 순간.

옥좌에 앉아있던 마왕은 절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적의 강함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마왕의 눈에 보이는 가혹한 현실.

그것은, 휘하의 간부들과 머릿수가 일치함과 동시에, 한 단계 우월한 강함을 지니고 있는 적들의 모습.

그리고.. 자신조차 능가할지 모르는 용사의 강렬한 힘의 기척이었다.

비록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기로 한 부하들의 사기를 꺾을 수는 없었기에, 마왕은 차마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미 전투를 시작하기 전부터 마왕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들에게, 이미 승산은 없다는 사실을..

자신을 포함한 마족들의 최강 전력은,

오늘 이곳에서.

종족연합의 최강 전력인 용사파티에게 몰살을 당한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런 마왕의 예상은 지금과 같이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깨져버리고 말았다.

용사는 자신이 휘두른 검에 쓰러졌고, 그자의 동료들은 그대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패배가 확실시 되는 전쟁에서 얻게 된 이해할 수 없는 승리.

이에 마왕은 짙은 혼란을 느끼면서 그저 기절한 용사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으며,

그렇게 쓰러진 용사를 보며 부하들은 일단 승리의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만세! 마왕 폐하 만세!”

“우리가 이겼다!"

"마왕님께서 적장을 해치우셨다!”

*

“으으음…”

짙은 피로 속에서 천천히 떠지기 시작하는 눈.

그 직후 느껴지는 것은 딱딱한 느낌이 드는 침대.

그리고, 누군가 대충 치료를 해 둔 듯 붕대로 칭칭 감겨 있는 어깨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리는 통증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팔은 붙여 준 것 같은데.. 상태가 영 좋지는 않네.’

완전한 회복 같은 것이 아닌, 응급처치만 해놓은 상황.

그래도 일단 어느 정도 마법을 사용해 준 덕분에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회복은 되겠지만, 아마도 한동안 이쪽 팔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듯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만으로도 난 일단 가장 큰 고비는 일단 넘겼다는 사실에 짙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다, 솔직히 그 자리에서 바로 모가지를 따버리면 어쩌나 했는데, 그러지는 않아서..’

일단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마법이 씌워져 있는 것이 보이는 철창이 달린 강철 문.

이를 통해서 난 이곳이 감옥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단 부상을 이 정도로 수습해 준 상태로 여기에 가두어 놓았다는 것은 당장 처형을 하거나 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저 마왕이라는 녀석이 상상 이상으로 변태여서 사람을 치료해주고 고문한 다음 죽이는 취향이 있다면 나도 할 말이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원작에선 나름 깔끔하게 끝났던 것 같은데.. 부디 내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그렇게 내가 안도와 더불어 일말의 가능성에 불안은 느끼고 있던 그때였다.

­철컹!

“응?”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열리기 시작한 강철 문.

이에 난 순간적으로 짙은 긴장을 느끼며 그대로 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 직후 나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인물..

그자의 모습을 본 순간,

난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잠시 멍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여성..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마족 여인 이었다.

검은 색 보석처럼 반짝이는 거대한 산양의 뿔을 지니고 있으며,

백옥 같은 피부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마치 폭포수처럼 길고 윤기 나는 보라 빛 머리칼에, 매혹적인 붉은 입술이 특징인 기품과 성숙함을 베이스로 한 여신과 같이 아름다운 미모.

그리고,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검은 드레스를 통해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완벽하기 그지 없는 풍만한 체형까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본 순간, 난 자동적으로 살짝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나마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외모.

지금 같은 상황에선 참으로 실 없는 생각이지만,

솔직히 정말로 냉정하게 말해서 눈 앞에 있는 그녀의 미모는 용사파티의 그녀들 조차도 한 수 접어줘야 할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그녀의 미모에 넋을 놓았던 것도 잠시.

난 이내 두근거리던 가슴을 진정시킨 뒤, 최대한 차분한 느낌으로 지금의 이 위급한 상황 속에서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려 하였다.

‘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보아하니 보통 마족이 아닌 것 같은데..’

마족들의 힘과 권위는 이마에 달려 있는 뿔을 통해 드러난다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한눈에 봐도 크고 근사한 뿔을 지니고 있는 그녀는 보통 마족들 중에서고 고위급일 터..

그런 자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 나의 운명이 이 여자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내가 짙은 긴장과 더불어 그녀의 질문에 최선의 답변을 해주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그때였다.

“일어났나? 그렇다면, 아까 했던 질문에 답을 듣고 싶군.”

“…네?”

나를 보면서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마족 여인.

이에 난 한 순간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잠시 멍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