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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2화 (2/150)

〈 2화 〉 여긴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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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의 격려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엘런

그러나, 이 순간 아름다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자의 입가에는 자동적으로 싸늘한 조소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 줄곧 노력해 왔다만, 이미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도 용사에게 적극적인 호감을 표현했던 미모의 여성들..

그러나, 그들의 마음 속에는..

이미 용사 엘런이라는 존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혼인을 운운하는 아멜다도.

이에 대해 경쟁심을 불태우던 슈드도

무감각 한 듯 하면서도 은근이 애정을 표현하는 테라도.

그리고.. 엘런의 정실을 자처하며 엘런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소꿉친구인 에일린도.

그들의 마음 속에서 이미 용서 엘런이라는 존재는 한낱 도구로 전략해버린 상황이었다.

저 강대한 마왕을 쓰러뜨리고 자신들에게 명성과 부를 안겨줄 수단이자, 그것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들과.. 그들이 이미 몸과 마음을 빼앗겨 버린 존재인 짐꾼 토라레와의 행복한 미래에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마왕을 퇴치하는 즉시 뒤통수를 쳐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려야만 하는 존재.

물론, 이러한 사실에 대해 그녀들은 결코 밖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녀들의 애정이 싸늘하게 식은 것과 별개로 용사 엘런은 대륙 최강의 용사.

그의 힘이 없이는 마왕을 처치할 수도 그녀들이 원하는 부와 명성을 얻을 수도 없었다.

적어도 마왕을 처치하기 전까진.. 최대한 열심히 싸울 수 있도록 의욕을 불러 일으켜야만 했다.

그 때문에 그녀들은 이미 옛날에 사라져 흔적만이 남아 있는 감정을 동원해 마지막까지 용사의 마음에 꿈과 희망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이 순간,

문제의 그 용사 엘런은..

아니..

용사 엘런에게서 히로인들을 강탈하고 그녀들을 이용해 용사의 업적을 차지하는 짐꾼 토라레의 이야기를 그린 NTR게임 ‘짐꾼의 밤’

그 개 같은 물건을 반쯤 속아서 플레이했던 인물이자.

평범한 대한민국의 좆소기업 직장인 이었던 남성은..

나 김상훈은

사실상 원작의 엔딩 직전의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이 순간,

저 가증스러운 년들의 지랄 맞은 격려를 받으면서 일단 앞으로 나아가 주고 있는 중이었다.

‘씨발.. 하필이면 게임 속에 들어와도 이딴 개같은 상황에 개같은 역할로 빙의 될 줄은..’

어쩌다 보니 참 지랄 맞은 의미에서 인생게임이 되어 버린 NTR 짐꾼의 밤.

이는 본래 순애파였던 나에게 있어서 상당히 큰 내상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솔직히 제목만 봐도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걸 소개해준 친구 놈이 속는 샘 치고 엔딩을 보면 뭔가 깨닫는 게 있을 것이라고 진지하게 말을 했고..

거기에 넘어간 나는 결국 이 처먹어선 안 되는 금단의 열매를 끝까지 삼키고야 말았다.

그 여파로 입은 내상만 해도 거의 일주일치.

덤으로 대체 그 깨달음이라는 것이 뭐였냐는 물음에 대해 친구는 다음과 같은 개소리를 지껄였다.

“NTR의 멋짐을 모르는 네가 불쌍해서..”

그것을 끝으로 난 그 친구놈과는 절교를 선언했고, 그대로 이 빌어 처먹을 게임을 세이브잔여물까지 완벽하게 삭제해 버렸다.

그러나..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그 망할 게임을 플레이한 여파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눈을 뜬 나는 게임 내내 아무것도 모르고 이용만 당하다 마지막에 거하게 뒤통수 맞고 절망 속에서 죽는 용사 엘런에게 빙의 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그것도 이미 토라레 녀석이 히로인들을 모조리 함락시켜 사실상 엔딩까지 스페이스바만 누르면 되는 시점에서 말이다.

차라리 초반부에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당장에 저 짐꾼새끼 모가지를 썰어버리고 원작 비틀기라도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용사의 몸에 빙의 된 지금 시점에서, 이미 히로인들은 몸도 마음도 모조리 함락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이는 내가 토라레를 다른 짐꾼으로 바꾸자는 말에, 여성들 전원이 정색과 분노, 그리고 살기를 내비치며 거절을 한 것을 통해서 확인된 사실

덤으로, 네 명의 히로인을 모두 함락시키지 못할 경우 여기까지 토라레가 목숨을 부지한 채 올 수가 없는 만큼 이는 스토리 상으로도 이미 답이 나와있다 할 수 있었다.

즉.. 이미 저 용사파티의 전사라 하는 여성들은 사실상 토라레가 명령만 내린다면 바로 알몸으로 바닥을 기면서 개처럼 울부짖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난 그렇게 내가 마왕을 처치함과 동시에 나의 뒤통수를 까버리고 짐꾼에게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을 저 쌍년들의 손에서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기 위한 수단을 궁리할 필요가 있었다.

마음 같아선 짐꾼이고 용사파티고 싹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지금의 내가 세계관 최강자인 용사라 해도 나의 힘으로 혼자서 저년들을 전부 쓰러뜨리는 것은 무리였다.

비록 용사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나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저들 역시 각 나라에서 최강이라 불리던 전사들.

그리고 용사의 몸에 담겨 있는 감지 능력을 통해 나는 알 수 있었다.

1:2.. 아니 1:3 까지 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1:4는 정말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거기가 저들은 이미 나를 더 이상 아군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으며, 언제든 수틀리면 죽여버려야 할 존재로 보고 있는 만큼 기습을 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애초에 여기까지 오면서 최대한 원작과 같은 예스맨으로 서의 태도를 유지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

그리고.

이처럼 히로인들이 목덜미에 칼을 겨누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지금 나의 눈 앞에는 이런 나와 동급이거나 아주 약간 약한 수준의 힘을 지니고 있는 마왕이 용사파티의 전사들과 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는 부하들과 함께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었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

사면초가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난 이때야 말로.

오히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망에 빠져 있던 내가..

유일하게 걸어 볼 수 있는 단 한번의 도박을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판단하고 있었다.

지난 수일간 마음을 졸여가며 타고 있던 지옥행 특급열차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건질 수 있을지 모르는 최후의 찬스.

그 유일한 가능성이 기대를 건 채.

난 그대로 눈 앞에 있는 마왕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용맹한 전사의 모습을 보이며 겁 없이 마왕을 향해 돌진하는 나.

그런 나를 보면서, 마왕은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옥좌에서 일어나 당당하게 칠흑 빛에 휘감긴 검은 뽑아 들었다.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담겨 있는 마검.

그것을 손에 쥔 채, 마왕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나를 향해 무시무시한 기세를 발산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콰과광!

순간적으로 맞부딪힌 용사의 검과 마왕의 마검.

최후의 전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그 어마어마한 힘의 파동과 함께, 이 일대는 무시무시한 폭음과 흙먼지에 휩싸였다.

*

무시무시한 기세로 시작된 마왕과 용사의 격돌.

이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용사파티의 여성들은 전투에 가세하기 위해 빠르게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림없다!”

“네놈들의 상대를 바로 우리다!”

그런 그들을 가로막는 마왕의 직속 간부들.

마왕과 마찬가지로 검은빛 갑주로 온 몸을 감싸고 있는 그들은 거침 없이 무기를 휘두르며 용사파티의 전사들을 상대로 맞서 싸우려 들었다.

그런데…

“크아아아아악!!!”

“응?”

“ㅇ… 어?”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처절한 비명소리.

그것을 듣는 순간..

눈 앞의 적을 상대하려던 용사파티의 전사들은.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려던 마왕군 간부들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짙은 경악과.. 자연스러운 기쁨의 감정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 그들의 눈에 보이고 있는 장면..

그것은..

마왕의 검에 안쪽 팔이 잘려나간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용사의 모습이었다.

“요… 용사..님?”

“오오! 마왕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에일린을 비롯한 여성들과, 반면에 환의에 찬 목소리를 내뱉는 마왕의 부하들.

그때..

그렇게 당혹감에 휩싸여 있는 동료들을 향해서,

한쪽 팔이 잘려나간 용사 엘런은 고통에 휩싸인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모두 어서 피해!”

“에.. 엘런?”

잘려나간 한쪽 팔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런.

이어서 엘런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잡은 뒤, 간신히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이 녀석..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적이.. 아니야.. 이대로 있다간 다 죽어…! 그러니까.. 여긴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어서.. 어서 다들 달아나!”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호언장담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용사.

그러나 지금, 그 용사는 마왕과 채 몇 합을 주고받지 못 한 채 패색이 짙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 자리에 있는 다른 파티원들은 본능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용사가 저렇게 허망하게..’

‘그 말은.. 마왕이 그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야?’

‘이 무슨.. 이렇게 되면 계산이 어긋나는데..’

‘큰일.. 우리 망함.’

애초에 그녀들이 전부 덤벼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던 용사였다.

그런 용사를 압도하는 마왕의 힘에 대항해서 그녀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터.

이에 그들은 여행을 하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묵직한 공포에 사로잡힌 채, 그대로 마왕의 부하들에게서 떨어져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큭…”

“제길!”

체념으로 뒤섞인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들어왔던 통로를 향해 도주하기 시작하는 여성들.

이에 마왕군의 간부들은 그대로 그녀들의 뒤를 쫓아가려 하였다.

그때..

“자.. 잠깐.”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

이에 간부들은 추적을 시도하려는 것을 멈춘 채, 그 목소리를 낸 장본인을 향해서..

그들의 군주인 마왕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이 순간, 명령을 내린 것과 별개로

자신들이 아닌.. 그의 앞에서 검을 들고 있는 용사를 보고 있는 마왕.

이어서 마왕은 의문이 담긴 목소리로 자신의 앞에 있는 용사에게 물었다.

“…어째서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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