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화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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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이번 싸움이 끝나면 결혼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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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쓰러지는 거대한 검은 골렘

그것을 보면서,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결의에 찬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좋았어! 이제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어.”

“이제 이 안에 있는 마왕만 처치하면..”

신성력이 감도는 검을 거두며 기세 등등하게 소리치는 금발의 여성 엘프 아멜다와

기대에 찬 목소리로 약간 소심하게 이야기를 은백색 머리칼의 성직자 에일린

그들은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모험..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용사파티의 여정이 이제 끝자락에 도달했음을 알고 있었다.

방금 전 마왕성을 지키던 수문장인 검은 골렘을 쓰러뜨린 그들.

상당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녀석이었지만, 그럼에도 녀석은 용사 파티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한 채 그대로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에 온 자들은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모인 대륙 최강의 전사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대신관의 직책을 지니고 있는 성직자 에일린

엘프 성기사 아멜다.

붉은 로브 차림을 한 마녀 슈드

구리빛 피부에 붉은 머리칼을 지닌 수인족 여성 격투가 테라

그리고.. 이 파티의 최고 전력이자 리더이며,

방금 전에도 순식간에 골렘의 심장부를 꿰뚫어 버린 대륙 최강의 용사.

엘런 세이비어.

그는 검에 묻은 골렘의 파편을 털어낸 뒤 그대로 그의 파티원들을 보며 말했다.

“수고했어, 그럼.. 잠시 점검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마왕과의 최후의 일전을 앞둔 탓인지 살짝 경직되어 있는 그의 얼굴.

이를 보면서 파티원들 중 한 명이자 엘런의 소꿉친구인 성직자 에일린은 다정한 목소리로 그레게 말했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마 엘런. 지금까지 그랬듯 결국 이기는 건 우리일 테니까. 네 뒤는 우리가 지켜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맞아요 용사님, 용사님의 힘이면 분명 마왕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늘 이야기 해왔듯 저랑 같이..”

에일린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신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성기사 아멜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마녀 슈드와 수인 테라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봐, 이런 식으로 또 꼬리치는 거야? 미안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용사님을 양보할 생각은 없다고.”

“동감. 용사는 우리 모두의 것. 마왕을 처치하고 다 함께 나누어 가져야 함.”

질투와 호감의 의미가 담긴 이야기로 불만을 표하는 두 사람.

이에 에일린은 어림도 없다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세 사람에게 말했다.

“다들 적당히 하라고. 제 아무리 용사님이 우리 모두를 받아주겠다 약속 했어도 용사님의 정실은 어디까지나 나야. 그 점은 항상 명심 하라고.”

“하아..”

“네에 네에..”

“잘 알겠습니다. 정실 마님.”

에일린의 말에 다들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발 물러서는 반응을 보이는 파티원들.

그들의 이런 치정싸움 같은 가벼운 대화를 들으면서, 굳어진 표정을 짓고 있던 용사는 입가에 살짝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짧지만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마지막 점검을 끝마친 뒤,

용사파티의 전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후의 결전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면서..

일행들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성.

파티의 짐꾼으로서 여기까지 일행들에게 필요했던 물품과 도구들은 가져와준 인물인 토라레는, 특유의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용사파티의 전사들을 향해 말했다.

“그럼, 말했듯이 전 여기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디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의 평화를 가져다 주십시오.”

“그래, 여기까지 함께 와주느라 고마웠어.”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마왕을 물리치고 나면 가져가야 할 보물이 산더미일 테니까.”

“고생하셨습니다.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봐, 토라레씨.”

“…”

전투력은 전무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함께해온 동료에게 인사를 하며 그대로 성안으로 들어가는 용사파티.

비록 용사인 엘런은 그를 보면서 눈길을 한 번 주는 것을 끝냈지만 다른 여성 맴버들은 모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그렇게, 어두 컴컴한 마왕성 안으로 사라진 인류의 희망 용사파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짐꾼 토라레는 입가에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꼭 무사히 돌아와 달라고 아가씨들..”

*

짙은 어둠이 깔려있는 마왕성.

그곳에 들어옴과 동시에 용사파티의 맴버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드넓은 공간이었다.

병사들의 훈련장.. 아니, 전사들이 대련을 펼치는 투기장을 연상시키는 장소.

그곳에는 한눈에 봐도 상당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마족들이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검은 갑주로 전신을 가린 채 강대한 검은 기운을 내보이고 있는 존재가..

마왕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화려한 옥좌에 앉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자가.. 마왕인가?”

“보아하니 우리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군요.”

딱 봐도 최강의 전력을 준비해온 듯 한 마왕.

그리고 그에 맞서서 전혀 주눅들지 않은 채 기세 등등하게 마왕을 향해 달려갈 준비를 하는 전사들.

옛 이야기에선 이런 상황에서 마왕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은 뒤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나오곤 했지만, 이들은 에게 그런 대화와 타협의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대로 무기를 부여 쥔 채 마왕과 그의 부하들이 있는 곳을 응시하는 용사파티.

세계의 운명이 걸린 최후의 싸움을 앞둔 채

그들은 각자,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싸움이 끝나면 결혼하는 거야.”

“단숨에 해치우지요 용사님, 저희들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

“가자! 우리들의 미래와 평화를 위해서!”

“마왕 죽인다.”

희망과 결의에 찬 동료들의 외침.

그리고 이를 들으면서,

그 외침의 대상이자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인 용사 엘런은..

마음속으로 자연스럽게.

차마 지금은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한마디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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