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가족의 탄생
그날 오후, 노아와 아드리안은 바다에 들어가 노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엘로디는 밖에 앉아 둘을 보거나 책을 읽고,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바다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처음 본 노아는 완전한 어둠이 내리고 달이 뜰 때까지 한참을 서서 하늘을 구경하다가 별장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신기했어?”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아드리안은 나른해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노아를 보며 웃었다.
“우웅. 아빠, 해를 잡을 수는 없어요?”
“해는 안 되지. 다른 데도 가야 하니까.”
엘로디는 그런 노아를 안아서 올렸다. 옆에 있던 다른 시녀가 다가오려 했지만 아드리안이 말렸다. 며칠간 셋이서만 지낸 덕에 엘로디가 노아를 안는 것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다.
“노아, 들어가서 자야지.”
“오늘도 같이 자면 안 돼요?”
“음. 그럼 여기서 지낼 때만 같이 자는 거야.”
“응응.”
목을 꽉 끌어안는 체온이 아드리안과 같아서 엘로디가 웃었다. 아드리안이 재빨리 다가와 함께 걸었다. 복도 끝에 있는 부부의 침실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동그란 형태의 방이었다.
벽에는 커다란 창이 나있었고, 바다와 하늘이 펼쳐진 풍경은 그림처럼 침실을 휘감았다.
마치 야외에서 자는 듯한 풍경에 엘로디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아드리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이렇게 안 생겼었는데, 아버지가 뜯어고치셨나 보네.”
“정말 특이한 분위기예요. 여기서 지내도 되는 거예요?”
“어머니는 다른 별궁에 머무르고 계시니까.”
아드리안은 엘로디에게서 노아를 받아 자리에 눕혔다. 엘로디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연결된 옆방으로 건너갔다.
“도와줄까?”
간단한 드레스였으나 등 쪽에 달린 단추는 도움이 필요했다.
“조금만요.”
그녀의 대답에 아드리안의 손이 단추에 닿았다. 위에서부터 풀어지는 옷이 앞으로 떨어지지 않게 엘로디가 붙잡았다.
끝까지 단추를 풀고 나자 그의 손이 작은 등을 쓸어내렸다.
“아.”
천천히 문지르던 손이 허리를 지나 배에서부터 올라가 양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드리안, 잠깐.”
훤히 드러난 등에 닿은 입술이 뜨거웠다. 자꾸만 말랑한 감촉이 살갗을 문질러왔다. 가슴을 쥐고 있는 손이 벌써 흥분해서 서버린 유두를 잡아당겼다.
“읏, 옆에 노아가.”
“하아.”
아드리안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뺐다. 하얀 몸이 부끄러움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드리안은 빠르게 엘로디의 옷을 벗겨내고 네글리제를 입혀주었다.
가슴에 달린 리본을 묶어주는 아드리안을 보며 엘로디는 아직도 남아있는 열기 때문에 손으로 볼을 비볐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느새 제 존재를 과시하는 성기의 윤곽이 뚜렷했다.
엘로디는 조용히 앉아서 그의 바지를 내렸다. 단단하게 선 페니스가 눈앞에 드러났다. 양손으로 붙잡자 뜨거운 온도가 전해졌다.
“읏!”
엘로디는 입을 열어 그 끝을 살짝 넣었다. 한입에 다 담기도 힘든 크기의 물건을 물고 올려다보는 눈에 아드리안은 몸이 동했다.
추웁 소리를 내며 천천히 입 안으로 물건을 넣었다 뺄 때마다 부드러운 속살이 성기를 자극했다. 작고 도톰한 혀끝으로 귀두를 문지르고 구멍을 찌르며 자극을 도왔다.
아드리안은 신음을 참기 위해 입을 손으로 막았다.
“흐으, 잠깐만.”
드러났다 사라지는 남근의 기둥은 타액에 젖어 번들거렸다. 올려다보는 엘로디의 두 눈이 정염으로 물들어 있었다. 작은 손이 고환을 주물럭거리자 아드리안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을 꽉 쥔 채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읍, 으읍.”
빨라진 움직임에 놀란 그녀가 아드리안의 허벅지를 밀어냈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남자의 향기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입과 성기 사이에서 나는 마찰음이 귀를 어지럽혔다.
입 안을 멋대로 들쑤시는 페니스에 자연스럽게 몸이 달아올랐다. 수년간 잠자리를 함께한 몸은 이 뒤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아.”
아드리안은 목구멍 깊숙이 처박고 정액을 토해내며 단말마의 신음을 뱉어냈다. 엘로디는 익숙한 듯 그것을 모두 받아먹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엘로디를 아드리안이 손으로 잡았다.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올라오는 손을 쳐낸 엘로디가 입가를 닦고 몸을 돌렸다.
“옷 갈아입고 와요.”
살짝 흘겨보고는 방문을 닫고 떠나는 엘로디를 보며 아드리안은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 * *
아침에 일찍 일어난 노아는 양옆에 누워있는 엘로디와 아드리안 사이를 빠져나와 밖으로 나왔다. 제 방으로 들어가 신발을 신고 어제 몰래 숨겨둔 빵을 쥐고 정원으로 나왔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으앗!”
바다로 가기 위해 달려가던 노아는 갑작스러운 말소리에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이런, 노아 님을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우웅.”
보나파르트 부인은 산책을 하고 온 것인지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밤사이에 떨어진 이슬 탓에 발목까지 오는 원피스가 살짝 젖어있었다.
“어디 가시나요?”
“아니. 아무 데도 안 가.”
아이는 커다란 눈망울을 굴려 옆을 보고 양 볼을 발갛게 물들였다. 보나파르트 부인은 어렵지 않게 아드리안의 어렸을 적을 떠올렸다.
“거짓말을 하면 분명 엉덩이에 뿔이 난다고 했던 거 같은데요.”
부인의 말에 놀란 노아가 양손으로 더듬더듬 제 몸을 확인했다. 눈물이 그렁거리는 것을 보니 안쓰러워 누구라도 안아주고 싶게 보였다. 그러나 이미 아드리안을 키웠던 보나파르트 부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 가신다고 했죠.”
여태껏 울면 다들 안아서 달래주기만 했는데 냉정한 부인의 모습에 노아는 눈물이 쏙 들어갔다.
“말 안 하실 거예요? 그럼 아드리안 님에게 말해야겠네요.”
휙 몸을 돌려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는 부인을 노아가 급하게 손을 뻗어 붙잡으려다 엎어졌다.
쥐고 있던 빵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으…으아아앙!”
진짜로 울음을 터뜨려 버린 노아를 보며 보나파르트 부인은 한숨을 참았다.
결국 부인이 주방에 가서 새로 구운 빵을 노아에게 쥐여주고 나서야 울음이 멈추었다. 발갛게 부어오른 얼굴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주방장이 빵을 바구니에 담아 넘기려는 것을 말리느라 부인은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그래서 어디로 가신다고요?”
“친구 만나러 가요.”
보나파르트 부인은 노아가 말하는 친구가 근처에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근처는 황실 소유의 땅이었고, 선황제가 그 테두리 안에 가족이 아닌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을 리가 없었다.
“제가 같이 가도 될까요?”
“웅. 대신 조용히 있어야 해.”
“알겠습니다. 가시죠.”
신이 난 노아가 종종거리며 해변을 뛰었다. 보나파르트 부인은 그 뒤를 천천히 따라 걸었다. 아직 아침이라 선선하지만 곧 뜨거운 태양 볕이 쏟아져 내릴 것이다.
“모니!”
노아는 멀리 어제 발견한 바위가 보이자 모니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신이 나서 뛰어갔지만 대답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모니! 나 왔어. 내가 맛있는 걸…….”
움푹 들어간 바위 안을 들여다 본 노아가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고여있던 바닷물이 줄어들어 모니의 몸을 절반밖에 적시지 못했다.
“모니! 모니 정신 차려!”
울먹거리며 작은 손으로 물고기를 손바닥에 올리자 모니는 파드득거리며 꿈틀거리다 곧 움직임을 멈추었다.
“으앙. 모니!”
보나파르트 부인이 급하게 다가와 노아의 손바닥 위에 있는 물고기를 보았다.
“이런, 바다 밖에 나와있던 탓에 많이 말랐네요.”
“모니 낫게 해줄 수 있어?”
보나파르트 부인은 조심스럽게 노아에게서 모니를 받아 들었다.
“이건, 그냥 물고기가 아니군요.”
“모니는 이상해! 말도 할 수 있다구.”
그녀는 마력을 집중하여 동그란 무형의 구체에 바닷물을 담아 공중에 띄웠다. 그리고 그 속에 모니를 넣고 천천히 마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축 처져있던 지느러미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리멍덩하던 눈도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걱정하며 바싹 붙어있던 노아는 두 눈을 반짝거렸다.
[아오, 죽을 뻔했네.]
모니는 천천히 제 몸을 살폈다. 지느러미도 제대로 붙어있고 비늘도 말짱했다. 고개를 돌리자 어제 보았던 꼬마애가 울고 있는 건지 웃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니. 다행이야.”
[다행이긴. 네가 어제 도와줬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미안해.”
노아는 결심을 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 내가 지켜줄게!”
보나파르트 부인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엄마가 싫어할 수도 있는데, 괜찮을 거야. 아빠는 좋아하실걸!”
[난 바다로 돌아갈 거야.]
“왜애~ 나랑 같이 가자. 응?”
[아니, 나도 가족이 있는 몸이라고.]
“싫어! 나랑 놀기로 했잖아!”
[이 꼬맹이 녀석이!]
“보나파르트 부인, 당장 집으로 가요! 네?”
부인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공중에 물 구체를 고정시키고 무릎을 꿇어 노아를 보았다.
“저 아이는 바다의 요정이에요. 집에 데려가면 안 돼요.”
“왜! 싫어! 저거 내 거란 말이야!”
“노아 님!”
“보나파르트 부인이 싫다고 그러면 내가 데려갈 거야!”
[나 좀 놔달라니까.]
노아는 손을 뻗었다. 말간 자안에 선명한 빛이 반짝거렸다.
“잠깐, 노아 님!”
번쩍하는 빛과 함께 노아도 모니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보나파르트 부인은 하얗게 질린 채로 저택으로 돌아왔다.
“아드리안 님!”
처음 느낀 마력의 파동에 잠에서 깬 아드리안이 엘로디를 깨워 함께 뛰어내려 왔다.
“노아는?”
“하필 그때 마력을 각성하셨습니다. 순식간에 사라지셨어요. 제가 가진 마력의 범위로는 찾을 수가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엘로디는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그녀를 붙들고 소리를 질렀다. 아드리안은 엘로디를 끌어서 자리에 앉혔다.
“노아가 마력을 움직이게 된 거야.”
“고작 세 살이라고요!”
엘로디의 곁에도 애론이 있었기에 마법사가 마력을 각성하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애론 역시 각성이 빠른 편이었으나 열 살쯤 되어서야 가능했다.
고작 세 살인 노아가 마력을 움직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공간 이동 마법이라니.
실패 시 주어지는 페널티가 엄청났기 때문에 고위 마법사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엘로디는 얼마 전 공간 이동에 실패하여 산산조각 난 마법사의 기사를 떠올렸다.
“제가 본 바로는 완벽하게 마법을 구사하셨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보나파르트 부인은 덜덜 떨고 있는 엘로디의 손을 붙잡았다.
“게다가 가족일 경우에는 파동이 비슷하기 때문에 금방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혹시 잘못되었으면 어떡해요.”
엘로디는 아드리안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잠깐 인상을 쓰다가 금방 돌아오겠다며 위로 올라갔다.
“조금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아무래도 아드리안 님은 노아 님의 마력을 직접 못 느끼셨을 테니까요.”
“노아가… 노아가 잘못되면 저는.”
“똑똑한 분이니 괜찮을 겁니다.”
무너지듯 스러지는 엘로디를 보나파르트 부인이 붙들었다. 행복했던 별장은 순식간에 비통함에 젖어 들었다.
* * *
[야.]
“…….”
[노아라고 그랬나?]
“응.”
정신을 차려보니 노아는 모니와 함께 동굴 안에 있었다. 보나파르트 부인이 없어져서 모니를 담고 있던 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땅바닥에 떨어져 펄떡거리는 모니를 동굴 안에 고여있는 물속에 넣어주자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넌 왜 나랑 있고 싶어 하냐?]
“그냥.”
[너랑 나랑 만난 지 하루밖에 안 지났잖아.]
“그치만 우리 친구잖아.”
[뭐, 그렇다고 치자.]
어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친구라고 하며 같잖게 굴었다. 모니는 목적을 위해 노아를 구슬리기로 결정했다. 저놈은 제가 알던 평범한 애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친구면 계속 같이 있어야지.”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거야?]
“책에 쓰여있었어.”
요즘 동화책은 대체 어떤 놈이 쓰는 건지 모니는 반드시 알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친구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같이 있는 거라고 그랬어.”
[그래.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같이 있는 거지만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노아는 갑자기 입을 꼭 다물었다. 모니는 눈치를 보며 꼬리를 흔들면서 노아 가까이로 다가갔다.
[네가 기쁠 때나 슬플 때 돌아올게. 어때? 사나이끼리의 약속이다.]
“거짓말.”
[엥?]
“거짓말하지 마! 보나파르트 부인도 금방 돌아오겠다고 하고 다시는 안 왔단 말이야!”
[아까 그 할머니?]
“할머니 아니야!”
노아의 예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맨날 나만 두고 가고! 엄마도, 아빠도, 보나파르트 부인도, 나나랑 쥴리도 다 미워!”
[뭐야. 미운 사람이 왜 이렇게…….]
“으아아아앙!”
결국 서러움이 터졌는지 노아는 소리를 내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노아는 기억력이 좋았다. 비록 침대에 누워있을 때의 기억이었지만, 저를 보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울면 귀신같이 나타나서 저를 안고 달래주던 사람들 중에 제일 좋은 것은 엄마, 아빠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엄마도 아빠도 자주 오지 않았다.
한참을 울고 있으면 나타나는 보나파르트 부인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노아가 웃으면 부인도 좋아해서 자주 웃었다.
하지만 어느 날, 부인이 인사하고 떠난 뒤로는 아무리 울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으로 겪은 이별은 노아에게 큰 상처였다. 그러고 나서 나나도 쥴리도 떠나고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만 주변을 맴돌았다.
그 뒤로부터 노아는 제 주변 사람들이 바뀌는 걸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오지 않으면 하루 종일 울어댔다. 그러면 결국 다음 날 만날 수 있었다.
노아는 모니가 마음에 들었다.
“바다로 가면 다시는 안 올 거잖아!”
[뭐, 자주 만나기는 힘들 수도 있지.]
“그러니까 우리 집으로 히끅, 가면 되잖아.”
[나도 날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데?]
“흑, 그럼 다 같이 우리 집에서 살면 안 돼?”
모니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우리 가족이 얼마나 큰데! 야, 너 나 작다고 무시하냐? 지금이야 작아 보이지만 사실은 말이야, 어!]
“나랑 같이 가면 맛있는 거도 주고, 갖고 싶은 거도 다 줄게!”
[그럼 네가 우리 집으로 갈래?]
“어?”
노아는 눈을 깜빡거렸다. 모니의 집에 가는 것은 기뻤다. 하지만…….
“엄마랑 아빠는?”
[원하면 같이 가자.]
“그럼 나나랑 쥴리도? 보나파르트 부인도?”
[그 정도는 괜찮아.]
“아! 그럼 가스파르 삼촌이랑 또… 패트리샤 이모랑… 또또.”
[그렇게 많이는 안 돼.]
모니는 냉정하게 말을 잘랐다. 노아의 얼굴은 다시 울상이 되었다.
“힝…….”
[거봐, 지금 네가 말하는 건 내가 말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그치만, 그치만.”
[야. 잠깐만.]
모니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 분명 아까까진 몸을 한참 들어 올려야 노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밀물 때구나!]
“그게 뭐야?”
모니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벌써 물이 빠르게 밀려 들어와 노아의 무릎까지 차올랐다.
[이리 와.]
모니는 이제 웅덩이가 아닌 바다의 일부가 된 물을 거슬러 노아의 근처로 갔다.
[내 근처에 바짝 붙어있어야 해.]
“응.”
노아는 점점 불어나는 물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눈을 꼭 감았다.
[눈 감고, 딱 10초만 숨을 참아. 알았지?]
모니는 노아를 데리고 입구 쪽으로 나아갔다. 어느 정도 나아가자 물이 가슴까지 차올랐다. 노아의 고운 눈에 눈물이 고였다.
“무섭단 말이야.”
[내가 있잖아. 걱정하지 마. 10초만 참고 날 꽉 붙잡고 있어.]
“너처럼 작은 물고기를 어떻게 잡아!”
바닷물은 노아와 모니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턱 끝까지 물이 차오르자 노아는 눈을 꼭 감았다.
[지금이야!]
모니의 말에 노아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10초가 얼마큼인지 몰라서 참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으로 참았다.
[이제 눈 뜨고 날 붙잡아.]
노아는 눈을 천천히 떴다. 참고 있던 숨이 터져 나왔다. 눈앞에는 조그마한 귀여운 물고기가 아닌 날렵한 은색의 몸통을 가진 돌고래가 있었다.
[빨리!]
더듬더듬 지느러미를 붙잡았다. 신기하게 숨이 막히거나 하지 않았다. 노아를 태운 모니는 쏜살같이 밖을 향해 헤엄쳐 나가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긴 동굴을 지나자, 태양 빛이 쏟아져 내리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모니는 등에 노아를 태우고 바다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우…우와!”
어느새 수많은 돌고래들이 노아와 모니의 주변에서 함께 뛰어오르고 있었다.
[집으로 갈 거지?]
“응.”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모니는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찾았어!”
땀으로 범벅이 된 아드리안이 1층으로 뛰어내려 왔다. 허겁지겁 지도를 들고 온 집사가 테이블 위에 그것을 펼쳤다.
“여기.”
아드리안이 가리킨 곳을 본 보나파르트 부인과 집사는 신음을 참았다.
“왜 그래요?”
“여긴… 깊은 동굴이 있는 곳입니다. 밀물 때는 물이 들어와서 잠기고, 썰물 때면 드러납니다.”
“지금 시간이?”
보나파르트 부인은 지역 신문을 급하게 뒤지기 시작했다.
“물이 들어올 때예요!”
“노아가 밖에 있길 바라는 수밖에.”
아드리안은 이를 악물었다. 엘로디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나도 갈래요.”
“혹시 노아가 다시 이리로 올 수 있으니까, 여기 있어.”
“하지만.”
“괜찮을 거야. 금방 갔다 올게.”
아드리안은 떨고 있는 엘로디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잘해줄 걸 그랬어요.”
“엘로디 님.”
“제가…제가 못나서, 맨날 화만 내고. 흐윽.”
보나파르트 부인은 하염없이 울고 있는 엘로디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황후 폐하! 나와보세요.”
하얗게 질린 기사가 응접실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밖에!”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엘로디가 먼저 뛰어나갔다. 늘 아담한 크기라고 생각했던 정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넓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정원의 끝, 모래사장으로 뛰어나왔다. 햇빛이 부서져 내려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수십 마리의 돌고래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잘 가. 다시 온다는 약속 잊지 말고.”
[안녕! 내년에 보자!]
노아가 손을 흔들었다. 발목까지 물이 차있는 곳이라 작은 물고기가 된 모니는 돌고래들 곁으로 가자 다시 순식간에 커졌다.
“안녕! 안녕, 모니!”
“노아, 노아.”
“엄마!”
엘로디는 저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노아를 보자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노아의 등을 내리쳤다.
“너! 너 엄마가 말 잘 들어야 한다고 했어, 안 했어?!”
“으…으아앙!”
노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아 큰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엘로디는 멈추지 않았다.
“어디서 울어! 누가 그런 짓 하래!”
“엘로디 님!”
보나파르트 부인이 놀라 달려 들어와 그녀를 말렸다. 긴장이 풀린 탓에 다리에 힘이 풀려 엘로디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엄마가, 엄마가 네가 잘못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엄마 미워! 맨날 나만 미워해!”
펑펑 우는 노아를 끌어안고 엘로디도 함께 울었다. 찾았다는 안도감과 말썽 부린 아이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 화를 낸 자신에 대한 혐오가 뒤엉켜서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뒤늦게 돌아온 아드리안이 엉엉 우는 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 * *
“잠들었어요.”
보나파르트 부인은 울다가 지쳐서 잠든 노아를 방에 내려다 두고 밖으로 나왔다. 창백한 표정의 엘로디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아드리안은 무어라 말도 하지 못한 채 옆에 앉아만 있었다.
“엘로디.”
“전, 자격이 없어요.”
한참 만에 꺼낸 말이었다. 엘로디는 제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당신도 알잖아요. 제가 노아를 얼마나 불편해했는지.”
보나파르트 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황성을 떠난 데에는 그 이유도 없지 않아 있었다.
“노아를 가졌을 때, 저도 모르게 알파이길 바랐어요.”
“엘로디.”
“혹시 아이가 베타로 태어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야 할지 뻔히 보여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깔린 카펫 위로 짙은 색의 자국이 몇 번이고 남겨졌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알파란 사실을 알고 나니 기뻐하는 제가 너무 혐오스러웠어요.”
“엘로디 님!”
아드리안은 손을 들어 보나파르트 부인을 제지하고, 자리에 서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던 그녀를 내보냈다. 방 안에 단둘이 남게 되자 아드리안이 엘로디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내가 미안해.”
“흐윽. 아드리안이 왜요.”
따뜻한 손이 엘로디의 볼에 닿았다.
“내 자리가 그대를 너무 버겁게 해서, 알고 있는데도 널 놓아줄 수 없어서.”
그의 손을 붙들고 볼을 비볐다. 다시 흐른 눈물이 손바닥 안쪽을 적셨다.
“노아는 좋은 아이야.”
“알아요.”
엘로디가 쓰러지듯이 아드리안의 품에 안겼다.
“우리가 잘할 수 있을 거야.”
아드리안은 엘로디가 제 손을 잡았던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황혼을 등지고,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처럼 보이던.
노아를 낳고 나서 엘로디는 벼랑 끝에 몰렸다.
막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보며 즐거워하다가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아드리안은 엘로디의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알아차리고 패트리샤를 불러 그녀를 돌보게 했었다.
“아드리안도 알잖아요. 전 노아가 무서울 때도 있었어요.”
어린시절 애론에게 당했던 폭력 때문인지, 단순한 알파나 오메가에 대한 공포인지는 패트리샤도 엘로디도 알지 못했다.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거부감을 갖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날도 많았다. 노아를 보나파르트 부인에게 맡기고 일부러 외면하는 날들도 있었다.
보나파르트 부인, 나나, 쥴리아가 그녀의 곁을 떠난 이유에 노아의 양육 문제가 있었다.
“자신이 없어요. 차라리 보나파르트 부인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 아이를.”
방문이 덜컹 열렸다. 엘로디는 말을 멈추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리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노아가 서있었다.
“노아.”
아드리안이 노아에게 다가가며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아이는 대답하지 않은 채 울고만 있었다.
“제가…제가 잘못했어요.”
노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작은 몸이 애처로울 정도로 흔들렸다.
“그러니까, 저 버리지 마요. 엄마.”
아이는 엄마에게 다가오지도 못하고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평소의 노아였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소리 지르고 울었을 것이다.
엘로디는 저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깨달았다.
심장이 짓뭉개지는 기분이었다.
“노아, 이리 오렴.”
천천히 다가와 엘로디 앞에 선 노아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엘로디가 자신을 밀어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엄마한테 더 가까이 와야지.”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었다. 손과 옷으로 하도 쓸어서 눈가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반짝거리는 은발, 눈물 때문에 아롱져 보이는 보라색 눈. 하얗고 말랑한 따뜻한 아이의 몸.
사랑스럽고 연약한 아이였다. 그 누구보다도 아드리안을 닮고, 자신을 닮은 아이.
엘로디는 앉은 채로 두 팔을 벌렸다.
“이리 와.”
머뭇거리며 다가온 노아의 손을 붙잡아 품에 끌어안았다. 아이의 냄새와 높은 체온이 이제야 제대로 느껴졌다. 보드라운 머리에 얼굴을 문질렀다.
“아까는 엄마가 미안해. 많이 아팠지.”
“으응.”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저으며 노아는 엘로디의 품에서 고개만 들어 올렸다.
“앞으로 말썽 안 부릴 테니까 딴 데로 보내지 마세요.”
붙잡아 오는 손길이 절박했다. 제 품을 파고드는 체온이 사랑스러웠다.
노아를 갖고 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노아.”
올려다보는 눈에 희미한 공포가 어려있었다. 엘로디는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아무 데도 안 보내.”
“진짜?”
“응. 진짜로.”
품에 꽉 쥐자 안도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아이에게 반하는 순간이 있다면, 엘로디는 그것이 지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숨죽여 울던 노아가 엘로디가 달래주기 시작하자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울지 마. 엄마가 잘못했어. 다시는 그런 말 안 할 테니까.”
아이가 제가 뱉어낸 말 때문에 울고 있었다. 엘로디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얼마나 모질게 대했는지 생각하자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노아. 엄마가 미안해.”
그녀의 사과를 기점으로 엘로디도 노아도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드리안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둘을 달랬다.
* * *
그날 이후로 엘로디와 노아는 아드리안이 질투할 정도로 붙어 다녔다.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지금까지 주지 못한 사랑을 퍼부어 주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던 노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밝아져 갔다.
엘로디는 지금까지 받았던 상처 때문에 혹시 노아에게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다. 보나파르트 부인은 어린아이의 치유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며 그녀를 위로했다.
며칠 뒤면 다시 황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엘로디는 늦은 밤 노아를 재우고 테라스로 나왔다. 유리 너머로 잔잔한 바다는 어둡고 깊었으나 달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한참 바다를 보던 엘로디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 일어났어요?”
“음. 뭘 보고 있어?”
잠에 취한 아드리안이 뒤에서부터 엘로디를 끌어안았다.
“바다요.”
“이 밤중에 왜?”
“그냥요. 이렇게 마음이 편한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요.”
그러고는 말이 없었다. 둘은 달빛에 흔들리며 부드럽게 빛나는 바다를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내려가서 볼래?”
“그럴까요?”
엘로디는 거절하지 않았다. 아드리안은 그녀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고 마법을 사용했다.
딱딱했던 대리석 바닥은 어느새 차갑게 식은 모래사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엘로디는 아드리안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해가 졌는데도 여전히 덥고 습했다. 엘로디는 아드리안의 손을 붙잡고 바닷물에 발을 적셨다. 발목에서 찰랑거리는 물이 간지러웠다.
“시원해요.”
“춥진 않고?”
“이렇게 더운걸요.”
별장 안은 마법으로 온도가 조절되어서 이렇게 더운 날씨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좀만 더 들어가 볼래?”
“위험하지 않을까요?”
“내가 있으니까.”
아드리안은 웃으며 엘로디를 안아 올렸다. 무릎까지 물이 올라오는 곳에 들어가서 그녀를 내려주었다.
“기분 좋아요.”
엘로디가 물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낮에도 바다에서 놀 걸 그랬다며 소리 내며 웃었다.
“내일 같이 놀면 되지.”
“네, 그래요.”
달빛 아래 요요히 웃는 남자는 아름다웠다. 그 고아한 얼굴은 행복에 흠뻑 젖어 기묘할 정도로 빛났다.
“나가요. 우리.”
손을 잡고 나온 둘은 모래사장에 앉아서 바다를 보았다.
“전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드리안의 손이 엘로디의 허리를 끌어 제 옆으로 붙였다. 엘로디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올렸다.
“제가 이상한 건 아닐지 걱정했어요.”
파도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어제 노아가 우는데.”
아이가 우는 모습은 수도 없이 보아왔었다. 그러나 저를 버리지 말아달라며 매달리는 아이를 보는 순간 심장이 조각나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마음이 아팠어요.”
노아에게 했던 생각들, 꺼려하던 행동이 언제고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심어주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가 안타깝고, 떨어지는 눈물이 애처로웠다.
“노아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울지도 말고, 늘 좋은 일만 있었으면. 그리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주고 싶어요.”
멍하니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자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좀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잘할 거야. 그대도, 나도.”
엘로디는 고개를 들어 저를 응시하는 아드리안을 올려다보았다.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엘로디는 말없이 제 곁에서 노아에게 마음을 열기를 기다려준 그가 고마웠다.
단 한 번도 엘로디에게 화를 내거나 몰아붙이지 않았다.
“기다리다니. 노아를 사랑하는 것뿐이야.”
그가 웃었다. 엘로디는 제 생에 가장 잘한 일이 아드리안을 놓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은 오로지 자신만을 향한 사랑으로 물들었다.
엘로디는 그의 머리에서 귀, 뺨을 지나 입술 위에 손을 올렸다. 반짝거리는 부드러운 입술 위를 핥았다.
둘은 서로를 붙들고 깊이 파고들었다.
* * *
물소리에 노아가 깰까 걱정 되어 대욕탕으로 이동했다.
이곳에 있는 내내 엘로디가 가장 좋아하던 곳이기도 했다. 온천수가 나오는 대욕탕은 한쪽 벽면에 거대한 유리가 있었고 바다가 정면으로 보였다.
아드리안은 엘로디의 잠옷을 위로 잡아 올려 손쉽게 벗겨냈다.
“으앗, 제가 할게요.”
“내가 할게.”
웃으며 그녀의 속옷까지 모두 벗겨낸 아드리안은 제 옷도 빠르게 벗어 던지고 엘로디를 안아 들었다.
“아드리안!”
“움직이지 말고, 목 꽉 잡아.”
엘로디가 혹시나 떨어지지 않게 단단하게 붙들고 욕탕으로 들어갔다. 찰랑거리며 가득 채우고 있던 물이 소리와 함께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읏.”
너무 오랫동안 물에서 논 탓에 차가워진 발끝이 따뜻한 물에 들어가자 저릿했다. 엘로디가 얼굴을 찡그리자 아드리안이 발을 쥐고 가볍게 주물러 주었다.
“아파?”
“아뇨. 아픈 거 아니니까, 아.”
부드럽게 문질러주던 손에 다른 의도가 담겼다. 천천히 발바닥부터 종아리를 주무르고 뽀얀 허벅지 안쪽을 눌렀다.
“하읏.”
아드리안은 얼굴과 몸이 붉게 달아오른 엘로디의 입술을 깨물었다. 벌어진 틈을 파고든 혀가 입 안을 훑고 문질러왔다. 닿아오는 곳마다 열기가 번진다.
엘로디는 손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드리안은 그녀의 두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자리 잡았다. 물이 부딪치는 소리에 둘의 혀가 얽히는 소리가 가려졌다.
아드리안은 양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가볍게 붙잡았다. 커다란 가슴에 손가락이 묻혔다. 손바닥 전체로 부드럽게 젖가슴 전체를 문질렀다.
“흐읏.”
입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드리안은 손가락 사이에 유두를 끼고 굴렸다. 엘로디는 허리를 흔들며 그에게 가까이 달라붙었다.
다리가 더 벌어졌다.
허벅지 안쪽에 딱딱한 성기의 끝이 부딪혔다. 그를 붙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몸에 힘 빼야지.”
아드리안의 입술이 목을 타고 내려왔다. 목과 어깨에 수많은 자국을 남기며 밑으로 떨어졌다. 쇄골 근처에 하얗게 굳어진 자국을 혀끝으로 더듬었다. 한 손으로 다리 하나를 붙잡았다. 다른 손으로는 음부를 문지르고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하아. 아드리안 빨리…….”
아드리안의 손끝이 주변만 맴돌자 엘로디는 갈증을 느꼈다. 그의 눈이 장난기로 반짝거렸다.
“어떻게 해줘?”
저렇게 물으면 꼭 원하는 대답을 얻을 때까지 밀어붙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끄러움에 몸을 틀자 그의 손이 쉽게 떨어져 나갔다.
“흐응, 아드리안. 제발.”
“응?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해주지.”
혀가 귀의 바깥쪽을 핥았다. 이로 귓불을 살짝 물자 엘로디의 몸이 흔들렸다.
가슴을 쥐고 있던 손이 유두를 긁어 내렸다.
“만져, 아앙, 줘요.”
엘로디의 애원에 아드리안이 부어오른 음핵을 손가락 끝으로 건드렸다. 아래에서 무언가 울컥 쏟아지는 느낌에 몸이 떨렸다. 천천히 엄지로 음핵을 짓누르며 다른 손가락으로 질구 밖을 문질렀다.
“하, 아읏. 아드리안. 더.”
그녀의 말에 손가락 하나가 몸 안을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음핵을 꾸욱 눌렀다. 엘로디는 그의 어깨에 손톱을 세우고 쾌락에 젖어 들었다.
“하윽. 아. 더, 더 아아… 빨리.”
느긋하게 제 속을 탐색하는 손길에 엘로디는 애가 달았다.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는 몸은 정직하게 더한 쾌락을 원했다.
허리가 저절로 흔들렸다. 손가락이 하나 더 그 옆을 파고들었다. 제 손가락을 아래에 넣고 흔들리는 엘로디의 모습은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아드리안은 쾌락에 눈물을 그렁거리며 몸을 부딪쳐 오는 엘로디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내부의 성감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가볍게 문지르다가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짓쳐 올렸다. 아드리안은 엘로디를 빠르게 끝으로 몰고 갔다. 들어 올려진 다리가 쾌락에 바르르 떨렸다. 붉어진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손 전체로 문지르고 있던 가슴을 꽉 쥐면서 엄지손톱으로 음핵을 긁고 짓눌렀다.
“아, 하읏… 아드리안, 나 갈 것… 아앙!”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머리끝까지 다다르는 오르가슴에 머릿속도, 눈앞도 완전히 하얗게 변했다.
그는 경련을 일으키며 꽉꽉 물어오는 내부에서 손가락을 뽑아냈다. 아드리안은 엘로디를 일으켜 벽을 붙들게 했다. 뒤로 내민 엉덩이를 붙들고 음부를 손가락으로 열었다. 검붉은 속살이 다음을 기대하듯 뻐끔거렸다.
아드리안은 아플 정도로 발기한 성기의 끝을 그 입구에 맞추었다. 천천히 몸이 벌어지고 단단한 페니스가 파고들기 시작했다.
“읏! 아…아아.”
엘로디의 몸이 뒤로 꺾여 들어갔다. 아드리안은 엉덩이를 꽉 쥐고 끝까지 밀어 넣었다.
숨을 쉬기 위해 헉헉거리며 입이 벌어졌다. 한계까지 벌어진 다리 안쪽이 당겨왔다.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아드리안은 엘로디가 익숙해지기를 기다렸다. 숨이 고르게 변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기 시작했다.
“아, 아아!”
그의 몸이 내리꽂힐 때 내부가 요동쳤다. 성기로 질 안쪽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그의 입술이 어깨와 등을 훑었다.
엘로디는 궁지에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드리안이 뒤로 자꾸만 도망가려는 엉덩이를 꽉 쥐었다.
우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은 이제 거의 붉은색에 가까웠다. 마치 꽃잎처럼 보였다.
쾌락의 끝에 다다른 그녀가 그의 어깨를 물며 몸을 떨었다. 잘라먹을 것처럼 조여오는 내부에 아드리안은 참았던 정액을 전부 쏟아부었다.
엘로디는 고개를 돌려 다시 아드리안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아드리안은 웃으며 그녀의 몸과 함께 물 밖으로 나왔다. 씻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비어있는 손님방으로 가자.”
아드리안은 엘로디의 몸에 수건을 둘러주었다. 제 몸의 물기마저 닦아낸 뒤 몽롱한 그녀를 끌어안고 공간을 뛰어넘었다.
* * *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산책을 나갔다. 이곳에 온 뒤로 매일 아침 셋이서 산책을 나가는 것은 일과가 되었다. 노아가 알펜시아로 돌아가서 하고 싶다는 것을 들어주던 엘로디와 아드리안은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서 보나파르트 부인이 뛰어왔다. 드물게 당황한 모습에 아드리안이 가까이 다가갔다.
“폐하, 이자벨 님께서 오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이자벨은 그 사건 이후 공식 석상은 물론이고 그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아를 낳았을 때도 나타나지 않았던 그녀가 연락도 없이 나타난 것이다.
“먼저 가세요. 노아랑 같이 들어갈게요.”
“천천히 들어와. 보나파르트 부인, 엘로디와 함께 오게.”
말을 마친 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드리안이 응접실에 들어가자 긴 은발을 느슨하게 묶은 여인이 일어섰다.
마지막으로 보고 나서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아드리안은 그녀를 부르는 것조차 어색했다.
“어머니.”
“오랜만이구나.”
마치 아침 인사를 받는 듯한 표정의 그녀는 과거보다 지쳐 보였다. 아드리안은 오래 전 엘로디가 그녀를 두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네 아내는?”
“곧 올 겁니다.”
“그래.”
아드리안의 권유에 자리에 앉은 이자벨은 집사가 가져다준 차를 들었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냥. 궁금해서 와봤단다. 오늘이 아니면 영원히 보지 못할 수도 있고.”
“누구를요?”
이자벨의 푸른 눈이 흔들렸다.
“너희 모두.”
“그렇게 살가운 성격도 아니시면서 무리하지 마세요.”
이자벨은 딱딱한 아드리안의 말에 얼굴을 구겼다. 아드리안은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짓밟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자신과 엘로디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제 와서 관심 갖는 게 불편하다는 거니?”
“솔직히 말씀드리길 원하십니까?”
“엘로디를 보러 온 것이니 그렇게 신경 쓰지 말거라.”
이자벨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작은 아이가 달려들어 와 아드리안에게 안겼다.
“아빠!”
뒤따라 들어온 엘로디가 이자벨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인사를 받으면서도 이자벨의 눈은 노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작고 귀여운 아이가 끊임없이 조잘거리며 칭얼거렸다. 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린 엘로디가 노아를 불렀다.
“노아, 할머니께 인사드려야지.”
“우웅……. 안녕하세요.”
웅얼거리며 인사하는 아이를 보며 이자벨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아드리안이 어렸을 때랑 정말 똑같구나.”
어린시절 제 곁을 빙글빙글 맴돌던 아이가 이제는 제국의 황제가 되어있었다. 이자벨은 자신의 사랑과 욕망에 눈이 멀어 아드리안과의 관계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아드리안의 품에 찰싹 붙어 커다란 눈만 굴리는 노아의 모습을 보고 이자벨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와서는 다 소용없는 이야기였다.
“잠깐 엘로디와 단둘이 이야기 하고 싶은데.”
대번에 표정이 굳어버리는 아드리안을 보며 이자벨은 어깨를 으쓱였다.
“싫다면 어쩔 수 없고.”
“아니요. 괜찮아요. 아드리안, 잠깐 자리 좀 비켜줄래요?”
마뜩치 않아 보이는 표정으로 그가 노아를 안아 들고 나가자 응접실 내부엔 어색한 공기만이 남았다.
이자벨과 엘로디가 마주한 시간은 길지 않았고 그중 대부분은 이자벨이 엘로디를 괴롭힌 시간들이었다. 이자벨은 엘로디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향기는 그녀의 신체 변화를 말하는 것 같았다.
“노아가 잘 컸구나.”
“아드리안이 잘 돌봐주어서요.”
이자벨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드리안이 자신과 브느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정하고 상냥한 것은 알고 있었다. 이자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
“하지만 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행동했겠지.”
어딘지 모르게 공허한 울림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을지라도, 설령 이 미래를 알았더라도.”
계획이 망가지고 나서 평생의 숙원이 허물어졌다. 브느와의 품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아마 죽을 때까지 그에게 매여 살게 될 것이다.
“상관없어요. 제가 원하던 것은 모두 얻었으니까. 이제 와서 과거를 원망할 마음도 없어요.”
“그래. 그렇구나.”
이자벨은 엘로디를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사고의 흐름도 행동의 방향도 모두 예측하기 어려웠다.
“내년에 또 찾아올게요. 노아랑 만나보시겠어요?”
“그래.”
아드리안과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엘로디는 그가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저렇게 모진 말을 하고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사람이란 걸 이제는 알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이제 그만 가봐야겠구나. 시간이 다 되어서.”
“아, 올라가기 전에 한 번 더 뵐 수 있을까요?”
이자벨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생활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축하한다.”
“네?”
이자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왕이면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구나.”
“아.”
엘로디는 저도 모르게 배를 붙잡았다.
* * *
깊은 밤, 아드리안은 익숙한 마력의 비틀림에 눈을 떴다. 그는 곤히 잠든 엘로디와 노아를 확인하고 마법으로 밖에 나왔다.
“오랜만이구나.”
“아버지.”
아드리안은 여전히 강인해 보이는 선황의 모습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자마자 한숨이라니.”
“여기까지 불러놓으시고,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셨으니 그러는 것 아닙니까.”
브느와는 웃으며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내던졌다. 철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검을 본 아드리안이 얼굴을 구겼다.
“어머니는 어쩐 일로 내보내셨습니까.”
“여러 가지 사정이란 게 있어서.”
“아버지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자벨이 벌인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으나 번져나가는 소문은 막을 수 없었다. 몇몇 귀족과 엘리트들은 아드리안에게 이자벨의 구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황제였던 브느와가 황실의 직위를 내려놓기 전, 그녀에 대한 모든 자료를 파기한 덕에 그럴 구실이 사라졌었다.
“황궁에 다시는 안 오실 겁니까?”
“어쩐 일로 네가 우리가 오길 기다리는구나.”
아드리안은 낮에 이자벨에게 했던 말을 후회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도, 어떠한 설명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에도 화가 났었다.
그러나 그녀가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만난다면,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 달쯤이면 한 번 갈 거다.”
“왜 마음을 바꾸셨나요?”
아드리안은 브느와의 비정상적인 집착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것이 제 어머니를 어떻게 옭아맸는지도.
“그녀가 어머니 역할을 원했으니까.”
그것이 끝이었다. 브느와는 아드리안에게 작은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노아에게 주거라.”
“직접 전해주시는 건 생각해 보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전해주면 조금 복잡해지거든. 이것 때문에 너희를 부른 것이니 걱정 말고.”
푸른색 보석이 박힌 투박한 펜던트가 흔들렸다. 가늘게 눈을 뜬 채로 그것을 보던 아드리안은 정체를 알아차리고 브느와를 보았다.
“설마, 노아가 요정을 만날 걸 알고 부르신 겁니까?”
브느와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아드리안은 초조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요정의 약속으로 이루어진 보석은 일종의 맹약이었다.
아드리안은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모두 예정되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노아에게도 친구가 필요하겠지.”
“그렇다고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두시다니요.”
“나도 일이 그렇게 튀어버릴지는 몰랐다.”
그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아드리안을 보며 웃음을 감추기 위해 입을 가렸다.
“너와 엘로디의 아이 말이야. 정말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궁금했는데.”
브느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활짝 웃고 있는 모습에 아드리안은 기괴한 감정을 느꼈다.
“노아는 정말 대단한 아이가 될 거다. 운명을 바꿀 힘을 갖고 있는, 우리 가문에서 가장 완벽하고 위대한 황제가 될 거야.”
아드리안은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걱정 말거라. 분명 잘할 것이니.”
구름에 가려졌던 달이 두 부자를 비추었다. 아드리안도 브느와도 말이 없었다.
* * *
바닷가의 하얀 천막 아래에 가족이 모였다. 오전부터 바다에서 실컷 놀던 노아는 점심을 먹고 잠이 들었다.
아드리안은 누워서 책을 보다가 엘로디의 무릎을 벤 채 졸고 있는 노아를 보며 웃었다.
“내가 원하던 건데 질투가 나는걸.”
아드리안의 말에 엘로디가 웃었다.
“그래요?”
“둘이 사이가 좋아지기를 원해서 온 거긴 해.”
엘로디는 제 무릎을 베고 잠이 든 노아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부드럽게 쓸려 내려가는 손길에 따라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아드리안.”
“음?”
“내년에 또 와요.”
남자의 손이 엘로디의 허리를 붙들었다. 그의 따뜻한 온기가 좋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아드리안의 옆으로 바싹 붙었다.
“넷이서요.”
놀란 눈이 엘로디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색채의 눈이 눈물에 흔들렸다.
“하, 그래. 그러자.”
뜨겁고 커다란 손이 엘로디의 등을 꽉 끌어안았다. 자잘한 물이 부서지는 소리와 발끝에 내려앉은 빛의 온도, 기대오는 사랑하는 사람의 숨결까지.
둘은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전 완결
BL소설에서 베타로 살아남기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