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15)
  • 프롤로그

    엘로디는 엉망진창이 된 결혼식장의 버진 로드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고 떨고 있었다.

    깔끔하게 올려져 있던 적갈색의 머리카락은 다 풀려서 엉망진창으로 흘러내려 있었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드레스는 여기저기 구겨지고 찢어져 있었다.

    억지로 끌려와 무릎이 꿇려서 시큰거렸지만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엘로디는 공포에 질려있었다. 죽을 수도 있다, 가문이 멸문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머릿속에 꽉 차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은 채 울고 있는 어머니의 등과 아무 말도 못 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것이 꿈이 아니고 현실임을 자각시켜 주고 있었다.

    오빠인 애론이 가족을 배신하고, 황태자를 버린 채 결혼식장에서 도망갔다.

    그것도 엘로디의 약혼자인 리암과 함께 말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나바르 후작 일가가 현실로 받아들이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기묘한 침묵이 지속되었다.

    엘로디는 애론과 약혼자였던 리암을 저주했다.

    그러나 속으로만 알파건 오메가건, 세상에서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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