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 (187)화 (187/190)

187화

[EX급으로 승격합니다.]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합니다.!!]

[잠시 뒤, 탑 100층으로 이동합니다. 남은 시간 : 3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탑 100층으로 이동한다니?’

탑 46층에서 정우의 포털이 나타나길래 운수의 각인을 사용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우의 포털이 검게 물들더니 순식간에 탑 46층을 집어삼켰다.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아무래도 버그 성좌가 계획을 눈치챈 것 같다”며 경계합니다.]

[탑 100층으로 이동합니다.]

[온천 사장이 탑 100층에 입성합니다.]

해령의 추측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요란한 문구와 함께 암흑으로 인해 시야가 어두워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내 앞에는 족쇄를 찬 백발의 베카가 초점이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탑 100층 최종 보스 ‘마탑주 베카(???)’가 나타납니다.]

“베카……!”

잠시 잊고 있었다.

마탑의 꼭대기는 100층, 베카는 그곳의 최종 보스라는 사실을.

‘아직 베카는 해방 전이라 여전히 마탑주잖아.’

즉 탑 100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베카를 죽여야 한다는 말이다.

‘버그 성좌가 노린 게 이거였나?’

악랄하기 짝이 없는 의도가 너무 훤히 보여서 이가 바드득 갈렸다.

[‘마탑주 베카’가 사신의 낫으로 붉은 벼락을 일으킵니다.]

“각인!”

혼란스러운 중에 베카가 나에게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족쇄에서 버그 성좌의 근원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사악한 힘이 느껴져.’

족쇄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베카의 이성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해령의 각인을 사용하며 아슬아슬하게 베카의 붉은 벼락을 피했다.

벼락이 지나간 자리의 바닥이 움푹 파여 있었다.

‘46층 베카의 힘과는 차원이 달라.’

벼락의 사정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붉은 벼락 한 번에 바닥이 성한 곳이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입이 바짝 말랐다.

[‘성좌 버그010023!@#$’ : 박수온, 뭘 고민하는 거냐?]

그때, 성좌 버그의 깨진 시스템창이 눈앞에 떠오르며 괴기스러운 기계음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성좌 버그010023!@#$’ : 네게 베카의 심장이 있지 않으냐? 그 심장만 부수면 베카는 죽게 될 텐데 말이다.]

‘내가 베카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구나.’

그래서 이런 일을 벌인 거였어?

내 손으로 베카를 죽이게 하려고?

“개소리하지 마. 버그 자식아! 네가 원하는 대로 되게 두지는 않을 거니까.”

나는 어디에선가 보고 있을 버그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인 뒤, 이성을 잃은 베카에게 시선을 던졌다.

“정신 차려! 베카! 버그 성좌 따위에게 지배당하지 마. 자존심 상하잖아!”

내 외침이 들리지 않는지 베카는 붉은 낫을 다시 한번 들어 올렸다.

‘잠깐, 그러고 보니까 전에도 탑에서 베카가 이성을 잃은 적이 있었지?’

그때를 떠올린 나는 인벤토리창에서 온천표 때수건을 꺼내 들었다.

[‘성좌 버그010023!@#$’ : 때수건? 그걸로 뭘 어쩌려고…….]

[‘히든 스킬 ‘온천의 세신사는 나야 나!☆’를 사용합니다.]

황당해하는 버그를 뒤로하고 나는 탄력 좋은 때수건을 길게 늘어뜨려 베카의 낫을 감았다.

[세신사의 손기술과 ‘온천표 초록색 때수건(EX)’의 탄력에 의해 ‘탑의 주인’의 낫이 묶입니다.]

[‘성좌 버그010023!@#$’ : 아니, 뭐 저런 스킬이 다 있어?]

난 베카의 손을 묶은 뒤, 빠르게 그에게 다가서며 주먹을 쥐었다.

‘미안하다. 베카야. 네 정신을 들게 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어!’

나는 주먹으로 사정없이 베카의 뺨을 후려쳤다.

[히든 스킬 ‘온천 사장표 사랑의 매’의 효과로 온천 사장의 매를 맞은 순간, 일시적으로 이성을 되찾습니다.]

‘됐다! 먹혔어!’

내 주먹에 맞은 베카는 정신이 돌아온 듯 나를 또렷한 눈동자로 바라봤다.

“베카, 정신이 들었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성좌 버그010023!@#$’ : 소, 소용없다! 베카가 이성을 되찾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성좌 버그010023!@#$’ : 마탑의 족쇄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한, 베카는 이곳의 최종 보스. 그가 죽지 않으면 네가 죽을 때까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똑같다.]

“그렇군, 이곳은 탑 100층인 건가?”

베카의 눈동자가 뭔가를 읽어내렸다.

그에게도 버그 성좌의 시스템창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잘된 일이다.”

손에 쥐고 있던 낫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베카가 수온의 손을 잡아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박수온, 내 심장을 부숴라.”

“베카, 그게 무슨 소리야? 네 심장을 부수라니! 그러면 네가……!”

“죽기 직전, 내가 마지막 마나를 쏟아내서 이곳에 온 것은 초성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됐지.”

베카가 슬픔에 젖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는 전생의 초성이 아니라는 것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듯 베카가 살며시 눈을 내리감았다.

“초성을 만날 수 없다면 나 또한 이곳에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네가…….”

조용히 베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반대편 뺨을 다시 후려쳤다.

“진짜 못 들어주겠네. 네 말대로 전생의 난 여기에 없어. 그럼 나는?”

나는 베카의 멱살을 붙잡으며 내 얼굴을 들이밀었다.

“지금의 나는 너한테 아무것도 아니었어? 전생에 내가 베카를 얼마나 아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나에게도 베카는 소중해. 베카는 아니었던 거야?”

“그건……!”

[히든 스킬 ‘온천 사장표 사랑의 매’의 효과로 온천 사장의 매를 맞은 순간, 박수온과의 추억이 스쳐 지나가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대답해. 맞아? 아니야?”

“중요한 걸 잊고 있었군. 내가 기억을 잃고 있었을 때, 내게 가장 소중했던 존재가 너였다는 것을.”

‘정말 기억을 찾기 전이나 지금이나 손이 많이 간다니까.’

베카는 이제야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은 것이 미안한지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럼 지금부터 입 다물고 가만히 보고 있어. 넌 내가 살려.”

‘탑을 통째로 박살 내서라도 베카를 살려서 나간다.’

다짐하는 순간, 내 몸에 새겨져 있는 각인들이 동시에 나타나더니 네 가지 색의 마나가 온몸을 휘감고 돌았다.

[각인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태초의 힘이 필요합니다. 태초의 신의 힘을 되찾으시겠습니까? 수락 / 거절]

[단, 태초의 힘을 깨움과 동시에 전생의 기억을 되찾습니다.]

‘태초의 힘을 되찾을 수 있다고? 그 말은…….’

그 순간, 염라가 내게 태초의 신이 사용했던 단검을 인연의 징표로 줬던 것을 떠올렸다.

‘내가 태초의 신이었어?’

새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서 이곳을 탈출하는 게 먼저였다.

“수락!”

[태초의 신의 힘이 되찾습니다.]

[전생의 기억이 흘러들어옵니다.]

“윽…….”

발가락에서 손가락 끝까지 치솟아 오르는 강력한 마나와 동시에 한꺼번에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무수한 기억들에 순간적으로 멀미가 난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끓어오르는 마나의 활력에 나는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몸 밖으로 뿜어냈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내 주변을 보호막처럼 휘감았다.

[‘온천 사장’이 헌터 최초로 EX급으로 승격합니다.]

나를 감싸는 마나의 소용돌이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날뛰었다.

‘그리운 감각이다. 그래, 이게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힘. 돌아와라. 나에게로.’

눈을 감은 난 내 본연의 힘을 되찾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성좌 ‘온천의 지배자’의 마나가 태초의 힘에 동요합니다.]

[성좌 ‘저승의 염라’의 마나가 태초의 힘에 동요합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의 마나가 태초의 힘에 동요합니다.]

[성좌 ‘불사의 살인귀’의 마나가 태초의 힘에 동요합니다.]

[‘탑의 주인’의 마나가 태초의 힘에 동요합니다.]

[‘태초의 신의 지팡이’가 깨어납니다.]

내가 되찾은 힘과 성좌들의 각인에서 쏟아져 나온 힘이 서로 뒤엉켜 지팡이의 형태를 만들었다.

얼음으로 된 봉에 황금색 꽃과 푸른색 용, 흑색의 검, 보랏빛의 나비, 붉은색 장미가 장식된 지팡이였다.

[‘성좌 버그010023!@#$’ : 아니, 저 지팡이는……! 과거에 분명히 사라졌을 텐데!]

내가 태초의 힘을 되찾을 것까지는 예측하지 못한 듯 버그 성좌가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직접 보지 않아도 눈에 선했다.

내가 망설임 없이 지팡이를 손에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지팡이에서 성스러운 빛과 함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태초의 신의 지팡이로 ‘마탑주 베카(???)’를 해방하시겠습니까? 수락 /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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