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 (157)화 (157/190)

157화

데리러 왔다

“엄마……?”

거세게 휘몰아치던 소용돌이가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때, 엄마의 뒤쪽에서 또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이것 봐. 수온이가 나를 닮아서 헌터의 자질이 어마어마하잖아.”

엄마가 뭐라고 하든 나를 자랑스러워하며 덩달아 어깨를 으쓱거리는 사람은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아빠가 맞았다.

“참나, 뭐라는 거야? 외모만 봐도 날 더 닮았잖아? 솔직히 수온이는 젊은 시절의 나라고 봐도 무방하지.”

“하긴 폭주할 때 아무도 못 말릴 정도로 사나워지는 건 널 닮긴 했더라.”

“야, 박대한!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여기서 두 번 죽고 싶은가 보지?”

서로 내가 누굴 닮았냐를 두고 입씨름하던 엄마가 험악한 얼굴로 아빠의 멱살을 잡아 들었다.

그러자 아빠가 곧장 온순한 양이 되어 순순히 두 손을 들었다.

“아니요. 죽는 건 한 번으로 족합니다. 김영예 여사님.”

‘이상하다. 분명히 부모님은 영혼 상태라고 들었는데……?’

그런데 내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두 분의 모습은 살아 있는 사람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내가 각인했기 때문에 그대가 다시 보길 원하던 부모님의 영혼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각인 때문에 영혼이 보이는 거라면 박시우는 부모님을 볼 수 없는 거야?’

[성좌 ‘저승의 염라’가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답합니다.]

“야, 박돈돈! 괜찮은 거 맞냐?”

염라의 말대로 영혼이 보이지 않는 건지 박시우는 부모님이 있는 곳을 지나쳐서 나에게로 달려왔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 볼 수 없다니……. 그건 너무하잖아.’

“박시우, 지금 여기에 부모님의 영혼이 와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아빠가 어디 있다고?”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은 듯 박시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잠시 부모님이 있는 방향에도 시선이 향했지만 곧장 고개를 돌리는 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눈치였다.

“저기 덕택이가 있는 곳에……. 엄마, 아빠가 있다고!”

답답한 마음에 손가락 끝으로 부모님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눈물까지 머금고 소리치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박시우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점차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물었다.

“……너, 설마 영혼을 볼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거야?”

처음에는 당황하던 박시우도 내 말을 믿는 눈치였다.

“응.”

눈물이 맺힌 채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던 박시우가 고개를 떨궜다.

“그렇구나. 결국에는 두 분 다…….”

박시우도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건지 주먹을 쥐며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가 슬픔에 젖어 있었다.

“……어디에 계신다고 했지? 우리 엄마, 아빠.”

나는 직접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다가가 서서 박시우를 돌아봤다.

“여기에.”

내 앞에서는 좀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박시우는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부모님이 계신 곳을 바라보고 섰다.

“아빠, 엄마. 시우 왔어요. 저 많이 컸죠?”

박시우의 초점이 미세하게 부모님과 빗나가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많이 컸네. 우리 시우.”

“아주 늠름해졌어.”

엄마는 박시우를 향해 어린 시절 그때처럼 환하게 웃어주셨다.

아빠는 어느새 자신보다 덩치가 커진 박시우의 어깨를 다독이며 대견해하셨다.

그 미소나 손길이 박시우에게 전해지지는 못했지만.

그게 너무 슬퍼서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성좌 ‘저승의 염라’가 “저승의 눈 3단계 스킬을 개방해라, 그게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영혼을 일정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줄 수 있다”고 은근슬쩍 정보를 흘립니다.]

‘……알려줘서 고마워, 염라.’

“저승의 눈 정보.”

나는 곧장 저승의 눈의 정보창을 열었다.

[저승의 눈 3단계 스킬 개방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아, 그러고 보니 스킬을 개방하려면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지?

저승의 눈은 2단계 스킬 개방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모님의 영혼이 저승에 가기까지는 고작 하루도 안 남았다. 그렇지만…….

‘수락.’

난 망설이지 않고 퀘스트를 수락했다.

아무리 3단계 스킬이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라도 개방 퀘스트를 시간 안에 수행하기 불가능했다면 염라가 내게 이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겠지.

나는 염라를 믿어보기로 했다.

[3단계 스킬 개방 퀘스트 : 저승사자 체험하기]

[죽음의 장소에서 영혼 수거하기 (0/1)]

‘죽음의 장소에서 영혼 수거하기라면…….’

난 던전 브레이크에서 엄마와 아빠의 영혼을 구해낸 것을 생각해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영혼은 일찍이 구해냈으니 손을 대기만 하면 카운팅이 가능하다”고 알려주다 강림차사에게 잔소리를 듣습니다.]

‘믿고 있었어! 염라!’

역시 염라는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박시우, 내가 너도 엄마, 아빠 볼 수 있게 해줄게!”

“그게……. 가능해?”

“엄마, 아빠! 잠시만!”

나는 얼떨떨해하는 박시우에게 대답하는 대신 보고 싶었던 부모님을 품에 힘껏 안았다.

[3단계 스킬 개방 퀘스트 : 저승사자 체험하기]

[죽음의 장소에서 영혼 수거하기 (2/1)]

[3단계 스킬 개방 퀘스트를 완료합니다.]

[3단계 스킬 ‘영혼의 눈’이 개방됩니다.]

동시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창과 함께 저승의 눈 3단계 스킬이 개방됐다.

“영혼의 눈!”

나는 부모님의 품에 안긴 채로 스킬을 사용했다.

[‘영혼의 눈’을 적용할 대상과 시간을 정해주십시오. (동명이인이 있을 시 가장 가까운 대상에게 스킬이 적용되며 최대 적용 시간은 24시간입니다.)]

“박시우! 24시간!”

[박시우에게 ‘영혼의 눈’이 적용됩니다.]

“영혼의 눈? 이게 뭐야?”

내가 적용 대상을 설정하자마자 박시우가 내게 영혼의 눈에 대해 물어왔다.

“그걸 사용하면 부모님을 볼 수 있어.”

나를 바라보고 있던 박시우가 내 손길이 향했던 곳을 다시 돌아봤다.

“엄마……. 아빠?”

영혼의 눈이 적용된 건지 어긋나 있던 박시우의 초점이 정확히 부모님에게 향해 있었다.

“시우야, 보고 싶었다.”

“아빠!”

아빠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시우의 뺨을 타고 눈물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고 싶었어요. 할 수만 있다면 꼭 다시 만나서 이렇게 안아보고 싶었어요……. 동생들이랑 저 씩씩하게 잘 이겨나가고 있다고. 그러니까…….”

박시우는 숨이 넘어갈 듯이 꺽꺽대며 오랫동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수없이 되새기던 말을 꺼냈다.

“어디서든 편안하게 행복하게 지내시라고. 정말 제가 엄청 많이 사랑한다고요.”

조금 놀랐다.

부모님이 실종된 이후로 박시우가 이렇게까지 우는 걸 본 적은 없었는데…….

“박시우, 왜 네가 먼저 말해! 나도 사랑해요. 진짜 많이 보고 싶었어…….”

커다란 덩치로 어린아이처럼 우는 박시우를 보고 있으니까 나도 울음을 참기 힘들어져서 모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부모님은 아무 말 없이 나와 박시우의 눈물이 그칠 때까지 품에 안고 다독여주셨다.

“근데 지호는 어디에 있니?”

한참을 울다 보니 지호가 떠올랐다.

“지호는 사람들을 대피시키러 갔어. 정리되면 다시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이곳으로 올 거야.”

“지호도 착하고 용감하게 잘 자라줬구나.”

부모님에게서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게 참 기쁘면서도 슬펐다.

‘저 미소를 계속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김패금은 곧 구속된다고 연락 왔어. 지호도 빨리 오라고 해뒀고.”

쉬지 않고 운 탓에 눈이 벌겋게 충혈된 박시우가 짧은 통화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 말에 잊고 있던 김패금의 존재가 떠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지만…….

나는 다시 치미는 분노를 느끼며 부모님의 얼굴을 바라봤다.

“수온아, 우리는 네가 김패금과 같은 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아. 응?”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같은 마음이라는 듯 서로를 바라보던 부모님이 나를 말리고 나섰다.

“그래, 대신 X패금한테도 우리가 보이게 해줄 수 있겠니?”

‘지금 아빠, 김패금한테 X패금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빠는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김패금을 곁눈질하며 내게 부탁을 해왔다.

점잖은 얼굴로 은근한 욕을 섞어가면서.

“그건 어렵지 않지. 영혼의 눈!”

나는 곧바로 김패금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김패금에게 ‘영혼의 눈’이 적용됩니다.]

“이제 보일 거야.”

아빠와 엄마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김패금에게 다가갔다.

“너……. 너희들은……!”

부모님을 본 김패금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바둥거렸다.

“오랜만이다. 이 @$@%!$@#$아. 애들이 보고 있어서 내가 참은 줄 알아. 안 그랬으면 내가 널 #$@해서 #$@해버렸을 테니까.”

아빠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찰진 욕을 시작으로 엄마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하듯 스산한 웃음소리를 내며 김패금에게 다가갔다.

“오지 마! 저리 가! 저리……!”

결국 공포에 질려 발악하던 김패금은 얼마 안 있어 게거품을 물고 정신을 잃었다.

“에이, 벌써 기절해버리다니! 약해 빠진 놈.”

엄마가 쓰레기를 보듯 김패금을 내려다보며 발로 툭툭 건드렸다.

“온천……. 아악! 아니, 누나! 형!”

플라잉 스킬을 쓴 지호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날아와 착지했다.

그는 여전히 온천 사장과 나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곧바로 지호에게도 영혼의 눈을 쓰려던 참이었다.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온천(EX)’으로 가는 문을 엽니다.]

눈앞에 커다란 물안개가 피어나더니 온천의 문과 함께 단정한 도포 차림의 해령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부모님을 향해 예를 갖추듯 눈인사를 한 해령의 물색 눈동자가 올곧게 내게로 옮겨왔다.

“데리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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