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저자가 죽였다
[‘죽음의 피에로 인형(SSS)’이 파괴됩니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 (현재 접속자: ???????명)]
* * *
└1급온천수 : 내가 최애 베카 x 온천사장님 조합! ༼;´༎ຶ ༎ຶ`༽ 쏴리질러~~~~ (오열)
└베카얼굴맛집 : [베카의 살인 미소(EX)에 심쿵사합니다.]
└사랑아집필해 : SSS급 보스 몬스터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네. 온천 사장님 부채, 저 정도면 성물 아님?
└온천사장덕후 : ㄴㄴ. 아직도 모르겠음? 온천 사장님이 신이신 거임.
└헌터협회철회하라 : 미친 ㅋㅋㅋㅋㅋ 그럼 베카는 신수냐? ㅋㅋㅋㅋㅋ
└박지누또해 : 베카가 신수급 외모이긴 함 ㅋㅋㅋㅋㅋ
└온천집필해 : 진심 길이길이 보존되어야 할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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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박시또 : 그런데 지금 박시또 사라짐. 구급차 부르고 김패금 헌터 데리고 간 지 오래됐는데 아직 도착 안 했대.
└박시또맘 : 김패금 구조해서 간 지가 언제인데? 박시우한테 무슨 일 생긴 거 아님?
무심결에 시선이 닿은 곳에 박시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김패금을 부축한 상태라 혼자일 때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그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어야 했다.
문득 핑크색 수트를 입은 남자가 생각났다.
그 얼굴을 떠올리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무래도 박시우를 찾아봐야겠어.’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내가 동생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샤레니안의 쌍둥이 동생이 박시우의 성좌라고 했었지?
남매 사이인 박시우와 나의 성좌도 형제 사이라니 엄청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부탁할게. 샤레니안.’
나는 샤레니안이 쌍둥이 동생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을 틈타 영계를 타고 베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마탑의 꼬맹이, 아직은 멀쩡해 보이는군. 제법이구나.”
내심 베카를 걱정하고 있었던 건지 영계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칭찬으로 듣지. 너도 이제는 제법 용 같군.”
“용 같은 게 아니라 원래 용이었다!”
한동안 떨어져 지내긴 했어도 둘은 사이좋게 그들만의 덕담을 주고받았다.
“베카, 도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무사히 부모님의 영혼을 구해낼 수 있었어.”
“……장난감과 조금 놀아줬을 뿐이다.”
내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게 쑥스러웠는지 베카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말하며 손가락으로 뺨을 긁적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잠시라도 탑에 가 있어.”
베카가 어떤 마음인지는 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밖에 나와 있는 것이 불안했다.
“내 욕심인 걸 알아. 그렇지만 네가 말했듯이 나한테 베카, 너는 소중한 존재라서 잃고 싶지 않아. 이 일을 전부 끝내고 온천으로 돌아갈 때까지만이라도 내 말을 들어줘. 그래도 안 될까?”
베카는 여전히 내 제안이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어리광 부리지 말고 계약자의 말을 들어라, 마탑 꼬맹이. 그게 네가 계약자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길이다.”
영계가 나를 도와 설득하고 나서자 베카도 고민이 되는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 입 거리, 지금 한 말. 근거 있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내가 없는 소리나 할 용으로 보이는 거냐? 이대로 버티면 곧 한계가 올 테니 잠시만이라도 탑에 가 있도록 해라. 이미 느끼고 있지 않으냐? 너 자신도.”
영계의 새파란 눈동자가 베카의 속을 꿰뚫어 보듯이 예리하게 빛났다.
“……알았다.”
스스로도 짚이는 부분이 있었던 건지 베카가 마지못해서 수긍했다.
여기서 계속 날 도울 수 없다는 게 베카에게는 괴로운 일이겠지만 난 그가 잠시라도 탑에 돌아가 있겠다는 말에 안심할 수 있었다.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박시우의 소식을 알아냈다”며 심각해집니다.]
‘박시우가 어디에 있길래 심각해지는 거야?’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박시우는 버그……. 그러니까 오늘 던전 브레이크를 생성한 자의 계약자와 싸우고 있다고 한다”며 “위치는 백화점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라며 좌표를 알려줍니다.]
샤레니안이 좌표를 찍자 눈앞에 지도가 펼쳐지며 나와 박시우가 있는 위치가 각각 표시됐다.
박시우는 내게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던전 브레이크를 생성한 버그의 계약자라면 역시 그 핑크색 수트를 말하는 거겠지?’
어쩐지 처음 얼굴을 봤을 때부터 찜찜한 기분이 든다 했다.
‘대체 버그와 그의 계약자는 무엇 때문에 우리 가족을 못살게 구는 거야?’
부모님의 영혼에 악의적으로 족쇄를 채워놓은 것을 안 이상 오늘은 어떻게 해서든 그 답을 얻어내겠다고 생각했다.
“베카, 그럼 나중에 보자! 영계야, 박시우가 있는 곳으로 가줘.”
나는 베카를 뒤로 하고 영계를 타고 박시우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내가 좌표가 가리키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박시우와 핑크색 수트의 남자가 김패금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머리가 나쁜 건가? 김패금만 넘겨주면 넌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쉽게 끝날 수 있는 일을 왜 어렵게 만드는 거지?”
박시우가 쏘아대는 얼음 총을 날렵한 몸놀림으로 피해낸 핑크색 수트의 남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핑크색 수트의 남자는 적극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박시우를 방어하는 데 그치는 것 같았다.
‘온천 성좌들의 힘을 무력화시킨 적도 있을 만큼 강한 상대야. 박시우를 처리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텐데…….’
의문을 가지는 동안에도 박시우와 핑크색 수트의 남자는 계속해서 대치했다.
“네가 김패금 헌터를 해칠 걸 아니까.”
“행여 내가 그자를 죽인다고 해도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인데?”
“나는 누굴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키기 위해서 헌터가 됐으니까. 또 내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기도 하고 말이야.”
상대의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지 못하는 건지 박시우는 한껏 여유로운 얼굴로 미소 지었다.
박시우가 김패금을 감싸고 돌자 핑크색 수트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불의를 저지른 건 김패금이다.”
“설령 그가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해도 결코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어.”
계속되는 반박에 핑크색 수트 남자가 실소를 터뜨리며 박시우를 향해 속삭이듯 말했다.
“만약 놈이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래도 지킬 건가?”
‘김패금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김패금은 내 부모님 때부터 미담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간 기부한 금액만 해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살인자일 리가…….’
“어이. 네 입으로 말해봐, 아니야?”
핑크색 수트 남자의 물음에 나와 박시우의 시선이 동시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패금에게로 향했다.
그는 뼈가 부러진 탓에 앉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아니야. 난 그런 적 없어! 그건 그냥 사고였다고!”
“아직도 그딴 소리를……!”
대답을 들은 핑크색 수트 남자가 김패금을 향해 표창처럼 날카로운 카드를 날렸다.
“잔잔한 바람!”
나는 재빨리 김패금의 앞으로 이동해 날아오는 카드를 향해 바람을 일으켰다. 매서운 기세로 날아오던 카드는 바람에 실려 목표를 잃고 허공을 맴돌다 땅바닥에 떨어졌다.
“저 정신 나간 놈……. 온천 사장님,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김패금은 낯빛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내게 살려달라 애원했다.
다 알지는 못해도 둘 사이에 뭔가 숨겨진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우리 부모님을 던전 브레이크에 가둔 이유는 뭐야? 그분들은 평생을 사람들을 구하고 지키기 위해서 사셨어! 목숨이 아까운 줄도 모르고! 자신의 가정을 뒷전으로 미루면서까지!”
나는 핑크색 수트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며 악에 받쳐서 소리쳤다.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던전 브레이크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네 부모님도 똑같았으니까. 내게 선의를 베푸는 거라 굳게 믿었는데 결국에는 김패금이랑 다를 게 없는 위선자였어.”
“……이 이상 내 부모님을 모욕하지 마! 한 마디만 더 하면 그 입을 영원히 못 쓰게 해줄 테니까.”
이성을 잃기 직전까지 분노한 내가 부채를 들어 마나를 끌어모으는 순간이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버그의 계약자는 피해자가 맞다”며 자신의 꽃밭에 있는 꽃 중 검게 물든 꽃 한 송이를 바라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부모님을 죽인 녀석이 피해자라니?’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저자의 꽃이 내 꽃밭에 있다”며 “김패금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운수의 꽃밭에 꽃이 있다는 건 타인의 악행에 의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지금 김패금 헌터가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데?’
얼마 안 가서 떠오르는 운수의 황금색 시스템창을 본 나는 충격에 부채를 들어 올린 손을 힘없이 떨궜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김패금이 저자의 아버지를 죽였다”며 눈물을 흘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