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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 (154)화 (154/190)
  • 154화

    이제 끝내자!

    [‘던전 브레이크—버그010023!@#$’가 소멸합니다.]

    메테오 한 방으로 삽시간에 던전 브레이크가 무너져 내리자 실시간 스트리밍창은 흥분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 (현재 접속자: ???????명)]

    * * *

    └덕택이택시 : 와, 미친! 메테오라니! 온천 사장님 클라스!

    └EX급온천수 : (불꽃) (불꽃) (불꽃) 메테오! 가즈아!

    └집필하세요 : (불꽃) (불꽃) 극

    └온천때타월 : (불꽃) (불꽃) (불꽃) 락

    └온천메테오 : (불꽃) (불꽃) (불꽃) 극

    └박시또맘 : (불꽃) (불꽃) 락

    :

    :

    └온천수온 : 온천 사장님, 흑발에 적안 이렇게 잘생길 일이냐? 진짜 남주 국룰 그 잡채 ㅠㅠㅠㅠ 저랑 결혼해주세요. 참고로 저 여자임.

    └베카의신부 : SSS급 던전 브레이크라고 하지 않았음? 온천 사장님 스킬 한 방에 가루 되는 거 실화냐?

    └화창한창희 : 저 오늘부로 온천 사장님으로 갈아탑니다. 한창희 미안;;

    └지나가던온천회원1 : 이 정도면 신급이다. ㅇㅈ?

    └온천사장보유국 : 온천 사장님이랑 같은 나라에 살다니 애국심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던전 브레이크가 붕괴하자 나는 어느새 백화점 건물 옥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강림차사, 부모님의 영혼은?’

    나는 가장 먼저 부모님에 관해 물었다.

    [‘존잘강림차사’ : 족쇄를 끊고 무사히 구출에 성공했습니다.]

    ‘다행이다…….’

    [‘존잘강림차사’ : 바로 만나보시겠습니까?]

    ‘아니, 같이 봐야 할 사람들이 있어. 빨리 끝내고 올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존잘강림차사’ : 시스템상 영혼을 수거하고 바로 인도해야 합니다. 이미 몇십 년을 영혼 상태로 묶인 채 방치되었습니다. 더 지체했다가는 원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공을 세우면 부모님의 영혼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잖아?’

    [‘존잘강림차사’ : 저승의 규율대로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영혼을 수거한 뒤 일정 시간 안에 저승으로 인도하지 않으면 원귀가 되는 시스템 설정값이 있습니다.]

    [‘존잘강림차사’ : 시스템 설정값은 저승의 권한 밖에 있어 염라대왕님께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영혼을 붙잡아둘 수는 있으나 원귀가 되면 전생을 모두 잊고 원망과 분노만이 남은 상태가 됩니다.]

    전생을 잊어버린 원귀 상태의 부모님을 만나는 건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욕심 때문에 부모님이 원귀가 되는 건 원하지 않았다.

    ‘나 혼자라도 볼까? 그러면 박시우랑 지호는……?’

    나만큼이나 부모님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둘이었다.

    그 그리움이 얼마나 깊은지 너무나 잘 알아서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

    ‘얼마나 시간을 줄 수 있는데?’

    [‘존잘강림차사’ : 30분 정도입니다.]

    죽음의 피에로 인형을 처치하고 박시우와 지호를 한곳에 모으는 것만으로도 30분은 지나 있을 것 같았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그대의 부모님이 원귀가 되지 않고 온 가족이 한곳에 모일 수 있는 법이 딱 한 가지 있긴 하다”고 말합니다.]

    ‘그게 뭔데?’

    [성좌 ‘저승의 염라’가 “온천의 성좌들이 뜻을 같이해서 시스템에 대항하면 시스템 설정값 하나쯤은 무효화시킬 수 있다”며 온천 성좌들을 한곳에 모읍니다.]

    ‘성좌들이 시스템에 대항할 수도 있어?’

    [‘존잘강림차사’ : 그것도 온천에 있는 성좌님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존잘강림차사’ : 원래 성좌들은 시스템의 견제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시스템이 통제하고 있는 이상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만, 유일하게 시스템이 갈라놓는 데 실패한 것이 온천의 성좌님들입니다.]

    ‘온천의 성좌들이 그렇게 대단한 녀석들이었어?’

    내 눈에는 그냥 온천 단골이자 식구 1, 2, 3, 4 정도로 여겨진 지 오래라 그토록 대단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이 잘 와닿지 않았다.

    [‘존잘강림차사’ : 모두 시스템이 완전히 세상을 집어삼키기 전에 존재하던 태초의 신이 선택한 성좌들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하더군요.]

    [‘존잘강림차사’ : 그래서 저승과 성좌님들이 계신 온천은 비교적 시스템의 통제가 느슨한 축입니다. 시스템도 온천의 성좌님들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온천 사장 한 명에 성좌 넷이 계약하는 게 가능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어쩐지 나만 계약성이 넷인 것 같더라니.’

    어쨌든 온천의 성좌들이 내게 힘을 보태준다면 부모님이 원귀로 변하는 걸 조금 더 미룰 수 있다는 말이 됐다.

    ‘해령, 샤레니안, 운수야. 나 꼭 박시우랑 지호랑 같이 부모님을 만나고 싶어. 도와주…….’

    [‘온천의 성좌 노조’가 ‘시스템’을 단체방에 초대합니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대화창이 떠올랐다.

    [‘시스템’이 “왜 불길하게 노조 계정으로 초대를 보내는 거냐”며 불안해합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별 건 아니고 영혼 두 개의 원귀로 변하는 시스템 설정을 무효화 했으면 하는데”라며 담뱃대를 물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냅니다.]

    [‘시스템’이 “영혼 하나도 어려운데 두 개를 봐주면 세상의 질서가 엉망이 된다”며 성좌 ‘저승의 염라’의 눈빛을 애써 외면합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안 그래도 어지러운 세상을 더 엉망으로 만든 건 시스템 아니냐”고 돌직구를 날립니다.]

    [‘시스템’이 땀을 삐질 흘리며 못 들은 척합니다.]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이렇게 나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안 그래도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다들 현신해서 탑이나 뚫으러 가자”고 합니다.]

    ‘성좌가 탑을 뚫는다니…….’

    그건 질서를 어지럽히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세계관 파괴잖아?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안 그래도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었는데 아예 탑을 무너뜨리고 온천을 열어도 좋고”라며 진지하게 말을 덧붙입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그냥 이참에 오랫동안 전쟁을 치르더라도 시스템을 아예 접수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그래서 시스템명이 뭐라고?”라며 명부와 붓을 집어 듭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미래를 점치더니 “온천의 성좌들이 모두 뭉치면 결국에는 시스템을 이긴다는 점괘가 나온다”며 쐐기를 박습니다.]

    내가 시스템도 아닌데 그들의 발언에 심장이 덜컹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런데 하물며 시스템 입장이라면 얼마나 두려울까?

    [‘시스템’이 “일단 진정하라”며 “영혼 두 개가 누군데 이 난리냐”고 묻습니다.]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내 계약자의 부모님”이라며 “더 말이 필요하냐”고 매섭게 쏘아붙입니다.]

    [‘시스템’이 “온천 사장의 부모라면……”이라며 생각에 잠깁니다.]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님’자 안 붙이냐?”며 검은 오라를 뿜어냅니다.]

    [‘시스템’이 빠르게 “온천 사장님의 부모님”이라고 정정합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애초에 시스템의 실수로 생긴 버그인 던전 브레이크에 20년 넘게 묶여 있던 영혼들”이라며 “보상해주지 않으면 저승사자들에게 코딩을 가르쳐서라도 시스템명을 알아내 명부에 적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시스템’이 “그 버그는 우리에게도 처치 곤란한 골칫덩어리”라며 우는소리를 합니다.]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얘들아, 가자”며 탑을 통째로 부술 기세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시스템’이 “보상해주겠다”며 “제발, 다시 앉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못 이긴 척 자리에 앉습니다.]

    ‘해냈다! 장하다! 내 새끼들!’

    온천에 있었다면 성좌들을 모두 안고 부둥부둥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시스템’이 “이번 일은 우리 쪽 실책도 있으니 두 영혼이 원귀로 변하는 일은 없게 해주겠다”며 “대신 하루 안에 꼭 저승으로 인도하도록 하라”고 말합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그건 저승의 영역이니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붓을 내려놓습니다.]

    [‘시스템’이 “제발 두 번 다시는 이 대화방에 초대하지 말아달라”고 질색을 합니다.]

    [‘시스템’이 대화방에서 퇴장합니다.]

    용건이 끝나자마자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시스템이 대화방에서 나갔다.

    ‘얘들아, 고마워!’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식구끼리 고맙다는 말은 필요없다”며 귀를 붉힙니다.]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하루도 긴 시간은 아니”라며 “빨리 일을 끝내고 돌아오라”고 말합니다.]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부모님은 온천에서 모시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며 대접할 음식을 조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잠시 부모님을 부탁할게.’

    “영계야, 베카가 있는 곳으로 가자!”

    “맡겨둬라!”

    내가 등 위에 올라타자 영계는 비행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속도를 내며 날기 시작했다.

    “피히히힉!”

    덕분에 얼마 가지 않아서 죽음의 피에로 인형과 대치하고 있는 베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채’

    부채를 불러들인 나는 큰소리로 베카를 불렀다.

    “베카!”

    내 부름에 죽음의 피에로 인형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던 베카가 나를 돌아봤다.

    “이제 끝내자!”

    내가 부채를 하늘 높이 펼쳐 들며 베카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가 입가를 올리며 응답했다.

    “그러지.”

    베카가 들고 있던 낫을 프로펠러처럼 빠르게 돌리며 붉은색 마나를 끌어모았다.

    나는 그와 상반되는 푸른색 마나를 부채 끝에 모아 베카와 동시에 죽음의 피에로 인형을 공격했다.

    “용의 포효!”

    “죽음의 낫.”

    공중에서 붉은색과 푸른색 벼락이 서로 뒤엉키며 그대로 죽음의 피에로 인형에게 내리꽂히는 순간,

    “피히이익!”

    처절한 비명과 함께 피에로 인형이 사방으로 찢어지며 박살 났다.

    [‘죽음의 피에로 인형(SSS)’이 파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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