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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 (152)화 (152/190)

152화

이 몸이 왔다!

갑작스러운 베카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화력이 붙은 채팅창이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 (현재 접속자: ???????명)]

* * *

└온탕냉탕온천탕 : 와악! 베카다!

└베카온천사장포에버 : 백발 베카! 누나 죽어!!! ༼;´༎ຶ ۝༎ຶ`༽ (오열)

└냉미남베카 : 여기가 누님 형님 심장 녹이는 귀염둥이 베카가 나타났다는 곳인가요?

└갓온천사장 : 방금 베카가 온천 사장님 보고 자기 집사라고 하는 거 들은 사람? ㅠㅠㅠ 그럼 온천 사장님이 키우시는 고양이가 베카였던 건가요? 아무래도 여기가 제가 누울 자리인가 봅니다. ●▅▇█▇▆▅▄▇ (심쿵사)

└지나가던온천회원1 : 그런데 베카랑 온천 사장님은 대체 무슨 관계인 거임? 베카 어쨌든 마탑 보스 아님? 그런데 왜 온천 사장을 도와줘? 탑은 어떻게 나왔어? 나와도 돼?

└사랑아집필해 : 잘생기면 다 용서돼. 베카는 그래도 돼.

└EX급온천수 : ㅋㅋㅋㅋㅋㅋㅋㅋ 잘생기면 다 용서된대 ㅋㅋㅋ 맞는 말. 마탑에서 썩히기에는 베카가 너무 잘생김.

└한창희폐급 : 참고로 한창희는 46층 레이드할 당시 베카한테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은 적이 있음. 당시 열망이랑 연합으로 들어간 헌터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함. 결론은 베카는 잔혹한 보스 몬스터인 것 같은데 온천 사장님만 예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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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대나무숲 : 집필 베카 레이드 TMI ― 집필 46층 레이드 팟이 베카 공략 실패해서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베카가 박시우한테 여동생이 뭐 좋아하냐고 물어봤었다. 박시우가 돈가스라니까 집필 팟 그냥 돌려보내 줌.

└덕택이는꽉꽉 : 박시우 여동생이면 온천 사장님이시잖아. ㅋㅋㅋ 좋아하는 게 궁금했나 봐ㅋㅋㅋ 박시우 뜻하지 않게 여동생 취향 정보 공유 ㅋㅋㅋ

└갓창희 : 그래서 마탑 최종 보스가 왜 온천 사장을 지키고 있는 거냐고? 나만 이해 안 되냐?

“베카, 저 피에로 인형을 죽이면 안 돼.”

난 금방이라도 붉은 낫을 휘둘러 피에로 인형의 목을 날려버릴 기세인 베카의 팔을 붙들어 말렸다.

“사정은 대충 들었다. 그 허여멀건 자식한테.”

허여멀건 자식이라면 염라를 말하는 것 같았다.

“이곳은 내가 맡고 있을 테니까 넌 던전 브레이크로 가서 가족을 되찾아라.”

“혼자 괜찮겠어?”

아무리 마탑의 최종 보스인 베카라지만 상대는 SSS급 몬스터라서 걱정이 되었다.

“지금 나에게 괜찮냐고 묻는 건가?”

베카가 내 물음에 한쪽 입가를 올려 웃었다.

‘하긴 베카는 SS급 던전 브레이크도 놀이터 수준으로 여겼었지.’

방금 죽음의 피에로 인형이 쓴 SSS급 스킬을 통째로 집어삼켜버린 걸 보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럼…….”

베카에게 잠시만 피에로 인형을 맡아달라고 말하려는데 낫을 든 그의 손이 순간적으로 투명해지는 게 보였다.

“베카……! 너 손이…….”

심각한 나와 달리 베카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옷소매를 내려 손을 가리려 했다.

그다지 놀라지 않는 걸 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이건 신경 쓸 것 없다.”

“어떻게 그래? 손이 왜 그런 거야?”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시스템 설정상 마탑에 있어야 할 보스 몬스터가 자꾸 밖으로 나오니까 문제가 생길 수밖에”라며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말합니다.]

‘베카가 마탑을 벗어나서 문제가 생긴 거라고?’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이미 탑을 떠나 있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졌으니 저 꼬맹이가 당장 이곳에서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다”고 충고합니다.]

‘베카가 사라져?’

운수의 시스템창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베카를 마탑 밖으로 나오게 한 건 나인데?

그게 베카가 사라질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었던 거야?

“베카, 운수가 하는 말이 맞아?”

“여우가 쓸데없는 소리를…….”

베카는 성가시다는 듯 말하면서도 운수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나한테는 말하지 않은 거야?”

베카는 내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때 투명했던 베카의 손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직은 늦지 않은 걸지도 몰라.’

나는 어떻게 해서든 베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너, 당장 마탑으로 돌아가.”

“싫다.”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인데 베카는 말을 듣지 않고 내 앞을 꿋꿋이 지키고 서 있었다.

“왜 가지 않겠다는 거야? 그러다가 정말 사라질 수도 있다고. 베카, 바로 네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베카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졌다.

“상관없다. 어차피 탑 안에 갇힌 채 지내는 생활은 나 스스로도 영원히 사라져 버리길 바랄 정도로 지루했으니까. 다시 그걸 반복할 바에는 그냥 사라지는 것이 낫다.”

공허하던 베카의 장밋빛 적안에 내 모습이 비치더니 이내 흐리던 초점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네 곁에서.”

‘그런 얼굴로 말하면 다시 마탑으로 돌아가라고 말할 수가 없잖아.’

지루함을 견디며 살아가느니 차라리 내 곁에서 소멸을 맞이하고 싶다고 말하는 베카의 눈빛이 너무 애달프게 느껴져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탑에 들어서기 전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베카는 혼자 지낸 걸까?

그 심정이 어떨지를 생각하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됐다.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지 않나? 네게 가족이라는 건. 되찾아와라. 네게 소중한 것들을.”

무관심한 것처럼 보였어도 베카는 내가 흘리듯이 했던 말이나 생각들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으로서는 베카의 도움을 받는 것밖에는 선택지가 없어.’

무엇보다 베카는 마탑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내 삶이니 내가 선택하겠다. 어떤 게 나한테 있어서 행복하고 의미가 있는지는.”

“내가 선택해.”

망설이는 내게 베카는 제 뜻을 확고하게 밝혔다.

베카 스스로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겠다고 말하는데 내게 그 선택을 말릴 권리는 없었다.

“그럼 내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에 있겠다고 약속해.”

난 베카의 앞에 몸을 낮추고 앉아 그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말릴 수는 없어도 베카가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마음만은 전하고 싶었다.

“잊었나? 내가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네 곁에서다. 벌써 보낼 생각은 마라. 가끔 몸이 투명해지는 것 빼고는 멀쩡하니까. 그러니 사라질 생각 없다. 나도 그거라면서.”

[‘죽음의 피에로 인형(SSS)’이 ‘죽음의 춤(SSS)’을 사용합니다.]

자신에게 큰 문제가 없다는 듯 피에로 인형의 필살기를 낫으로 두 동강 내버린 베카가 이마를 가리는 백발을 흩날리며 나를 돌아봤다.

“……네게 있어 소중한 것.”

말을 하는 베카의 귀가 봉숭아 물이 든 것처럼 빨개졌다.

“맞아. 베카도 나한테 소중해. 그러니까 절대 다치면 안 돼?”

“저건 그냥 장난감 수준이지.”

베카는 자신이 죽음의 피에로 인형에게 공격당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이 실소를 터뜨렸다.

일단 피에로 인형이니까 장난감은 맞았다.

가지고 놀다가 죽을 수도 있는 살벌하게 위험한 인형인 게 문제지.

“던전 브레이크 입구는 저 건물 옥상에 있다. 내가 저 녀석의 시선을 잡아끌 테니 그때를 틈타 움직여라.”

“알겠어!”

베카가 낫을 공중에서 내려찍자 붉은 벼락이 피에로 인형의 발밑을 때렸다.

“피히히히학!”

분노한 피에로 인형이 요란한 비명을 내지르며 발을 구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인형이 발을 움직일 때마다 지면이 쿵쿵 울렸다.

베카와 말한 대로 나는 이 틈에 온천 안개구름을 이용해 반쯤 무너진 백화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계속해서 작은 피에로 인형들을 쏟아내고 있는 검고 커다란 소용돌이가 보였다.

“잔잔한 바람!”

‘이곳에 엄마, 아빠가 있어.’

나는 망설임 없이 작은 피에로 인형 군단을 쓸어버리고 던전 브레이크 안으로 뛰어들었다.

[!!주의 ‘던전 브레이크(SSS)’에 휩쓸립니다.!!]

[던전 속 필드 ‘버그010023!@#$’으로 진입합니다.]

* * *

검은 소용돌이를 통해 떨어진 곳은 온통 코딩 명령어로 도배된 던전이었다.

사방이 어둡고 명령어들이 계속해서 이동해서 가만히 서 있어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어디로 가야 하지?’

몇 번을 둘러봐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빨리 힘의 근원을 찾아 부수고 돌아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까 보았던 희미해지는 베카의 손과 함께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됐어. 고민만 해서 뭐해? 걷다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무작정 앞으로 걸어 나가려는 그때, 내 머리 위로 말랑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아이고, 내 엉덩이!”

내 머리에 부딪힌 자신의 엉덩이를 매만지며 앓는 소리를 내던 은빛 솜뭉치가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당당하게 외쳤다.

“계약자여! 이 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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