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 (151)화 (151/190)

151화

내 집사를 건드리다니

나는 눈을 의심했다.

성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2단계 스킬이 설마 EX급이나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내가 속한 시공간을 멸망시킨다는데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성좌 ‘저승의 염라’가 “안심하라”며 “힘의 근원을 대상으로 사용하면 던전 브레이크만 소멸된다”고 말합니다.]

‘힘의 근원을 찾지 않고 던전 브레이크 대상으로 사용하면?’

[성좌 ‘저승의 염라’가 “같이 소멸할 거다, 부모님의 영혼도 너도”라며 긴 손가락을 뻗어 나를 가리킵니다.]

그게 꼭 내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온몸에 소름이 절로 돋아났다.

부모님의 영혼이 소멸하다니, 그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내가 여기까지 온 가장 큰 이유는 실종된 부모님을 찾기 위해서였으니까.

‘어쨌든 내가 던전 브레이크로 들어가서 힘의 근원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는 거네?’

[성좌 ‘저승의 염라’가 “그렇다”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다는 건 내가 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건데…….

‘그건 불가능해!’

“피히히익!”

여기에는 SSS급인 죽음의 피에로 인형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던전 브레이크가 닫히지 않으려면 보스 몬스터인 죽음의 피에로 인형이 살아 있어야 했다.

집필 길드 전체가 와서 시선을 끌며 시간을 번다고 해도 오래 버티는 건 어려워.

그리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살려……줘!”

죽음의 피에로 인형의 손에 김패금 헌터가 잡혀 있었다.

피에로 인형의 악력에 못 이긴 그의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박시우, 혼 빼고 있을 시간 없어! 일단 김패금 헌터부터 구할 거야! 알아서 받아!”

진짜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박시우가 고개를 들어 내가 있는 곳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뭘 어쩌려고?”

일일이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잔잔한 바람!”

나는 김패금을 쥐고 있는 피에로 인형의 손을 향해 바람을 일으켰다.

“피히힉!”

피에로 인형이 고통스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비명을 냈다.

치명상을 입히진 못해도 데미지를 주긴 하는 것 같았다.

‘그거면 됐어!’

“잔잔한 바람!”

“피이이힉!”

“잔잔한 바람!”

“피힉!”

나는 계속해서 김패금을 쥔 손을 노려 집중 공격을 가했다.

“잔잔한 바람!”

“피하하악!”

연이은 공격에 피에로가 아픔을 참지 못하고 김패금을 쥐고 있던 손바닥을 펼쳤다.

그 바람에 김패금의 몸이 맥없이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박시우!”

내가 박시우에게 신호를 주자 그의 주변으로 서리가 꽃처럼 피어났다.

“아이스 핸드!”

빠르게 피어난 얼음꽃의 줄기가 길게 뻗치며 커다란 손 모양으로 하늘 높이 솟아나서 김패금을 무사히 받아냈다.

“박돈돈! 내가 잡부인 줄 아냐?”

국내 최상위 랭커인 만큼 항상 선두에만 섰을 박시우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불만스러워하는 박시우를 향해 한쪽 입가를 올려 미소 지으며 말했다.

“꼬우면 네가 온천 사장하던가.”

[실시간 스트리밍 중…… (현재 접속자: ???????명)]

* * *

└박시또맘 : ㅋㅋㅋㅋㅋㅋㅋ 박시우 표정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라 잃은 표정 ㅋㅋㅋ 불쌍한데 왜 귀엽냐?

└꿈빛온천사장 : 오늘 자 온천 사장님 명언집 ― 꼬우면 네가 온천 사장하던가. ㅋㅋㅋㅋㅋㅋ

└화창한창희 : 나 한창희 팬인데 오늘부로 탈덕한다. 온천 사장님 개멋있어!

└집필대나무숲 : 박시우 TMI ― 평소에 박시우가 길드 활동 중에도 박지호랑 박돈돈 이야기를 많이 해서 처음에 집필 길드원들은 박돈돈이 박시우 여자친구 애칭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박돈돈= 박수온. 왜 박돈돈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온천사장은못참지 : 그런데 집필대나무숲님은 누군데 저렇게 정보를 많이 아시는 거지? 집필 길드원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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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는덕택 : 남매끼리 김패금 헌터 구해내는 거 완전 멋있다. 나는 왜 저런 호적메이트 없어 ㅠ 맨날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폐인은 있다.

└박수온사랑해 :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ㅠㅠㅠ

“피에에엑!”

김패금 헌터를 무사히 구해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는데 죽음의 피에로 인형의 상태가 뭔가 심상치 않았다.

검은색이었던 피에로 인형의 눈동자가 피처럼 붉게 물들었다.

‘거기다 울음소리도 더 괴이해졌어!’

불길한 예감은 왜 빗나가지 않는 걸까?

[‘죽음의 피에로 인형(SSS)’이 폭주합니다.]

[‘죽음의 피에로 인형(SSS)’이 ‘죽음의 춤(SSS)’을 사용합니다.]

파지직!

피에로 인형이 마치 발레리나처럼 두 팔을 벌리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자 사방에서 푸른색과 분홍색의 벼락이 떨어졌다.

나는 온천의 안개구름을 이용해 날아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벼락을 아슬하게 피해냈다.

벼락이 떨어진 바닥이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건물이 검은 재가 되어 무너졌다.

‘만약 저걸 나나 박시우가 맞았더라면…….’

상상만으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자칫하다가는 주변에 있다가 피에로 인형의 공격을 맞고 즉사할 수 있었다.

“박시우! 김패금 헌터를 데리고 최대한 멀리 달아나!”

“넌 어쩌려고?”

“난 알아서 할 테니까 빨리 가! 여기 있다가는 다 죽어!”

내 말에 박시우는 부축하고 있던 김패금을 돌아봤다.

김패금은 갈비뼈가 부서진 건지 혼자 서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김패금 헌터만 안전한 곳으로 옮겨두고 다시 올게! 그때까지 무조건 살아남아! 박돈돈!”

긴 한숨을 내쉬던 박시우가 나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내질렀다.

“닥치고 그냥 좀 가! 그러다 벼락 맞는다고!”

“하여간 무드 없기는. 위태로운 상황에 피어나는 가족애 같은 것도 없냐? ‘오빠, 꼭 살아남아!’ 라던가!”

이 와중에 자신의 낭만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고 있는 박시우를 보니 답이 없다는 말밖에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냥 여기서 나한테 죽을래?”

“나 먼저 간다. 동생아.”

내게서 흘러나오는 살기를 느낀 건지 김패금을 둘러멘 박시우가 얼음 줄기를 타고 번개처럼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가고 있는 게 보였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 (현재 접속자: ???????명)]

* * *

└온천사장님부채 : ㅋㅋㅋㅋㅋ 이 와중에 동생한테 오빠 소리가 듣고 싶었던 박시또 ㅋㅋㅋ 진짜 또라이인가? 심각한 생존물 자꾸 코미디로 만드는 재주가 있음.

└집필대나무숲 : 박시우 TMI ― 오른손에 흑염룡이 나올 것 같은 청춘 드라마나 성장 만화 대사를 좋아함. 대표 예시 ― 너 내 동료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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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바람 : 근데 저 피에로 인형 너무 센 거 아니냐? 온천 사장님이 못 막으시면 우리 인류 종말 실현될 듯.

└글로벌헌터정보봇 : 안 그래도 지금 세계 최초로 SSS급 몬스터랑 던전 브레이크 발생해서 해외 언론에서도 이걸 막을 방법은 온천 사장님뿐이라고 말하면서 지금 실시간 생중계하고 있다고 함.

└화창한창희 : 이제 온천 사장님이 세계의 유일한 희망이다.

‘이제 던전 브레이크로 가야 하는데 피에로 인형을 데리고 가는 법밖에 없나?’

죽음의 피에로 인형을 던전 브레이크 안으로 유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피아아학!”

피에로 인형은 지금 나 때문에 열이 바짝 올라 있는 것 같으니까.

[성좌 ‘탑의 주인’이 “이번 던전 브레이크의 규모가 커서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힘의 근원을 찾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합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하고 있는데 피에로 인형이 다시 무용수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죽음의 피에로 인형(SSS)’가 ‘죽음의 춤(SSS)’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피에로 인형의 공격이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랐다.

지금쯤이면 현란한 색의 벼락이 사방으로 퍼졌어야 했는데 불길할 정도로 주변이 잠잠했다.

[‘죽음의 피에로 인형(SSS)’이 공격 패턴을 변경합니다.]

[‘죽음의 춤(SSS)’의 데미지가 상승합니다.]

‘설마……. 위?’

고개를 들자 푸른색과 분홍색의 벼락이 한데 모여 쓰나미처럼 거세게 나를 덮쳐오고 있었다.

‘이건 피할 수 없어. 죽는다…….’

죽음을 직감하는 그때였다.

누군가 붉은 낫으로 보호막을 펼치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죽음의 피에로 인형의 회심의 일격을 붉은 낫이 한입에 집어삼켰다.

바람에 흩날리는 설산같이 새하얀 머리카락에

“건방지군.”

무심하고 딱딱한 말투.

평소보다 날이 선 핏빛의 눈동자로 나를 돌아보는 꼬마는.

“감히 내 집사에게 손을 대다니.”

백발의 베카였다.

* * *

“온몸이 부서진 것 같아.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 주게.”

김패금이 시우의 등에 업히다시피 기대어 앓는 소리를 냈다.

“곧 도착합니다. 동료들이 구급차를 불러뒀다고 하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시우는 김패금을 부축한 채 얼음 줄기를 타고 죽음의 피에로 인형이 있는 구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때 시우가 타고 있던 얼음 줄기에 카드 한 장이 날아와 꽂히며 폭발했다.

“악!”

갑자기 얼음이 부서지는 바람에 김패금을 부축하고 있던 시우는 크게 휘청였다.

“아이스 핸드!”

다급히 스킬을 써서 얼음 손에 착지한 시우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거기까지.”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핑크색 수트를 입은 남자가 시우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 빙긋이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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