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 (149)화 (149/190)

149화

영광…… 굴비

아, 맞다.

지호도 여기에 와 있다고 했지?

그렇다고 해도 이 타이밍에 딱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나를 보며 입을 떡 벌린 채 굳어 있는 지호를 보니 충격이 큰 것 같았다.

“누나가 온천 사장……. 그래서 형이…….”

지호의 혼잣말보다도 빠르게 실시간 스트리밍 채팅창의 글이 올라갔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 (현재 접속자: ???????명)]

* * *

└갓집필 : 와, 최근에 박시또가 온천 사장님 수색 멈췄다더니 이것 때문이었음?

└오빠덕택이뽑았다 : 그럼 박시또랑 박지호는 온천 사장 정체 알고 있었던 거였냐?

└아트하트 : 사실이면 쌉소름이다. 박시또 자신감에 이유가 있었네.

└온천때수건이되고싶어 : 와, 근데 각인 전에도 갓미모 인증……. 나만 반했어? 참고로 나 여자임.

└갓미모박수온 : 저 박수온 동창인데요. 화면빨 아니고 진짜 저렇게 생겼습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나 그때 너 좋아했다.

└덕택시 : 박수온이 누구임?

└집필이집필했다 : 박수온이 박시또 동생이자 박지호 누님 존함이시랍니다.

└온천이었다 : 이름만 들었는데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갓수온천사장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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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내꺼 : 그런데 박지호 자기 누나가 온천 사장인 거 처음 안 것 같은 얼굴인데? 나만 그렇게 보임?

└삼귀자박지호 : ㄹㅇ 충격받은 것 같음. ㅋㅋㅋㅋ 알고보니 몰랐던 거 아님?

“지호야, 그러니까…….”

곤란해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으로 머리카락을 넘겼다.

‘아, 나 진짜 이런 버릇이 있었네.’

와중에 박시우의 말대로 움직였다는 게 탐탁지 않으면서도 그가 걱정됐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피히히!”

그동안 내게 있었던 일을 최대한 축약해서 설명해보려고 했지만 거대한 피에로 인형이 계속해서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건 나중에 설명해줄 테니까 지금은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줘. 저 피에로랑 박시우는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알겠어. 온천 사장…….”

혼란스러운지 넋이 반쯤 나가 있던 지호는 거대한 피에로 인형이 있는 곳으로 돌아서려는 나를 다급하게 붙잡았다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어냈다.

“미안……. 아니, 누나 다치면 안 돼. 일이 끝나면 바로 도우러 올 테니까.”

떨어뜨린 큐브 지팡이를 주섬주섬 들어 올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지호의 눈동자에 걱정이 가득했다.

“걱정하지 마. 네가 올 때쯤에는 다 끝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너 큐브 지팡이 거꾸로 들었어.”

“아…….”

거꾸로 든 지팡이를 바라보던 지호는 급기야 눈물을 보였다.

“야……. 너 지금 울어?”

“아니야, 안 울어.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런 거야.”

지호가 황급히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태연한 척하고 있어도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게 느껴졌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 (현재 접속자: ???????명)]

* * *

└지호맘 : 우리 지호 울어???

└장래희망온천수 :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우는 것 같은데? 누나가 온천 사장인 거 몰랐나봄 ㅋㅋㅋㅋㅋ

└집필한정큰손 : 와, 나 박지호 우는 거 처음 본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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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대나무숲 : 박지호 TMI ― 박지호는 온천 회원에 가입하고 갤러리에 온천 사장님의 사진과 움짤로 가득 차 있을 정도로 온천 사장의 찐팬이다. (+추가 배경 화면도 온천 사장임.)

└온천아사장해 : 와……. 우리 지호, 그럼 온천 사장님이 호적메이트인 줄도 모르고 덕질한 거임? ㅠㅠㅠ 나라면 이불킥 오지게 할 듯.

‘얘 상태 괜찮은 거 맞아?’

내가 온천 사장이라는 게 지호에게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아니지, 감격스러운 건가? 박시우 못지않게 지호도 온천 사장을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까.’

나는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지호의 어깨를 격려하듯 다독였다.

“돌아오면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줄게. 그러니까 그만 울어.”

“응……. 좋아.”

‘좋다면서 왜 더 우는 건데?’

다시 드러난 지호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온천 사장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내가 생각한 수준을 훨씬 벗어나 있는 것 같았다.

‘박시우만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지호도 어쩔 수 없는 박시우 동생인가?’

“어? 저기 공중에 돌이…….”

짧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시민 중 하나가 내 뒤편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저긴…….”

고개를 돌리자 얼어붙은 건물의 부서진 잔해들이 하나씩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박시우가 있던 건물이야.’

어쩌면 박시우가 구조 신호를 보내는 걸지도 몰랐다.

“나, 박시우 데려올게. 그리고 그만 울어! 너 지금 완전 흑역사 제조기야!”

나는 지호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충고를 한 뒤, 자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잔해들이 떠오른 곳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온천 사장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등 뒤편에서 나를 향해 소리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인사치레 정도로 여기던 말이었는데 지금만큼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와서 두려움을 잊게 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면 덮어놓고 몸을 내던지는 박시우랑 지호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지호도 정신을 차린 건지 집필 길드원들과 함께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는 게 보였다.

‘이 정도면 부채를 써도 괜찮겠지?’

나는 불규칙적으로 공중에 떠 있는 잔해들을 피해 건물로 접근하며 부채를 펼쳐 들었다.

그때였다.

건물 아래에 쌓인 잔해들 사이로 핑크색과 푸른색이 섞인 빛이 새어 나왔다.

‘저 빛은…….’

순간, 핑크색 수트를 입은 남자를 떠올린 나는 본능적으로 빛이 나오는 곳으로 부채를 휘둘렀다.

“잔잔한 바람!”

콰광!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폭발하듯 사방으로 터져 나온 커다란 잔해들이 잔잔한 바람에 의해 가루가 되어 비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금만 늦었어도 대피 중인 사람들이 다칠 수 있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던 만큼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잔해들이 사라지고 나자 핑크색 수트의 남자와 그 곁에 쓰러져 있는 박시우가 보였다.

“박시우!”

내가 곧장 박시우에게로 달려가자 나를 성가시다는 듯이 바라보던 핑크색 수트를 입은 남자가 잽싸게 자리를 떴다.

“아……. 나 등뼈 제대로 붙어 있는 거 맞냐?”

내가 다가가자 박시우가 자신의 등을 쓸며 잔해들 속을 비집고 나왔다.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닌 것 같았다.

“박ㅅ…….”

날 마주한 박시우가 뭐라 말하려다 말고 자신의 뺨을 짝 소리 나게 쳤다.

“온천 사장님. 오셨습니까?”

박시우가 벌겋게 손자국이 난 얼굴로 나에게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아, 아직 박시우는 내 정체를 모르지?’

“이름까지 기억해주시다니 영광…… 굴비.”

평소 같으면 만난 순간부터 쉬지 않고 주접을 떨어댔을 박시우가 아재들도 외면할 것 같은 드립을 쳤다.

술이 덜 깨서 그런 거라면 손수 깨워주고 싶을 정도의 개그였다.

‘원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박시우도 내 정체를 알게 될 테니까. 설명하는 건 그만두자.’

박시우의 방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온천 사장 굿즈를 떠올린 나는 그간 한솥밥을 먹은 정을 생각해서 곧 상상하기 힘든 수치심을 느끼게 될 그를 배려해주기로 했다.

“지금 한가하게 헛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거든요? 김패금 헌터가 저 거대한 피에로 인형에게 쫓기고 있어요. 내가 몬스터를 맡는 동안 김패금 헌터를 지켜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그러죠.”

온천 사장과 합을 맞출 기회인 만큼 좋아할 줄 알았는데 답을 하는 박시우의 표정이 아리송했다.

하지만 그의 기분을 살필 여유는 금세 사라졌다.

“피히히!”

“아악!”

거대한 피에로 인형이 김패금을 잡아 올렸기 때문이다.

‘위험해!’

“잔잔한 바람!”

나는 곧장 날아올라 김패금을 붙잡고 있는 피에로 인형의 손을 향해 부채를 휘둘렀다.

“피힉!”

그러나 거대한 피에로 인형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나를 돌아볼 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잔잔한 바람이 먹히지 않아?’

그렇다는 말은 눈앞의 몬스터가 적어도 SS급 이상이라는 말이 됐다.

“피히히익!”

내 공격에 화가 난 건지 피에로 인형이 작은 건물만 한 손을 내게 휘둘렀다.

[‘죽음의 피에로 인형(SSS)’이 ‘망치 주먹(SS)’을 사용합니다. SS급 이하의 존재는 모두 파괴됩니다.]

온천의 안개구름을 이용해 날렵하게 움직인 나는 아슬아슬하게 몬스터의 공격을 피해냈지만 내가 서 있던 건물은 처참하게 박살 나 무너져 내렸다.

‘무슨 솜으로 대충 채워서 만든 것 같이 생긴 피에로 인형이 SSS급이나 돼?’

[성좌 ‘탑의 주인’이 “던전 브레이크가 SSS급이라 보스 몬스터도 SSS급”이라고 말합니다.]

[성좌 ‘탑의 주인’이 “대신 보스 몬스터가 사라지면 던전 브레이크도 사라진다”고 덧붙여 설명합니다.]

‘그 말은 저 피에로 인형만 해치우면 던전 브레이크도 자연스럽게 닫힌다는 거네?’

다행인 건 내게 그에 상응하는 SSS급 스킬 용의 포효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악! 뼈가 부서진 것 같아! 살려줘!”

김패금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렸다.

더는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부채를 펼쳐 마나를 끌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지금 던전 브레이크를 닫으면 안 된다”고 소리칩니다.]

‘왜 안 되는데?’

뒤이은 염라의 시스템창을 본 나는 부채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네 부모님의 영혼이 던전 브레이크 속에 묶여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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